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내밀 배웅하고... - 2
딸내밀 배웅하고... - 2
부모보다 먼저 간 죄로
그 앤 제 빈소조차 가지지 못 했다.
대개 그런다니, 난 그리했다.
이제와 생각하면 난 참 밸도 없는 놈.
걔가 가고파 가지 않았는데,
그게 무슨 죄라고 빈소조차 안 만들고...
그 잘난 사회 관습이 뭐랍시고...
딸이 먼저냐 관습이 먼저냐?
이제,
그 아일 보낸 지금은 딸이 먼저다.
관습에 얽매어 빈소조차 안 차린
내가 밉다.
그 하얀 불빛 아래,
그 차가운 곳에 안치되어...
얼마나 무서웠으랴?
얼마나 추웠으랴?
이런 아빠가 세상 어디에 있겠니?
이런 바보에게 박사학위가 다 무에냐?
이처럼 많은 이들이 널 아끼고,
네가 간 걸 애통해 하는데...
네가 벽제로 떠나기 전에,
정말 불에 씻겨 네 모습을 잃기 전에,
그렇게 단정히 누운 채로,
네 영정 앞에 다가서는
널 아끼던 사람들의 발걸음을
느끼게 해 줬어야 하는 게 아니었더냐?
부족한 아빠를 믿고 태어난 네가 불쌍해서,
너 어린 시절 아빤 많이도 울었다.
길을 가다가도 문득 눈앞이 흐려졌고,
열심히 일하다가도 주룩 눈물이 흘렀었다.
'나 같은 놈을 믿고 태어나다니...'
그런 네가 불쌍해서,
그런 네가 고마워서,
난 참 많이도 울었다.
이제 빈소조차 없이 보낸 너를 생각하며,
난 다시 통한의 눈물을 흘린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널 그렇게 보내다니...
그렇게나 고독한 곳에 널 두고,
그렇게나 추운 곳에 널 두고...
아빤 더 할 말이 없다.
그저 미안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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