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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카밀리"




通, 포르쉐...... 박순백을 만나다.”

“어떤 특별한 존재(存在)와의 교감(交感)”


□ 인터뷰 문항

1. 수많은 자동차 브랜드가 있는데... 특별히 포르쉐에 애착을 가지게 된  계기는?

1980년, 당시 경희대 부총장을 하셨던 자동차 칼럼니스트 조경철 박사님이 제게 포르쉐에 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스포츠 카는 물론 자동차에 대한 관심조차 없던 전 당시만해도 포르쉐란 브랜드를 알지 못 하고 있었습니다.

조 박사님은 “포르쉐는 전 세계 남자들의 로망이다. 남자라면 자신의 차로 포르쉐를 한 번 가져 보는 게 많은 사람들의 꿈인 것이다. 그래서 포르쉐가 ‘꿈의 차’로 불리는 것이다.”라는 요지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독일의 아우토반에서 룸 미러에 비친 작은 검정색 차가 마치 줌 렌즈를 당긴 것처럼 뒤에서 다가와 다시 줌 아웃되듯 빠르게 사라지는 걸 보고 입을 다물지 못 했다는 말씀, 그리고 그 차를 처음 시승했을 때의 남다른 감회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 이후 전 포르쉐를 저의 꿈의 차로 선택한 것입니다.

2. 포르쉐 이외에 맘이 가는 자동차가 있다면?

없다고 하는 게 정상인데, 만약 꼭 대답해야 한다면 BMW입니다. F1 레이스가 뭔지를 알고, 아날로그적인 자동차 제작 기술에서 거의 정점에 도달한 회사라는 느낌을 그 회사가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독특하면서도 다양한 디자인의 키드니(kidney) 그릴에 대한 고집스러움에서 양산차 회사답지 않은 장인정신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3. 포르쉐의 철학은?

독립 자동차 회사의 특성인 장인정신이 발휘된 최고의 차를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며, 돈을 벌기 위하여 제품의 질을 떨어뜨리는 타협이 절대 없다는 것. 포르쉐에서 생산된 차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그 모든 것의 존재에 대한 합당한 이유가 발견되고, 그들만의 고집스러운 디자인 철학이 잘 반영되어 있음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4. 자동차 제작사에도 철학이 필요한가?

어떤 회사가 자동차를 물적(物的)인 것으로만 판단하는 경우, 이는 한낮 돈을 벌기 위한 상품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하지만 자동차가 그걸 만드는 사람들의 정신적인 활동이 물화(物化)된, 그들의 철학이 투영된 하나의 복잡한 유기체로 만들어진다면, 그것은 상품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탄생하게 됩니다.

전 대량생산된 상품의 이미지와는 달리 제작사의 철학이 반영된 고귀한 예술성과 작품성을 지닌 작품을 택하고 싶습니다. 포르쉐는 이제 대량생산 체제를 갖춘 양산차 회사로 변모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초기의 수동 생산 체제에서 습관화된 방식이나 철학을 그대로 투영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에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5. 소속 포르쉐 클럽 소개 자랑

저 스스로가 모임의 발기 시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기에 애착을 느끼고 있는 Porsche Club of Korea(PCK)에 속해 있습니다. 이 클럽은 여타 포르쉐 클럽들는 달리 포르쉐의 슈투트가르트 본사가 인정하고, 지원하는 유일한 클럽입니다. 연례적인 스포츠 드라이빙 교육이나 회원들 간의 친목을 위한 드라이브 투어 모임 등 다양한 드라이빙 관련 행사를 조직적으로 지속시키고 있는 것이 PCK의 특징이라 하겠습니다.

6. 박스터를 소장하게 된 과정 및 에피소드

포르쉐를 제 꿈의 차로 선택한 직후에 전 소위 “포르쉐 통장”이란 걸 만들었습니다. 월급 이외의 수입을 모두 털어 넣는 그런 통장이었고, 그 목표가 꼭 이뤄지리라는 보장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통장에 모인 돈이 포르쉐를 살 수 있는 종자 돈(seed money)이 될 것이라는 식의 자기 암시를 주기 위해 만든 그런 상징적인 통장이었지요.

제가 실제로 포르쉐 브랜드의 차를 살 때까지 걸린 기간은 20년입니다. 그 중의 막바지 몇 년간은 그 차를 살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여건이 IT업계에 종사하는 제가 그 차를 구입하는 것이 벤처 기업인의 모럴 해저드(moral hazard)로 치부될까를 두려워한 기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꿈을 전 포르쉐의 리드(lid)에 붙어있는 방패 엠블럼을 구해서 그걸 저의 집 안방 문에 부착시켜 놓고, 문을 여닫을 때마다 항상 그걸 바라보며 되새기곤 했습니다.

