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덩생.
연이가 잘 쓰던 TTL 핸디폰.
어느날 그걸 갖고 투정을 했다.
"...가 안 좋고...
...가 촌스럽고...
......"
물건 욕심이라곤 없던
걔가 왜 그러나 했었다.
그랬더니 당시 새로 나온
스카이(Sky)란 핸디폰이 탐 났던 것.
그런 투정은 처음이라
정말 즐거워서
그 스카이를 사 줬었다.
혼자 테크노 마트에 뛰어가
그날로 스카이를 사 왔다.
그걸 그처럼 좋아할까?
안 그러던 앤데...
난 연이의 그 투정이 좋았었다.
연이가 사용하던 핸디폰.
이제 그 애가 사용하던 번호는 없다.
나와 같은 번호였는데...
011-....-1936번.
우리 가족은 끝자리 번호가 같았는데...
이제 연이의 번호는 없다.
그 전화기의 전화번호부에서
세 사람을 본다.
"아빠"
"엄마"
"내 덩생."
제 동생을 "내 덩생"이라고 써 놨다.
그 애가 사랑하던 동생.
현근이.
- 연이 "덩생" 현근이와 연이. 작년 이 맘때 여름방학을 맞아 동유럽 여행을 가서 찍은 사진.
이제 그 전화기의 첫 표시창에는
"전화번호가 등록되지 않은
단말기입니다."라고 나온다.
이제 거기엔 내 번호가 쓰여질 거다.
011-...-1936.
이제 그 전화기가 망가질 때까지
난 그 전화기를 쓸 거다.
거기 내 딸의 전화번호를
적지 못 하는 게 한스럽다.
- 연이의 이런 모습. 다시 보고 싶다.
그 전화기엔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살면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단다.
이따 보자. 아빠."
이렇게
6월 1일 7:18pm에
내가 보냈던
문자 메시지가
나의 여러 메시지 중
하나로 저장되어 있었다.
아빠를 사랑하던 지연이.
이승의 연이,
또다른 세상에 살아있는
연이와 통화할 수 있는
전화기가 있으면 좋겠다.
그런 다른 차원의 세상이 없다면
저승에 닿을 수 있는
그런 전화기가 있으면 좋겠다.
그냥 그런 게 있으면 좋겠다는 투정.
내가 현실감을 잃은 건 아니다.
단지 연이를 기억하고 싶을 뿐.
연이가 내 뇌리에서 잊혀지는 걸,
난 거부한다.
- 누나를 좋아하던 현근이.
연이가 "내 덩생"이라 적은
현근이를 위해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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