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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2018.06.20 23:27

물의 정원에 핀 꽃양귀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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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135 추천 수 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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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018/06/19, 화) 새벽 세 시반에 집사람과 함께 양수리에 가까운 "물의 정원"에 갔다. 자전거 라이딩을 할 때 자주 지나가는 곳이지만 이번엔 집사람이 카메라를 들고 간 것이다. 요즘 물의 정원엔 꽃양귀비(poppy/개양귀비)가 한창이라는 얘기에... 


가 보니 역시 꽃양귀비가 북한강 옆 공원에 지천이다. 해뜨기 전부터 촬영을 시작했는데 가까운 운길산 수종사의 새벽예불을 위한 28번의 타종이 시작되었다. 수종사의 종두(鐘頭)는 매일 새벽 그렇게 세상의 중생을 구제하는 거다. 해가 뜬 직후까지 집사람은 새벽 이슬에 운동화가 질척거릴 때까지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난 역할이 운짱(chauffeur)이라 따라 다니며 주변 경치나 똑딱이로 기록하고, 집사람이 필요한 삼각대를 설치해 주고, 렌즈 찾아주고...^^; 골프할 때 유능한 캐디를 옆에 둔 것처럼 사진 찍을 때 사진을 아는 운짱이 옆에서 장비 챙겨주고, 캐디처럼(?) 촬영에 대한 조언까지 해주면 얼마나 신나겠는가 생각했다. 


새벽에 그리로 카메라를 들고 나선 사람들은 대여섯 명, 우리가 거길 떠날 때 즈음인 일곱 시 정도엔 꽤 많은 사람들이 손에 손에 DSLR을 들고 나타났다.(좋은 빛은 다 지나간 시점에서...-_-)


앞으로도 이런 운짱 봉사가 계속될 예정이다. 어디 뭐가 좋다는 데란 소리만 나오면 "가면 되지 뭐..."란 행동주의자의 말이 뒤따를 거니까... 넓지 않은 한반도이니 차몰고 나서면 잠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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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새벽, 동도 트기 훨씬 전인 새벽 네 시가 조금 넘은 시각, 물의 정원이다. 큰 액자 뒤로 비치는 불빛은 양수리에서 서종리로 향하는 국도의 가로등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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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동트기 전에 물의 정원을 향하는 진사님들.


새벽부터 이런 진상을 떨어야 좋은 사진이 나온다.-_-
다리를 건너는 세 진상님들을 본다. 
맨 뒤에서 맨 앞의 진상님을 모시고 온 운짱이 사진을 찍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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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른편 중간, 멀리 보이는 아련한 불빛은 양수리의 것이다.


앞의 수초를 적시고 있는 강물은 북한강의 것이다.
이 강물은 저 동네, 양수리를 지나서 그 끝자락에 있는 두물머리(兩水里/두 강물이 만나는 동네)에 이르러 남한강 물을 만난다.
거기서부터는 진짜 양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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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원의 산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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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이 터오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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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트기를 기다리는 진사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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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이 나온다고 써 붙였는데도 꽃밭 안으로 들어간 흔적들이 여러 군데 보였다. 당연히 처참히 짓밟힌 꽃대가 그곳에 깔려있어서 그걸 밟지 않은 다른 사람의 마음에도 상처를 남긴다. 

그럴 경우 꽃밭을 조성할 때부터 일부분에 길을 내주는 게 답이다. 미국의 아이젠하워 원수(★★★★★)가 2차 대전 종전 후, 1948년에 컬럼비아대학교의 총장이 되었다. 당시 학교는 학생들이 한 멋진 화단을 가로 질러 강의실에 가는 게 골치거리였다. 근데 새 총장은 부임하자마자 그 문제를 단숨에 해결했다. 거기 작은 통로를 하나 내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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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 위로 동이 터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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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기가 가늘고 길다보니 꽃이 둥둥 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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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깔이 참 다양하다. 흰 꽃잎과 빨간 꽃잎이 섞여있다.

역광에 빛나는 저 잔털들이 말한다.

"나는 양귀비가 아니라 그 친척인 개양귀비/꽃양귀비이고, 그래서 난 모르핀을 함유하지 않고 있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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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의 정원"에는 다양한 색깔의 꽃양귀비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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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밭 뒤로 빛나는 것은 북한강이다.

아침 햇살에 북한강도 불타오른다. 꽃들 사이로 피어날 꽃들과 진꽃의 흔적들이 공존한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애들은 곧 꽃으로 피어날 것이고, 씨방을 곧추 세운 애들은 꽃이 졌음에도 그 자세를 잃지 않은 애들이다.