7. 소장 박스터에 얽힌 일화 혹은 추억

원래 제가 구입하려던 차는 박스터가 아닌 911 까레라였습니다. 1960년 대 이후 포르쉐의 대표주자가 그 차였으니까요. 하지만 차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없고, 운전교육을 별도로 받지도 않은 제가 차를 구입한 2000년도에 당시의 New 911을 시승해 보고 전 ‘이 차는 명(命) 단축의 지름길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유는 911은 운전실력이 안 좋은 제가 운전하기에는 너무나도 강력한 힘을 가진 차였고, 엉터리 실력에도 불구하고 이 차는 제 운전 실력이 몇 배나 업그레이드된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할 만큼 안정적으로 달려준 덕분에 제가 무리를 해서 운전을 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차가 정지해 있을 때마다 엔진의 열을 식히기 위해 회전하는 팬 소리가 저에게 끊임 없이 운전을 하라고 강요하는 듯하여 많은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전 911보다 낮은 출력을 가진 차를 택해야만 했고, 그것이 망해가던 포르쉐 사를 다시 일으켜 세운 박스터였습니다. 쿱(coupe)형의 911만을 생각하고 살던 제게 경량 컨버터블의 로드스터(roadster)인 박스터가 준 “운전하는 즐거움“은 비로소 저를 한 사람의 운전자로 다시 태어나게 했습니다. 실은 박스터마저도 당시의 제가 다루기에는 출력이 너무 커서 전 수 차례에 걸친 스포츠 드라이빙 스쿨 교육을 받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 후에 전 ”운전을 위한 운전“을 즐길 정도로 변했고, 그 차를 산 2000년 이후 단 한 차례의 사고 경력이 없는 ”좋은 운전자“가 되었습니다.

작년에 돌아가신, 생전에 여행을 좋아하시던 노령의 부친을 그 2인승 박스터로 모시고 전국의 여러 곳을 드라이브한 것이나, 스무 살의 나이로 저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제 딸과의 여러 차례에 걸친 호젓한 국도 드라이빙의 추억은 제가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아주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그들을 잃은 슬픔이 아름다운 과거의 추억까지 가려버릴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8. 자동차란 무엇인가?

자동차는 대개 인간과의 교감이 없는 교통수단일 뿐입니다. 하지만 제게 포르쉐는 자동차가 아닙니다. 그건 한 때 저의 꿈이었고, 이제는 그냥 “포르쉐”란 존재일 뿐, 그걸 자동차라고 생각해 본 일이 없습니다. 전 출퇴근을 하면서 주차장에서 다른 출퇴근용 승용차를 몰고 나올 때 옆에 세워둔 제 박스터에게 인사를 합니다. “잘 있었니? 나 다녀온다.^^” 혹은 “잘 있었지? 나 다녀왔어.” 그렇게 인사하면서 은색 커버에 덮여있는 그 차의 일부를 툭 치곤 합니다. 그 때마다 전 그 차가 무생물이란 생각을 해 본 일이 없습니다. 마치 제 인사를 받은 그 차가 무언으로 제 인사에 답하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지곤 했으니까요. 그런 정신적인 교감이 가능한 존재가 단순히 교통수단으로 치부된다면 그건 정말 섭섭한 일입니다.

9. 좋은 자동차란 무엇인가?(요소 등)

자동차를 인간의 확장(extension of man)이란 개념에서 보면 그건 단순한 발의 연장에 지나지 않는 교통수단일 뿐입니다. 하지만 좋은 자동차는 그런 “좋은 기계”의 개념에서 파악하면 안 된다고 봅니다. 좋은 자동차는 그걸 만든 (장인으로 불려도 좋을 만한) 머캐닉(mechanic)들의 차에 대한 철학과 고집스러운 특성이 깃든 것이라야 하겠지요.

일례로 폭스바겐 비틀을 만든 페르디난트와 페리 포르쉐 부자(父子) 중에서 포르쉐 스포츠 카를 만든 2대 페리 포르쉐는 그 아버지가 가진 차에 대한 철학을 물려받아 최고의 차를 만들고자 했고, 당시 독일 차의 클래시컬한 라인을 살리면서 비틀의 엔진을 장착한 당시로서는 첨단 디자인의 스포츠 카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에 더해, 3대의 알렉산더 포르쉐는 디자이너로서 “기능성과 결합된 디자인“이란 철학의 효시를 이룬 911의 외형 디자인을 완성했고, 그의 외사촌인 페르디난트 피에히는 자신의 이름으로 물려받은 외할아버지 포르쉐의 철학을 토대로 911의 엔진 설계에 참여했으며, 결국 그걸 강하고도 기능적인 엔진으로 구현해 냈던 것입니다. 지금도 포르쉐는 현재 ”포르쉐 디자인“ 사의 회장인 알렉산더가 20대에 구현했던 포르쉐의 외형 디자인에서 비롯된 선(線)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좋은 자동차는 머캐닉이나 디자이너들이 가진 “철학의 구현“ 그 자체여야 합니다.

