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rofile
조회 수 393 좋아요 0 댓글 0

eyedaq.png pella.png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

 

리처드 바흐(Richard Bach)는 그의 저서 "Jonathan Livingston Seagull"(1970년 출간)에서 조망(眺望)의 중요성에 대해 갈파했다. 먼 경치를 바라보거나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는 경치를 의미하는 조망.

 

The bird that flies high sees the farthest.
A bird that files higher can see farther.

 

한동안 그 탐험가의 이름으로 불린 갈매기 조나탄 리빙스톤을 동경했다. "The higher a bird flies, the farther it can see." 그리고 이런 생각으로 살아왔다. 그러다 그 말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져서 내 입에서는 이런 얘기가 사라졌으나 마음 한 구석엔 그 말의 여운이 계속 남아있었다.

 

옹진군청의 홍보영상을 찍으러 장봉도로 향하는 신시모도/장봉도행 페리 2층에서 수많은 "새우깡 갈매기"를 보게 되었다. 강화도와 석모도를 잇는 연륙교(連陸橋)가 놓임으로써 사라진 삼보해운의 페리들. 그리고 그 때문에 그 페리의 승객들이 던져주는 새우깡을 먹으러 달려들던 갈매기들도 다 사라졌다. 그런데 걔네들이 장봉도행 페리에 나타날 줄이야...

 

하지만 "새우깡 갈매기"로 우습게 치부하던 그들이 하늘 높이 올라 "조나탄 리빙스톤 시걸"의 흉내를 내듯 현란한 비행술을 보일 때는 감탄스러웠다. 왜 리처드 바흐가 갈매기를 그의 분신삼아 "조망하라!"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드론이 없던 그 시절에, 오로지 헬리콥터나 비행기를 타야 조망할 수 있는 새로운 경관을 그는 벌써 마음으로 내려다 보고 있었다는 게 신기하다.

 

그간 수많은 갈매기들을 봐왔지만 난 대개 바닷가 모래사장에 내려앉은 한가로운 갈매기들을 봤을 뿐이다. 하지만 마치 군함조(軍艦鳥)인 듯 빠르게 나는 녀석들도 있고, 드론처럼 한 자리에서 정지비행(hovering)을 하는 녀석들도 있었다. 추락하듯 수면을 향해 내리 꽂기도 하고, 다시 고개를 들어 치솟아오르기도 하고...(방향을 바꿀 때는 그들 역시 고개부터 돌렸다. 우리가 운동을 할 때처럼...) 그들은 항상 눈을 부릅뜨고 갈 곳을, 혹은 목표물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들은 진지했다. 평화로운 듯 보이던 그들의 비행이 결국 삶을 위한 끝 없는 절규, 혹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 같은 것임을 그제야 알 수 있었다. 높이 날아야 멀리 보고, 그래야 그들은 살 수 있었다. 그러니 더 높이 날려는 조나탄 리빙스톤 시걸 같은 순수의지를 가진 갈매기도 있을 법했다. 높이 날고 비행술의 극한을 향해 치달아야 생존의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므로...

 

많은 걸 알려준 장봉도행 페리 위의 갈매기들. 그들의 단독 비행과 편대비행을 보면서 난 젊은 시절을 추억하고 있었다.

 

jonathan-020.jpg

- 장봉도행 페리와 "새우깡 갈매기." — 함께 있는 사람:Bling Seo, 장소: 장봉도

 

jonathan-022.jpg

- Jonathan Livingston Seagull

 

jonathan-008.jpg

- 갈매기의 편대비행

 

jonathan-000.jpg

 

jonathan-001.jpg

 

jonathan-002.jpg

 

jonathan-003.jpg

 

jonathan-004.jpg

 

jonathan-005.jpg

 

jonathan-006.jpg

 

jonathan-007.jpg

 

jonathan-008.jpg

 

jonathan-009.jpg

 

jonathan-010.jpg

 

jonathan-011.jpg

 

jonathan-012.jpg

 

jonathan-013.jpg

 

jonathan-014.jpg

 

jonathan-015.jpg

 

jonathan-016.jpg

 

jonathan-017.jpg

 

jonathan-018.jpg

 

jonathan-019.jpg

 

jonathan-021.jpg

 

jonathan-023.jpg

 

jonathan-024.jpg

 

jonathan-025.jpg

 

-----

 

62544087_2796140830426960_8994422152237154304_n.jpg

- 공중에 던진 새우깡을 낚아챈 갈매기.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좋아요
» 잡담 조망 -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 file 박순백 2019.06.08 393 0
2698 잡담 [TV CF] 예린이의 현대자동차 싼타페 2019 동 2 file 박순백 2019.05.15 879 3
2697 사는 얘기 꼭 이런 놈이 하나씩 있다. 2 file 박순백 2019.05.07 1264 2
2696 잡담 우연찮게 들어간 명일동 한 골목의 카페 버즈 file 박순백 2019.04.09 578 0
2695 잡담 벚꽃이 안 핀 가평 상천리 벚꽃축제에 와서... 1 file 박순백 2019.04.09 618 0
2694 사는 얘기 덕소 수레로 37번지 2 file 박순백 2019.04.09 563 0
2693 사는 얘기 Forsithia Republic II - 죽음을 곁에 두고 사는 삶은 어떠한가? file 박순백 2019.04.08 618 3
2692 잡담 Forsythia Republic - 개나리로 뒤덮인 응봉산 7 file 박순백 2019.04.01 6008 2
2691 잡담 한양도성 낙산성곽길 안쪽 동네를 문화마을로 일군 분 - 최홍규 쇳대박물관장님 2 file 박순백 2019.03.17 2220 0
2690 잡담 [20019-03-13 수] 서울대병원-재단법인 지혜 협약식 file 박순백 2019.03.15 1524 1
2689 취미 파주 교하리의 더티 트렁크 대형 카페와 성동리의 프로방스 마을(빛 축제) file 박순백 2019.02.28 1069 0
2688 잡담 박정민 선생의 한계령 추억여행과 지피지가 10 file 박순백 2019.02.19 924 3
2687 잡담 [2019/02/13 수] 스키어 3인의 퇴촌 차회와 와츠 코리아의 스키복. 5 file 박순백 2019.02.14 1023 1
2686 잡담 상상바다에서의 대화 1 file 박순백 2019.02.03 714 1
2685 사는 얘기 [01/09/수] 화장실에 갇히다.ㅠㅠ file 박순백 2019.01.13 1167 4
2684 잡담 캠프 보산에 가서 페루 음식을 먹어보고 스윗 로빈과 베스트 우드 버닝 아트 공방에 들르고... 1 file 박순백 2018.12.09 689 1
2683 사는 얘기 영화 카오산 탱고 시사회에 다녀와서... 1 박순백 2018.11.30 2074 2
2682 잡담 영화처럼 살고 싶어, 아이폰 OTG USB 메모리, 애프터샥 트렉 에어 file 박순백 2018.11.24 583 1
2681 사는 얘기 경연이의 결혼식 3 file 박순백 2018.11.20 3669 0
2680 사는 얘기 잘 먹고, 잘 살기^^ 6 file 박순백 2018.11.18 3588 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143 Next
/ 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