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 놈들
딸내미와 비슷한 나이이거나,
그보다 서너 살 많은 녀석들을 보면
그놈들이 예사로워 보이지 않았다.
"지금 과외선생 말이에요.
참 좋은 사람이에요.
저런 청년을 사위 삼았으면..."
'아니 저 사람이 무슨???'
여고생 딸아이를 두고,
그런 엉뚱한 소릴하는 집사람이
내심 못 마땅했었다.
'지금까지 애써 키워서 왜 남을 줘?'
퍼부은 공이 아까워
마냥 데리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그 애가 대학생이 되었다.
"애가 대학에 들어갔어요."
"아니, 벌써요? 허, 이제 사위 보시겠네?"
그 반복되는 농담에 나도 달라졌다.
'하, 결국 보내야 하나?
어느 도둑놈이 저 예쁜 걸 채 간단 말인가?
복도 많은 놈.'
이렇게 초지를 꺾고 순응키로 했다.
주기로 마음을 비웠다.
그러고 나니
그 애 또래의 젊은 녀석들이
다 예뻐 보였다.
'혹시 저 녀석이 아닐까?
저 놈도 괜찮아 보이는데...'
그 애 또래의 젊은 놈들은
다 장래의 내 사위였다.
사위를 고를 안목도 생겼다.
'잘 생긴 녀석들은 안 돼.
빼어난 녀석들도 안 돼.
잘난 놈들은 다 안 돼.
그냥 평범해야 돼.
그렇게 보통사람으로 살면서
우리 애만 위해 주면 돼.
다른 건 필요 없어.'
딸내미에겐 얘기조차 못 한
나의 사위 채점 기준.
아마 내가 고른 녀석들은
다 그 애에겐 낙제점을 받았을 거다.
그 애가 떠난 지금,
난 그 많은 사위 놈들도 함께 잃었다.
내가 손잡고 들어가
그 애를 건네주며
"내 딸 부탁한다."고
통사정을 하려 했는데...
걘, 내게
그런 기회도 안 주고...
그건 딸 둔 아비의 특권이 아닌가?
조복현 | 너무 슬퍼서 더 이상 읽어갈수가 없습니다. 어제 인라인을 구입하고 인라인정보를 찾다가 처음으로 들렀는데 종일 선생님의 글을 보다 이 게시판에 오게되었습니다. 저도 딸을키우는 아빠로서 딸을 먼저보낸 선생님의 글이 제 마음을 너무 슬프게했습니다. 저 오늘 일찍 퇴근해야겠습니다. 아무튼 저는 선생님께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 2004/10/28 14:41:53 203.242.254.51 |
x |
김미라 | 눈이 퉁퉁 붓도록 울면서... | 2010/02/15 16:00:04 123.111.91.21 |
x |
Who's Dr.Spark
번호 | 제목 | 이름 | 날짜 | 조회 수 | 좋아요 | ||||
---|---|---|---|---|---|---|---|---|---|
142 | 우리를 떠나간 아이, 지연이 | 박순백 | 2001.06.20 | 14132 | 1 | ||||
141 | [To: EMPAL Choice] 지연 아빱니다. | 박순백 | 2001.06.20 | 10967 | 0 | ||||
140 | Why her? | 박순백 | 2001.06.20 | 8474 | 0 | ||||
139 | 사랑 표현은 결코 늦지 않게... | 박순백 | 2001.06.20 | 5948 | 0 | ||||
138 | 일주일 전 오늘, 이 시각 | 박순백 | 2001.06.20 | 7244 | 0 | ||||
137 | 잊어야 한다지만... | 박순백 | 2001.06.20 | 5518 | 0 | ||||
136 | 두고 간 바나나 | 박순백 | 2001.06.20 | 5858 | 0 | ||||
135 | 문자 메시지 | 박순백 | 2001.06.20 | 6200 | 0 | ||||
134 | 불효(不孝) | 박순백 | 2001.06.20 | 4774 | 0 | ||||
133 | 산 자는 산다지만... | 박순백 | 2001.06.20 | 4503 | 0 | ||||
132 | 순서(順序) | 박순백 | 2001.06.20 | 4205 | 0 | ||||
131 | 빼앗긴 가족(Bereaved family) | 박순백 | 2001.06.20 | 4908 | 0 | ||||
130 | 표현하지 않는다면... | 박순백 | 2001.06.20 | 3938 | 0 | ||||
129 | 바람과 함께 오려마(Come with the Wind) | 박순백 | 2001.06.20 | 4129 | 0 | ||||
128 | 딸아이와의 마지막 드라이브 | 박순백 | 2001.06.21 | 5885 | 0 | ||||
» | 사위 놈들 | 박순백 | 2001.06.21 | 6350 | 0 | ||||
126 | 다 키운 딸내미를... | 박순백 | 2001.06.21 | 6180 | 0 | ||||
125 | 아무리 하찮은 일도... | 박순백 | 2001.06.21 | 3837 | 0 | ||||
124 | 딸내밀 배웅하고... - 1/최초의 배웅 | 박순백 | 2001.06.21 | 5716 | 0 | ||||
123 | 딸내밀 배웅하고... - 2 | 박순백 | 2001.06.21 | 4986 |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