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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벌써 15년 전 일이구나!

 

당시에 오래 일한 IBM에서 나와 한 IT 벤처업계의 사장으로 일하며 나와 친하게 지낸 동생 광표가 찍은 사진들이다.

(광표는 졍형외과 전문의로 잘 알려진 은승표 박사의 친형으로 현재는 IT 업계를 떠나 그의 가장 사랑하는 취미이던 와인 테이스팅을 직업으로 삼아버렸다. 현재는 청담동에서 까사델비노 와인 바를 운영한다.)

 

15-year-passed.png

 

지금은 미사리 보금자리주택 개발로 그 흔적조차 사라진 경기도 황산의 우리 종중 묘역 한 귀퉁이.

2001.6.17에 다섯 사람과 (지금은 나이가 들어 먼저 간, 지연이가 좋아하던) 강아지 나리가 한 소나무 앞에 있었다.

집사람, 나, 동생 윤세욱, 그리고 잠을 못 자 하품만 하던 지연이 동생 현근이, 그리고 사진을 찍고 있는 광표.

 

KakaoTalk_20160524_122341757.jpg

- 그저 망연자실하고 침통한 표정으로...

 

KakaoTalk_20160524_122358165.jpg

 

KakaoTalk_20160524_122419095.jpg

-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아 조화조차 못 받아본 애를 위해 세욱이와 광표가 조화 두 개를 마련해 왔다. 하난 집에 두고, 저 꽃다발을 가져왔다. 그 옆엔 그 부근에 살던 사촌형수가 꺾어다 놨다는 들꽃이 마른 채로 놓여있었다.

 

KakaoTalk_20160524_122443466.jpg

- 뭐라 더 할 말이 있었겠으며, 무슨 얘기를 할 게 있었겠는가?

 

KakaoTalk_20160524_122539556.jpg

- 집사람은 지연이가 좋아하던 체리를 한 상자 가득 담아왔었다. 그래봤자 그건 살아남은 자들의 양식이 되었을 뿐이다.

 

벌써 15년이란 짧지 않은 세월이 흘렀구나.

생각만으로도 몸이 얼어붙거나 숨이 안 쉬어 지던 때로부터

생각지도 않은 울음이 터져나와 스스로 당황하던 때를 거쳐,

비교적 안정된 마음으로 살다가 가끔 아픈 기억을 뗘올리던 때를 거쳐,

계속 잊고 살다가, 어쩌다 한 번 떠올리고 잊고 산 걸 그 애에게 미안해 하는 지금에 이르렀다.

 

그렇게 1년, 3년, 5년, 1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생긴 변화들에 감사하면서

아직도 아이를 앞세운 아버지는 꾸역꾸역 억지로 음식을 먹듯,

재미없는 세상을 살아간다.

그래도 죽을 수는 없기에 사는 동안은 열심히 살아야한다면서...

그렇게 산다.

 

그래도 얼마나 좋아졌는가?

이렇게 다시 숨겼던 마음을 표현하는 글도 쓰고...

 

 

- "형님, 둘째 딸 제니와 함께 언제 저녁식사라도 한 번 해요."

 

그렇게 얘기했던 광표가 어제 다음 주 중에 날짜를 정해 알려달라고 했고,

오늘 아침 느닷없이 전에 자기가 찍은 사진아라면서 위의 사진들을 보내온 것이다.

당연히 나도 처음 보는 사진들...

 

 


  • profile
    홍현무 2016.05.24 17:08
    아버지의 마음이 읽혀지는 글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어설픈 위로를 드리기엔 제가 상상하기도 힘든 슬픔인지라 늘 조심스럽습니다.
  • profile
    박순백 2016.05.24 17:37
    뭐 요즘은 오래 전의 일이라 전 같지 않아서 괜찮아요.^^
    사람이 그렇게 모진 거더라구요.
    그리고 세월이 슬픔을 가라앉히는 걸 넘어 잊어버리게 만드는 힘을 가진 거라....
  • profile
    강정선 2016.05.25 22:28

    저도 아직 그렇게 큰 슬픔을 겪어보지 않았기에 뭐라고...
    세월이 약이라고 두 분 누구보다 잘 살고 계시니...
     
    그러고 보니 저도 광표 와인바 가 본 지도 오래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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