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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판)
2009.01.07 21:22

엘란(Elan) Race SLX 회전 경기용 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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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14400 댓글 13

* 이 게시물은 홈페이지 관리자에 의하여 " 윈터 시티 정보란"란으로부터 복사되었습니다.(2009-01-13 15:36)



엘란(Elan) Race SLX 회전 경기용 스키

지난 07/08 시즌 12월 말일에 제가 [리뷰/시승기] 엘란 스피드웨이브 14 - 회전 반경 10~16m의 올라운드 스키란 글을 썼었습니다.

이 스키의 특징은 웨이브플렉스(Waveflex)란 기술을 채택했다는 것이었지요. 아래와 같은 모양의 구조물이 상판쪽에 들어가 있는 모양이나 성능이나 만족할만한 좋은 스키였었습니다.


- 우측 하단에서 보이듯이 이 기술은 왼편의 웨이브플렉스 판과 타 스키의 판과 차별성을 가집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바, 웨이브플렉스는 스키의 수평 방향으로 판(板)의 비틀림(torsion)이 많지만, 웨이브가 져 있는 것들은 가로 지른 수많은 늑재(肋材/일종의 반원형 프레임)를 가지고 있는 것이므로 비틀림에 대한 견고성(torsional rigidity)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스키가 비틀리지 않고 견고하다는 것은 대단한 장점이 됩니다.

만약 에징(edging)을 하는데, 스키 판의 미세한 비틀림으로 그 에징의 힘이 손상된다면? 뭐 물어보면 뭐하겠습니까? 그럼 망하는 거죠.^^; 이런 비틀림으로 인한 손실의 경우, 상급자 쪽으로 갈수록 예민해 지기 때문에 상급자들은 기존의 스키에서 가급적 그런 현상에 잘 버티는 긴 스키를 선호하던 때가 있었던 것이고, 구조재가 좋아지면서 결국 스키가 짧아질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짧아지니 가벼워지고, 또 다루기도 편해지고, 거기다 옆들림(sidecut)이 마릴린 몬로 스타일의 S라인을 가지고 있으니, 쉽게 회전이 되고...(그래서 카빙 스키의 원래 별명은 "수퍼 사이드컷 스키" 혹은 글래머 스키였었습니다.^^)

우측 하단 그림의 아래쪽을 보면 웨이브플렉스의 구조재가 비틀림에는 강하면서도 앞뒤로는 잘 휨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림은 실상 너무 과장되게 그려져 있지만, 그처럼 휨(flextion)이 좋다는 것은 스키의 중심을 스키어가 밟고 섰을 때, 그 하중이 스키의 전체 길이에 골고루 전달되고, 스키어가 서 있는 스키 중앙의 유효 기능 면적인 스윗스팟(sweetspot)을 중심으로 강한 에징과 스키의 전체적인 컨트롤성이 좋아진다는 것입니다. 결국, 스키에 하중이 골고루 전달되면 스키가 전체적으로 안정된 스킹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스키의 무게에 관계없이 스키가 설면에 깔려가는 것처럼 스무스한 스킹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실제로 제가 지난 시즌에 웨이브플렉스 기술이 적용된 스피드웨이브 14를 타 보니, 리뷰에 쓰인 대로 그런 기능이 원활히 작용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게 168cm짜리였는데, 숏턴을 하려고 하면 좀 늘어지는 경향을 보이는 철저한 올라운드 스키이긴 했습니다만, 제 집사람(고성애 준강)의 KSIA 준지도자 시험 합격에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집사람이 준강 6수를 하는 7년 동안에 롱턴 성적이 잘 안 나왔습니다. 아무래도 체중도 많이 안 나가고, 힘도 부족하니 스키를 제대로 밟아서 빠른 속도가 나오기 힘들었던 것이지요. 준강 시험에서는 정확한 자세를 요구하기도 하지만, 너무 느리면 스키 컨트롤 문제로 속도를 안 내는 걸로 오해를 받을 수 있고, 그 경우 점수가 낮아질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집사람은 로시뇰의 데몬용 대회전 스키를 구입해서 쓰기도 했는데, 별 재미를 못 봤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에는 집에 두고도 집사람이 거들떠보지도 않던 이 스피드웨이브 14을 조민 선생의 권유로 롱턴용으로 써 보겠다는 작정을 하고, 시험을 해 보더니 완전히 이 스키의 성능에 매료되고 말더군요.

