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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친상을 치르고 드리는 감사의 말씀.

저의 평생의 후원자였던 어머니(고 심재순)를 떠나보냈습니다. 우선 여러분들의 위로 덕분에 모친상을 잘 치르게 되었음을 깊이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원래 "[사는 얘기] 평생의 후원자를 잃는 슬픔"이란 글은 나날이 상태가 안 좋아지시는 어머니를 뵈면서 가슴이 아파 쓴 글이었습니다. 특히 그 이틀전부터 상태가 더 안 좋아지셨기에 ‘이러다가 어머니와 함께 지낼 날도 얼마 안 남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착잡한 심정에 그런 글을 쓴 것이었지요.

그 글을 쓴 것이 2007-06-26 16:17:59인데, 그로부터 몇 시간 후인 21:45:00에 어머니가 돌아가시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돌아가실 뻔 하던 분이 되살아나신 것이니 의외로 오래 더 사실지도 몰라.’란 생각으로 지내던 차에 어머니의 건강 상태가 안 좋아지셔서 걱정이 되고 착잡한 마음에 쓴 글인데, 그날 집에 돌아와 몇 시간 안 되어 어머니의 운명을 목격하게 될 줄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결국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사는 얘기]란 카테고리로 올린 글이  [▶◀ 애도]란 카테고리로 바뀌어 訃告(부고)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참 이런 일도 있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 글을 쓴 것이 마치 어머니 돌아가시라고 고사(告祀)를 한 것처럼 되어 버렸으니 말입니다.-_-

어차피 아는 분들에게는 알려야할 상황이라 글에 ▶◀ 리본을 달았던 것입니다. 작년 3월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현대 아산중앙병원에 알아보니 돌아가신 분들이 그렇게나 많은지 장례식장이 만원이라 합니다.-_- 그래도 마땅한 곳이 없어서 그곳에 가기로 했습니다. 혹시나 찾아주실 분들이 오시기라도 편하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장례식장은 다음날 아침 11시에나 사용할 수 있다고 하여, 그 시간을 한 시간만 더 당겨달라고 하고, 입관(入棺)은 스케줄이 밀려서 다음 날 오후 4시에나 가능하다고 합니다. 원래는 입관 이후에나 문상을 받기 마련인데, 요즘은 그런 격식을 다 따질 수 없어 입관이 늦어도 문상을 받는 추세라고 하여 한시름 놓기도 했습니다. ‘참, 비슷한 때 돌아가신 분들이 많아 울 엄마 가시는 길은 심심치는 않으시겠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산병원 장례식장 동기들(?)만 해도 그리 많으니...

어머니가 사흘 장례식 기간 중 하루라도 집에서 잘 쉬라고 그 때 돌아가셨나 보다고 집사람과 얘기하며 집에 돌아와 잤습니다. 자식 키워도 헛 일이라더니, 이 아들놈은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도 잠을 잘 잤습니다.(아침에 일어나 생각하니 그것도 어머니에게 죄송하더군요.) 10시부터 장례식장을 쓸 수 있다고 하여, 9시까지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갔습니다. 이거저거 준비할 것을 챙기는데, 이 일도 두 번째로 직접 겪게 되니 그것도 이력(?)이라고 별 어려운 일은 없더군요.


- 아산병원의 장례식장 3층 30호를 잡았습니다.


- 이 시각에는 청소가 진행되고 있었고, 어머님의 위패와 영정 사진을 모신 곳을 꽃으로 치장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식구들은 이틀간 사용할 짐을 꾸려가지고 와서 이렇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닌텐도 DS로 게임하고 있는 외손녀 딸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며느리에, 맨 오른쪽에서 늘어지게 하품하고 있는 손녀 딸에...-_-

이 30호는 150평의 비교적 넓은 방입니다. 하지만 이 방은 식사를 대접할 수 있는 곳이 한꺼번에 50명의 손님밖에 치를 수 없는 의외로 평수에 비해 작은 곳이었습니다. 이상하게도 내실(손님을 받을 수 있는 42“ PDP TV와 여러 개의 소파가 놓인 호화판 응접실)이나 회의실(팩스와 원탁 테이블까지 갖춰놓은 이 방은 무슨 필요가 있는 것인지?), 숙소 같은 것이 크며, 장례식장 바깥에 바로 화장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내실에 두 개나 되는 화장실이 있었습니다. 이건 손님 위주의 식장이 아니라 상주 위주의 식장인 것입니다.-_-

