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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489 추천 수 8 댓글 14


2013년 여름.

 

한동안 열심이던 골프도 시들해졌고, 그나마 재미들여 가고 있던 자전거도 무더위 때문에 쉬고 있을 무렵...
이완 맥그리거가 동료와 함께 스코틀랜드 최북단, 존 오그로츠에서 남아공 케이프타운까지 바이크 투어하는 동영상, "Long way down."을 우연히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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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저건 나야 해. 내가 저기에 있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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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턱대고 BMW 모터라드에 갔다. 이완 맥그리거가 유럽과 아프리카를 횡단했던 R1200GS를 사러.

하지만 대분분의 BMW 기종은 시트고가 높아 올라타기조차 버겁다. 바로 옆에 할리데이비슨 매장에 갔다. 여기는 좀 낫다. 뒷꿈치가 들리기는 하지만 제어하지 못 할 정도는 아니다. 적당한 애로 계약했다. 2종소형면허를 따오면 연수도 시켜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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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간(?)의 주행연습과 3시간의 이론교육 이수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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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난히 면허시험을 치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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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크 대금을 완납하면 담당 영맨에게서 4~5회 정도 연수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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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연수를 마치고 시내 주행이 가능하다고 생각되어지면 드디어 박스를 깐다.
이날 오후 회의가 있어서 직접 보지는 못 하고 영맨이 실시간으로 보내주는 사진으로 감동을 대신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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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집에 오니 지하주차장 한켠에 덩그러니 배달되어 있다. 엄청 크다. 덜컥 겁부터 났다. 매장에서도 여러번 봤었고, 연수도 받았었는데 단둘이 마주보고 있자니 정말 거대해 보였다. 시동만 한 번 켜보고 그대로 집으로 올라왔었다. 저걸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드디어 주말. 2013년 9월 8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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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가장 가까운, 유턴을 안 해도 되는 주유소에서 기름을 가득 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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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주위와 올림픽공원 주변을 돌았다. 파란불이 켜진 사거리에서 언제 신호등이 바뀔지 몰라 쭈뼛거렸고, 버스가 나를 추월해 지나갈 땐 정말 쫄깃했었다.

 

이때부터 유튜브도 찾아 보고 책도 몇 권 사서 보며 주행방법과 관리방법을 습득하곤 했다. 특히 이곳에서 큰 도움 주신 폭두족 님과 관광모드 님은 잊을 수 없다. 아무 준비도 없이 덜컥 사서 뭘 해야 될지도, 뭘 물어봐야 할지도 모르던 시절 주옥 같은 조언과 응원을 아끼지 않으셨다. 앞으로도 자주 생각날 것이다.

 

그리고 함께 라이딩할 멤버들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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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명쯤 되는 작은 팀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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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인원 100명이 넘는 모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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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과 함께 많은 많은 령과 재를 넘으며 전국 구석구석 투어를 돌아다녔다.

 

그룹라이딩의 비중이 40이면 솔로 라이딩은 60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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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달리면 바이크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바람, 진동, 엔진과 배기음 그리고 바람에 실려오는 흙냄새, 거름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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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치 좋은 곳에서는 가방과 의자, 블루투스 스피커를 펼쳐놓고 커피를 마시며 자유로움을 만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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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모습을 보고 신언서판 님은 휴대용 테이블을 선물해주셨다. 집에까지 오시는 수고로움까지.

 

이 무렵부터 책을 가까이 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많이 투어를 나가도 결국은 자주 가는 곳으로 또 가게 된다. 시각에 따라, 계절에 따라 풍경이 바뀌기는 하지만 마냥 넋을 잃고 경치 감상만 하기는 단조로와 책을 들고 다니기 시작했고 이제는 늘 곁에 두는 정도는 됐다. 바이크를 시작하고 제일 크게 바뀐 생활습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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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크 라이더들은 보통 애마라는 말을 쓰곤 한다. 정말 그렇다. 마치 생명이 붙어있는 듯 물끄러미 처다보기도 하고 말을 붙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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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와 주차를 하면서도 대화한다. 수고했다고 등(오일 탱크)을 토닥거리기도 한다.