결국 그 스키를 써서 시험에 붙었습니다. 집사람은 오랜 숙원이던 준강사 시험에 붙은 이유를 세 가지로 꼽고 있습니다. 7시즌에 걸친 시즌 강습과 훌륭한 강사님들, 아이닥의 도수 스포츠 글라스와 스노우 고글, 그리고 바로 이 엘란 스피드웨이브 14입니다. 국가대표 데몬 등 훌륭한 강사님들이 가르쳐 준 것이니 그건 말할 것도 없고, 저시력자가 “안 보여도 대충 타야했던 상황”에서 도수를 넣은 스포츠 글라스나 고글을 사용하여, 명확한 시야로 설면을 보면서 자신감있게 탈 수 있었던 것이 두 번째의 이유였고, 나아가 안정된 대회전 스킹을 하게 만든 좋은 스키를 만난 결과가 합쳐서 합격의 영광을 주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집사람은 이번 시즌에도 엘란 제품을 사용해 보고 싶어했고, 기존에 타던 제품보다는 5cm가 긴 160cm의 스키를, 항상 가장 많이 타던 회전용으로, 그것도 양판용의 회전 경기용 스키로 타게 된 것입니다. 물론 그 스키에 대한 관심으로 말하면 제가 더 합니다.^^;



제가 그 스키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것은 이런 것입니다. ‘올라운드 스키에서 성공적으로 적용된 웨이브플렉스 기술이 경기용 스키에 처음으로 적용된 결과가 어떤 것인가?‘ 이게 우선 궁금했습니다. 아직 엘란의 월드컵용 회전 스키인 World Cup SLX에는 이 기술이 적용되지 않았고, 그건 다음 시즌을 기약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스피드웨이브 14이 설면에 잘 깔려가는 안정성은 좋지만, 회전 스키가 아니어서 탄력성은 좀 부족했었는데, 그게 회전 경기용 스키에서는 어떤지가 궁금했던 것입니다. 제가 예전에 타 본 엘란의 월드컵용 스키는 다른 스키에 비하여, 산돌기가 무지 잘 되는, 맘만 먹으면 원하는 방향으로 짧게 말려 돌아가는 회전성이 좋은 스키였고, 그 탄력은 다른 월드컵용 스키에 비하여 더 센 것 같았으며, 무게도 상당히 무거운 편이었거든요. 시즌 말에 무릎 연골을 다쳐 아직도 재활 중인 제가 그런 스키를 다시 타 볼 수는 없으니 양판용 회전 경기용 스키를 타보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것입니다.

오늘은 서설을 적당히 했으니, 일단 결론부터 얘기해 보지요. 그게 읽는 분들의 시간을 절약해 드리는 방법이기도 할 테니까요.

한 마디로 이 엘란 레이스 SLX 회전 스키는 대단히 좋은 스키입니다. 일단 그 모양만 봐도 껌뻑 죽을 정도로 예쁜 스키입니다.(이런 거 제게는 무지 중요합니다.^^; 제가 속이 깊지 않은 남자라서 외모 무지 따집니다.) 전 진초록에 연두가 섞인 듯한 엘란 고유의 색상에 빨간색 무늬나 글씨가 들어가면 이게 거의 보색 관계이므로 세상에서 가장 촌스런 모양의 스키가 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닙니다. 아주 보석 같이 아름다운 스키입니다. 전 이 스키의 탑벤드(topbend) 끝에 부착된 금속제 디플렉터(deflector/선단 보호기)의 모양만 보고도 뻑 가버릴(^^;) 정도로 이 스키가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그 초록과 빨강의 아름다운 대비는 설면에 닿는 컨택트 렝뜨(contact length)의 앞단 상부에서, 그리고 중간의 더비(derby)에 달린 플라스틱 업조버(absorber)에서도, 그리고 꼬리(tail) 부분에서 여지 없이 나타났고, 심지어는 ABS 측벽(sidewall)에서는 스키의 전체 길이 만큼의 긴 띠(stripe)처럼 스키를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예쁜 스키가 어디있단 말입니까?^^;

