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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5 20:32

두 제니의 만남

조회 수 1379 추천 수 0 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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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 맘때 즈음일 거다.

퇴촌 블루베리농장의 젊은 사장님, 임창환 선생이 카카오톡으로 내게 꽃사진을 하나 보냈다.

"꽃이 이쁘게 피어서 보내드립니다.

꽃이 아주 화사하게 피어있으니 한 번 들러보세요."라는 메시지도 함께 남겼었다.

 

홍철쭉이 예쁘게 피어있던 날 http://goo.gl/qsi9D6

 

작년엔 미사지구 아파트 촌이 들어서게 되어 우리 가문의 (경기도 하남시) 황산 묘역을 이미 여주로 옮겨 공사를 하고 있었다.

황산 묘역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것이 우리 친척 일가의 묘들이었다.

우리 큰 아버님 두 분과 우리 부모님, 그리고 큰 댁 형들이 그곳 묘역에 잠들어 계셨다.

그리고 그 한 구석에 봉분도 없이 우리 딸 지연이의 화장을 한 골분이 묻혀있었다.

걔가 그 묘역에 있다는 걸 아는 친척조차도 없었다.(나중에 사촌 형님과 형수님만 알게 되셨다.)

그걸 아는 사람은 지금은 캐나다로 이민간 윤세욱이, 그리고 까사델비노의 은광표 사장 두 사람 뿐이었다.

걔네들이야말로 내가 그런 말도 안 되는 비극을 경험했을 때 큰 위안이 되어준 사람들이다.

 

연이가 받은 첫 번째 꽃 http://goo.gl/1rydFr

 

그 외에 수입자동차협회의 윤대성 전무님 같은 분도 계셨었다.

집사람과 나는 그 자리를 표시하기 위하여 그 위에 영산홍 꽃을 한 그루 가져다 심었었다. 

 

황산 묘역의 이전에 즈음하여 집사람과 나는 그 꽃을 일단 퇴촌 블루베리농장의 한 켠으로 옮겼었다.

농장 주차장 부근에 심었던 그 꽃은 나중에 농장 입구 왼편으로 다시 옮겨졌다.

아래 사진은 오늘 그 농장에서 날아온 것이다.

아직 꽃이 활짝 피지는 않았고, 봉우리들이 꽤 많은 듯하다.

2~3일 후면 다 피리란다.

그 꽃 아래 핑크색 꽃잔디는 작년에 없던 것인데 그걸 또 심어주셨나 보다.

 

photo_2016-04-25_18-49-53.jpg

 

작년에 한라이드(HanRide) 동호회원들이 분원리 라이딩을 간 적이 있다.

광복절 휴일의 한여름이었다.

그 때 집사람이 회원들 모두에게 블루베리를 원 없이 먹게 해주자는 의견을 냈고, 나도 동의했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모두가 귀하게 생각하는 블루베리를 원껏, 더 먹을 수 없을 만큼 먹었고, 한 박스씩 선물까지 받았다.

 

2015-08-15(토) 분원리 일주 라이딩 - 1 http://goo.gl/v8Xew3

2015-08-15(토) 분원리 일주 라이딩 - 2 http://goo.gl/cXUhY7

 

그 때 나만 혼자 생각한 게 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두 제니(Jenny)가 만나게 해주자는 것.

그 중 한 제니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자전거를 타고 그 농장에 왔고, 원래 좋아하던 블루베리를 먹으며 즐거워했다.

난 아무 말도 않고, 블루베리 농장에 온 기념사진을 찍자고 하고, Jenny Sim을 (당시엔 꽃이 진 지 오래인) 영산홍 옆으로 데리고 갔다.

거기서 사진을 찍었다.

왜 거기서 사진을 찍어야하는지 모르는 제니에게 꽃이 예뻐서라고 했다.

그렇게 사진을 찍고 있는데 제니가 왜 거기서 사진을 찍는가를 스스로 알아버렸다.

 

어제 일요일에 그곳에 갔다.(2006.04.17) http://goo.gl/KZLvRH

 

그 꽃이 위 링크에 있는 그 꽃임을 알아버린 것이다.

채원이가 당황해서 울음을 터뜨렸고, 나도 당황해 버렸다.

 

two-jennys-3.jpg

- 두 제니.

 

그래서 이 사진들은 위의 한라이드 라이딩 후기엔 포함되지 않았다.

나도 오늘 농장에서 날아온 저 꽃 사진을 보다가 이 사진을 기억해 냈다.

