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빠와 함께 파주 화석정에 간 지연이
2016.04.25 20:32

두 제니의 만남

조회 수 2290 좋아요 0 댓글 2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작년 이 맘때 즈음일 거다.

퇴촌 블루베리농장의 젊은 사장님, 임창환 선생이 카카오톡으로 내게 꽃사진을 하나 보냈다.

"꽃이 이쁘게 피어서 보내드립니다.

꽃이 아주 화사하게 피어있으니 한 번 들러보세요."라는 메시지도 함께 남겼었다.

 

홍철쭉이 예쁘게 피어있던 날 http://goo.gl/qsi9D6

 

작년엔 미사지구 아파트 촌이 들어서게 되어 우리 가문의 (경기도 하남시) 황산 묘역을 이미 여주로 옮겨 공사를 하고 있었다.

황산 묘역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것이 우리 친척 일가의 묘들이었다.

우리 큰 아버님 두 분과 우리 부모님, 그리고 큰 댁 형들이 그곳 묘역에 잠들어 계셨다.

그리고 그 한 구석에 봉분도 없이 우리 딸 지연이의 화장을 한 골분이 묻혀있었다.

걔가 그 묘역에 있다는 걸 아는 친척조차도 없었다.(나중에 사촌 형님과 형수님만 알게 되셨다.)

그걸 아는 사람은 지금은 캐나다로 이민간 윤세욱이, 그리고 까사델비노의 은광표 사장 두 사람 뿐이었다.

걔네들이야말로 내가 그런 말도 안 되는 비극을 경험했을 때 큰 위안이 되어준 사람들이다.

 

연이가 받은 첫 번째 꽃 http://goo.gl/1rydFr

 

그 외에 수입자동차협회의 윤대성 전무님 같은 분도 계셨었다.

집사람과 나는 그 자리를 표시하기 위하여 그 위에 영산홍 꽃을 한 그루 가져다 심었었다. 

 

황산 묘역의 이전에 즈음하여 집사람과 나는 그 꽃을 일단 퇴촌 블루베리농장의 한 켠으로 옮겼었다.

농장 주차장 부근에 심었던 그 꽃은 나중에 농장 입구 왼편으로 다시 옮겨졌다.

아래 사진은 오늘 그 농장에서 날아온 것이다.

아직 꽃이 활짝 피지는 않았고, 봉우리들이 꽤 많은 듯하다.

2~3일 후면 다 피리란다.

그 꽃 아래 핑크색 꽃잔디는 작년에 없던 것인데 그걸 또 심어주셨나 보다.

 

photo_2016-04-25_18-49-53.jpg

 

작년에 한라이드(HanRide) 동호회원들이 분원리 라이딩을 간 적이 있다.

광복절 휴일의 한여름이었다.

그 때 집사람이 회원들 모두에게 블루베리를 원 없이 먹게 해주자는 의견을 냈고, 나도 동의했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모두가 귀하게 생각하는 블루베리를 원껏, 더 먹을 수 없을 만큼 먹었고, 한 박스씩 선물까지 받았다.

 

2015-08-15(토) 분원리 일주 라이딩 - 1 http://goo.gl/v8Xew3

2015-08-15(토) 분원리 일주 라이딩 - 2 http://goo.gl/cXUhY7

 

그 때 나만 혼자 생각한 게 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두 제니(Jenny)가 만나게 해주자는 것.

그 중 한 제니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자전거를 타고 그 농장에 왔고, 원래 좋아하던 블루베리를 먹으며 즐거워했다.

난 아무 말도 않고, 블루베리 농장에 온 기념사진을 찍자고 하고, Jenny Sim을 (당시엔 꽃이 진 지 오래인) 영산홍 옆으로 데리고 갔다.

거기서 사진을 찍었다.

왜 거기서 사진을 찍어야하는지 모르는 제니에게 꽃이 예뻐서라고 했다.

그렇게 사진을 찍고 있는데 제니가 왜 거기서 사진을 찍는가를 스스로 알아버렸다.

