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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스키(6) - 운동신경에 대한 고민

 

 

 음.. 어.. 그러니까 스키스쿨에 있으면서 끊임없이 마주해야 하는 현실은 내가 운동신경이 없다는 것이다. 이때까지 살면서 많은 스포츠를 접했지만, 그냥 하는 거라서 멋지게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까 내 소질에 대해 돌아볼 이유도 없이 그냥 하다가 말았다.

 

 내가 봐도 내 마음 대로 스키를 타기 힘들었고, 같이 입사한 체대생 동기들에 비해 느는 속도가 더뎠다. 나의 신체는 내 명령에 반응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여러 번 스키를 접해서 그나마 내 몸은 건사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의문이 생겼다. ‘아, 이거 재능의 영역인가? 태어나면서 결정되는 부분이 있는 건가? 그렇다면 개선의 여지는 어느 정도이고, 나처럼 운동 감각이 떨어지는 사람은 어느 실력까지 올라갈 수 있는 거지?’ 그래서 스키 스쿨 회식을 하는 날, 인터에 계신 *윤현정 선생님께 여쭈어 보았다.(스키장에는 인터 스키 부서랑 스키스쿨이 있다. 그냥 스키스쿨은 하루씩 강습을 하는 거고, 인터는 스키를 제대로 타고 싶은 회원님들을 모집해서 10회 단위로 강습을 한다. 인터에 계시는 선생님들은 스키를 정말 잘 타는 분들이다. 공부로 치면 전교권의 성적을 자랑하는...)

 

 선생님은 티칭 2까지는 재능과 별개로 누구나 가능하다고 하셨다. 다만 티3 정도 되면 경사가 심해져서, 어느 정도 타고남이 요구된다고 하셨다. 그 말씀을 듣고 나서 지금 내가 보겐이 안 되네, 페러렐이 안 되네 하고 징징 거리는 건 쓸 모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늦게 되고 빨리 될 뿐이지 못 하는 건 아니니까. 솔직히 안도가 되기도 했고 희망이 보이더라.

 

 나는 뭔가 문제가 생기면 내 머리 속을 보고, 그 회로를 점검해 본다. 예를 들면 수학을 너무 못 해서 잘 해야겠다 싶으면, 내 풀이랑 해답지를 비교하는 거다. 그런 과정에서 내가 이렇게 생각해야 했고 이런 수학적 도구를 이용해야 한다는 걸 얻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사고하려고 자꾸 노력한다. 또 수학 성적이 좋은 애들의 관점을 연구해 본다. 논리적으로 받아들인다, 단계별로 접근한다. 이런 거. 이런 것도 따라 해 본다.

 

 그렇게 운동 신경에 대한 나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경환이 형이 운동의 폼에 대해 말씀하시는 걸 듣게 되었다. (형이라 해서 오해 하실 것 같은데, 저는 여자입니다. 오빠가 처음에 스키스쿨 왔을 때 "스랑아!" 하면 "네 형님!" 하고 대답하라 하셔서 형이라 하는 거예요.) 형은 어떤 운동을 접하더라도 폼을 신경 쓰신다고 했다. 이게 어떤 의미냐면 배드민턴을 친다고 하면, 공을 맞추는 것에 전혀 신경을 안 쓰는 것이다. 오로지 잘 치는 사람의 폼을 지켜보고 그대로 하려는 것. 그리고 공 맞추는 건 나중의 일! 형이 그 내용을 말 하시면서 형 아버지 이야기도 하셨다. 형의 아버님은 공을 맞추는 데 집중 하신다고 한다. 형은 그런 아버지가 배드민턴을 잘 치는 건 아니라 하셨다.