생각해 보십시오. 예쁜 여자면 공부를 좀 못 해도 ‘이쁜 게 공부까지 잘 하면 좀 심하지.’라고 용서하고, 그런 여자가 운동도 잘 하면 ‘저 ㄴ은 무슨 복을 타고 나서...-_-;’라는 생각을 하면서 신기해하고, 하여간 여러 가지로 남달리 재주가 좋으면 그런 여자를 사랑하지 않을 남자가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근데 이 스키는 기능면에서도 거의 100점이었습니다. 제 입장에서 볼 때, 단점은 별로 없었습니다.

이 스키는 전형적인 오버사이즈드(oversized) 스키입니다. 이것은 로시뇰의 양판용 스키인 R9S WC Ti Oversize처럼 탑벤드의 넓이가 엄청나게 넓은 더블 오버사이즈(double oversize) 스키처럼 과격하지(radical)하지 않고, 기존의 정통적인 오버사이즈 스키의 영역에 들어있습니다.



길이 160cm의 SLX는 회전반경이 12.1m로서 옆들림이 머리-허리-꼬리의 넓이로 각기 116/66/104mm입니다. 적당한 오버사이즈 스키인 것이지요. 즉, 이런 스키는 예전의 퓨어 카빙(pure carving) 스키들에 비해서는 스윗스팟이 더 커진 테니스 라켓처럼 유리합니다. 선단에서는 훨씬 더 쉽게 설면을 잡아채고, 잘록한 허리 때문에 더 잘 회전하며, 카빙 스키답게 뒤쪽에서도 오랫동안 에지가 설면에 물리는 것입니다.





제가 회전반경이 약간 더 짧은 12m, 그리고 옆들림 124-70-112mm의 더블 오버사이즈 스키인 R9S WC Ti 오버사이즈 스키를 이번 시즌에 많이 탔는데, 이 두 개의 스키를 탈 때의 다른 분들의 반응이 재미있었습니다. 다른 분들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는데, 제게 아무 말이라도 막 할 수 있는 제 동생(박순관)의 반응이 가장 확실한 표현을 하고 있더군요. R9S WC Ti Oversize를 탔을 때 이런 소리를 했습니다.

“형, 왜 그래??? 뭔 회전 스키를 타는 폼이 그렇게 헐렁해??? 폴도 되는 대로 찍는 거 같고, 영 모양이 안 나네??? 상체는 안 움직이지만, 왠지 긴장된 맛이 없고, 폴을 든 손이 좀 움직여.”

-_- 전 아무 생각 없이 예전처럼 스키를 탔는데 이게 뭔 소립니까? 당시에 스키를 타면서 제가 걱정한 것은 단 한 가지였습니다. 다친 왼쪽 무릎 때문에 왼쪽 스키를 정확히 밟아주기 힘들고, 가압을 할 때 제 때에 정확한 압력을 줄 수 없다는 사실 말입니다. 그러므로 제가 계속 걱정하던 것은 좌우 턴(turn)이 일정치 않은, 즉 오른쪽 턴은 정확하게 매끈하면서도 절제된 턴을 할 수 있을 것이나 왼쪽 턴은 턴이 늘어지고, 날도 좀 덜 박히는 비대칭의 헐렁한 턴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 같은 옆들림의 R9S인데, 제 것은 165cm, 위 사진의 집사람의 것은 155cm입니다.

