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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제목 : 언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박순백 - 2003-06-13 09:53:00  조회 : 7515 


언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이 억겁(億劫)의 세월을 통해 반복된 탄생과 죽음의 굴레 속에
이 시대, 이 시간에 난 다시 널 생각한다.
많은 이들의 뇌리에 이제
효순이와 미선이의 아픈 죽음으로 기억될 날인데,
그래도 내게야 네가 떠난 날로 기억될 날이다.
어제 내내 추적대며 내리던 비가
오늘 아침까지 지속되지 않길 빌었었지.
네가 떠나던 날 아침에 비가 왔었기에...
출근하기 전에 세수를 하며,
2년 전 그날,
네가 떠나는 시간이 다가오는 줄도 모르고
언제나처럼 그렇게,
별 생각 없이 출근했었다는 기억에
잠시의 허탈한 웃음.
다행히 아침엔 날이 맑아
운전하며 그 날의 어두침침한 기억을
돌이키지 않아도 좋았다.
출근하며 “로마의 휴일”의 남우(男優) 그레고리 펙이
세상을 떠났다는 라디오 뉴스를 들었다.
‘그래 누구나 떠나는 것.’
뻔한 그런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고...
‘우리가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고 다시 생각해 봤다.
언제 다시 널 볼 수 있을까?
이 생에서의 모습으로 널 다시 볼 수 없으리란 걸
벌써 오래 전에 결론지었지만,
그래도 왠지 그게 아쉬워 하릴없는 그런 생각을 했다.
삶이 무엇이랴?
죽음이 무엇이랴?
겨우 인간은 백만 년전에 생겨났을 뿐인데...
그 이후 인간이 인간답게 산 건 겨우 몇 천 년에 지나지 않는데...
백 년을 사는 사람이 거의 없고,
지금 우리와 함께 하는 누구나 백 년 후에는 이 세상에 없을 텐데...
그렇게 언젠가는 이곳을 떠나
예전 우리의 모습처럼 다시 흙으로 돌아가
이 지구의 일부가 될 텐데...
그러다가 다시 아주아주 오랜 세월이 흘러
팽창하는 태양에게 우리 지구가 삼켜질 때,
우린 다시 아주 오래 전에 그랬듯이
우주의 이쪽 한 켠에 흐르던 개스 운(雲)으로 변해
다시 팽창하는 우주의 또다른 소재가 될 텐데...
그 때 무슨 슬픔이 있으랴,
그 때 이 우주에 한 때 존재했던 은하계, 태양계,
그 속의 조그만 행성 지구상에 존재했던
생명체에 대한 기억이나 있으랴?
그 많은 생명체 중에 딸을 잃고 울던 아빠를 기억하는
어떤 존재가 있으랴?
그러니 이런 슬픔은 억겁의 우주 속에서
티끌 같은 존재의 슬픔.
정말 찰나(刹那)에 지나지 않을 시간 속에서 가지는
우리의 슬픔이란 정신적 사치가 아니랴?
오랜 세월 후 이 무한한 우주에 떠도는 먼지가 되더라도
너를 이뤘던,
나를 이뤘던,
네 엄마를 이뤘던,
네 동생을 이뤘던
그 먼지나 개스들이라도 한데 뒤엉켜
그게 흙이 되건, 돌이 되건, 구름이 되건, 물이 되건
영원히 살아남을 이 우주 속에 존재하기를...

jenny-galaxy.jpg


아주 먼 훗날
우리가 이 광대무변(廣大無邊)의 우주 속 어디에서 있건
그 땐 한 때의 정신적인 존재,
사랑과 슬픔과 삶의 소중함을 알던 존재,
그리고 가족의 소중함을 알았던 존재란 사실조차 무의미하겠으나...
네 아빠인 난 다시 흙이 되기 전까지 널 기억할 거다.
네 엄마나, 네 동생이나 같은 슬픔의 깊이로 널 기억할 거다.
우리 언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그 끝없는 의문에 앞서
의미 없이 우주를 떠돌던 먼지들이 지구를 이루고,
지구 역사의 으스름한 저녁에 태어난 인간의 무리가 되어
생명을 이루고, 가족을 이루고,
그 의미있었던 우리의 삶이 시작되고,
너와 함께 길다면 긴, 짧다면 짧은 스무 해를 함께 했었던
좋은 기억을 가졌으니...
언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건
그것으로 족하다.
우리 살아생전에 기억될 그 많은
아름다운 추억들만으로도 족하다.

- 지연이 2주기에 아빠가...

