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 #330 /330 날짜 2002년8월14일(수요일) 18:35:14
이름 고성애 E-mail kosa@dreamwiz.com
제목 손 때 묻은 빛나는 열쇠 고리
"엄마! 손 골절된 것, 두 손가락 얼마나 굽혀지나 한 번 보자!"
"엄마! 스키 타다가 또 다쳤구나. 조심 좀 하지!"
연(娟)이 목소리가 들려 온다.
늘 청바지에 아디다스 운동화 신고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학교 가던 연이 모습 생각난다.
그 아디다스 운동화는
연이가 너무 맘에 들어 해 버리지 못하고,
아직도 신발장 한 켠을 채우고 있다.
연이가 아주 좋아하던 체크무늬 셔츠는
그 애 떠나고도 세면실 커텐 봉에 몇 날 며칠 걸려 있었다.
연이가 마지막으로 빨아 널었던 그 셔츠는
연이 장롱 속에 그 애 손길 묻은 채 그대로 걸려 있다.
내가 뉴질랜드에 가 있는 동안
현근이가 내 카드 키 열쇠를 가지고 다녔단다.
연이가 쓰던 열쇠 고리를 다시 꺼내니
그 애 손 때가 묻어 반짝반짝 빛이 난다.
'99년 유럽 행 때 함께 이태리에서 산 거니까
연이가 만 2년을 사용한 거다.
둘이 색깔만 다른 걸 골라 가지며
평생 쓰자고 약속했었다.
연이가 그 약속을 지킬 수는 없었지만,
그 애 손 때 묻은 열쇠 고리는
내가 이 세상 떠나는 그 날까지
그 애 사랑하듯 은빛 날 때까지 지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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