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빠와 함께 파주 화석정에 간 지연이
조회 수 2255 좋아요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83) 제목 : 관성(慣性)에 의한 삶? / 박순백 - 2001-10-05 18:08:07  조회 : 2167 ?드림

관성(慣性)에 의한 삶?

요즘 내가 삶의 지표를 잃은 것 같다.
지연이를 잃은 후에 시작된 일이다.
무슨 일을 하던 신이 나지 않고,
단지 관성(慣性)에 의해
해 오던 일만 계속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면서 고민한다.
'지금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나?
이걸 해서 뭐 하나?
이런 일이 무슨 의미가 있나?'

삶에 대한 회의(懷疑)에서 벗어난 지 오래인지라
다신 그런 회의에 빠지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물론 그런 생각이나 고민 중에도
항상 그래왔듯이,
일을 한다.
지금의 회의가 영원한 것이 아닐 것을 알기에,
잠시 그러다 말지도 모를 일이기에,
살아온 그대로,
해 오던 그대로,
일을 한다.

"열심히" 혹은
"최선을 다하는 것"은 기본이다.
난 당영히 최선을 다한다.
그러지 않으면 회의에서 벗어났을 때
후회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일상의 일 중에서는
그 일을 해야 할 의미가 발견되지는 않는다.
왜 이런 아픔 속에 살아 있는지,
왜 살아야 하는지 의문시되기에...

하지만 살아 있으니,
또한 살아야 하니,
내 그렇게 생각해 온 바,
귀중한 이 삶을 지속시키기 위해
난 삶의 지표를 다시 찾아야 할 것 같다.
그걸 찾지 못 한다면,
다시 세우기라도 해야 할 것 같다.

이렇게 뒤늦게 그 아이로 인하여
삶의 모든 영역에 변화가 올 줄 몰랐다.
삶에 대한 회의까지 느껴질 줄 몰랐다.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는
그런 수동적인 기대에 의존하는 게
참으로 한심스럽기만 하다.
어느 정도 슬픔이 잊혀진다는 3개월.
그 시간이 가기만 기다렸나 보다.
그 시간이 갔건만
아직도 남은 아픔에
가끔 허탈감까지 느껴진다.
그 짧은 시간이 많은 걸 해결해 주리란
허망한 기대로 인한 그런 공허감.

현재로선 어떤 답도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기존의 삶을 전면 부정하지 않는다면
답이 없는 가운데서는
그냥 전처럼 살아가는 게 최선이라 생각된다.
당분간 그렇게 살 예정이다.
내 가족들도 모두 그렇게 살아 주면 좋겠다.


- "우리 연이 또 눈감고 찍었네?"^^

언제 그런 날이 올까?
우리가 기쁘거나, 행복하더라도
먼저 간 그 애에게
미안함을 느끼지 않는
그런 날.
산다는 것 자체가 신명나는
그런 날.
그게 다시 오지 않을지라도
우린 살아야 한다.
어차피 다시 만날 날이
올 것이기에...

 



번호[크기] # 4/4 [ 5K ] 보낸 날짜 2001/10/05 11:35 [GMT+09:00]
보낸이 Yongbin-Kim NICK@chollian.net
받는이 spark@dreamwiz.com
제목 이런...

제가 공부하는 Computer Science에는 여학생이 딱 한 명 있습니다. 저랑 동일한 학기에 입학했는데 소위 말하는 천재 타입의 소녀입니다. 고등학교도 2년만에 졸업하고 KAIST를 나온...

감수성도 예민하고 저랑 관심사도 비슷해 친하게 지내는데... 얼마 전에 눈이 퉁퉁 부었더라구요. 그래서 왜 그런가 했더니 그 전날 저랑 웹 싸이트를 교환하면서 (둘이 웹 써핑을 하도 많이 하니 좋은 웹 싸이트가 있으면 가끔씩 공유합니다.) Spark 칼럼을 소개시켜 주었더니 이 친구가 밤새 My Lovely Jenny를 읽으며 그 좁은 연구실에서 펑펑 운 것입니다.

당연히 그 친구는 지연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박순백 부사장님도 잘 모릅니다. 하물며 그 친구도 그러할진대 당사자인 Spark 님은 어떠시겠습니까?

한 가지 다행인 것은 Spark 님의 '관성'이 범인의 능력을 초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심을 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그 심적인 고통이야 딸아이를 키우는 저도 감히 상상을 못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말씀 드렸었나요? 배준호 PD가 연출했던 VJ 특공대라는 프로그램 중에 삼천 쌍이 맞선을 보는 편이 있었는데, ('붓 가는 대로'에 글도 남기셨던) 그 회 분량 중 마지막 다큐멘터리가 바로 벽제 화장터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걸 새벽 두 시에 아무도 없는 대학원생 라운지에서 보면서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집 바깥에서 펑펑 울어 버렸습니다. 자식을 잃은 아버지도 나왔고, 아버지를 잃은 소녀가 아버지의 영정을 들고 있는 장면도 나왔고, 화장터의 모든 과정이 상세히 나오는 그런 다큐멘터리였습니다.

