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제니의 만남

by Dr.Spark posted Apr 2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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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 맘때 즈음일 거다.

퇴촌 블루베리농장의 젊은 사장님, 임창환 선생이 카카오톡으로 내게 꽃사진을 하나 보냈다.

"꽃이 이쁘게 피어서 보내드립니다.

꽃이 아주 화사하게 피어있으니 한 번 들러보세요."라는 메시지도 함께 남겼었다.

 

홍철쭉이 예쁘게 피어있던 날 http://goo.gl/qsi9D6

 

작년엔 미사지구 아파트 촌이 들어서게 되어 우리 가문의 (경기도 하남시) 황산 묘역을 이미 여주로 옮겨 공사를 하고 있었다.

황산 묘역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것이 우리 친척 일가의 묘들이었다.

우리 큰 아버님 두 분과 우리 부모님, 그리고 큰 댁 형들이 그곳 묘역에 잠들어 계셨다.

그리고 그 한 구석에 봉분도 없이 우리 딸 지연이의 화장을 한 골분이 묻혀있었다.

걔가 그 묘역에 있다는 걸 아는 친척조차도 없었다.(나중에 사촌 형님과 형수님만 알게 되셨다.)

그걸 아는 사람은 지금은 캐나다로 이민간 윤세욱이, 그리고 까사델비노의 은광표 사장 두 사람 뿐이었다.

걔네들이야말로 내가 그런 말도 안 되는 비극을 경험했을 때 큰 위안이 되어준 사람들이다.

 

연이가 받은 첫 번째 꽃 http://goo.gl/1rydFr

 

그 외에 수입자동차협회의 윤대성 전무님 같은 분도 계셨었다.

집사람과 나는 그 자리를 표시하기 위하여 그 위에 영산홍 꽃을 한 그루 가져다 심었었다. 

 

황산 묘역의 이전에 즈음하여 집사람과 나는 그 꽃을 일단 퇴촌 블루베리농장의 한 켠으로 옮겼었다.

농장 주차장 부근에 심었던 그 꽃은 나중에 농장 입구 왼편으로 다시 옮겨졌다.

아래 사진은 오늘 그 농장에서 날아온 것이다.

아직 꽃이 활짝 피지는 않았고, 봉우리들이 꽤 많은 듯하다.

2~3일 후면 다 피리란다.

그 꽃 아래 핑크색 꽃잔디는 작년에 없던 것인데 그걸 또 심어주셨나 보다.

 

photo_2016-04-25_18-49-53.jpg

 

작년에 한라이드(HanRide) 동호회원들이 분원리 라이딩을 간 적이 있다.

광복절 휴일의 한여름이었다.

그 때 집사람이 회원들 모두에게 블루베리를 원 없이 먹게 해주자는 의견을 냈고, 나도 동의했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모두가 귀하게 생각하는 블루베리를 원껏, 더 먹을 수 없을 만큼 먹었고, 한 박스씩 선물까지 받았다.

 

2015-08-15(토) 분원리 일주 라이딩 - 1 http://goo.gl/v8Xew3

2015-08-15(토) 분원리 일주 라이딩 - 2 http://goo.gl/cXUhY7

 

그 때 나만 혼자 생각한 게 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두 제니(Jenny)가 만나게 해주자는 것.

그 중 한 제니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자전거를 타고 그 농장에 왔고, 원래 좋아하던 블루베리를 먹으며 즐거워했다.

난 아무 말도 않고, 블루베리 농장에 온 기념사진을 찍자고 하고, Jenny Sim을 (당시엔 꽃이 진 지 오래인) 영산홍 옆으로 데리고 갔다.

거기서 사진을 찍었다.

왜 거기서 사진을 찍어야하는지 모르는 제니에게 꽃이 예뻐서라고 했다.

그렇게 사진을 찍고 있는데 제니가 왜 거기서 사진을 찍는가를 스스로 알아버렸다.

 

어제 일요일에 그곳에 갔다.(2006.04.17) http://goo.gl/KZLvRH

 

그 꽃이 위 링크에 있는 그 꽃임을 알아버린 것이다.

채원이가 당황해서 울음을 터뜨렸고, 나도 당황해 버렸다.

 

two-jennys-3.jpg

- 두 제니.

 

그래서 이 사진들은 위의 한라이드 라이딩 후기엔 포함되지 않았다.

나도 오늘 농장에서 날아온 저 꽃 사진을 보다가 이 사진을 기억해 냈다.

 

two-jennys-2.jpg

 

내가 흘려야할 눈물을 채원이가 흘려주고 있었다.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나 내가 흘려야할 눈물이 다 말라버린 시점에서...

그 때까지는 걔가 내 딸과 같은 이름을 가진 애였다.

그 날 이후에  걔는 내 둘째딸이 되었다. 

채원이는 행복하게, 오래 살기 바란다.

자신이 원하던 바를 다 이루기 바란다.

내가 작은 힘이 되어 줄 수 있다면 그래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