 

two-jennys-2.jpg

 

내가 흘려야할 눈물을 채원이가 흘려주고 있었다.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나 내가 흘려야할 눈물이 다 말라버린 시점에서...

그 때까지는 걔가 내 딸과 같은 이름을 가진 애였다.

그 날 이후에  걔는 내 둘째딸이 되었다. 

채원이는 행복하게, 오래 살기 바란다.

자신이 원하던 바를 다 이루기 바란다.

내가 작은 힘이 되어 줄 수 있다면 그래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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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순식 2016.04.25 21:39

    아부지. 제니가 제니 만큼 잘 하잖아요. 아부지 주변에서 더 잘 할 거에요. 제니가 잘 할 거에요.... T.T

  • profile
    박순백 2016.04.26 22:09 Files첨부 (1)

    그래. 이미 잘 하고 있어. IT의 문외한인 걔가 내 조언에 따라 네이버 웍스모바일에 들어간 준 것이 벌써 효도(?)를 한 셈이고... 드림위즈 초창기 시절에 우리 지연이를 위해 네가 해 준 많은 고마운 일들을 내가 잘 기억한다.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_MG_0001.JPG

     

     

    초당 서재에 놓인 이 기념품을 보면 항상 즐겁단다.^^ 대견한 제니.

     

  • profile
    장혜인 2016.04.26 02:15
    두 분의 뜻 깊은 인연, 항상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있어요.
    박사님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 profile
    박순백 2016.04.26 22:11
    고마워. 지난 겨울에 스키를 타면서 너랑 내가 리프트에서 꽤 많은 얘기를 했었는데...^^
    그런 너의 응원이 내게 큰 힘이 되었다.

    이번에 웅진에서 있었던 KSIA 레벨1 시험에서 합격한 걸 축하한다.^^ 16/17 시즌에는 준지도자(레벨2)로 성장하길...
    우리 천마산 패밀리 화이팅!!!^^
  • profile
    문종현 2016.04.26 11:56

    글을 읽고 마음이 짠해집니다.
    작년 그 날에 함께 라이딩했었는데..함께한 멤버로서..
    전 아무 것도 모르고 그저 즐기다 왔음에 왠지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두 분 또다른 인연으로 오래도록 함께 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 profile
    박순백 2016.04.26 22:13
    미안하고 죄송하다니요?ㅋ 집사람과 제가 라이딩 차 분원리에 간 바람에 거길 가보고 싶었던 것 뿐이고, 거기 간 길에 블루베리 맛을 보자고 했던 것인 걸요.^^
  • profile
    박용호 2016.04.26 12:05
    글을 일부러 안 보려고 했는데도 안 볼 수가 없어요. 본능적으로 읽게 됩니다. ㅠ.ㅠ.
  • profile
    박순백 2016.04.26 22:15
    그래, 고마워. 넌 항상 내 편이잖아.
    그게 큰 위로가 되지 내겐...
    언제까지나...
  • profile
    한상률 2016.04.26 14:11
    하아....T_T
  • profile
    박순백 2016.04.26 22:39
    넌 왜 한숨을...-_-

    내가 전에 쓴 글에도 있지만, 나도 모르는 한숨이 나오는 경우가 있었지. 이젠 그러지 않지만...

    먼저 간 아이를 생각하면 그 생각에 빠져 숨이 안 쉬어지니 한참 그러고 있다가 허겁지겁 숨을 들여쉬고는 그걸 내뱉어 나오는 한숨의 시간들이... 근데 그게 나도 모르게 표현되는 사랑이었던 것 같고, 이젠 그 아이를 잊고 지내다 어쩌다 생각이 나서 잊고 산 걸 그 애에게 미안해 하니...

    둘째딸을 만나기 전까지는 아주 지연이를 잊고 살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싶을 정도였었는데... 이젠 다시 가끔 그 애를 생각하곤 하지.
  • profile
    강대일 2016.04.26 14:32

    코끝이 찡해집니다.
    그날 이런 일이 있었는 줄도 모르고 블루베리 먹느라고 정신이 없었군요.

  • profile
    박순백 2016.04.26 22:17
    오히려 함께 간 분들이 거기서 즐거워하여 저나 집사람이 아주 기뻤었습니다.
    제가 괜히 두 제니의 사진을 찍는다는 엉뚱한 발상을 하는 바람에 채원이를 울게 해서 그게 맘에 걸렸던 날이지요.
    올해도 블루베리가 익으면 거기 한 번 가야할 듯합니다.
    이번엔 남종보건소에 차를 제대로 세워놓고, 분원리를 거쳐 퇴촌 블루베리농장에 들렀다가 다시 보건소에서 만나 헤어지는 걸로...^^
  • ?
    윤철수 2016.04.26 18:31

    딸내미 미울 때마다 박사님 생각을 합니다. 얼마나 소중한 딸인지..다시 한 번 리마인드합니다.
    박사님 둘째딸은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할 겁니다.