 

+https://blog.naver.com/skitrangs/221928106399 ('운동신경' 에 대해 이야기 한 술자리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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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스키 탈 때도 넘어 지는 거 상관 안 한다고 하셨다. 꽈당 하지 않는 데 에너지를 쏟기 보다는 더 정확한 스킹을 하는데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이다. 오빠는 인터에서 강습을 하시는데, 아이들 앞에서 넘어져도 하나도 안 부끄럽다고 하셨다. 특히 애들은 보고 바로 배우기 때문에, 자세에 최대한 주의하며 타신다고.. 그리고 잘 타는 사람을 따라서 타려는 노력을 평소에 많이 하신다고 하셨다.

 

 그리고 경석이라고 내 동기이자 동갑내기 친구가 본인의 경험을 덧붙여 주었다. 얘는 체대생이고 이번 시즌에 스키를 처음 탔는데,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경석이는 ‘관찰’을 굉장히 많이 한다더라. 그래서 경환이 형에게도 “너 혹시 나 따라 타냐?” 라는 질문을 받고, 송이에게는 “와 오빠 전후차 보고 하는 사람 처음이에요.”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이렇게 모범적인 운동신경을 가진 사람들의 두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게 되었다. 그러고 나를 돌아보니, 완전 반대였다. 나도 눈이 있으니까 남 타는 걸 본다. 근데 따라 해야겠다는 의식이 별로 없다. '내가? 그게 가능해?' 그러면서 선배들이 시키는 대로만 탔다. 한 번에 하나의 포인트만 의식하면서. (굉장히 부분적인 접근.) 수동적으로 스키를 연습했던 것이다. 또 나는 안 넘어지는 게 정말 중요한 사람이었다. 난 무섭고 아픈 게 싫기 때문이다. 그런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폼보다는 미끄러지지 않는 데 투자를 한다. 또 예전에 배드민턴도 배웠는데, 자세를 생각해 본 기억이 없다. 공 맞추느라 바빴다..

 

 그래서 앞으로는 ‘관찰’을 해 보고, 되든 말든 고수를 따라 해 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이게 시즌 거의 끝날 무렵에 알게 된 거라서 적용해 볼 시간이 별로 없었던 게 아쉽다. 그래도 몇 번 시도한 후기를 말하자면 “놀랍다.”이다.

 

 그 이후에 스키 스쿨에서 잘 타는 분들 사이에 끼여서 스키를 탔다. 하루 종일 관찰하고 그대로 타 보려고 했다. 그 과정이 정말 재밌었고 보이는 게 이전보다 훨씬 많았다. 경환이 형이 카빙 탈 때 어디서 힘을 주고 손의 포지션은 어떤지, 숏턴은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뒤에서 그대로 하면서(물론 시도한다고 다 되지는 않더라.) 내려갔다. 넘어지는 거 하나도 개의치 않고 자신 있게 쏘았다. 이 날 카빙인 줄도 모르고 그냥 따라 탔는데, 잘 했다는 칭찬도 한 번 받았다. 얏호. 그리고 나리 언니 숏턴 칠 때도 붙어서 한 번 해 봤다. ^^ 어떻게 저렇게 타는 건지 혼자 의문도 가지고 탐구도 해 보면서 범접할 수 없는 실력인 게 느껴졌지만, 내 나름대로 시도도 해 봤다.

 

+https://blog.naver.com/skitrangs/221928137600 (그렇게 스키 탄 날에 대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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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과 다르게 나는 전체적으로 다른 사람의 폼을 파악하려 했다. 그리고 스스로 깨우치려 하고 있었다. 내가 직접 관찰하고 적용해 보려고 하니까 저렇게 되더라. 그리고 자세를 더 의식했다. 이런 식으로 머리가 굴러가는 게 맞을 듯하다. 그러고 보면 "이전에는 실력이 늘기 힘든 구조"이지 않을까? 수동적으로 지적 받은 하나만 다시 해 보려 하고. 스스로 집중해서 완성해 보려 안 했으니까. 물론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지만 잘 하는 사람의 사고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그리고 집에 왔다. 난 사람들이 스키 동영상을 보는 게 이해가 안 갔다. '아니 송이가 가르쳐 주는 대로 타면 되지, 왜 보는 거지?' 싶었다. 그리고 유튜브에는 다른 자극적인 게 많기 때문에, 스키 동영상이 내 이목을 끌지는 않았다. 근데 이제는 ‘내가 주도적으로 다른 사람 폼을 관찰하고, 그렇게 타려고 하기“라는 방식에 내게 주어졌다. 그 후로 스키 동영상을 미친 듯이 찾아서 보고 있다. '세상 이렇게 흥미로운 걸 찾을 수 있을까?' 싶은 심정으로 구경한다. 대한민국 스키 유튜버를 파헤쳐 보다가 이제는 외국 유튜버까지 검색하는 중이다. 스키를 잘 타기 위해서는 많이 보는 것도 필요하다던데, 긍정적인 변화라고 여겨진다.