그러면 얘도 팅. 티딩. 팅팅... 하며 대답한다.
과열된 머플러가 식는 소리지만 마치 함께 달려 자기도 즐거웠다고 대꾸하는 것 같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타며 4년째에 접어들던 작년 3월말.
HOG(할리 오너스 그룹) 랠리에 다녀오는 내내 바이크가 무지 버겁다. 그날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런 줄 알고 다음주에 혼자 나갔는데 역시나 마찬가지다. 340kg나 되는 애를 지금까지는 열정으로 이고 다녔으나 이제 내릴 때가 됐나 보다. 바이크를 반대하는 집사람에게 3년만 타겠다고 설득했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내게도 3년만 하겠다고 약속했었다. 대개의 아마추어 운동은 대략 3년이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한다는 걸 경험적으로 아니까. 볼링도, 스키도, 골프도 그렇듯.


한 번 열정이 식으니 그 후론 잘 안 타게 된다. 작년 봄 이후 지금까지 서너 번 탄 것 같다. 타지도 않는 애를 왜 세워두기만 하냐고 집사람이 성화다. 하지만 얘는 왠지 팔아서는 안 될 것 같은, 함께 가야힐 동반자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던 중, 9월 4일 정기검사통지서도 날라오고 보험 갱신 안내문자도 날라온다. 이제 정말 놔줘야할 때가 된 것 같다. 인터넷 검색하여 지방의 한 중고업체와 구두 계약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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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같은 자리에 주차하고 커버를 씌워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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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에 출장세차를 불러 스팀청소를 했던 터라 블링블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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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을 켜보니 이제껏 34,051km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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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판을 떼어 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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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증과 함께 차량폐지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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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구청에서 이륜차 사용폐지 신고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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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오는 길에 할리써비스에 들러 배터리를 새로 사서 달아줬다.
다른 데에 보낼 애이지만 튼튼히 잘 달리길 바라는 내 마지막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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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18년 9월 5일, 용달차에 실려보냈다. 내게 온 지 정확히 5년 만이다.


바이크는 걸어서 내려오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사고가 나기 전에는 그만두기 어려울 정도로 흥미진진하다는 말이다.
나도 지금껏 많은 취미생활을 해왔지만 단언코 그중 제일은 모터싸이클이다.

 

그리고 막연히들 위험하다고도 생각한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지금껏 타면서 위험한 순간은 한 번도 없었고, 위험하다고 느낀적도 없었다.
혹시 고민하는 분이 계시면 한 번쯤은 시도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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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실어 보낼 때만 해도 괜찮았는데 지난 사진을 보며 이 글을 쓰는 지금, 굉장히 큰 아쉬움이 남는다.
아마도 아주아주 오랫동안 지난 사진을 들추게 되리라.

 

 

 Comment '14'
  • profile
    신호간 2018.09.07 06:55

    그러셨군요. 무척 허전하실 듯. 그래도,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셨네요. 제가 잘 못하는 것.

    하던 걸 안하게 되면, 내가 저런 걸 했었나 싶더군요. 그나마 구연쌤처럼 사진과 기록이 있어야 기억이라도 하는데.

    해마다 강습하던 걸 사진과 기록으로 짧게 남겨서 간간이 들여다 보는데, 지난 겨울 건 아직 못했네요. 겨울이 오기 전, 숙제네요.  

  • ?
    윤일중 2018.09.07 10:49

    세계 일주를 생각하고 시작하셨으면 한국 일주라도 하셨어야 하는데 아쉽군요.

     

    자주 같이 다니고 싶었으나 기회가 별로 없었네요. 다치지 않고 접으신 걸 축하합니다.

  • profile
    박용호 2018.09.07 11:55

    마음이 짠~~~하네.    애지중지 내 몸처럼 아낀 녀석이니 정이 들만 하구만.   무엇이든지 굵고 짧게 잘 하는 울 친구가 멋져부러.    오토바이 타고 잡을 때  오프로드로 손 맛이나 보자고.    나도 요즘은   오토바이 타는 날은 일 년에 두 세번이야.   마일리지로도  100Km 미만.  보관 창고에 가서  가끔 오일 교체 하는 등 정비도 해 주고,  배터리 충전이나 하면서  바라 보는 재미도 쏠쏠해.  헤헤

  • profile
    MarkLee 2018.09.08 08:12
    담담한 문체에 쓰신 분의 소회가 잘 느껴집니다. 자유로운 영혼도요. 바이크는 전혀 모르고 앞으로도 탈 일 없겠지만 글 읽는 것만으로도 즐거움과 아쉬움이 제 나름대로 잘 와 닿네요.
  • profile
    박순백 2018.09.08 11:46

    정말 아쉽고도 섭섭했겠네.

