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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색이 컴퓨터 칼럼니스트였는데...^^;

 

한 때는 스스로를 앞서 가는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걸 남들이 인정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전과 같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타협(compromise)이란 걸 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전엔 컴퓨터와 관련해서는 일절 타협이 없이 빡빡하게 살았지요. 새 제품이 나오면 누구보다 먼저 그걸 사야했고, 그걸 써 봐야 했습니다. 그게 참 미련한 짓입니다. 처음 출시된 제품들은 안정성도 결여되어 있고, 가격만 비쌉니다. 하지만 얼리 어답터의 속성은 새로 나온 제품을 누구보다도 먼저 써 보고 그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가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래 전의 저는 필요성의 유무는 차치하고, 무조건 먼저 써 보는 게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보다 선행하는 것이 생겼고, 그건 당연히 "필요성"입니다. 필요치 않은 걸 구입하는 게 바보고 제품은 바로 나온 것보다 나중에 나온, 안정성이 강화된 걸 골라써야한다는 식으로 일보 후퇴한 것이지요. 그게 현명한 지는 모르지만 앞서 가는 삶은 아니더군요. 근데 인생관이 바뀌면서 굳이 앞서 가야만 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니...^^;

 

그러다 보니 이젠 남들보다 더 느리게 가는 부분들이 점차 늘어나게 됐습니다. 그 중 하나가 다른 것도 아닌 컴퓨터라는 건데...ㅜ.ㅜ 이건 좀 곤란한 문제이긴 합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제가 컴퓨터 칼럼니스트를 했던 사람이고, 한 때는 소프트웨어 개발사와 인터넷 포털에서 일하던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런 사람이 다른 것도 아닌 컴퓨터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 관해서 최신 경향을 잘 모른다던가, 오래된 PC를 사용하고 있다던가 하는 걸 보면 좀 이상하게 느낄 수도 있겠지요. 

 

PC가 아닌 걸 PC 대신 써 오다. 

 

제가 현재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PC는 Bann Audio Music Center Studio Zero Mark II란 긴 이름을 가진 것으로서 2012년도에 출시된 제품이고, 출시 이후 아무런 업그레이드도 없이 사용해 오고 있습니다. 바로 아래 사진과 같은 외형과 내부 모습을 가진 기계입니다. 겉모양 만으로는 전혀 PC라 생각되지 않는, 면판이 두꺼운 알루미늄으로 처리된 매우 고급스러워 보이는 기계입니다. 뒷면을 보면 이게 온전한 오디오 기기라는 걸 알 수 있게 됩니다.(내부의 모습은 나중에 큰 사진으로 다시 보여드립니다만, state-of-the-art, 그 자체입니다. 아주 깔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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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보기에도 이게 뭔가 범상치 않은 기계라는 건 누구라도 압니다. 이 제품은 윈도우즈 7 홈 프리미엄 OS가 깔린 인텔 i3 3220 3.3GHz 프로세서에 삼성 64GB SSD가 달린 시스템입니다. 지금 이걸 PC라고 보면 매우 outdated된 시스템이라고 하겠지요. 이게 원래는 PC 활용 용도로 출시된 것이 아니라 오디오용의 뮤직 센터입니다. 시동을 걸면 아주 세련된, 터치 스크린으로 작동하는 뮤직 플레이어 화면이 떠오릅니다. 거기 등록된 앨범 사진을 터치하면 이 PC-Fi용 서버는 44KHz에서 192KHz의 무손실 파일을 연주해 줍니다.(44KHz의 음원도 실시간 업샘플링을 통해 192kHz/24bit로 연주해 주기도 합니다.) 

 

제가 처음엔 이걸 오디오 용도로만 사용했는데, 이것이 윈도우즈 7 OS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인텔의 메인보드를 사용하고 있기에 (이 값비싸고도 아름다운 기계를 음악 들을 때만 사용하는 것이 아쉬워서...) 여기에 제가 필요한 소프트웨어들을 깔아서 PC 대용으로 사용해 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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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 오디오의 스튜디오 제로 마크 II. 이 기기의 내부는 정말 예술의 경지에 올라있지 않습니까? 2012년에 이렇게 훌륭한 제품을 만들었다니... 보시는 대로 모든 것이 깔끔합니다. CPU는 팬으로 냉각하지 않고, 수퍼컴퓨터처럼 히트 파이프(heat pipes)와 방열판을 통해 냉각됩니다. 그리고 하드 디스크가 없어서 그게 돌아가는 소리조차 안 납니다. 그 이유는 원래 오디오용 기기로 출시된 제품이라 여기서 팬이나 디스크가 돌아가는 소리가 나면 안 되니까요.(요즘 작은 노트북들도 히트 파이프를 사용하지만, 대개는 그건 보조용이고, 작고 납작한 팬들이 부착되어 있지요.) 

