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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2019.10.18 18:27

재는 재로(Ashes to ash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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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291 추천 수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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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는 재로(Ashes to ashes)

 

성서의 창세기(3:19)에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가리라.(For dust you are, and unto dust shall you return)"란 구절이 있다. 그 말처럼 목사님의 사모였던 장모님은 96년을 사시고 이제 다시 우주의 먼지로 돌아가신다.

 

그 장소는 우주의 한 켠, 은하(銀河)의 나선팔 중 하나에 있는 태양계, 거기서도 지구, 한국, 양재동의 서울추모공원이다. 원래 우주의 개스 구름이었다가 먼지로 시작한 것이 생명의 모태이다. 이제 세상을 떠난 생명은 이곳에서 화장되어 개스가 되고, 일부가 재로, 먼지로 남는다. 그리고 그것이 지구란 별(the Earth)을 이루는 흙(earth)이 된다.

 

영국 성공회의 공동기도문 중에 "흙은 흙으로, 재는 재로, 먼지는 먼지로(Earth to earth, ashes to ashes, dust to dust)"란 구절이 있다. 장례식의 마지막 단계에서 사제가 관 위에 흙을 뿌릴 때 읊는,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진혼시이다. 영혼을 다루는 종교에서 하는 말과 사물의 원리를 캐는 과학을 통해 밝혀낸 결과가 다르지 않다.

 

우린 우주의 먼지에서 태어나 다시 그 우주의 일부인 지구의 먼지로, 흙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우주의 일부였던 별의 소재가 다시 별이 되는 것이다. 지구마저도 태양계마저도 은하마저도 영원하지 않으니 언젠가는 이들마저도 다시 개스 구름이 되고 그 모든 과정이 되풀이 될 것이다. 그 땐 이 지구상에 살았던 생명이 이룬 모든 문명의 흔적도 사라지고, 공기의 흐름이 없는 이 우주엔 소리가 없으니 인간이 한 때 느꼈던 고요만이 남을 것이다.

 

그렇게 인간은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 별이 되고, 그로써 영원한 안식을 찾는다. 필시 인류와 그 문명이 사라지는 때가 오더라도 한 때 이 우주에 생기와 사랑을 불어넣었던 사람들, 그렇게 가족을 이루고 사랑과 슬픔을 함께 나눴던 사람들의 온기는 차가운 우주의 미열로 남아 우리를 증거할 것이다.

 

RIP(Rest In Peace) "Since 2019"

 

2019년 이후 평화로움 속에 영면하신 장모님과는 달리 집사람은 "Since 2019"의 포토 에세이집과 전시회로 이 해에 사진작가로 태어났다.(전시회를 끝내는 날이 우연히도 오늘 발인일이 되었다.) 그렇게 또다른 의미의 탄생과 죽음이 엇갈리는 해를 mixed feeling으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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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애, 고성헌(오빠)

많은 분들의 격려에 힘입어 2019/10/18(금) 오후 4시에 모든 장례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하고, 여주 대신리에 수목장을 했습니다.

댓글로 위로해 주시고, 격려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장례식장까지 먼 길을 찾아와 주신 분들께도 특별히 감사드립니다. 혹, 저희가 여러 손님들을 맞다보니 오신분들에게 소홀하지 않았는지 걱정도 됩니다. 그렇다고 해도 저희의 진심이 그러지 않았을 것으로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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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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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상일 2019.10.29 20:34

    뒤늦었지만 소천하신 분의 명복 빌면서 상실의 아픔을 겪으신 박사님 내외분께도 위로의 뜻을 전합니다,

    삶과 죽음에 대한 우주적 통찰을 유려한 필치로 피력하신 훌륭한 글을 감동을 가지고 읽었습니다. 

  • profile
    박순백 2019.10.30 08:58
    감사합니다.
    벌써 가신 분을 잊고지내는 일도 많아졌습니다.-_-
    사람은 너무 빨리 적응해버리는 문제가 있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선생님 덕분에 한 번 더 가신 분을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 장모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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