작년 아버지 장례식 때도 이런 크기의 방을 잡으려다가 그런 방이 없어서 90평, 80평의 마주 보고 있는 두 방을 잡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 땐 차라리 두 개의 비슷한 크기의 식당을 쓸 수 있어서 손님을 치르기가 좀 더 나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 식장 로비 바로 앞의 접수대에는 이렇게 PC도 있고... 나중에 가끔 시간 날 때 여러분들이 올려주신 위로의 댓글을 읽으며, 실제로 위로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장례식을 치르며 비로소 알게 된 것이지만, 요즘 대형 병원의 장례식 절차나 준비는 하나의 “세트 상품”입니다.-_- 이 분야의 전문가들로 이뤄진 분들이 정해진 순서에 의하여, 최대한의 예의를 갖춰, 철저하게 준비된 상품들을 여러 개의 리스트로 정리하고, 여기서 상주가 원하는 품목을 고르게 합니다. 상주는 그 상품들을 일일이 고르기만 하면 모든 것은 자동적으로 해결됩니다. 예복으로 사용할 검정 신사복이나 하얀 소복, 혹은 검정색 치마 저고리는 1층의 관련 샵에서 치수만 재면 바로 입고 올라올 수 있고, 장례식장을 치장할 꽃도 그 완성된 사진의 예를 보아 가며 리스트에서 골라 결정하면 됩니다. 편하지만 아주 비인간적인 냄새가 납니다. 하지만 친족을 잃은 슬픔에 잠겨 이것저것 신경을 쓸 겨를조차 없는 상주들에게는 이런 시스템이 차라리 고맙기만 합니다.-_-


- 장례식장의 꽃장식.


- 마루바닥에 떨어져 있는 꽃대들을 보니 이것도 큰 공사(?)이더군요.


- 곧 이렇게 위패와 영정사진을 奉安(봉안)하였습니다. 자식이 눈으로 봐도 참 멋지게 장식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재미있는 것은 저 꽃치장을 하는 가격이 150평의 장례식장을 빌리는 가격과 동일하다는 것입니다.-_- 하지만 불효를 많이 한 자식놈은 이렇게 해 드릴 수 있는 것도 마음의 큰 위안이었다는 것.

어머니의 사진을 보며 느끼는 것은 ‘그래 그래서 다들 그랬던 거야!’하는 것이었습니다. 무슨 소리인가 하니, 다른 분들의 장례식장에 가서 보면 항상 생각보다는 젊은 고인의 영정 사진들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번에 어머니의 사진을 비교적 젊은 시절의 사진으로 고른 것은 84세의 어머니 모습, 특히 돌아가시기 전까지의 갈수록 마르고 초췌해 지신 모습을 다른 분들에게 보일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그 때문에 어느 장례식장에 가건 ‘연세가 많은데도 이렇게 건강한 모습이었단 말인가?’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진들이 영정 사진으로 봉안되어 있었던 것임을 뒤늦게 깨달았다는 말씀입니다.


- 철없는 아들놈은 이렇게 마지막 가시는 어머니와 함께 사진을 찍는다고 셀카(self shot)를 날리고...-_-


- 대학 신입생의 어린시절(1973년)에 우리 어머니를 처음 만나 돌아가시는 날까지 30여 년을 함께 한 며느리도 이렇게 시어머니와의 사진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 정성스럽게 꽂은 예쁜 조화입니다.


- 평소에 꽃을 좋아하신 어머니인데, 이렇게 예쁜 꽂에 둘러쌓여있으셔서... 전엔 조화들이 모두 흰꽃만 사용되었던 것 같은데, 이처럼 화려한 색깔의 꽃이 있어서 더 좋습니다.

