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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를 사려는데 어떤 게 좋습니까?"라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의외로 제게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건, 제가 글을 많이 쓰는 사람이고 한 때는 컴퓨터 칼럼니스트 일을 했었고, 특히 좋은 키보드에 대한 얘길 많이 해 온 때문이라 하겠습니다. 

 

전 글을 잘 쓰려면 좋은 필기구를 써야한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명필이 붓을 가리냐고 하지만, 그건 호랑이 담배피던 때의 얘기고... 최소한 필기구가 만년필로 바뀐 이후부터는 좋은 걸 써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뒤늦게 만난 서예 고수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진짜로 좋은 서예 작품을 남기려면 붓이나 먹이나 벼루가 엄청 좋아야한다고 하고, 그 가격이 거의 천문학적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더라고요. 결국은 "명필은 붓을 가려 쓴다."는 게 진리임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럼 컴퓨터 워드프로세싱의 시대에서는 어떤가???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오히려 좋은 걸 써야한다는 사실을 강조해야할 참입니다. 이유는 이젠 기계이기 때문에 고장율도 생각해야 하고, 안 좋은 제품을 사용하면 생기는 손목의 터널증후군이나 팔과 목의 긴장으로 인한 질병 등이 문게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데스크탑) 컴퓨터를 사면 거저(?) 따라오는 싸구려 키보드들은 글을 많이 쓰는 사람들이 버려야할 대상이라고 할 정도입니다.(값도 적지 않은 애플 사의 제품들이 끼워주는 키보드들은 한 마디로 쓰레기들 뿐입니다. 기능적인 운용을 위한 인간공학적인 배려도 되어 있지 않고, 오로지 보기 좋은 디자인에만 전념한 것 같은 냄새가 많은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하여 PC 사용자들은 꽤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는 다양한 고급 제품들이 시중에 애프터 마켓(after market) 제품으로 나와있어서 다행입니다.) 

 

제가 오늘 소개하려는 제품은 "역시(!!!)" 독일의 50년된 키보드 전문회사에서 만든 체리(Cherry)입니다. 이 회사의 제품은 독일제여서가 아니고, 대부분의 독일제가 그렇듯이 철저한 조사연구를 통해서 사용자들의 취향을 파악하고, 그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매우 튼튼한 제품을 이 체리 사가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 회사의 제품은 이미 대단한 명성을 가지고 있고, 소위 산업표준(industrial standard)이 되다시피했습니다. 

 

물론 반백 년 전에 체리 사가 출현하고 컴퓨터용 키보드를 만든 이래 체리는 좋은 키보드의 대명사였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더 나은 키보드를 지향하는 많은 회사들이 나타났고, 그 중엔 정말 좋은 키보드를 만든 미국의 키트로닉(Keytronic) 사나 일본의 (리얼포스) 토프레("토쿄+프레스"의 약자) 사 등이 출현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좋으나 너무 비싼 제품이었던 80년대의 키트로닉 사는 너무 일찍 이런 길을 간 바람에 사라져 버렸고, 토프레 사는 아직도 건재합니다.(키트로닉은 당시 가격이 거의 150~200불에 달했으니...-_-) 하지만 리얼포스 토프레 키보드의 가격이 현재 25만 원에서 35만 원 정도를 호가하다 보니 이건 정말 아무나 쓰기는 힘든 제품이란 생각이 듭니다.

 

"키보드를 사려는데 어떤 게 좋습니까?"하고 묻는 분들은 번들로 따라오는 싸구려 키보드가 얼마나 형편 없는 것인가를 아는 분들입니다. 그러므로 그분들은 대개 좋은 키보드를 사는데 어느 정도의 출혈을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보드의 람보르기니 같은 리얼포스 토프레는 감히 권하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이 경우 유경험자들은 대략 10만 원 대 이하의 로지텍이나 필코, 레오폴드 등의 제품을 권하게 됩니다. 

 

하지만 진짜 키보드를 만지는 시간이 많은 사람이 키보드를 추천해 달라고 할 때는 당연히 "기계식 키보드"의 대명사인 체리를 권하게 됩니다. 대체로 그 가격은 10만 원을 넘어섭니다만... 일반인들은 키보드가 10만 원이 넘는다고 하면 비싸다고 놀라지만, 정말 좋은 키보드를 구하는 분들은 그런 가격대의 제품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 대개는 무척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체리는 일단 권한 사람이 안심해도 좋을 만큼 사용자의 만족도가 높습니다. 체리와의 단 한 번의 만남으로 그 사람의 키보드 인생은 체리로 고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요즘 시중에서 판매되는 좋은 기계식 키보드들은 거의 모두(실은 100%) 체리 사의 키 스위치를 사용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이들의 청축, 갈축, 흑축 키 스위치들은 키를 누르는 무게로 구별되는데, 애프터 마켓용으로 나온 여러 회사의 모든 기계식 키보드가 다 독일의 체리 사에서 키 스위치를 납품받아 키보드를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체리가 실질적인 시장 표준 제품이고, 결국 산업표준에 가까운 역할을 한다고 하겠습니다. 