 

어제 일요일에 그곳에 갔다.(2006.04.17) http://goo.gl/KZLvRH

 

그 꽃이 위 링크에 있는 그 꽃임을 알아버린 것이다.

채원이가 당황해서 울음을 터뜨렸고, 나도 당황해 버렸다.

 

two-jennys-3.jpg

- 두 제니.

 

그래서 이 사진들은 위의 한라이드 라이딩 후기엔 포함되지 않았다.

나도 오늘 농장에서 날아온 저 꽃 사진을 보다가 이 사진을 기억해 냈다.

 

two-jennys-2.jpg

 

내가 흘려야할 눈물을 채원이가 흘려주고 있었다.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나 내가 흘려야할 눈물이 다 말라버린 시점에서...

그 때까지는 걔가 내 딸과 같은 이름을 가진 애였다.

그 날 이후에  걔는 내 둘째딸이 되었다. 

채원이는 행복하게, 오래 살기 바란다.

자신이 원하던 바를 다 이루기 바란다.

내가 작은 힘이 되어 줄 수 있다면 그래야겠지.

 

 

  • ?
    윈스 2016.04.25 21:39

    아부지. 제니가 제니 만큼 잘 하잖아요. 아부지 주변에서 더 잘 할 거에요. 제니가 잘 할 거에요.... T.T

  • profile

    그래. 이미 잘 하고 있어. IT의 문외한인 걔가 내 조언에 따라 네이버 웍스모바일에 들어간 준 것이 벌써 효도(?)를 한 셈이고... 드림위즈 초창기 시절에 우리 지연이를 위해 네가 해 준 많은 고마운 일들을 내가 잘 기억한다.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3729c4cf049d627addb657bd5b42a7c1.jpg

     

     

     

    초당 서재에 놓인 이 기념품을 보면 항상 즐겁단다.^^ 대견한 제니.

     

  • ?
    maya 2016.04.26 02:15
    두 분의 뜻 깊은 인연, 항상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있어요.
    박사님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 profile
    Dr.Spark 2016.04.26 22:11
    고마워. 지난 겨울에 스키를 타면서 너랑 내가 리프트에서 꽤 많은 얘기를 했었는데...^^
    그런 너의 응원이 내게 큰 힘이 되었다.

    이번에 웅진에서 있었던 KSIA 레벨1 시험에서 합격한 걸 축하한다.^^ 16/17 시즌에는 준지도자(레벨2)로 성장하길...
    우리 천마산 패밀리 화이팅!!!^^
  • ?
    마데 2016.04.26 11:56

    글을 읽고 마음이 짠해집니다.
    작년 그 날에 함께 라이딩했었는데..함께한 멤버로서..
    전 아무 것도 모르고 그저 즐기다 왔음에 왠지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두 분 또다른 인연으로 오래도록 함께 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 profile
    Dr.Spark 2016.04.26 22:13
    미안하고 죄송하다니요?ㅋ 집사람과 제가 라이딩 차 분원리에 간 바람에 거길 가보고 싶었던 것 뿐이고, 거기 간 길에 블루베리 맛을 보자고 했던 것인 걸요.^^
  • ?
    오뚜기박용호 2016.04.26 12:05
    글을 일부러 안 보려고 했는데도 안 볼 수가 없어요. 본능적으로 읽게 됩니다. ㅠ.ㅠ.
  • profile
    Dr.Spark 2016.04.26 22:15
    그래, 고마워. 넌 항상 내 편이잖아.
    그게 큰 위로가 되지 내겐...
    언제까지나...
  • profile
    일월여신|한상률 2016.04.26 14:11
    하아....T_T
  • profile
    Dr.Spark 2016.04.26 22:39
    넌 왜 한숨을...-_-

    내가 전에 쓴 글에도 있지만, 나도 모르는 한숨이 나오는 경우가 있었지. 이젠 그러지 않지만...