곧 손님들이 밀어닥치기 시작했습니다. 하루를 그냥 넘기고, 이날 하루만 조문객을 받고, 그 다음날은 발인을 하게 되니...





많은 분들이 오셨으나 제가 약간 한가한 시간에만 사진을 남겼기 때문에 참으로 아쉽더군요. 하긴 장례식장의 상주가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 다니는 것도 지금까지의 상식으로 보아서는 좀 우스운 일이겠습니다만... 그래도 전 이런 걸 기록으로 남겨야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어서...






- 스키 동지들도 오시고...


- 인라인 동지들도 오시고...


- 우리 회사 직원들도 오고...(가운데 얼굴을 돌린 사람이 “예쁜 깡이”라고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 친척 원로들도 오시고...


- 교회에서 목사님과 여러 성도들도 오시고...




- “이 몸의 소망 무엔가?“ W. B. Bradbury가 1863년에 만든 이 磐石(반석)을 의미하는 ”Solid Rock" 원제의 찬송을 했습니다.




- 뒤늦게 오후 4시에 입관을 하고, 제를 올렸습니다.




- 고교 동창들도 오고...


- 스키 동지들도 오고... 신입생 시절 같은 대학에 재학하던 스키 스타인 김진록 국가대표 선수를 찾아간 일이 있습니다. 1971년, 그 때 만난 앳됀 대학 2년 생의 진록 형(사진 오른편)은 강릉에 살고 있는데, 서울에 온 길에 우리 어머니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고...


- 집사람의 여고 동창들도 왔군요.


- 90년 대 초에 한글과컴퓨터에서 함께 일했던 동지도 오시고...


- 인라인 때문에, MTB 때문에 만난 분들도 오시고... 맨 오른쪽에 웃는 얼굴만 살짝 가린 분은 아래 나올 쫄쫄이 옷 사진에서 얼굴을 가린 분입니다.ㅋ


- 유인철 선생은 만난 지 오래지 않은데, 1년 새 두 번이나 우리 부모님 문상을 오고...


- 유 선생에 앞서서 문상을 온 MTB의 달인 이민주 선생은 위의 사진을 찍었고...^^(민주 웬수.)


- 조세일, 오세웅(오른편) 두 바이크 매니아도 오고... 오른편 오 선생은 이런 중요한 행사(?)에 매니아로서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해야만 한다며, 저렇게 쫄쫄이를 입고 오고...(그러고도 양심은 있는지 얼굴은 가리고...ㅋㅋㅋ 감사합니다.^^)








- 대학동창들도 오고...


- 쫄쫄이와 헬멧.^^


- 인라인 강사 동지들.


- 모글스키팀 동지들.






- 제가 생활체육이사를 하고 있는 우리 대한인라인롤러연맹의 회장님도 오시고...

다른 많은 분들이 오셨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다 사진에 담지 못 한 것이 죄송합니다. 오는 분들을 맞고, 식당에 가서 잠깐 얘기하고, 가시는 분들 인사를 하고... 이러다 보니 사진 찍을 겨를이 없더군요.-_- 어쩌다 시간이 나면 찍다 보니...


- 동생 친구들이 보내준 작은 화환은 어머님 영정이 있는 곳에...


- 역시 동생 친구가 보내준 이 난분도 영정 부근에...


- 많은 분들이 “아니 웬 송대관 씨 조화가?”하셨던...(제 매제가 그분과 친하다고...^^)


- 히트, “58사단.”^^ 스키어 박용호 선생이 스키계의 58 사단을 대표하여 보낸 이 조화를 보면서 그 앞에 놓인 제 친구 1군단장 장광일 중장의 조화와 연계하여, 모르는 분들은 “집안에 군에 계신 분이 있는가봐요?”하고 묻기도...ㅋ 사이비 사단장 박용호 장군 때문에...^^




- “KCIA면 안기부???”라고 하신 분도...^^ KRSF Certified Instructors' Association의 약자입니다. 호주 본트 인터내셔널 사의 알렉스 본트 씨와 최근 First Inline 사에서 본트 본사로 간 김수연 양이 함께 보낸 조화도...(멀리서 감사.) 양옆에는 제 고교 친구들이 보낸 조화들도 보이는군요. 좋은 친구들.


