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이의 빈자리 - 1
지연이의 빈자리 - 1
빈자리가 너무 크다.
단 한 사람이 없을 뿐인데,
그 자리가 너무 크고, 공허하다.
물질 공간에서만 빈자릴 남긴 게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도 그 애가 남긴,
거대한 운석이 떨어진 것 같은
아주 커다란 구덩이.
무엇으로도 그건
메울 수 없을 거다.
연이가 즐겨 듣던 CD들.
신화, HOT, 이지훈...
정말 많기도 하다.
그 또래가 좋아할 음반들이
다양하게도 모여 있다.
근데 그 CD들을 들추다 보면,
지연이의 스티커가 나타난다.
"박지연."
제 영문 이름과
제 이메일 아이디와
제 핸디폰 번호가 적혀 있다.
"박지연."
그 예쁜 이름을 보기만 하면
이젠 가슴이 아프다.
보기만 하면
메어져 온다.
가족 하나가 없을 뿐인데,
세상의 한 귀퉁이가 사라진 듯 하다.
그 애 하나가 안 보일 뿐인데,
세상이 빛을 잃어 회색으로 보인다.
- 올해 초의 지연이 모습.
제 딸이라서 그렇겠지.
아빠 고슴도치에겐
새끼 고슴도치도 예쁜 법.
내 딸이라,
난 그 애가 예쁘다.
내가 그처럼 사랑한 아이이니
하늘은 내게 그 애를 돌려줘야 한다.
하나님은 내가 그 애를 다시 볼 기회를
꼭 다시 한 번 주셔야 한다.
이 세상에서가 아닌 줄 안다.
저 세상에서라도 꼭 한 번,
다시 그 앨 보아야 한다.
다시 한 번 만나야 한다.
다시 그런 기회를 주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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