    먼저 간 아이를 생각하면 그 생각에 빠져 숨이 안 쉬어지니 한참 그러고 있다가 허겁지겁 숨을 들여쉬고는 그걸 내뱉어 나오는 한숨의 시간들이... 근데 그게 나도 모르게 표현되는 사랑이었던 것 같고, 이젠 그 아이를 잊고 지내다 어쩌다 생각이 나서 잊고 산 걸 그 애에게 미안해 하니...

    둘째딸을 만나기 전까지는 아주 지연이를 잊고 살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싶을 정도였었는데... 이젠 다시 가끔 그 애를 생각하곤 하지.
  • ?
    twowings 2016.04.26 14:32

    코끝이 찡해집니다.
    그날 이런 일이 있었는 줄도 모르고 블루베리 먹느라고 정신이 없었군요.

  • profile
    Dr.Spark 2016.04.26 22:17
    오히려 함께 간 분들이 거기서 즐거워하여 저나 집사람이 아주 기뻤었습니다.
    제가 괜히 두 제니의 사진을 찍는다는 엉뚱한 발상을 하는 바람에 채원이를 울게 해서 그게 맘에 걸렸던 날이지요.
    올해도 블루베리가 익으면 거기 한 번 가야할 듯합니다.
    이번엔 남종보건소에 차를 제대로 세워놓고, 분원리를 거쳐 퇴촌 블루베리농장에 들렀다가 다시 보건소에서 만나 헤어지는 걸로...^^
  • ?
    윤철수 2016.04.26 18:31

    딸내미 미울 때마다 박사님 생각을 합니다. 얼마나 소중한 딸인지..다시 한 번 리마인드합니다.
    박사님 둘째딸은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할 겁니다.

  • profile
    Dr.Spark 2016.04.26 22:20

    예, 딸내미들은 아빠와 비슷하죠. 아들들은 희한하게도 엄마편이고...ㅋ
    소중한 딸, 잘 위해주어야죠.
    더 잘 하라고 야단지지도 말고, 그냥 무작정 믿고 사랑으로 밀어주면 다 잘 합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믿음으로 성장하는 거지요.

     

     둘째딸이 말씀 대로 건강하면 좋겠습니다. 걔가 알고보니 아주 강골은 아니더라구요.^^

     

     

  • ?
    나형석 2016.04.26 22:16
    이쁜 둘째딸 오래 곁에 두고 보세요.
  • profile
    Dr.Spark 2016.04.26 22:21
    오래 두고 보긴 힘들 듯합니다.^^;
    딸내미들은 시집 가면 그만이니...
    그리고 딸 결혼식엔 못 가죠. 남자가 울면 안 되니까...
  • ?
    홍현무 2016.04.27 07:19

    오랫만에 이 게시판에서 글을 읽는 것 같습니다.
    세월은 정말 어찌나 빠르게 흘러가는지, 이 게시판에서 슬픈 소식을 들었던 게 어언 십년도 훌쩍 넘은 일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둘째따님과 좋은 인연 축하드리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 profile
    Dr.Spark 2016.04.27 10:50
    그래 세월은 시위를 떠난 화살과도 같은 거지.
    흘러간 세월을 생각하면 그 모든 날들이 압축되어 있으니 빠르게 느껴지기도 하고...
    네가 그 소식을 들었던 사람 중 하나로구나.
    그러고 보니 우리가 꽤 오랜 인연이네. 인라인 시절부터로의 인연이니... 너의 변화된
    삶을 너의 글들을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응원하고 있다.
    잘 헤쳐나가라. 그런 너의 삶을 지원하는 네 집사람이 참 대단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곤
    한단다.^^
  • ?
    홍현무 2016.04.27 11:21
    제가 잡인라인을 가입하기 훨씬 이전 인라인을 처음 시작하던 때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형님을 보면서 롤모델처럼 생각하고 따라왔으니 정말로 오랜 인연 같습니다.
    보내주시는 응원 감사히 받아들여서 더 좋은 모습으로 사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
    깊은강 2016.04.27 14:32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그렇더라도 형님 슬픔이 줄었겠습니까.
    그저,
    다른 슬픔에 깎여 둥그렇게 되었을 뿐일 겁니다.