- 조화를 보내주신 한분한분께 감사드립니다. 일생의 은혜로 알겠습니다.


- 죄송스러운 것은 조화들이 옆으로 퍼져 복도를 가리면 안 된다고 그걸 아산병원 관계자가 올라와 촘촘하게 붙여 놓는 바람에 이렇게...-_-

http://drspark.paran.com/cgi-bin/zero/view.php?id=gallery&page=1&sn1=&divpage=2&category=7&sn=off&ss=on&sc=off&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3275


- 그 와중에도 우리 대학 동창 친구들은 올 추석 연휴기간에 가기로 한 해외여행을 어머니 차례를 지내야하는 우리를 위하여 11월로 순연시키자는 회의를...^^


- 어린 시절에 만난 친구들인데, 이젠 세월이...


- 아마도 제가 아는 분 중 가장 머리가 크신 분이실 장진욱 사장님도 오시고...^^;




- 한 아파트에 사는 스키 동지도... 우리 집사람 스키장 주치의 정승혁 선생님도 오른편에...^^


- 익스트림 걸스 때문에 부러움의 대상이 된 이왕중 선생과 여전히 귀여운 노르디카/롤블 걸 정소영 선생도...


- R# MTB School 교장님도 계시고, 그 문제의 58 사단장님도...^^


- 집사람의 제자들도 늦은 시각에 오고...


- 양희은이 부른 "한계령" 노래(작사)를 두고 가수 하덕규 씨와 몇 년에 걸친 저작권 분쟁에서 이겨 저작권료와 카메라를 선물 받으신 것보다 명예회복이 더 기쁜 일이라는 정덕수 시인.(한턱 내세요.^^) 그 앞의 라온 사장님, 또 그 옆엔 스키에 목숨 건 김창수 선생. 김 선생 맞은 편의 깍두기는 여기서는 얼굴이 안 보이고...^^;




- 동생의 고교 동창들도 늦은 시각까지...


- 집사람의 제자들도...



이렇게 둘 쨋 날을 보내고 셋 째 날이 밝았습니다. 발인일입니다. 시간이 빨리도 지나갔습니다.










- 그러고 보니 어머니에게 포르쉐는 태워 드렸어도, 어머니 살아생전에 캐딜락엔 못 태워 드린 듯.-_- 미리 캐딜락을 사서 여행 좋아하는 어머니를 모시고 돌아다녔더라면 좋았을 것을... 캐딜락엔 별 관심이 없었는데, 집사람을 위해서라도 우리 살아생전에 캐딜락 차도 한 번 사봐야겠어요.^^; 죽어서 타면 좀 억울하니...

아산병원에서 멀지 않은 고향 황산의 장지로 갔습니다. 작년에 돌아가신 아버님이 계신 곳. 그리고 몇 년 전에 먼저 간 우리 딸래미도 있는 곳. 그 철없던 우리 딸래미 이젠 혼자 심심치 않아 좋겠어요.^^



한 때 이 날은 비가 안 온다는 기상청 발표에 안도했건만, 그 전날 저녁의 예보는 비가 오는 것으로 바뀌었는데... 비가 오지 않기를 바랬건만 비가 많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 비가 심하게 와서 땅이 질척거려 운구를 잠시 못 하고 있었습니다.


- 마침 이런 여러 색상의 두루마리를 발견.


- 가시는 길, 레드 카펫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두루마리를 펼쳐 운구를 했습니다.

이곳은 우리 밀양박씨 정승공파의 묘역이 있는 곳입니다. 우리 아버지가 살아생전에 조상님들을 위하여 조성한 묘역입니다. 18대에 이르는 조상님들의 묘가 위에서 아래로 계속 조성되어 있는 문중의 묘역이지요.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 매장 풍습이 사라져 가고 있고, 앞으로는 묘역이 가득 차서 더 이상 매장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이 묘역은 하남시가 우리의 전통을 잘 보존하고 있는 묘역으로 지정하여 관리해 주고 있는 곳.




- 우리 아버지(고 박삼진)의 가문에 대한 공적을 기리는 공적비.