정말 견디기가 어렵더군요. 언젠가 만날 것을 알면서도 그저 이 세상에서 잠깐의 헤어짐조차 서러워서 그렇게 울었습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Spark 님의 아픔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 KAIST 소녀(?)처럼 Spark 님이 한 번도 뵙지도 못 하고, 알지도 못 하는 분들도 지연이를 위해 슬퍼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제가 아이러브스쿨에서 만난 동창도 "지연이가 너무 사랑스럽다."고 "너무 부모님들이 슬프겠다."고 하더군요.)

저는 Spark 님께 차마 용기 내시라고, 다른 분들을 생각해서 기운 내시라고, 지연이가 원하지 않을 테니 더 밝아지시라고 얘기하지 못 하겠습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서 Spark 님이 지연이가 옆에 있음을 실감하게 되시고, 나중의 만남을 확신하게 되실 때까지 열심히 곁에서 지켜봐 드리겠습니다.

저는 Spark 님을 사랑하는 분들이, 지연이를 기억하는 분들이 너무나도 많음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저도 그 중의 하나임을 너무 기쁘게 생각하구요.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대로 깜짝 이벤트(?)를 많이 만들겠습니다.

내년 여름에 한국에 가서 다시 뵈면 얼마나 좋을까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하이디, 너무나 맛보고 싶은 남가의 스시, 그리고 정말 타보고 싶은 포르쉐 박스터까지 그 생각들만 하면 기쁩니다.

내년 여름에 오색에 함께 갈 생각에 벌써 가슴이 설레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학기 동안의 스트레스도 잠깐 잊혀집니다.

Qual Exam도 끝나고 중간고사도 한 과목 끝나 오랜만에 집에 있습니다. 그동안 한두 달 정도를 사당오락하는 고삼처럼 새벽 3시까지 학교에 있었거든요. 이번 학기는 NCSA도 그만 둬서 일이 없어서 이렇게 쉴 기회가 있습니다. 내일은 시카고에 다녀올 계획입니다. 아내가 가고 싶어했던 쇼핑몰에 시간있을 때 다녀오려구요.

두서없는 이메일이지만 사실 제가 제일 드리고 싶었던 말씀은 저 때문에 조금이라도 기쁘셨다니 정말 보람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제가 감사합니다. 염치없게도 저는 조금 행복하군요.

이제 날씨가 제법 쌀쌀해집니다. 조금 있으면 Spark 님과 KOSA 님의 계절이 다가오는군요. 설원에서 Spark 님을 기쁘게 기다릴 많은 분들이 계시겠군요. 저도 어서 그런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웬 횡설수설하는 글이 오늘 이렇게 긴지 모르겠습니다. 시험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탓이라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거 Spark님, 감동시키는데 큰 돈 안 드는군요? (hi)

영원한 Spark Fan Club 회장
김용빈 드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좋아요
102 오늘 받은 편지 하나 박순백 2002.05.17 3438 0
101 [고성애] 후리지아 꽃을 보면 네 생각이 나. 박순백 2002.05.05 3316 0
100 [고성애] "아빠 생일이네!!!" 박순백 2002.04.11 3737 0
99 연이 아빠, 나의 생일 박순백 2002.04.11 3009 0
98 연(緣)에 대한 몇 마디의 말. 박순백 2002.03.05 3101 0
97 지천명(知天命) 박순백 2002.02.28 3816 0
96 다른 분이 쓴 지연이 얘기에도... 박순백 2002.02.21 3539 0
95 네 생일 2월 2일 박순백 2002.02.01 2844 0
94 [고성애] 함께 할 행복할 시간들만 있었는데... 박순백 2002.01.05 3125 0
93 그 애가 없는 연말연시(年末年始) 박순백 2002.01.02 3053 0
92 [고성애] 늘 행복한 크리스마스였는데... 박순백 2001.12.27 2660 0
91 [고성애] 홀로 그 옛날을 그리워하며... 박순백 2001.12.18 2605 0
90 전에 없던 버릇 박순백 2001.12.14 3114 0
89 연이 동생 현근이 박순백 2001.11.15 3939 0
88 연이의 모짜렐라 치즈? 박순백 2001.10.29 3301 0
87 이제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가? 박순백 2001.10.25 3666 0
86 ? 박순백 2001.10.24 1166 0
85 [고성애] 너는 아니? 박순백 2001.10.23 3196 0
84 추억은 아름다우나 돌이킬 용기가 없다. 박순백 2001.10.09 3024 0
» 관성(慣性)에 의한 삶? 박순백 2001.10.05 2255 0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Next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