    건강 살피십시오.
  • profile
    Dr.Spark 2016.04.27 14:40
    아니, 그런 건 아닌 듯.
    잃은 후에 머리속에서 많은 걸 잊어버렸지.ㅋ
    어떤 건 나 스스로가 신기할 정도로 완전히 기억의 심연으로 사라져,
    이곳에 쓴 글을 다시 읽어보고서야 '그런 일이 있었나?'하는 생각을 하기도...
    그렇게 사람을 살게 되어 있더라고...
    슬픔 자체가 줄어들어 버린 거지.
  • ?
    allthatski 2016.05.04 22:17
    형님을 제가 온라인에서 처음 알고 난 얼마 후에 지연이가 떠났더랬지요. 그 후로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전 지금도 형님께 제 딸래미 얘기를 할 때는 조심스러워지곤 합니다...
    실은 지난 주 목요일 아버님께서 갑자기 세상을 뜨셔서 미국에서 황급히 들어와 지난 일요일 발인을 하고 아버님을 모셨습니다. 어제 삼우제를 지내고 내일 새벽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형님 싸이트에 들어왔다가 지연이에 대한 글을 읽고 이렇게 댓글로나마 형님께 보고를 드립니다. 황망하고 미국에서 급히 들어오느라 경황이 없어 형님께 미쳐 연락드리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나중에 다시 꾸지람을 듣겠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
  • profile
    Dr.Spark 2016.05.05 09:44
    그 얘길 세욱이로부터 전해 듣고 내가 네게 카톡을 보냈는데 그걸 알고도 답도 안 하고...ㅠㅠ 그래서 문상도 못 하게 하다니...

  1. 마주보는 엄마와 딸

    Date2023.08.06 Views275 Votes1
    Read More
  2. 오래전에 캡쳐해 놓은 글 하나.

    Date2022.12.26 Views189 Votes0
    Read More
  3. 아이를 떼어놓을 수 있는 시간이 오면

    Date2022.08.03 Views418 Votes0
    Read More
  4. 현실남매에 관한 누나의 글 - 초딩 1년생이 애증을 논하다.

    Date2022.07.01 Views525 Votes2
    Read More
  5. 26년전, 엄마가 딸에게 쓴 편지

    Date2022.07.01 Views968 Votes4
    Read More
  6. 장소는 추억이다.

    Date2019.06.04 Views1059 Votes0
    Read More
  7. 생자필멸이라지만 산 자들은...

    Date2016.07.22 Views1439 Votes0
    Read More
  8. 오늘, 정말 그 아이가 보고싶다.

    Date2016.07.18 Views1937 Votes1
    Read More
  9. 광표가 찍은 2001.6.17의 사진들

    Date2016.05.24 Views1521 Votes0
    Read More
  10. 두 제니의 만남

    Date2016.04.25 Views2290 Votes0
    Read More
  11. 오해^^

    Date2006.04.26 Views5065 Votes0
    Read More
  12. 어제 일요일에 그곳에 갔다.

    Date2006.04.17 Views4318 Votes0
    Read More
  13. 잠든 연이를 옮기고...

    Date2006.03.27 Views4197 Votes0
    Read More
  14. 오늘, 지연이 생일

    Date2006.02.02 Views2849 Votes0
    Read More
  15. 해 줄 수 없는 일

    Date2005.10.17 Views4199 Votes0
    Read More
  16. 언제나 그렇듯이 특별한 날엔...

    Date2005.07.22 Views4302 Votes0
    Read More
  17. [고성애] '어느 뉴펀들랜드 개의 묘비명'을 보며...

    Date2004.08.05 Views5523 Votes0
    Read More
  18. 혜성처럼...

    Date2004.06.14 Views8711 Votes0
    Read More
  19. 오늘, 4월 22일 우리의 결혼 기념일

    Date2004.04.22 Views8296 Votes0
    Read More
  20. 살다 보면 후회도 있다.

    Date2004.03.15 Views5006 Votes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Next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