 

만약 이 기계가 단순한 PC로 만들어져 있는 것이라면 전 이미 그걸 폐기하고 훨씬 더 좋은 PC를 구매했을 것입니다. 그 동안 i5, i7 등의 인텔 CPU가 나오고, 램(RAM)도 DDR4(PC4)가 출현했으며, SSD도 2012년 당시엔 꽤 비쌌지만 지금은 512GB짜리, 1TB짜리가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나올 정도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제가 게임 용도로 PC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대부분 웹 서핑을 하고, 아래아 한글로 문서 작성을 하며, 기껏해야 구 버전의 포토샵을 사용하는 게 전부이니 스튜디오 제로 마크 II는 기존의 스펙으로도 이런 작업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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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기 내부 전체의 모습입니다. 맨 앞에 보이는 큰 톱니 같은 곳은 CPU를 덮고 있는 방열판의 열을 구리 파이프를 통해 전달받아 그걸 외부로 방출하는 두 번째의 방열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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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에 보이는 것이 파워 서플라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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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른편 박스 안에는 SSD와 DVD/CD 롬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보조 기억 장치는 두 개를 장착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2.5인치 SATA 지원 기기라면 SSD건 하드 디스크건 상관 없이 그걸 부착하면 됩니다.)

 

왜 새삼스레 PC 튜닝을 시작하게 되었는가? 

 

집사람이 사진에 깊이 빠지고, 포토샵(Photoshop)과 라이트룸(Lightroom)을 이용한 후보정 기술을 대단한 수준까지 익힘에 따라서 집사람이 사용하는 데스크 탑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생겼지요. 그래서 그 PC에 512GB 용량의 삼성 SSD를 장착하고, 사용하던 프로그램들을 64비트 버전으로 인스톨하는 등의 작업을 통해 나름 획기적인 성과를 보았습니다.(다행히 집사람의 삼성 아티브북 9은 i7 CPU를 가진 좋은 제품이고, 별로 오래된 게 아니어서 손을 볼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전 집에서 사용하는 다른 삼성 노트북인 RC512(i7, 8GB 메모리)에도 512GB의 SSD를 물리고, 거기 있는 OS를 윈도우즈 10(64비트 버전)으로 올리고, 또 사용하던 프로그램들도 64비트 버전으로 새로 인스톨을 했습니다. 역시 이또한 놀랍도록 좋은 성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부팅에서 바탕화면에 크롬이 뜰 때까지 12초가 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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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서 사용하는 두 번째의 노트북은 데스크 탑 PC에 비해 화면도 작고, 키보드가 불편하기에 집에 있던 여분의 삼성 모니터와 여분의 필코(Pilco) 키보드(블루투스도 가능)를 붙여서 쓰기 편하게 만들었습니다. 

 

드디어 사무실의 PC도 여러 모로 업그레이드를... 

 

그래서 사무실의 가장 낡은 PC인 스튜디오 제로 마크 II도 손을 대기로 한 것입니다. 일단 거기 원래부터 있던 64GB SSD를 512GB로 올렸습니다. 이유는 윈도우즈 7 홈 프리미엄을 사용하고 있는 이 기기의 OS를 윈도우즈 10으로 올려야했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용량이 적은 SSD에는 OS와 함께 제가 많이 사용하는 여러 프로그램들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데이터들은 다른 하드 디스크에 담아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윈도우즈 10을 설치할 수 있는 7GB 정도의 여유 용량이 없어서 그걸 전의 윈도우즈 10 무료 설치 기간 중에 설치하지 못 했던 것입니다.(당시엔 윈도우즈 7으로 사용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설치한 많은 유틸리티 프로그램들을 포기할 수 없어서, 큰 용량의 SSD를 장착한 후에 삼성 마이그레이션(migration) 프로그램을 통해서 원래의 프로그램과 자료를 그대로 새 SDD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그 OS를 윈도우즈 7 홈 프리미엄에서 윈도우즈 10 홈으로 업그레이드했습니다.(잘 아시다시피 윈도우즈 10으로의 무료 업그레이드가 이미 끝이 났지만 기존의 정식 구매한 OS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MS의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 업그레이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64비트 버전으로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유틸리티 프로그램들도 모두 필요한 조치를 했습니다. 나아가 이 제품의 메인보드(인텔 제품)가 메인 메모리를 16GB까지 허용하는 것이기에 이를 일단 8기가 바이트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기존의 2기가 램 두 개 중 하나에 8기가 램을 더 꽂는 식으로 운용해 보기로 한 것이지요. 그리고 그간 별 생각 없이 사용하던 주변기기들 중 USB 포트를 통해 이용하는 것들은 USB 3.0 허브(독립 전원)를 구입하여 모두 거기에 꽂기도 했습니다.(이 보드에 어울리는 DDR3 램을 구입하려고 하니 많은 애로가 있더군요. 이미 DDR4 램의 시대가 도래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렵게 여기저기를 뒤져서 DDR3 램 8기가(4x2)를 구했습니다.  