오늘 키보드를 하나 샀습니다. 집에 키보드가 한두 개가 아닌데 할 수 없이 또 사야했습니다.(집엔 리얼포스 토프레로부터 3개의 체리, 두 개의 IBM 오리지널 키보드, 트랙볼이 달린 컴팩의 서버용 키보드 두 개, 필코 블루투스 키보드와 마제스터치 2 등 여러 개가 있습니다. 대개는 사용하고 있고, 몇 개는 쉬고 있습니다.)  이유는 그간에 사용하던 필코 블루투스 키보드가 알 수 없는 에러를 자꾸 내기 때문이었습니다. 치지도 않은 글자가 반복되기도 하고, 이리저리 건너뛰기도 하고 별 속을 다 썩였지요. 그래서 블루투스를 끄고 USB 코드를 사용했는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집에 있던 IBM 오리지널 키보드를 한동안 사용했습니다. 이 제품은 일본의 알프스 사의 좋은 키 스위치를 가지고 있는 좋은 기계식 키보드이고, 가격도 꽤 높은 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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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랜만에 이 키보드를 쓰려고 하니 키가 너무 무거워서 힘이 들었습니다. 워낙 많은 글을 쓰다보니 손톱 끝의 한쪽 살갗이 눌려서 상처가 나고 부어오르기까지 합니다. 키가 무겁긴 했지만 적응하다 보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이 키보드를 포기하지 않은 게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당장 키보드를 바꾸기로 한 것입니다. 하지만 집이고 사무실에서 몇 개의 체리를 사용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다른 회사의 좋은 신제품이 있으면 그걸 써보고 싶어서 다양한 제품을 검색해 봤습니다. 웹 상의 정보로만 본 것이고, 실제로 다뤄보지는 않았지만 좋은 것들은 다 체리의 키 스위치를 사용하고 있어서 스펙의 차이가 별로 없었습니다.-_- 그런데 의외로 체리 사의 고급 제품보다도 더 높은 가격을 붙여 놓은 것들도 보입니다.(토프레처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이게 웃기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구입한 것이 결국은 체리의 신제품이고, 그것이 바로 아래 사진의 제품입니다. 근데 가격이 환상적으로 낮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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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체리 G80-3800이고 키 스위치는 LXBKO-2의 갈축인 제품입니다.(갈축, 청축 등의 차이가 뭔가는 아래에서 다시 설명토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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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동일 제품의 최저가 54,520원으로부터 눈 먼 사람 등쳐먹는 것 같은 말도 안 되는 가격 92,500원까지 다양합니다. 이러니 이런 제품을 살 때는 꼭 www.danawa.com이나 www.enuri.com 등의 가격 비교 사이트를 뒤져서 최저가의 제품을 믿을 만한 판매자로부터 사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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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제품의 사양은 위의 간단히 쓰여있습니다. 상하좌우 이동키와 뉴메릭 키가 있는가의 여부와 키 스위치, 좌우 길이, 그리고 무게 정도만 따져보면 되기에 여기 쓰인 것으로도 웬만한 정보는 다 쓰여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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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 하우징의 전체적인 사이즈가 좀 줄어들었습니다. 15년 이상된 제품으로 체리 클래식(Cherry Classic)이라 불릴 수 있는  D-91275의 원형이 아직도 체리 사에서는 최고급 제품에 거의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의 사이즈는 465mm / 190mm / 38mm / 20mm의 스펙입니다. 그에 비해 신제품인 G80-3800은 446mm / 158mm / 28mm / 16mm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체리 클래식 1,200g의 무게인데 비해 이 제품은 760g밖에 안 됩니다. 한 마디로 컴팩트하면서도 가벼운 제품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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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엔 오른쪽 상단에 따로 표시되던 Caps Lock의 초록색 LED가 이 제품엔 키 자체에 표시됩니다. 

 