그래서 그 문제에 대해서는 제가 집사람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에게 문의해 봤습니다. 전 분명히 그런 문제점을 가지고 타고 있는데, 다른 분들이 보면 “전과 같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하니 다행이기는 하지만, 자기 자신을 속일 수는 없는 거지요. 전 분명 저의 왼쪽 턴이 늘어진다고 생각하고 있고, 매번 왼쪽 턴을 할 때마다 이걸 스트레스로 생각하며 스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헐렁한 회전”이라니요?ㅜ.ㅜ 근데 제가 동생의 스킹을 보면서 잘 못 타면 참지 못 하듯이 제 동생은 제가 이상하게 타면 그걸 견디지 못 하고 한 마디 합니다. 사실, 지난 시즌 말에 제가 다친 것은 제가 하트(Hart)의 아주 딱딱한 월드컵 모글 스키를 타다가 노르디카의 알파인 올라운드 스키로 대회전하는 동생에게 날이 깊이 박히는 카빙 모습을 보여주려고 왼쪽 턴부터 길게 시작하다가 그 딱딱하고도 앞 부분이 예리한 스키가 3월의 푸석대는 설면을 파고 들어버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다 잡고, 정신을 차려서 완전히 긴장하고, 정신을 바짝차린(alert) 상태에서 스킹을 하면 “이젠 훨 낫네. 아주 보기 좋네.”라는 반응이...-_- 그래서 지금은 R9S를 탈 때 무지 조심하고 있습니다. 제가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답은 있더군요. 더블 오버사이즈의 R9S가 너무 쉽게 회전이 되는 것 때문입니다. 이게 앞단이 넓어서 날만 세우면 선단이 설면에 물려버립니다. 그리고 곧장 회전이 되고 말지요. 로시뇰의 무주 데몬 클리닉의 보조강사로 나선 집사람을 위해서 제가 할 수 없이 155cm짜리 R9S를 (피 같은...-_-) 카드로 긁어 선물을 해 줬었습니다. 이 엘란 레이스 SLX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그래야 집사람이 배운 걸 실제 현장에서 적용해 보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을 해서요. 그리고 그 어려운 강습을 받느라 고생했으니, 강습을 한 번 해 보는 반대의 기회를 가져 보라는 의미에서요.^^) 근데 그 스키를 시험해 보던 첫 날, 급경사에서 턴을 하면서 두 번이나 넘어졌다고 합니다. 갑작스런 캐칭(catching/스키 선단이 설면에 채어 물려 들어가는 것.)이 일어나서 대비할 사이도 없이 미끄러졌다는 겁니다.



실은 예전에 엘란의 경기용 스키들이 “고개만 돌려도 스키가 돌아간다.”는 소문을 내게 했던 스키들입니다. 그런데 레이스 SLX는 R9S에 비하니 상대적으로 덜 돌아가는 스키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스키는 X-brace 형태의 프레임 구조를 가진 강한 그립과 빠른 캐칭을 특징으로 하는 정통 오버사이즈 스키의 장점을 하나도 안 빼고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스키 역시 기존의 엘란 스키들처럼 회전이 아주 잘 됩니다.


- X-brace(frame) 형태의 구조.



단, 이 스키는 그리 호락호락하게, 맘 편하게 탈 수 있는 스키는 아닙니다. 양판용이지만 허리의 탄력도 대단하고, 에지 그립(edge grip)이 상당합니다. 그래서 이 스키를 되는 대로 조종해서는 말을 듣지 않습니다. 정자세로 매 턴에서 신경을 쓰면서 적극적인 자세, 최선의 정확한 자세를 견지하면서 타야하는 스키입니다. 그러니 이런 스키를 탈 때 “잘 돌아가는 스키”에서처럼 되는 대로 탈 수도 없고, 그렇게 타서도 안 되는 것이지요. 결국 이 스키를 탈 때는 정확한 자세를 취해야 하니 보기 좋은 폼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R9S를 탈 때의 헐렁한 모습과 비교가 된 것이고요.

이 스키는 전체적으로 단단한 느낌이 있고, 절대 부양력이 좋은 스키는 아닙니다. 또한 이 스키는 허리의 반동(rebound)도 상당히 강합니다. 반동을 동반한 경쾌한 숏턴에 그만인 스키입니다. 잘 다져지고, 적당한 굳기의 반반한 설면에서 하중을 줄 때는 반동이 묵직하지만, 고르지 않은 설면에서 타 보니 반동이 대단히 빠르고, 셉니다. 이는 스키와 일체화된 바인딩의 뒤꿈치 쪽에 장착된 스프링이 스키가 이 부위에서 휘어졌을 때 강하게 복원되면서 스키어를 앞으로 밀어주는 기능을 하는 것과도 관련이 되어 있습니다. 로시뇰 사가 예전에 도입했던 에너자이저 장치와 비슷한 것인데, 로시뇰은 이 부위에서 스키 자체에 엘라스토머를 사용했고, 엘란은 뒤꿈치 쪽 바인딩의 밑에 스프링을 장치한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이 장치는 스키어의 후경을 방지하기도 하지만, 턴 후반에서 가속이 가능케 하는 기능도 가지지요.



