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6.20 14:08
잊어야 한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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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일은
잊는 게 좋다며
남들은 잊으라 한다.
잊어야 한다지만,
난 그럴 수 없다.
잊을 수 있는 게 있겠지만,
이건 잊을 수 없는 일이다.
스무해 긴 세월을
아버지와 딸로 살아온 우리의 삶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그건 내 삶에 대한 부정이기도 하다.
차라리 잊지 말고,
못 견디게 보고 싶으면 남몰래 울고,
그래도 못 견디겠으면 나지막이 소리내어 부르고,
그걸로도 안 되면 심장이 터지도록 뛰어 보련다.
잊으려는 헛된 노력보다
잊지 말고 마음 가까이 두는 게
훨씬 더 현명한 일 같다.
그렇게 하다 보면
아직도 곁에 있는 듯...
언제나 그랬듯이 잠시 외출한 듯...
그렇게 느끼며 살아가련다.
그러다 문득
그 애가 떠난 걸 뼈저리게
실감하게 되는 때,
그 애가 묻힌 곳에 가서
통곡하며 울리라.
다시 만나게 되리라고,
약속하고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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