사용해 보니 키는 가볍고 타자하기 좋은데, 케이스 자체가 작고 무게도 덜 나가서 그런지 타자를 할 때 케이스의 값싼(?) 울림(진동)이 있습니다. 키감이 좋아서 타자할 때의 부담이 없는 건 장점이지만 이런 작은 단점과 함께 키의 배치(설치)면에서 인간공학적인 배려가 부족한 부분도 보입니다. 아래 사진에서처럼 신제품은 키들이 평면적으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즉, Sculpted Keycaps가 아닌 것입니다. 절약을 하려다보니 기존의 키보드(아래 사진)처럼 sculptured keyboards의 형태로 만들지 않은 것이겠지요.-_- 후자는 키캡들이 각 단계마다 인간공학적인 적당한 기울기로 달리 설치되어 있어서 타자하기도 좋고, 오타도 방지되는 효과를 가지는데, 왜 그런 민짜형으로 키캡을 배열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애플이 이런 식이어서 항상 욕을 먹는데... 그 문제는 개선한 애플 키보드가 나중에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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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한 가지는 키보드를 뒤집었을 때 상단에 있는 높이조절 기구를 왠지 체리 사가 엉뚱한 방향으로 설치했다는 것입니다. 접을 수 있는 이 장치는 아래 사진의 아래쪽처럼 상하로 열려야 넓게 지탱을 해줄 수 있는데, 사진 위의 신제품처럼 그걸 좌우로 접을 수 있게 하면 흰색 화살표가 가리키는 모서리 한 부분만 테이블에 닿게 되고, 결국 확보면이 아닌 확보점으로 변해서 키보드가 밀리지 않고 제대로 자리를 확보하고 있기 힘들게 됩니다. 아니 어떻게 이런 실수를 한 건지 이해가 안 됩니다.ㅜ.ㅜ 이건 개선이 아니고 개악인 것이지요. 밀림 방지 장치를 고무나 실리콘 등으로 만들어 붙인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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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리가 독일 회사이기는 하지만 이 제품은 디자인만 독일에서 하고 만드는 건 중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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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리 클래식(D-91275)은 체코공화국에서 만들었습니다. 원래 체리는 독일에서만 생산하다가 나중에 독일과 체코 두 공장에서 생산을 해왔습니다. 최근에는 중국 공장을 개설하여 경비를 절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체리 클래식 키보드만 해도 연결 코드에 붙은 단자가 USB가 아니라 PS2 방식입니다. 그러므로 최근의 데스크톱 PC나 노트북처럼 PS2 단자가 없는 기종에서는 USB-PS2 변환 단자나 케이블을 사용해서 연결해야 합니다. 변환 단자는 아래와 같은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왼편의 것은 키보드와 마우스를 동시에 지원하는 것이고, 오른편의 변환단자는 키보드만 지원하는 것입니다.(만약 마우스도 변환 단자가 필요한 경우에는 그걸 따로 구입해야 합니다.) 제 경험에 의하면 오른편의 단자는 호환이 안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변환 단자를 구입할 때는 호환성이 좋은 왼편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강원전자의 Netmate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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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살펴본 G80-3800을 약간 업그레이드한 제품도 있습니다. 그건 G80-3850입니다. 이의 장점은 아래 자료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큰 변화는 아니지만 업그레이드라고 볼 수는 있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제품도 제가 위에서 지적한 단점들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가격은 가격비교 최소가에서 2만 원 정도 더 비싼 7만 원대의 가격인데 제품 자체의 차이는 크지 않으니 구입은 각자의 판단에 따르시면 되겠습니다.(전 굳이 2만 원을 더 낼 필요가 없다고 보는 입장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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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나중에 설명하리라던 키 스위치의 타자 시 무게감의 변화를 주기 위해 구분한 청축, 갈축, 적축에 대한 자료입니다. 아래의 예는 G80-3850에서 사용하는 LSBKR-2 키 스위치의 스펙입니다만, 이 스펙은 어떤 체리 제품에서나 색깔별로 동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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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가 위에서 체리 클래식이라고 부른 바로 그 D-91275 키보드의 최근판이 아래의 G80-3497입니다. 가격은 최저가가 11번가의 98,000원이고, 같은 게 G마켓에서의 최저가는 120,740원이군요. 하긴 어떤 곳에서는 이걸 14만 원대에 팔고 있기도 합니다.(그러니 다시 강조하지만 항상 가격비교를 통해 사셔야 후회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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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보시듯이 상위 제품에 사용된 키스위치도 어떤 색깔의 축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서 결정됩니다. 

 

이 제품은 체리 클래식의 연결단자가 PS-2인데 반해서 이건 USB입니다. 그리고 반대편의 높이조절 도구도 클래식에 비해서 상당히 세련되게 바뀌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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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스펙에서 보실 수 있는 것처럼 이 최근 제품은 좌우 길이가 클래식의 465mm에 비해서 15mm가 짧아졌군요.  무게도 조금(50g) 가벼워졌구요.

위의 스펙에 나타나는 것처럼 체리의 키스위치는 무려 5천만 번의 키스트록을 가능케하도록 설계된 좋은 제품이고, 그래서 모든 기계식 키보드 메이커들이 이 회사의 제품을 가져다 쓰는 것입니다. 전엔 일본 알프스 전자의 알프스 키스위치가 최고 제품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젠 그 왕위를 체리가 가져온 것으로 봐도 될 겁니다. 

 

앞서 말한 체리 클래식 키보드의 가격은 당시에 지금 가격보다 훨씬 높아서 거의 20만 원 정도에 달했었습니다. 그걸 생각하면 신제품들의 가격은 반 값에서 1/3 이하로 훨씬 저렴해 진 것입니다.(근데 실제로 당시의 화폐 가치로 봐서는 이번 비율보다 훨씬 더 크다고 봐야겠지요.) 아주 비싼 제품을 피하되 좋은 키보드를 사고 싶다고 할 때는 제가 새로 구입한 체리 G80-3800을 구입하시면 될 겁니다. 가성비 끝판왕의 제품이라고 할 수 있고, 일단 키스위치나 키 스트록 감으로 보면 이게 시중에 나와있는 최고의 제품과 거의 같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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