- 이제는 포크레인으로 묘 조성작업을 하기도...-_-


- 비가 마치 여름 장마비를 연상하게 할만큼 강했습니다. 잔디 위로 빗물이 흐를 정도.




- 비가 심하게 오는 와중에도 부모님 두 분을 합장하고, 이렇게 봉분을 다시 만들었습니다.

봉분의 마지막 잔디 뗏장을 덮기 전에 상주들이 수고비를 놓는 이벤트가 있지요. 그 때 사촌형수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큰 어머니가 손이 크셨잖아요. 남들 뭐 주시는 것도 좋아하고... 이런 때 수고비를 많이 놔야 큰 어머니가 좋아하실 거에요."라고...^^ 그러셨었지요. 아주 손이 큰 어머니셨지요. 어머니 친구들의 물주셨던 우리 어머니, 많은 손자들의 물주셨던 우리 어머니. 집안의 손자들이 설날 등에 다른 곳은 안 가도 꼭 우리 어머니는 찾아뵈었는데, 이제 생각하면 그게 다 어머니 주머니에서 나왔던 세뱃돈 때문은 아니었는지...ㅋ


- 저 뒤엔 아버지가 묘목으로 심으셨던 메타 세콰이어가 크게 자라 아버지의 묘를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 다른 분들의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하여 상주인 저는 간단히 묵념으로 예를 표하자고 하였으나 비가 오는 와중에도 격식은 차려야한다는 문중 형님들의 말씀에 따라 결국 제대로 제를 지냈습니다.


- 비에 봉분이 상하지 않게 일단 비닐로 덮었습니다. 날씨가 맑으면 저걸 다시 걷어야 한다고 합니다. 아니면 뜨거운 햇빛과 습기 때문에 봉분에 심은 잔디가 다 죽는다고...




- 그런데 심하게 내리던 비가 제를 지낸 직후에 그쳐 버렸습니다.-_- 완전히 그쳤습니다. 뒤의 두 사람은 소나무 아래 있어서 비가 그친 줄 모르고 우산을 쓰고 얘기하고 있습니다만...





그 후에 장례에 참여한 분들을 모두 부근의 종중회관으로 모시고 가서 준비된 점심을 대접했습니다. 그렇게 사흘간의 장례 일정을 마쳤습니다.


- 종중 회관 쪽으로 향하는 길.


- 비는 완전히 그쳤습니다.


- 황산 검문소에서 미사리로 향하는 길이 확장될 예정이어서 그 길이 우리 묘역 쪽으로 많이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살며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일들 중 아버지, 어머니를 떠나 보내는 두 가지 일을 마무리했습니다. 제가 “이젠 내 차례인 듯...”이라고 말하니 그 걸 들은 우리 제수 씨가 “누가 먼저 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요.”라고 하더군요. 글쎄, 그런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나이순으로 보면 우리 집안의 몇 연장자들 이후에 우리 가족 중에서는 제가 제일 먼저 가야 순서일 것 같습니다만...^^

하여간 어렵다면 어렵고, 쉽다면 쉬운 이 일을 치르면서 제 마음에 위안을 준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인생지중대사에 깊이 마음을 써 주신 많은 분들께 머리숙여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직접 장례식장을 찾아주신 분들, 홈 페이지의 訃告(부고)에 친절한 댓글로 위안을 주신 분들, 멀리 제주도에서 찾아와 준 집사람의 여고 동창, 도저히 올라올 수 없어 서울의 형님을 대신 가달라고 부탁했다는 부산의 김호생 사장님, 전주에서 올라와 주신 jjinline의 세 거두들, 지방에서 올라와 주신 임재호 감독님 등 우리 KRSF 생체위원회원들, 전보로 위로해 주신 진주한빛병원의 서종수 국장님, 조화까지 보내주신 많은 분들, 딸의 돌을 앞둬 못 찾아온다고 한 김태균 선생의 메시지, 집안일로 아산병원 주차장까지 와서도 장례식장까지 못 올라 와 아쉽다던 박지운 선생, 그 외에도 많은 분들이 전화로, 문자 메시지로 저를 위로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살면서 두고두고 그 은혜를 갚도록 하겠습니다.