그런 경향 때문에 많이 뭉친 눈더미들이 있을 때는 스키가 휘었다가 빠르게 튀는 일이 잦으므로 컨트롤에 상당히 유의해야 합니다.(이리 튀고, 저리 튀고 후경이 되기도 십상입니다.) 그러나 푸석한 눈에서는 제대로 밟아주기만 하면 깊이 파고들어 안정되게 달리는 맛이 있지요. 그리고 아이스반(ice bahn)에서의 에지 그립도 상당히 좋습니다.(이건 발군이라고 표현해야 정확하다고 하겠습니다.)  

한 마디로 이 스키는 경기용 스키다운 스키로서 아무리 양판 경기용 스키라고 해도 중급자에게는 권할 스키가 되지 못 하고, 노련한 상급자에게나 어울리는 스키라고 할 수 있습니다.(엘란 사에서도 그들의 홈 페이지에서 “이 스키는 World Cup SLX 스키의 동생뻘인 스키”라고 합니다. 만만히 보지 말라는 얘기죠.^^) 그리고 제가 테스트한 엘란 SLX가 길이 160cm로서 제가 근년에 사용하던 회전용 스키보다는 5cm가 짧은 것입니다. 제가 사용한 회전 스키들은 월드컵용이 대부분이었고, 올해에 들어서 비로소 양판 경기용 165cm짜리를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이를 다루는 데 있어서는 5cm가 더 긴 로시뇰의 R9S 165cm짜리 이상의 힘이 들어갑니다. R9S가 옆들림이 크고, 쉽게 회전되는데 비하여 엘란 Race SLX는 보다 정확한 자세를 동반해야하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이 스키는 길이가 약간 짧은 걸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안정된 스키라는 걸 알 수 있었고, 의외로 숏턴 만이 아니라 미디움 턴(medium radius turn)에서도 떨림이 적은 특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회전반경이 12.1m의 스키인데도 회전반경 12m의 165cm짜리 R9S보다 미디움 턴에서는 더 나은 듯한 감이었습니다. 사실상 짧은 회전반경에 허리의 반동이 좋고, 탑벤드(topbend)가 잘 물려 들어가는 스키는 미디움 턴 정도의 길이만 해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이 스키는 그 같은 이율배반적인 조건을 적절히 조화시켜 놓은 듯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제가 좋은 스키라고 하는 것입니다.

다른 분들은 이 스키가 날이 잘 박혀서 스키딩이 잘 안 된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저는 그와 관련해서는 아무 문제를 느끼지 않았고, 오히려 R9S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스키딩이 꽤 잘 되는 스키였습니다.(상대적인 비교입니다.)

엘란의 회전 스키가 가진 장점은 10cm 단위의 길이를 가진 다른 스키들에 비하여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으로서 이것은 5cm 단위로 생산되고 있습니다. 경기용 스키에서 5cm의 차이는 대단한 것입니다. 스킹 감각이 흐트러질 수 있는 정도의 차이인 것이지요. 그러므로 155cm 바로 위에 165cm의 월드컵 대회의 기준 길이로 건너뛰는 스키들은 미리 시승회 등을 통하여 시승해 보지 않고는 가급적 섣불리 구매하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5cm 단위일 때는 어느 정도의 훈련을 통하여 적응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런 길이 체제는 엘란의 좋은 특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SLX는 고급 스키답게 가벼운 나무 심재(wood core)를 사용하고 있으며, 더블 우드 코어라고 해서 부드럽고, 가벼운 심재의 양 옆에 강하고도 딱딱한 나무 심재를 덧댄 형태입니다. 중간의 부드러운 심재는 충격흡수에 도움이 되고, 적층식 스키 구조의 ABS 측벽(sidewall)에 접착된 강한 나무 심재는 에지에 대한 직접적인 힘 전달을 고려한 것입니다. 이 강한 나무 심재 역시 스키의 비틀림을 막아주는데 공헌하기도 합니다.



