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빠와 함께 파주 화석정에 간 지연이
2001.06.21 09:09

사위 놈들

조회 수 6350 좋아요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16) 제목 : 사위 놈들 / 박순백 - 2001-06-21 09:09:39  조회 : 5983

 

사위 놈들

딸내미와 비슷한 나이이거나,
그보다 서너 살 많은 녀석들을 보면
그놈들이 예사로워 보이지 않았다.

"지금 과외선생 말이에요.
참 좋은 사람이에요.
저런 청년을 사위 삼았으면..."

'아니 저 사람이 무슨???'
여고생 딸아이를 두고,
그런 엉뚱한 소릴하는 집사람이
내심 못 마땅했었다.

'지금까지 애써 키워서 왜 남을 줘?'
퍼부은 공이 아까워
마냥 데리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그 애가 대학생이 되었다.
"애가 대학에 들어갔어요."
"아니, 벌써요? 허, 이제 사위 보시겠네?"
그 반복되는 농담에 나도 달라졌다.

'하, 결국 보내야 하나?
어느 도둑놈이 저 예쁜 걸 채 간단 말인가?
복도 많은 놈.'
이렇게 초지를 꺾고 순응키로 했다.
주기로 마음을 비웠다.

그러고 나니
그 애 또래의 젊은 녀석들이
다 예뻐 보였다.
'혹시 저 녀석이 아닐까?
저 놈도 괜찮아 보이는데...'

그 애 또래의 젊은 놈들은
다 장래의 내 사위였다.
사위를 고를 안목도 생겼다.

'잘 생긴 녀석들은 안 돼.
빼어난 녀석들도 안 돼.
잘난 놈들은 다 안 돼.
그냥 평범해야 돼.
그렇게 보통사람으로 살면서
우리 애만 위해 주면 돼.
다른 건 필요 없어.'

딸내미에겐 얘기조차 못 한
나의 사위 채점 기준.
아마 내가 고른 녀석들은
다 그 애에겐 낙제점을 받았을 거다.

그 애가 떠난 지금,
난 그 많은 사위 놈들도 함께 잃었다.
내가 손잡고 들어가
그 애를 건네주며
"내 딸 부탁한다."고
통사정을 하려 했는데...

걘, 내게
그런 기회도 안 주고...

그건 딸 둔 아비의 특권이 아닌가?

 

 

 

 

조복현 너무 슬퍼서 더 이상 읽어갈수가 없습니다. 어제 인라인을 구입하고 인라인정보를 찾다가 처음으로 들렀는데 종일 선생님의 글을 보다 이 게시판에 오게되었습니다. 저도 딸을키우는 아빠로서 딸을 먼저보낸 선생님의 글이 제 마음을 너무 슬프게했습니다. 저 오늘 일찍 퇴근해야겠습니다. 아무튼 저는 선생님께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2004/10/28 14:41:53
203.242.254.51
x
김미라 눈이 퉁퉁 붓도록 울면서... 2010/02/15 16:00:04
123.111.91.21
x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좋아요
142 우리를 떠나간 아이, 지연이 박순백 2001.06.20 14132 1
141 [To: EMPAL Choice] 지연 아빱니다. 박순백 2001.06.20 10967 0
140 Why her? 박순백 2001.06.20 8474 0
139 사랑 표현은 결코 늦지 않게... 박순백 2001.06.20 5948 0
138 일주일 전 오늘, 이 시각 박순백 2001.06.20 7244 0
137 잊어야 한다지만... 박순백 2001.06.20 5518 0
136 두고 간 바나나 박순백 2001.06.20 5858 0
135 문자 메시지 박순백 2001.06.20 6200 0
134 불효(不孝) 박순백 2001.06.20 4774 0
133 산 자는 산다지만... 박순백 2001.06.20 4503 0
132 순서(順序) 박순백 2001.06.20 4205 0
131 빼앗긴 가족(Bereaved family) 박순백 2001.06.20 4908 0
130 표현하지 않는다면... 박순백 2001.06.20 3938 0
129 바람과 함께 오려마(Come with the Wind) 박순백 2001.06.20 4129 0
128 딸아이와의 마지막 드라이브 박순백 2001.06.21 5885 0
» 사위 놈들 박순백 2001.06.21 6350 0
126 다 키운 딸내미를... 박순백 2001.06.21 6180 0
125 아무리 하찮은 일도... 박순백 2001.06.21 3837 0
124 딸내밀 배웅하고... - 1/최초의 배웅 박순백 2001.06.21 5716 0
123 딸내밀 배웅하고... - 2 박순백 2001.06.21 4986 0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Next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