장례를 치르는 동안 별로 피곤하다고 생각지 않았습니다. 사흘도 아니고 이틀동안의 일이니까요. 그런데 어제 모든 일을 치르고 오늘 금요일에는 출근을 하리라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분명 자명종이 울었으리라 생각되는데, 12시가 넘었더군요.-_- 잠귀가 밝은 우리 집사람도 제 옆에서 자고 있고... 제가 직업인으로서의 군기가 빠진 것은 인정하겠습니다만, 참 황당한 일입니다. 제가 아침잠이 별로 없는 사람이고 일찍 일어나는 게 몸에 익어있는데도... 그래서 오늘은 회사에 출근도 못 했습니다. 사흘동안 제가 자리를 비워 결재할 것도 많을 텐데...-_- 이래저래 회사를 비롯, 여기저기에 많은 민폐를 끼칩니다.^^;
Comment '6'
  • ?
    조세일 2007.06.29 23:13
    [ csyil@naver.com ]

    고생 많으셨습니다.

    사실 저는 조문을 할 만큼 박사님과 친분이 있지 않았지만
    제 어머니 생신이 4월23일이고, 아버지 작고일이 6월25일 이라서
    이것도 참 묘한 (하루씩 빗나가는...) 인연이란 생각이
    조문을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아무쪼록 힘내시라는 말 밖에 드릴 말씀이 없내요...
    박사님 "힘 내세요"
  • ?
    하성식 2007.06.30 12:31
    [ fastride@paran.com ]

    고생 많으셨습니다.
    좀 빠른 시간에 찾아뵈었어야 하는데, 일때문에 늦게 찾아뵙고 제대로 말씀도 나누질 못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남아있는 정리 할 일이 더 있으실텐데 잘 하시고, 자전거 타고 뵙겠습니다.
  • ?
    오세웅 2007.06.30 13:08
    [ tboss@dreamwiz다껌 ]

    제가 뭐 일부로 그런것은 아닙니다...

    전날 새벽에 찾아 뵙는다고 뎃글을 달긴 했는대 마침 그날이 거래처 가야하는 날이여서 어찌 할까

    고민을 많이 했드랬죠...

    제가 거래처 다닐때는 쫄 반바지는 못입으니 항상 긴쫄쫄이에 밝은색 반팔을 입고 가는대 일단

    거래처에 갈 시간이 오후여서 오전에 들르려고 준비하던 차에 인철행님께서 만나는 시간에 운을

    뛰운 것을 보고 그럼 시간을 맞춰봐야 하는대 거레처 약속시간은 4시고 인철행님이 가신다는

    시각은 8시여서 미팅이 끝나면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시간이 될거라 예상되서 혹시나

    해서 검정반팔을 찾아보니 KISP 티셔츠 말고는 없어 그것을 걸치고 나간 것이지요...

    혹여 저의 복장이 맘에 들지 않으셨던 분이 계시다면 이자리를 빌어 사과 드립니다.


    그러나 사실 문상의 기본 취지가 가신분의 애도에 목적이지 복장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만약 복장이라면 그날 오신분들 대부분이 실수하신 것 이죠..?!

    이런 문상의 문화는 서양보다는 오히려 우리나라가 더 개방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지요.

    우리나라는 오래오래 살다 가신 호상의 경우 좋은 곳에 가셨으리라 생각하며 문상을 드리고

    힘겹거나 짧은 인생을 사신분들은 그간 힘든 삶을 사셨으니 저승에서 편히 쉬시라는 의미로

    상을 치르고 문상을 오신 손님에게는 가신분을 위해 오셨으니 식사라도 하시고 육계장 한그릇에

    여독을 푸시라고 대접하는 문화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고 하니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보면 잔치집

    처럼 보일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에고 주저리주저리 뭔소리를 ..ㅡ.,-;


    하여간 주말이니 남은 휴일 알차게 보내시고 박사님은 그간의 피로를 푸시는 편안한 휴일 되시길~


  • ?
    유인철 2007.07.02 11:24
    [ richell@엠팔.컴 ]

    큰일을 치르셨는데, 왜 피곤하시지 않으셨겠습니까?
    발인일 오전에 비 때문에 더 고생하셨을텐데요.


