흔적을 지우려면...
흔적을 지우려면...
어제 일요일,
교회에 들렀다가
지연이에게 갔다.
지난주부터 가고 싶었던 곳.
왠지 거기 들르면
답답한 마음이 사라질 듯 하여,
가고 싶었던 곳이다.
그 애가 잠든 곳.
그 자리에 서면,
왠지 마음이 가라앉을 것 같았다.
'
- 지연이가 잠든 곳은 소나무 아래.
머지 않은 곳이라
20분도 안 걸려 도착했다.
근데 막상 그곳에 가니,
마음이 안 좋다.
왠지 마음이 아파 왔다.
그 애가 떠났음을 부정하지 않았음에도...
왠지 그게 현실같지 않았다.
아직도 믿어지지 않을 줄 몰랐다.
그 애의 형체가 없다는 게,
그리 가슴아플 줄 몰랐다.
집사람이 그 애 잠든 곳 부근에서
기도하고 있는 동안,
난 작은 분노를 느낄 뿐이었다.
너무 일찍 갔다.
가기엔 너무 이른 나이였다.
더 살아야 했다.
내가 먼저 가야 했다.
나보다 먼저 가다니...
나보다 먼저 데려 가시다니...
짧은 세월을 살았다지만,
너무 짧은 세월이라지만,
스무 해이니 짧은 것도 아니다.
스무 해나 살았는데...
어찌 보면 적지 않은 세월인데...
그 애의 흔적은 별로 없다.
집안 모두에 그 애 흔적이 있는데,
머릿속 모두가 그 애 흔적인데...
역설적으로 그 애의 흔적은 없다.
별로 남긴 것이 없이 그 앤 갔다.
단지 우리의 머리 속에...
우리의 사진첩 속에...
그리고 이 사이버 공간에...
그렇게 남았을 뿐이다.
그게 아쉽다.
스무해를 살았어도 흔적이 없다니...
연이 잠든 곳 주위의
이름 모를 흰 꽃
또 그 옆의 무심한 산딸기.
자연은 그렇게 살아 숨쉬고,
사람들은 무심히 삶을 반복하는데,
모두 제 길을 가고 있는데...
내 모든 것 같던 그 애가 갔는데도
일상은 변함이 없다.
하늘이 무너진 것 같은 변화에도
아무 영향이 없는 세상이다.
그래서 그 애가 가엽다.
연아,
왜 아무 말이 없니...
우리 곁에 있을 때도 그렇더니...
있어도 없는 듯.
그렇게 조용하던 애.
없는 듯 다가오던 그런 애.
분노하는 슬픔은 3개월이 가고,
슬픔이 사라지려면 3년이 걸린댄다.
흔적 없이 살던 아인데...
흔적 없이 간 아인데...
그런데도 그 아픔의 흔적을 지우려면
그렇게나 많은 세월이
필요하댄다.
- 연이가 잠든 그 바로 그 자리 위에 산딸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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