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와의 마지막 드라이브
딸아이와의 마지막 드라이브
오늘 아침,
박스터를 타고 출근했다.
평일에 그 차를 타는 일은 거의 없다.
주말이나 휴일을 위한 차이다.
아이가 떠나기 사흘 전, 일요일
그 아이와 단둘이서 함께 드라이브를 했다.
단지 둘밖에 탈 수 없는 차라서
그렇게 둘이서 갔었다.
"강화도의 석모도를 갈래, 영종도 신공항에 갈래?"
"공항."
그렇게 아침 일찍 떠난 여행이었다.
공항 주변을 드라이브하고,
공항에서 늦은 아침을 먹었다.
"공항엔 갖가지 식당이 다 있지.
한식? 양식? 일식? 중식?"
"양식."
그래서 아메리칸 브렉퍼스트를 선택했다.
양식을 좋아하는 애.
양식은 질리지도 않는 애.
그것도 아빠를 닮았다.
하지만 아빤 한 달 내내 양식을 먹어야 했을 때,
정말 우리 음식이 그리웠었다.
하지만 얜 영국에 가 있던 몇 달간
단 한 번도 음식 문제를 겪지 않았단다.
신기한 일이다.
"지연아,
네가 양식을 좋아해서
난 널 외국에 시집보내야 되겠다고 생각했었어.
근데 말이야.
그건 안 돼.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렇게 하면
네가 그 음식을 만들어야 돼.
그래서 못 보낸다.
여기서 부잣집에 시집가면 돼.
그게 안 되면 아빠를 자주 불러내면 돼."
그 얘기에 실소하던 딸아이.
공항을 떠나 근처의 섬으로 가는 카페리를 탔다.
카페리를 기다리다가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지연이와 박스터.
그렇게 그 둘과 함께 그날 하루를 보냈었다.
그 차를 타고 출근하니
만감이 교차한다.
그 애가 내 옆자리에 앉았던 이후,
아무도 그 자리에 앉지 않았다.
지지난 일요일의 마지막 드라이브에서
사흘도 채 안 된 후에 떠났고,
지난 일요일은 너의 삼오제였었으니...
차안에 감도는 재스민향.
내 딸,
너의 향기는 다양하기도 하구나.
재스민처럼 향기롭게 산 스무 해.
내 옆의 빈자리를 쓰다듬으며,
재스민 향기의 내 딸을 추억했다.
그 애의 체취가 담긴 모든 걸 사랑하리...
딸아이와의 그 긴 드라이브.
그 많은 대화들.
딸아이와의 마지막 드라이브,
그러나 끊이지 않을 더 많은 대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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