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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제목 : 오늘, 4월 22일 우리의 결혼 기념일 / 박순백 - 2004-04-22 09:09:08  조회 : 7463 


참으로
오랜 세월.
아무리 생각해도
짧지는 않은 세월동안
함께 살아왔다.

살다 보면
기쁜 일도
슬픈 일도
그냥 덤덤히 보낼 일도
있지만,
우린 둘다
평범치는 않은 사람들이라
모든 게 쉽지 않을 수도 있었으련만...

하지만 어려움 없이 살아왔다.

이제 대략 우리가 함께 살아온 세월 만큼
더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건강이 받혀 준다면 말이다.
나이듦을 매년 새록새록 느끼는 이 상황을 생각한다면
그도 쉽지는 않은 일이 아닐까?

살다 보면 기쁜 일은 잘 잊혀 지는 것 같다.
하지만 슬픈 일은 항상 안고 살게 된다.
그렇게 오랜 세월 정화시켜야하는 게 슬픔이라면
안고 가야지.

살다 보면 지금까지와 같이
기쁜 날도 많으리라.
하지만 더 슬픈 일도 있을 수 있음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고 살아야지.
그런데 길들어 가는 게,
그렇게 나이들어 가는 게 우리의 인생이 아닌가?

참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온 우리.
그 사실이 스스로 대견스러운 나.
고맙단 말을 내뱉어야 고마운 것이랴?
그런 느낌만 있으면 되지.
하지만 그런 느낌이 표현되지 않으면
그런 느낌의 존재조차 부정된다는 것도
알게 된 나이.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표현해야한다.
'아, 점심이라도 함께 먹고,
가까운 백화점에 가서 옷이라도 하나 사 줄까?'


내 스스로는 생일도 못 챙기던 사람이라
내가 결혼 기념일을 잊어
집사람에게 한 번 구박당한 걸 본 후,
이 날은 몇 년 동안이나 그 애가 챙겨주던 날이다.
오늘이 바로 그날...

바로 오늘 아침,
"아빠, 알지?
오늘..."
이렇게 조그만 소리로,
살짝 미소띄우며
그 애가 출근하는 내게 얘기했을 날이다.

그럼 언제나 그랬듯이
"어, 그래? 허... 알았다."하고
사려 깊은 딸내미를 대견해 하며
집을 나섰을 오늘.

그런 일도 없이
사무실에 이른 날이다.

그 애가 없으니 할 수 없이
내 스스로 챙기게 된다.

그 게 아쉬운 일이다.
챙겨줄 사람을 잃은 게 아쉬운 게 아니라,
그런 사람을 다시 볼 수 없다는 게 아쉬운 거다.

다시 만나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살 수 있다면...
하지만 여전히 그 게 믿어지지 않아
가슴아픈, 그런 날이다.
오늘이다.

 

From : 211.45.66.133

 

 

 

 

한기환 결혼기념일 축하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십시요... 2004/04/22 11:3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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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훈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좋은 시간 보내셨기를.. 2004/04/23 06:5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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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근 특별한 날은 또다시 지연이로부터 시작되는 서러운 날인가봅니다. 이승의 인연은 다하였다고 하지만 언젠가 기쁨으로 만날날이 있겠지요. 특별한 날이지만 특별하게 보내지 못하실것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늘 건강 하십시요... 2004/04/23 07:26:57
61.74.140.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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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상 결혼기념일 축하드립니다. 저도 다음주가 결혼 10주년이 되는 날이랍니다. 집사람이 원하는 것은 다 들어주고 싶습니다. ^^ 여행을 가자고 하니, 아이들때문에 어렵고,, 그새 10년이 금방갔더군요.. 축하드리고, 제 집사람에게는 카본부츠라도 선물해봐야 겠습니다.^^ 저희 집에 다섯 식구가 인라인 부츠가 애들꺼까지 포함 6개인데.. 또사야 할지^^ 후후 결혼 10년동안 스케이트도 늘어만 가네요^^ 건강하십시오. 2004/04/23 13:5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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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 결혼 기념일 축하 드립니다.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2004/04/23 13:5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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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오 이제 100일 조금 넘은 딸래미가 있습니다. 박순백박사님의 이 이야기를 알고 있었지만 예전에 느낌과 아이가 생긴 이후 느낌은 아주 다르네요. 사무실에서 보고 하마터면 눈물이 날뻔 했습니다. 잠투정이 심한 아이 때문에 잠을 설쳐서 오전내내 피곤했는데 제가 많이 행복하다는 생각을 깊게 하게 되었습니다. 지연씨가 좋은 곳에서 행복하기를 다시 한번 기원하겠습니다. 2004/04/23 13:5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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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규 축하와 위로를 동시에 드릴 땐 어떤 걸 먼저 드려야 할까요? 글 쓰신 순서대로 '축하'먼저 드릴랍니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니... 글구, 오늘이 '결혼기념일'이라..... 주인공은 당연 '사모님'입니다. 따님생각은 접어두셨다가 내일 하십시오.^^ 그래야 사모님이 더욱 즐거우실 겝니다.
"Skate now, work later~~" → "Enjoy today, think tomorrow^^~~"
2004/04/23 14: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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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환 우연히 따님의 사진을 보고, 게시판 구석구석을 다녔습니다. 휴~ 지금 저는 두아이의 아빠입니다. 아들,딸 이렇게요. 딸아이의 이름은 민주입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셋째이기도 하고요. 두 아이의 누이가 있었습니다. 백성민 주인주, 민주라고 불리었던 첫째아이. 그런 첫째녀석은 뭐가 그렇게 급한지 하늘나라 천사가 되었고, 셋째는 태어나면서 심장병때문에, 또 심장이 아닌 신장때문에 제 곁을 떠나려고 했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2004/04/23 14: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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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환 셋째녀석에게 첫째아이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주었습니다. 셋째녀석은 생후 40일만에 응급수술후에 지금은 병원의사가 놀랄정도로 건강해져있는 상태입니다. 박사님의 글을 읽고 한동안 눈시울이 시큰거렸습니다. 애도하는 입장보다는 예전 생각이 다시 뇌리를 스치는 이유때문이겠지요. 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호합니다만, 그냥 무엔가의 글을 적어야겠다는 생각이 사로 잡혀서 글 적습니다. 혹시 소주드십니까? 갑자기 술한잔이 생각납니다.(춘천에서 민주아빠 권용환배상) 2004/04/23 14:2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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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훈 결혼기념일 축하드립니다. 매번 이곳에서 박사님의 글을 읽을때마다 가슴한곳이 찡해오는것을 느낍니다. 가족과 함께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2004/04/23 17:3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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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훈 에궁~! 완존히 뒷북이네요 ㅡㅡ;;; 내용에 신경쓰다가 그만...죄송합니다.(그래도 가슴이 찡한건 여전합니다^^) 2004/04/23 17:5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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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회 저는 남편의 십계명 중 제6계명을 못지켜서 많이도 당했습니다^^ 2004/04/25 18:5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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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미 제가 '2'를 세개나 갖구있어서인지 왠지 '2'가 들어가는 날짜에는 한번더 눈이가고 마음이 짠해집니다. 건강하세요 박사님,코사님. 2004/05/17 18: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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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 제가 가장좋아하는 영문장 "god bless you"항상 축복이 있으세요 2004/05/24 18:2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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