 

나아가 OS 업그레이드가 끝난 후에 그간에 사용하던 32비트 프로그램 중에서 꼭 필요한 것들만 골라 쌩돈 들여서 64비트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를 했습니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서 업그레이드하고, 바로 그 비용을 카드로 지불하니 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 시대에 태어난 게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 후의 결과는 어떠했겠습니까? 제 개인 용도로는 더할 나위 없을 만큼 좋은 시스템으로 변모했습니다. 정말 깜짝 놀랄 만큼의 업그레이드된 파워를 보여줍니다. 한 때는 명색이 컴퓨터 칼럼니스트였던 사람이 직접 사용하는 시스템들을 전혀 돌보지 않고 써 왔다는 게 한심한 일이었다는 걸 느끼게 하는 순간이었습니다.-_- 그리고 집에 있는 데스크탑 PC와 노트북 업그레이드를 하고 느낀 것과 같은 후회를 이번엔 더 뼈저리게 했습니다.(이 세 번째의업그레이드가 더 극적인 결과를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대장간의 칼들이 녹이 슬어버린 격이었습니다. 다행히 이번 업그레이드들을 통해서 녹슨 칼을 잘 벼려놓은 것이라 하겠습니다. 물론 아주 뛰어난 시스템 하나를 스스로 꾸며볼 참입니다. 게임용이 아니므로 집사람의 사진 후보정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선에서 타협한 가장 좋은 시스템을 꾸밀 예정이지요.

 

* 관련 속담들

 

필리핀 "대장간 칼이 녹슨다."

코스타리카 "대장장이 집에서는 나무칼 쓴다."

러시아 "대장장이에겐 칼이 없다."

체코.슬로바키아 "대장간 말과 안주인은 맨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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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SSD(512GB), 이번에 이걸 무려 3개나 구입했다. 그 비용 만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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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실 PC의 윈도우즈 10 업그레이드. 이렇게 시작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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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 걸려 윈도우즈 10으로 업그레이드 완료. 

 

-----

 

08/20/2018(월) - Bann Audio의 스튜디오 제로 마크 II를 만든 홍진표 대표님께 전에 이 기계의 업그레이드에 대해 상의한 일이 있었고, 그 분의 조언에 따라 업그레이드를 실시했었다. 오늘, 그 관련 리포트를 메일로...

 

홍 선생님,

 

지난번에 말씀드린 대로 사무실에 있던 기계에 512GB SSD를 달고, 윈도우즈 10 프로페셔널로 OS를

업그레이드 했으며, 한동안 8GB 램으로 쓰다가 그걸 16GB(그 메인보드에서는 이게 한계이더군요.)로

올렸습니다.

 

KakaoTalk_20180820_191424655.jpg

- 이미 DDR3의 시대가 지나가고 DDR4의 시대가 열리고 보니 8GB DDR2 1333MHz 데스크톱용 램을 구하기가 힘들고 가격도 비싸더군요.(서버용은 많은데 그건 호환이 안 되니...) 그래서 결국 이걸 알리익스프레스에 2개를 주문해서 한 달이나 걸려 오늘 받았습니다. 이젠 지나간 거라 DDR3가 DDR4보다 더 비싼 경우도 있고...-_-

 

그리고 듀얼 코어의 i2-2120은 곧 주문해둔 i5 2500T CPU(쿼드 코어)가 오면 교체할 예정입니다. 그런

식으로 CPU를 바꾼 분 얘기를 들으니 극적인 변화는 아니지만 꽤 빨라지더라고 하더군요. 요즘은 그 i5

CPU가 7만 원 정도밖에 안 하니 안 바꿀 이유가 없지요.^^

cpu2.png

 

근데 이미 업그레이드한 것 만으로도 사무실에서 제가 이 기계를 사용하는 데는 용도에 넘칠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제가 기껏해야 워드 프로세싱을 하고, 포토샵 CS5로 사진 후보정이나 편집을 하는

정도가 고작이니까요. 

 

조언해 주신 덕분에 상황이 이렇게 바뀌었음을 보고 합니다. 이게 업그레이드를 해도 시원치 않았으면

홍 선생님이 만드신 새 기계를 한 번 써 보는 건데, 그러질 못 하는 건 좀 아쉽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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