최근의 회전 스키들은 듀얼 타이태늄(dual titanium) 패널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6000 시리즈 알루미늄 패널이었던 것이 더 가벼우면서도 강한 7000 시리즈 알루미늄으로 변했고, 점차로 타이태늄 합금(Ti alloy)의 알루미늄인 타이태널(Titanal)로 바뀐 것입니다. 그리고 전엔 스틸이나 알미늄 패널, 혹은 그 중 하나와 카본 패널을 써서 강한 반동을 이끌어 내던 방식에서 이제는 카본 패널은 기본이고, 두 장의 타이태늄 패널을 아래위로 써서 비틀림에 대한 강성을 더욱 강화하면서 대단히 강한 반동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최근년의 회전 경기용 스키들은 다루기가 더 힘들어지고 있지요. 더 강한 체력과 더 나은 기술력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스키로 카빙 숏턴을 해 보면 다른 회전 스키들에 비해서 의외로 반동이 더 강한 느낌이 옵니다. 양판 회전용 스키의 반동이라기보다는 월드컵 스키의 반동 정도의 강한 반동입니다.(그러니 엘란의 08/09 월드컵 SLX는 대체 어느 정도의 스키일까 궁금해집니다.-_- 그건 더 묵직하고, 더 반동이 강하다고들 고개를 젓는 분들이 많던데...)

그러므로 이 스키는 대단히 테크니컬하면서도 강한 체력을 지닌 분들에게 더 알맞은 것이나 상급자라면 한 번 타 볼만한 스키로서 아주 좋은 스키라고 하겠습니다.(제가 어떤 스키를 내놓고, “아주 좋은 스키”라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근데 이건 정말 좋은 스키이기에 내놓고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이 스키의 장점 중 하나는 오스트리아의 티롤리아(Tyrolia) 사에서 제작공급한 바인딩 시스템입니다. 물론 최근의 경향 대로 이 바인딩은 더비 및 스키 일체형입니다.


-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퓨전 시스템의 ELX 바인딩.

이 바인딩은 티롤리아의 Diagonal Release 방식의 이탈이 가능하여 상당히 안전하고, 뒤 바인딩도 옆으로 돌아가며 이탈을 하게 합니다. 게다가 이 바인딩은 자유로이 길이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최근 다른 회사의 바인딩들도 앞 바인딩이나 뒤 바인딩을 조절하여 부츠의 중앙을 스키의 중앙에 맞출 수 있기에 다양한 길이의 스키화를 바인딩에 물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스키화와 스키의 중앙점을 맞춰서 앞뒤를 따로 밀거나 당겨야 합니다. 그런데 이 엘란의 ELX는 위 사진에서와 같은 장치의 커버를 열고, 안의 레버를 당긴 후에 앞뒤 바인딩을 밀어 원하는 스키화 길이에 맞추고, 다시 레버를 잠그면 그만입니다. 편리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지요. 이 바인딩의 뒤 바인딩은 위로만 이탈이 되지 않고, 옆으로도 이탈이 되는 턴테이블(그 자체는 아니지만)과 같은 방식이어서 스텝 인(step in)으로 뒤 바인딩을 밟아넣었을 때는 적당한 전압(forward pressure)으로 부츠를 물려주고, 잠겨있다가 위쪽으로 힘을 받으면서 살짝 올라가면 잠김이 풀리면서 발목이 비틀리는 경우에 잠겨있던 바인딩이 좌우 회전을 하게 됩니다. 상당히 안전한 바인딩입니다.

제품문의: (주)동보아이엔티( http://www.dongboint.co.kr )
서울시 서초구 서초3동 1534-5(코스모 빌딩)

전화: 02-580-6949




아래 댓글로 천리 김랑호 시삽의 07/08 SLX 시승기를 올립니다. 0809 신제품과의 비교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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