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봉 조부근이, 아주 나쁜 놈
별 이상한 놈도 다 있다.
별 희한한 놈도 다 있다.
염화시중의 미소라더니
감정이입에 난 놈이 있다더니
이 놈이 그런 놈이다.
조부근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직도 얼마나 많은데,
쓰고 싶은 게 얼마나 많은데...
근데도
꾹꾹 참고 이날까지 버티는 걸
은근히 자랑처럼 생각해 왔는데,
오늘은 할 수 없이
또 마음 한 쪽을 드러내야만 했다.
작성자 : 조부근 작성일 : 26-11-2002 23:53 줄수 : 36
[886] [망봉]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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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
서럽다.
네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시리구나.
너는 "네 박사님"하고 대답 하지만
그분은 "네 아빠"하고 들으실 게다.
너는 그냥 평범한 게시를 올리겠지만
그분은 한글자 한글자 소중하게 네 글을 읽으실 게다.
오늘도 행여 네 이름으로 올려진 게시가 없을까 찾으실 게고
운좋게도 너의 게시가 올려진 날에는 어느새 네 글에 토가 붙고, 그림이 딸린
예쁘게 만들어진 네 글을 발견할 것이다.
속사정을 알 리 없는 나그네는 네 글에 시비를 걸고
그분은 네가 당한 분을 삭히며 방패를 자처할 것이다.
너는 또다른 지연이의 생각으로 눈물을 흘리지만
그분은 가슴으로 분루를 삼키실 게다.
그리워한들...
세상이 끝나기 전, 단 한 번만이라도 그리운 그 얼굴을 볼 수 있을까마는
현실은 이내 체념하게 하나니 차라리 소리내어 울고 싶으실 게다.
....................
착한 네 심성을 안다.
그분을 이야기하며 흘리던 네 눈물의 연약함을 안다.
너와 그분의 글에서 애틋한 부녀의 정이 묻어 난다면 지나친 생각일까.
그분을 따르는 네가 무척 기특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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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호 - ........... 02/11/27-09:22
김용호 - .......... 02/11/27-13:30
박순백 - 조부근이, 너 나 울릴래? 너 앞으로 내게 존댓말들을 생각말아라. 내겐 그냥 형이라고 불러라. 내가 나이로 밀어붙인다. 기분 나쁘면 메일 하나 때려.^^ 02/11/27-19:01
박순백 - 우리 지연이가 떠나고 며칠 후 신입사원 한 명이 들어왔는데, 또 다른 김지연. 내게 인사를 마치고 돌아서는 걸 보며 '하필, 왜 지연이냐?'고 생각. 그로 인해 가슴아플 것 같았는데, 차라리 그 이름이 옆에서 자주 들리니 그 이름을 들을 때마다 치솟던 눈물이 가라앉더라. 지금은 그 직원의 이름을 그냥 부를 수 있다. "김지연 씨, 잠깐 봅시다." 전엔 부를 일이 있어도 부르지 못 하고, 지니 쪽지를 보내 얘길하고 말았을 뿐이다. 괜히 그 애 생각나는 저녁으로 변한다. 조부근, 너 나중에 커피 한 잔 마실 준비해.(나 술 못 마시는 사람이다.^^) 02/11/27-19:06
박순백 - 천마산 리조트 홈 페이지의 어느 구석에 있는 사진. 가운데 지연이가 있고, 내 동생의 아이들, 조카들이 그 양옆에 앉아 있는 작은 사진. 오늘 아주 오래간만에 천마산 리조트 홈 페이지에 갔는데, 자주 개정하지 않는 그 홈 페이지에 아직도 그 사진이 있었다. 언젠가는 없어질 것 같아 캡춰해 놨다. 실은 그 사진이 없어졌길 바라고 들어갔는데, 그게 아직 붙어 있으니 얼마나 좋던지. 마음 한 편은 아파왔지만, 그래도 그게 거기 붙어 있던 게 얼마나 좋았던지...(근데 여기도 댓글에서 html 코드가 먹나 모르겠네.) 02/11/27-19:11
박순백 - 아, img src 코드가 안 먹는 걸 몰랐네. http://spark.drspark.net/c_spark/data30/jane&cousins.jpg 02/11/27-19:12
사진의 연이가 쓴 빨간 모자는 내가 계속 써 왔던 거다. 제 모자가 있는데도 이 날은 왜 내 모자를 쓰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건 오래전 내가 모스크바에 갔을 때 굼 백화점에서 샀던 것. 작년에 위의 사진이 천마산 리조트 홈 페이지에 실린 걸 본 후엔 그 모자를 쓰지 않았었다.(그래서 더 열심히 헬멧만 썼지.) 하지만 언젠가는 다시 써야지.
연이 엄마는 지난 여름에 뉴질랜드에 스킹 훈련을 가면서 연이의 저 상의를 가지고 갔다. 거기서 찍어 온 사진엔 온통 그 옷만 있었다. 다른 재킷들도 가져 갔었는데...
우린 그런 거 서로 알면서, 모른 척하고 산다. 그러다 언젠가 서로의 홈 페이지에 실린 글에서 그런 고백이 나오면 '그랬구나... 당연히 그랬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만다. 그에 대한 얘기는 굳이 꺼내지 않는다. 그게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이 글도 연이 엄마가 읽을 거다. 그리고 분명 ㅜ.ㅜ 그래도 그런 눈물로 우린 정화되는 게 아닌가? 피닉스가 불로써 정화되고 영원히 되살아 나듯, 우린 연이를 향한 눈물로 우리가 정화됨을 느끼며 살지 않는가?
글을 쓰다가 언젠가 사라질 천마산 리조트의 리프트 관련 페이지를 캡춰했다. 이젠 이런 게 부질 없는 짓이라 생각되지는 않는다. 한 때 그렇게 생각했었던 걸 연이에게 사과하고 싶다.
조부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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