  • profile
    박순백 2016.04.26 22:20

    예, 딸내미들은 아빠와 비슷하죠. 아들들은 희한하게도 엄마편이고...ㅋ
    소중한 딸, 잘 위해주어야죠.
    더 잘 하라고 야단지지도 말고, 그냥 무작정 믿고 사랑으로 밀어주면 다 잘 합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믿음으로 성장하는 거지요.

     

     둘째딸이 말씀 대로 건강하면 좋겠습니다. 걔가 알고보니 아주 강골은 아니더라구요.^^

     

     

  • profile
    나형석 2016.04.26 22:16
    이쁜 둘째딸 오래 곁에 두고 보세요.
  • profile
    박순백 2016.04.26 22:21
    오래 두고 보긴 힘들 듯합니다.^^;
    딸내미들은 시집 가면 그만이니...
    그리고 딸 결혼식엔 못 가죠. 남자가 울면 안 되니까...
  • profile
    홍현무 2016.04.27 07:19

    오랫만에 이 게시판에서 글을 읽는 것 같습니다.
    세월은 정말 어찌나 빠르게 흘러가는지, 이 게시판에서 슬픈 소식을 들었던 게 어언 십년도 훌쩍 넘은 일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둘째따님과 좋은 인연 축하드리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 profile
    박순백 2016.04.27 10:50
    그래 세월은 시위를 떠난 화살과도 같은 거지.
    흘러간 세월을 생각하면 그 모든 날들이 압축되어 있으니 빠르게 느껴지기도 하고...
    네가 그 소식을 들었던 사람 중 하나로구나.
    그러고 보니 우리가 꽤 오랜 인연이네. 인라인 시절부터로의 인연이니... 너의 변화된
    삶을 너의 글들을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응원하고 있다.
    잘 헤쳐나가라. 그런 너의 삶을 지원하는 네 집사람이 참 대단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곤
    한단다.^^
  • profile
    홍현무 2016.04.27 11:21
    제가 잡인라인을 가입하기 훨씬 이전 인라인을 처음 시작하던 때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형님을 보면서 롤모델처럼 생각하고 따라왔으니 정말로 오랜 인연 같습니다.
    보내주시는 응원 감사히 받아들여서 더 좋은 모습으로 사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profile
    윤세욱 2016.04.27 14:32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그렇더라도 형님 슬픔이 줄었겠습니까.
    그저,
    다른 슬픔에 깎여 둥그렇게 되었을 뿐일 겁니다.

    건강 살피십시오.
  • profile
    박순백 2016.04.27 14:40
    아니, 그런 건 아닌 듯.
    잃은 후에 머리속에서 많은 걸 잊어버렸지.ㅋ
    어떤 건 나 스스로가 신기할 정도로 완전히 기억의 심연으로 사라져,
    이곳에 쓴 글을 다시 읽어보고서야 '그런 일이 있었나?'하는 생각을 하기도...
    그렇게 사람을 살게 되어 있더라고...
    슬픔 자체가 줄어들어 버린 거지.
  • ?
    김명준 2016.05.04 22:17
    형님을 제가 온라인에서 처음 알고 난 얼마 후에 지연이가 떠났더랬지요. 그 후로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전 지금도 형님께 제 딸래미 얘기를 할 때는 조심스러워지곤 합니다...
    실은 지난 주 목요일 아버님께서 갑자기 세상을 뜨셔서 미국에서 황급히 들어와 지난 일요일 발인을 하고 아버님을 모셨습니다. 어제 삼우제를 지내고 내일 새벽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형님 싸이트에 들어왔다가 지연이에 대한 글을 읽고 이렇게 댓글로나마 형님께 보고를 드립니다. 황망하고 미국에서 급히 들어오느라 경황이 없어 형님께 미쳐 연락드리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나중에 다시 꾸지람을 듣겠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
  • profile
    박순백 2016.05.05 09:44
    그 얘길 세욱이로부터 전해 듣고 내가 네게 카톡을 보냈는데 그걸 알고도 답도 안 하고...ㅠㅠ 그래서 문상도 못 하게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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