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恨)으로 남으리라.
한(恨)으로 남으리라.
나 어릴 적
집안의 보물 같던 존재,
내 큰형.
그 형을 잃으셨던
아버님의 말씀.
"남자는 견딘다.
내 네 형 죽었을 때,
정말 모든 희망이 다 사라져,
왜 사나 싶었다.
세상의 빛이 다 사라진 것 같고,
천 번도 더,
따라 죽어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지.
몇 달 죽지 못 해 살고 나니,
좀 잊혀 지더구나.
그런데,
여잔 안 그렇다.
그게 몇 년 가고,
그걸로도 모자라 일생을 간다.
네 엄마 봐라.
그 튼튼하던 사람이
형 죽은 후 얻은 병으로
이날까지 고생 아니냐.
넌 괜찮다.
조금만 버티면 된다.
애 엄마가 걱정이지."
왜 내 아버지와 난,
큰놈을 잃을 운명이었는 지...
그래도 난 낫다.
아버님은 자식 죽는 걸 보시고,
손녀의 죽음까지 겪으셨으니...
가슴아프다.
그런 아픔을 드렸다니...
난 괜찮다.
부모님이 걱정이고,
집사람이 걱정이다.
연이 떠난 걸 처음 아셨을 때,
엉엉 통곡하시던 아버님.
못 견뎌 소리쳐 우시던 어머님.
아버님 우시는 걸 처음 봤다.
무척 강한 분이라
우실 일 없으리라 생각했다.
근데 나만 못 봤지,
연세 드신 후엔 약해 지셔서
어떨 땐 연이 엄마에게
눈물도 보이셨단다.
그런 얘길 들으며
'아버님도 연세 드시니
어쩔 수 없구나.'
생각했었다.
아직도 내겐
강한 모습의 아버님만 기억되는데...
그 아버님이 소리내 우셨었다.
어머니는 열꽃이 올라
며칠을 고생하셨다.
가슴의 화가 참을 수 없어
그렇게 얼굴까지 오른 것이라고...
그 얼굴의 붉은 반점들.
차라리 무딘 노인네의 감정이셨더라면
차라리 그랬더라면 좋았을 것을...
이제 가실 날 머시지 않은 두 분에게
그런 슬픔을 안겨 드렸으니
내 불효가 끝이 없다.
불효는 내 예전의 것만으로도 족했는데...
내 딸까지 가세하다니...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연이의 일은
나 죽을 때까지
결코 풀어질 수 없는
한(恨)으로 남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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