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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함께 파주 화석정에 간 지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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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목 : [To: EMPAL Choice] 지연 아빱니다. / 박순백 - 2001-06-20 13:28:04  조회 : 10282

 

Spark: 최초에 딸아이가 떠난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기로 했었습니다. 빈소도 차리지 않았습니다. 부모보다 먼저 간 아이라서만은 아닙니다. 우리의 슬픔이 이리 큰데, 그 슬픔을 지연이를 좋아하고, 아끼던 분들에게 전가(?)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냥 우리가 그 슬픔을 다 떠안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동생들에게는 알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부모님께는 나중에 어쩔 수 없이 알렸습니다. 친척들에게도 안 알렸습니다.

하지만 사흘째 되던 날 아이가 쓸쓸히 떠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메어지더군요. 다행히 교회에서 목사님과 여러 분이 오셔서 기도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벽제에 갔을 때, 우리 아이의 몸과 영혼이 불로 씻겨질 때 이 아이의 어린시절에 함께 했던 분들 중 하나인 오충용 선생이 왠지 모르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아들 녀석이 입은 검정색의 티셔츠는 오래전에 오 선생이 준 것이었습니다.

결국 자제하지 못 하고, 오 선생에게 울음과 함께 터 놓았습니다. "오 선생, 내가 불행한 일을 당했어..." 바로 벽제로 달려오겠다는 오 선생을 만류했습니다. 그 후에 어린 시절의 지연이를 기억하는 엠팔 초이스의 많은 분들에게 위로의 서신을 받았습니다.

아래는 그에 대한 답장으로 보낸 것입니다.

 



번호[크기] # 53/53 [ 7K ] 보낸 날짜 2001/06/18 09:39 [GMT+09:00]
받는이 choice@empal.or.kr
제목 지연 아빱니다.

지연이를 떠나 보내고 허무한 마음을 금치 못 하고 있는 차에
여러분이 보내 주신 위로의 서신을 대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형언할 수 없는 아픔입니다.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최악의 경험이라고 생각됩니다.

여러분의 뇌리 속에는 지연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생(3학년)으로
기억되고 있겠지요?
근데 이제 많은 세월이 흘러
81년 생인 지연이는 올해 21세. 만 20세였습니다.

아래 홈 페이지를 지연이가 떠나기 열흘 전 정도에
함께 만든 일이 있습니다.
그걸 만든 걸 지연이가 떠난 다음날 생각해 내고는
바로 지웠습니다.
글 몇 개를 180명 정도가 읽었었던 것을 기억해 내고...
그냥 두면 거기 들어온 분들이 나중에 가슴 아파할 것 같아서
바로 지웠습니다.



원래 내가 죽은 후에 "바람과 함께 올" 것을 약속한 것인데,
이제 그 애가 바람과 함께 올 것 같습니다.
그 아이와의 20년의 추억 때문에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아래 제 http://porsche.dreamwiz.com의 두 번째 홈 페이지의 단상란을
링크시킵니다.
지금 그 란의 위에서 아래로 네 개의 글,
64번에서 67번까지의 글이 모두 그 애와 함께 여행한
얘기로 남았습니다.
세 번은 박스터로 지연이하고 둘이서,
한 번은 그 애 엄마와 셋이서 다른 차로 갔던...

단상들

이제 그 애는 제 가슴속에 삽니다.
제 가슴속에 묻은 것이 아니고,
제 가슴속에서 살게 했습니다.

내 사랑하는 지연이.
다행스럽게, 정말 다행스럽게
그 애가 저를 떠나기 전 한동안은
이 무뚝뚝한 아버지가
사랑을 한껏 표현했습니다.

'표현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유아기에 안아 준 이래 단 한 번도 안아 준 일이 없는,
다 큰 처녀애를 최근엔 몇 번 포옹도 해 주고,
내 맘속에 있는 그 애에 대한 사랑을
밖으로 표현해 왔던 것입니다.

그게 얼마나 다행스러웠는 지...

지연아, 잘 가.
이 다음에 다시 한 가족으로 만나자.
내 사랑하는 딸, 지연이.
안녕.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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