10. 자동차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원래 자동차는 발의 연장이었던 것처럼, 그것은 땅의 연장인 하늘도 날게 될 것인 바, 그 역시 날개가 발의 연장으로 진화되었던 역사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됩니다. 아니, 그 때문에 그건 이미 오래 전에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예정되었던 것이겠지요.

11. 일과 취미 둘 다 즐길 수 있는 비결?

자신이 하는 일(직업)에 충실해야한다고 봅니다. 그 일에 충실하지 않으면 취미를 즐길 수 있는 시간과 경제적인 여유를 누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취미는 정열적으로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일에 지친 사람을 휴식하게 하고, 그로써 재창조(recreation)의 계기를 마련합니다. 그러므로 이 둘은 원래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지, 분리될 수 없는 것입니다. 결국 둘 다가 아닌 하나에만 전념하고 즐기면 저절로 그 두 가지가 다 이루어지는, 가장 경제적 접근이 가능한 것이 일과 취미라 하겠지요.

Comment '7'
  • ?
    한정수 2007.12.14 18:48
    [ hanjungsoo@hotmail.com ]

    매일같이 눈팅만 하고 가기는 합니다만... 박사님 사이트를 잘 보고 있습니다. 제 드림카도 포르쉐인데... 40살까지 사려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3년 밖에 안 남아서... ^^;;) 미국에서 살 때 보니 연세 드신 후 스포츠카를 타고 다니시는 분들이 더 좋아보이던데... 저도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 ?
    송지훈 2007.12.16 19:52
    [ rockerjh@naver.com ]

    멋집니다. 포르쉐 박스터라~ 비록 인터넷 상에서만 뵙고 서로 친분도 없는 사이지만 보면서 여기오시는 분들은 참 멋진 인생을 사시는구나 하는 부러움이 앞섭니다.
    아직 제 나이가 여러 선생님들 아들뻘 밖에 안되긴 하지만 언젠가 저도 선생님들처럼 되기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 스키는 한번도 타본일이 없고 오크밸리를 베이스로 보드를 즐기고 있습니다. 다음에 스타힐에 놀러가서 인사드리면 외면하지는 말아주세요~ 츄러스 하나정도 사주신다면 금상첨화구요. ㅋㅋ
  • ?
    박순백 2008.01.02 11:34
    [ spark@dreamwiz.com ]

    [한정수, 송지훈 선생님] 반갑습니다.^^ 그냥 차라고 생각하면 별로 재미가 없어지는(?) 포르쉐도 그걸 사랑으로 대하면 교감할 수 있고, 그런 교감 중에서 그에 대한 진짜 사랑이 우러나게 됩니다. 사랑하면 차지하고 싶어지잖아요?^^

    그걸 위해 노력하고 살면 거기서 얻는 다름 덤도 많고... 한 선생님은 이 다음에 꼭 포르쉐를 사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송지훈 선생님, 스타힐에 오시면 꼭 제게 인사를 해 주세요. 츄러스 정도야...^^
  • ?
    한상률 2008.01.02 12:38
    [ 19940@paran.comm ]

    스타힐엔 지금은 츄러스 파는 데가 없지 않나요? ^^
  • ?
    김지훈 2008.01.02 15:25
    [ kjhluv@empal.com ]

    특별한 존재와의 교감... 전 박사님.하면 이 문장이 먼저 떠오릅니다.
  • ?
    김상형 2008.01.02 21:26
    [ cube74@naver.com ]

    주차장에서 박사님의 박스터를 보고 얼마나 좋았는지 꼭 제차인듯한 기분이엿습니다,,,중고로 언제 나올까요 제 순번이 꽤 길던데요
    호훗~~~~~ 5분간 시승할수있는 기회를 주신 박사님 감사합니다, 바로 백만원 벌었다는 생각에.....제똥차를 포르쉐처럼 몰다 팬더오바이트 햇습니다 ^^
    스포틱한 기어 변속과 오픈카로써의 단점을 보완하기위한 베이스 섬세한 음질 신호대기시간에 벗길수있는 소프트탑 휴,,,열거하면할수록 ,,,,눈물만 나옵니다
    박사님 한 10년뒤에는 저한테 넘어올까요?ㅎㅎ
  • ?
    박순백 2008.06.03 02:02
    [ spark@dreamwiz.com ]

    [김상형 선생님]이 위에 재미있는 댓글을 달아놓으셨군요. 뒤늦게 보았습니다.^^

    아직은 제가 열심히 타고 있는데, 때가 되면 연락을 드려야겠군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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