아직도 물의 정원의 꽃양귀비들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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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꽃양귀비의 꽃이 아니라 마치 연꽃을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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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꽃 같은 모양의 흰꽃이다. 물에 젖은 종이 중간에 붉은 잉크를 한 방울 떨어뜨려 그 염료가 가생이로 몰려가 마른 것처럼...
* 가생이-가장자리(경기도 촌놈 출신이라 아는 단어. 근데 충청도, 강원도에서도 이 단어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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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거리는 꽃잎이 가볍기는 하겠지만 저런 가느다란 줄기를 길게 뻗으며 저 큰 꽃을 지탱하고 있다니...
물의 정원의 꽃양귀비는 절정기에 있는 듯 피어날 꽃이 많았다. 그것들은 피기 전까지는 무거워서인지 고개를 떨구고 있는데, 그 또한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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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은 원래 고고하게 홀로 핀 것도 좋지만, 여럿이 함께 모여 군락을 이뤄도 좋다. 어쩌면 후자가 더 좋다.
하나의 꽃은 많은 걸 생각하게 하고, 수많은 꽃은 생각의 여지조차 없이 우릴 감탄케 하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생각이 많은 우리에게 홀로 피어 그 앞에서 우주를 생각하게 하는 건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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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양귀비의 모양은 딱 종이꽃으로 만들기 좋은 형태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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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핑크빛 꽃잎 뒤로 아침 햇살에 빛나는 북한강물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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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까이엔 몇 개의 꽃이 뒤엔 수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꽃들이 있어서 그게 다양한 색으로 물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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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는 흰꽃과 빨간꽃이 만났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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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의 씨방이 크게 자라면 그 땐 꽃잎과 꽃술은 다 떨어지고 그 씨방만 남는다. 그것 역시 꼿꼿이 고개를 든채로 고고하게 서 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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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양귀비는 색상으로나 형태로나 참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게 한결 같이 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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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쎄 연꽃 같은 기분도 들더라고 했잖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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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양귀비는 안에 하트 모양이 그려져 있다.^^

 

재미있어서 찍었다.
"I love you." 
사랑은 저 색깔 만큼 붉고, 그 색깔에 물들다보니 핑크가 된 나는 원래부터 "순백"이었다.
그래서 남자는 핑크인가?-_- — 함께 있는 사람: 하성식고형모소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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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부터 일하러 나온 꿀벌들도 많았다. 어떤 녀석들은 사람을 경계하여 다가가기만 해도 달아난다. 하지만 어떤 녀석들은 용감하게 다가와 주위를 돌며 이러지 말라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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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가가도 신경도 안 쓰고 꿀빨기에 열심이던 저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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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이 꽃을 향해 날아드는 건 자연의 이치이다.

 

꽃이 더 예쁘다고 꿀이 더 많은 건 아니다.
하지만 벌에겐 꿀이 더 많은 꽃이 더 예뻐보일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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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 키가 더 큰 지에 대해 경쟁하는 것 같은데, 실제로 키가 크면 벌에게 더 눈에 띌 것이공, 그럼 그들의 도움으로 수정할 기회가 더 많이 생긴다. 그러니까 키로 경쟁한다는 것도 틀린 얘기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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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장보다도 더 얇은 꽃양귀비의 꽃잎. 근데 대부분의 꽃잎은 종이장보다 얇을 거다. 근데 꽃양귀비의 꽃잎은 왠지 더 얇아보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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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해가 약간 떠올라 북한강 물도 그 뒤의 산 위도 금빛으로 물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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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동이 트는 순간의 꽃양귀비들은 꿈결 속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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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광이 비치기 시작하니 꽃밭의 어떤 쪽은 어둡게 나온다. 여기서 살고 있는 게 꽃과 벌 만은 아님을 가느다란 거미줄들이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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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미줄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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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꽃양귀비

​양귀비의 아름다움은 장미의 그것과 다르다.
장미는 아름다우면서도 당당하고, 가시가 있다.
하지만 양귀비는 "지켜주고 싶은 아름다움"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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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수한 양귀비들이 다 그나름의 아름다움을 제각각 가지고 있다. 그 중에 이렇게 경쟁하듯 비슷한 키로 서 있는 녀석들도 있다. 이파리는 저 아래에 두고, 줄기만 높이 솟아, 꽃이 제 아름다움을 알리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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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만 아름다운 게 아니다. 꽃이 피기 전의 꽃봉오리는 물론 꽃이 진 흔적(씨방)도 아름답다.

꽃일 때는 고개를 빳빳이 들고 "내가 이리 예쁘다!"고 자랑한다. 아직 제가 예쁜 줄 모르는 미운오리 단계의 백조는 그 왼편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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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올려놓은 사진 하나와 비슷한 것인데, 그래도 사각이 조금 달라서 그냥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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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색깔. 그래서 더 화려해 보이는 물의 정원의 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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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꽃양귀비들이 다 지기 전에 한 번 더 가야겠다. 아직은 안 핀 꽃봉오리들이 더 많으니 최소한 일주일은 더 그 화려함이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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