    오세웅 선생이 잔차를 타고 문상오게 된 단초도 결국 제가 제공한 것이군요.ㅎㅎ
    이제는 형식과 격식보다 내용을 더 중요시하는 시대인데,
    다른 분들께서도 이해해주시리라 생각합니다. ^^

    사진으로만 뵙던 분들께도 인사드릴 수 있었던 자리였습니다.
    바로 옆에 앉아 계셨던 남재우 선생님이나..
    몰랐었는데, 자리에서 일어날 때 보니 윤일중 선생님과 윤용호 선생님도 계셨었고..
    이찬우 선생님과도 인사 나누고.. (늦게까지 자리를 지키고 계셨었군요.)

    잔차 타고 온 세웅아우 먼저보내고 다시 올라갈껄 그랬습니다.
    이봉우 형님과 하성식 아우의 사진도 보이고, 박용호 선생님과도 인사나눌 수 있었을텐데요.
    맹수 선생님도 계시는구만요.

    집에 들어가니 10시가 좀 넘어간 시간이었는데,
    아내가 어쩐 일로 이리 일찍 들어왔느냐고 놀라더라는.. -_-



    장례는 하나의 의식일 뿐.
    떠나신 분들은 마음 속에 계속 남아계신다고 생각됩니다.
    다시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
    이민주 2007.07.02 14:13
    [ zoomini@gmail.com ]


    인철씨.
    문상간다 핑계 대고 외박 많이 하셨구만요.
  • ?
    배준철 2007.07.02 16:05
    [ sepira@korea.com ]

    우중에 힘드셨을텐데.. 장례 잘 치르셔서 다행입니다.

    박사님의 바램대로 좋은 곳에서 두분 모두 편안히 잘 지내실겁니다.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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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9 기타 오베아 알마 프레임에 도색 관련 문제가 이슈화 되었네요. 8 박준수 2009.02.12 9238 431
1678 사진 오르카 스튜디오 사진입니다 12 하성식 2008.04.11 9079 875
1677 업힐에서 이런 아줌마 자전거에 따이면 정말... 10 file 박순백 2014.09.21 8687 0
1676 후기 [사진] 07/06/09~10 한강, 미사리 - 기어 변속과 클릿 페달 탈착 연습 17 박순백 2007.06.11 8594 290
1675 후기 [사진] 7월 14일(토) R# 향소리 임도, 도토리 코스, 풀 코스 라이딩 11 박순백 2007.07.16 8398 578
1674 라이딩 시즌이 저무니 여기가 한산해서...ㅋ 10 file 박순백 2015.11.27 8243 0
1673 후기 [사진] 07/06/02(토) 며느리고개 코스 라이딩 15 박순백 2007.06.04 8103 285
1672 사진 한강변 라이딩(With Allay Seat): 천호동-구리 둔치-덕소-팔당대교-미사리 둔치-천호동 27 박순백 2008.07.07 7991 399
1671 안내 MCT 첫모임 공지 104 공천규 2006.11.13 7345 349
1670 잡담 저도 드디어 올마운틴 MTB를 타게 되었습니다 ^^ 11 임형택 2007.12.26 7291 582
1669 단상 'Galibier'를 아세요? 22 이민주 2008.04.10 6982 434
1668 지름신 강림 말도 안 되게 저렴한 티타늄 MTB... -_-;;; 6 file 이승준 2008.03.23 6980 571
1667 잡담 에그비터용 클릿과 일반 시마노 클릿, 어느 게 더 좋은가? 26 박순백 2007.08.27 6883 384
1666 잡담 논란이 되었던 사진 한번 보세요.^^ 21 file 윤석원 2009.11.24 6862 151
1665 잡담 라이저바 또 다른 장점이 있는가요? file 김대훈 2007.03.03 6708 496
1664 후기 [사진] 폭염 경보 하에서의 집사람과의 미사리 라이딩 41 박순백 2007.08.20 6652 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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