 

 이렇게 나는 운동신경에 대해 고민을 했다. 그리고 ‘자세 관찰’, ‘자세에 초점 맞추기’ 그리고 ‘잘 하는 사람을 스스로 따라하는 시도’가 필요하겠다는 해답을 얻었다. 운동신경을 타고나는 부분도 분명히 있겠지만, 개선의 여지도 있는 것 같다. 끝!

 

Comment '2'
  • ?
    일월여신|한상률 2020.04.29 09:14

    다른 모든 분야가 그렇듯, 운동도 분명히 재능이 필요합니다. 있고 없음에 따라 배우는 과정, 결과 차이도 크고요.

    스키라는 운동은 이론과 실기를 함께 이해해야 하는데, 그것을 연결하지 못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체대생은 재능과 체력을 함께 가진 사람일 겁니다. 제 생각에 일반인과는 비교 대상이 아닙니다. 미대생, 음대생과 일반인이 비교 대상이 아닌 것처럼요.  하여간 티칭/레벨 2까지는 일반인도 도전해 볼 만 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거기까지도 재능이 없다면 매우 힘들겠지만요.

     

    그리고.. 수학문제 풀이를 예로 드셨는데, 수학이란 것도 재능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길치(공간/거리 감각), 음치(박자, 음정 감각)처럼 수학을 배우는 데 필요한 계산이 안 되고, 여러 가지 개념을 이해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아무리 해도 안 됩니다. 제가 그 케이스거든요.^^

  • ?
    apple 2020.06.10 16:52

    타이틀이 너무 좋아요 많은 사람들이 스키를 오래 타도 이런 고민을 얼마나 할까요 ?   그리 많치 않아요 저는 20년을 가르치면서 제가 느낀것이 많아요 가르친다고 스키를 잘 탈까요 ???? 가르치는 것과 타는 것은 다르다고 봅니다 스키 강사가 가르침에 탈렌트가 없는 사람이 가르치다보면 서로 힘드는 것이지요 사람들은 궁합이 잘 맞아야 한다고들 하지요 미국에서도 마찬 가지입니다 서로 잘 맞는 사람이 스키를 함께 타면 재미가 있어요 사람은 모두 다릅니다 내가 어떤 분류의 스키어인가를 알게 되면 그것을 추구 하시는 분과 함께 스키를 타시면 금방 스키를 배웁니다 제가 보기엔 정진서랑씬 Thinker 인것 같아요 오빠라고 하시는 분은 보면 따라 하시는 분같아요  서랑씬 수학적으로 계산을 하듯이 스키를 차근 차근 잘 배우시면 엄청난 능력이 나타 날것이예요  스키를 빨리 잘 배운다고 좋은 것은 아니예요 스키의 묘미는 스로우모션에서 느낌 하나 하나를 받고 발 바닥에서 머리까지 온몸 근육 하나 하나에 느낌은 확실히 받으면 최고의 스키어가 됩니다 스키는 마일레이지 입니다 내가 얼마나 어떻게 타느냐 입니다 Thinker 들이 스키를 조금 늦게 배우지만 확실히 배우는 스타일 이라 대단 합니다 꼭 Thinker 고수님을 만나서 함께 스키를 타보셔요 확실히 다를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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