    그 좋은 걸 어떻게 접나?

    다치지도 않고 오랜 시간 잘 탔는데...

    그 차로 달린 거리를 보니 두고두고 아쉬울 것 같은데...

    내가 떠나 보낸 것처럼 쓸쓸한 마음이 되네.ㅜ.ㅜ

  • profile
    반선생 2018.09.10 10:03

    멋진 마무리라고 해야 할까...

    오래 글을 보아 온 터라 마치 제가 직접 보고 만져본 바이크 같은 느낌이 들고 저도 서운하네요.

    이제 다시 골프 치러 오세요. ㅎㅎ

  • profile
    강정선 2018.09.10 12:42

     자제력이 좋네..

    뭘 하다다 자기 의지로 그만 둔다는게 쉽지 않은건데...

     

    난 군대에서 할리 배우고 타고 제대후 레이싱 기종 타다 날라서 죽을 뻔~~

     다시는 안탄다는 각서 쓰고 결혼했는데

    지금도 할리 소리들으면 약간 흥분이...ㅋㅋ

     

    이제 뭘 할건가 ..?

    올 겨울에 게이트나 좀 타보지....ㅎ

     

  • profile
    하성식 2018.09.11 00:05

    이제는 분원리, 양평 갈때 보이는 할리가 더 이상 저차가 그분인가 안 쳐다 보겠네요.

    그리 길지 않은 마일리지. 알차게 잘 타셨습니다. 

    바이크 갤러리 주인께서 바이크를 내리셨으니 다른 분이 연재하시려나?

    오프로드에서 뵈요~

  • profile
    박순백 2018.09.11 12:26 Files첨부 (1)

    내가 아는 인라이너 류필선 선생은 지금이 바이크 타기에 좋은 계절이라며 이런 글을 썼더구만...ㅜ.ㅜ

     

     

    그리고 역시 인라이너, 스키어인 허승 기장(대한항공)도 이런 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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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바이크에서 내린 결정. 그건 정말 잘 한 것이고, 대단한 결정. 누구도 그런 결정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건 다 알고, 그런 결정을 한 사람에게 경의를 표할 거야.^^

     

     

  • profile
    류필선 2018.09.11 15:43

    너무 일찍 접으신... ㅎ 10년 정도는 타시고 접으시지.. ^^

    박 선생님.. 제 포스팅 링크 해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꾸뻑~! ㅎ ^^

  • profile
    조영길 2018.09.11 16:13

    몇 번을 적었다 지웠다 합니다.

     

    박용호 선생님의 글과 더불어 두 분의 글을 훔쳐보는 즐거움이 무척이나 컸었는데, 이제 바이크 글은 많이 보지 못해서 섭섭함이 큽니다. (동지의식이랄까 그런 게 라이더는 무척 큰 거 같습니다.)

     

    그래도 더 행복해지시려고 결정하신 일이니, 더 행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

     

     

     

     

     

    이렇게 마무리를 해야 하는 것이 정답 같은데...   잠시 휴학(?)중이라 믿어볼랍니다. 앙...

  • profile
    박순백 2018.09.11 16:38
    저도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최 선생은 오토바이 타는 모습이 아주 잘 어울렸었는데...
  • profile
    최구연 2018.09.12 00:20

    원없이 많이 탔고, 무엇보다 집사람이 좋아하는 걸 보면 잘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만, 동지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게 미안하고 또 아쉽습니다.
    비록 바이크에서 먼저 내렸지만 브로들과의 우정은 영원할 거고 또 늘 응원하겠습니다.

  • ?
    주재혁 2018.09.17 17:46

    글속에 제가 바이크를 한 10년 타다 보내는 느낌이 드네요.

     

    이런걸 춘몽이라고 하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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