 

From : 211.45.66.133

 

 

 

 

박재화 'My Lovely Jenny' 게시판이 생긴지 얼마지나지 않았을 때 이곳을 알게 되어 참 많은 눈물을 삼켜야 했습니다.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지연양이 편안하고 좋은 곳에서 가족과 함께 한 시간들을 추억하고 있을겁니다. 저도 오늘 하루는 차분히 지내렵니다. 2003/06/13 10:2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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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인태 매번 'My Lovely Jenny' 게시판에 가볼때 마다 '아버지' 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가슴 뭉클함에 무언가 한 마디를 남기고 싶지만 박사님 가슴 아프게 할것 같아 자제만 해왔는데... 또 가슴 한 켠이 저려 오네요. 2003/06/13 10:5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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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규 박사님 힘내세요. 2003/06/13 12: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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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희 아름다웠던 그 사람, 아버지의 사랑은 그 사람을 계속 아름답게 합니다. 2003/06/13 12: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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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규 흙이 되기 까지 기억하시고, 흙이 되어 가며 다시 만날 겁니다. 다시 만날 기다림이 있기에 지금 슬퍼도 참을 수 있습니다. 힘내시구요. 2003/06/13 12:3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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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경 박사님보다도 코사님의 마음이 ... 2003/06/13 13:4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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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재문 곁에는 없지만 항상 두분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겠네요,,,,,,두분힘네세요 2003/06/13 14:5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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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학석 제 나이 이제 32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지만, 갖 100전에 아버님을 마음에 묻어야 했던 불효자 입니다. 학교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제 손을 끌고 겨울이면 스케이트장을 찾아 스케이트 기술들을 가르쳐 주시던 아버지 이제는 인라인을 타며 아버지와 함께 하던 그 시간을 추억 해봅니다. 아버지의 스케이트는 아직 없애질 못했네요. 언제쯤 저도 잊을 수 있을지 박사님도 기운 내시고요. 저도 파이팅... 오늘 열심히 달려 볼랍니다. 2003/06/13 17: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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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하 저희 부모님도 형 보내고서 건강도 그렇고 삶의 의지도 그렇고 많이 잃어버리셨죠. 부모님을 떠나보낸 자식보다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님의 그 마음은 부모가 되지 않는 이상 느껴볼 수 없는 아픔일꺼라고 하시네요. 두분 늘 밝게 생활하시는 거 보면 정말 대단하시다란 생각밖에 안듭니다. 앞으로도 늘 따님께서 박사님과 로사님 그리고 멋진 아드님 보며 하늘에서 자랑스러워 하실수 있게 열심히 살아주세요. 다시 한번 힘내시고요, 전 5월 14일 로즈데이가 아버지 기일인데 제는 13일에 지냅니다. 날짜가 비슷해서 놀랐습니다. 어린놈이 감히 박사님께 이런 말씀드려서 무척이나 죄송합니다-_-; 2003/06/14 01: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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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철 어제였군요... 2003/06/14 07: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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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원 저도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아 길러본다 한들 박사님의 심정을 10/1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요...? 박사님 부부의 남은 인생 여정이 따님의 추억과 함께 건강하고 행복하기 만을 바랄 뿐 입니다! 2003/06/14 11: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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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익 My Lovely Jenny 게시판의 모든 글들을 4시간에 읽는 동안 6번 화장실에 달려갔습니다.화장실까지 많은 사람들과 많은 민원(관공서입니다.)들 사이로 달려 세수를 하며 울었죠.6월8일 광주에서 동호회 부스가 있는 공터(?)에서 촬영하시는 분을 봤죠.. 아~~ 그분이구나!!친구와 통화중.. 그냥 통화를 끊고 달려가 웃으면 악수를 청했던...... 그리고 카메라폰으로 박사님을 담았던 덩치 큰놈.머 어린놈이라 할 말이라곤.... ^0^ 박사님 파이팅! 앗!! 퇴근시간이다... 2003/06/14 13: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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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영규 안녕하세요`(--)(__)전 현근이 학교 동아리선배임니다`우연히 여길 들어와보게되엇네여`--;;아버님 힘내시구요`현근이자 누나못까지 잘할거라구 믿구잇슴니다` 그럼...담에 기회가 되면 찾아뵙겟슴니다` 2003/06/24 20: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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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두호 겨울 외엔 변변한 인사한번 못 드립니다. 저야 이곳에 자주 들리니 박사님을 자주 만나 항상 가까운 형님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도 한참이나 되어 들어온 따님의 방엔 아직도 묻지 못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그냥 그대로군요. 어쩌지 못하는 사람들 틈에서 조금은 잔잔하게 변한 박사님 마음을 전해 받고 이렇게 댓 글이라도 남깁니다. 2003/07/10 18:3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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