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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리 이모 '고성애'의 출판 기념회에 다녀왔다. 그동안 직접 촬영했던 사진들을 바탕으로 포토에세이집을 내셨다고 하셨다기에, 나는 무덤덤한 마음으로 현장으로 향했다. 이모는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무엇이 본업인지 모를 정도로 너무나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경희대에서 교수로 재직하셨었고 취미로 인라인, 자전거, 스키, 사진 촬영, 글쓰기 등을 하시는 분이다. 워낙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셔서 "이번에도 뭔 일을 내셨구나"라는 마음이었다.

 
회사에서 칼퇴근을 하여 서둘러 현장으로 향했고, 어쩔 도리가 없는 금요일 퇴근길을 나름 열심히 달려서 행사 시작 5분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출판 기념회가 열렸던 마다가스카르 카페 안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로 꽉 차 있었고,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던 엄마 덕분에 맨 앞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갑자기 키가 엄청 큰 여자애가 젤 앞에 앉아버려서 뒷 사람들이 엄청 당황해했을 것 같다.
 
기념회는 1, 2부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1부 행사에는 총 3명의 가수가 나와 귀에 꽤 익숙한 노래들과 낯선 노래를 1시간이 조금 넘게 불렀고, 곧이어 신미식 작가님의 사회로 2부가 시작되었다. 1부 공연에 집중한 나머지 우리 이모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곱게 차려입은 여성 6분이 무대에 등장하셨고, 그제서야 예쁘고 세련된 모습의 우리 이모가 눈에 들어왔다.   
 
고성애, 박미숙, 박행빈, 손흥자, 신미식, 이영주, 정경숙의 순으로 저자가 소개되었는데, 이게 가나다순이라고 한다. 실제 포토 에세이 책에도 저자 명이 이 순서대로 기재되어 있다. 신미식 작가님의 감동적인 소감이 끝난 후 6명의 작가들의 프롤로그 낭독이 이어졌다. 오름차순에 따라 이모가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으셨고 4등분으로 접혀있는 A4 용지를 펼치며 덤덤하고 진솔하게 소감을 읽어내려 가셨다. 사실 이모는 보고 읽으셨다기보다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심경을 또박 또박, 한 땀 한 땀 밝히셨다는 느낌이 더 크다. 안타깝게도 이모는 긴장 때문인지 입이 마르는 현상이 있었고, 그 때문에 혀가 말을 듣지 않아 하는 것 같아 보였다. 옆에 있던 엄마도 낌새를 알아차리고 내게 물이 없냐고 물어보셨는데, 어디서 물을 구해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아 바로 코앞에 있는 이모께 전혀 도움을 드리지 못했다. 지금도 이 생각을 하면 이모한테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든다. 
 
며칠이 지난 후 포토에세이를 펼쳐보았다. 이모의 자필 서명과 "인생에 결승선은 없다. There is no finish line."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모가 말하는 결승선이 꼭 '한계'와 일맥상통하는 것만 같았다. 왜냐하면 이모의 행보에는 늘 한계가 없었으므로. 어찌 보면 우리 집안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내 좌우명이 "끊임없는 노력이 우리 잠재 능력의 문을 여는 열쇠다"고, 그걸 꽤 성실하게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세이집은 사진과 그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한 챕터씩 간결하게 담고 있다. 사진을 보면서 작가가 어떤 생각으로 그 사진을 찍었을지 먼저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글을 읽어본다. 이렇게 사진을 찍으면 멋있겠다라는 단순한 촬영이 아니고, 사진마다 각자의 사연이 담겨있다. 그리고 그 사진을 통해 아가페적 사랑을 느끼고, 자신을 발견하고, 또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떠올리기도 한다. 글을 읽다 보면 작가님들의 성향이 드러나는 것 같았다. 이모의 사진과 글을 통해 이모가 마음이 참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고, 그 마음이 전파되어 주위까지 따뜻하게 해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피아란초아의 광솔 파는 오누이"가 가장 좋았다.(사진에 광솔이 나와있긴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몰라서 검색해봤다. '광솔'이란 소나무 송진이 붙어있는 나무를 지칭한다.)
 
책 표지 뒷면에 "감동이 오기 전에 셔터를 누르지 마라!"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동안 뷰파인더로만 느꼈던 감동을 글로 풀어내기로 결정하신 모든 작가님들께 경의를 표한다. 사진 촬영은 단순한 취미 생활을 초월한 나 자신에 대한 성찰이기도 하고, 다른 누군가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수단인 것 같다. 우리 이모가 이번 출판을 통해 정말 인생에 결승선이 없다는 것을 만인에게 알려주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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