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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의 세상도 우리의 세상처럼 돌고돈다.

 

어제(05/24/목) 저녁 무렵에 집사람과 함께 우리가 키우는 "보라"와 "줄리" 두 마르티스 강아지들과 함께 한강 상류의 가래여울 강가로 갔다. 집안에 갇혀 사는 그 애들이 왠지 안쓰러웠기에 산책을 시켜주기 위함이었다. 집에서 가래여울까지 차로 갔는데 편도 9.5km 정도의 거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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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가래여울의 주차장에 차를 대고 한강 자전거 도로에 올라왔을 때는 이렇게 밝은 때였다. — 함께 있는 사람: 고성애


큰 놈인 보라는 벌써 열네 살. 작은 놈은 여섯 살이다. 원래 아들녀석의 성화로 우리집에서 처음 기르게 된 마르티스 강아지는 "나리"였다. 낳은 지 얼마 안 되는 강아지를 친구 집에서 데려다 여덟 살까지 키웠다. 그리고 그 애가 외로워하는 것 같아서 어린 강아지를 데려온 게 보라였다. 나리는 제 새끼가 아닌데도 보라에게 희생적인 모성(?)으로 대했다. 모든 걸 양보하고, 매일 핥아주고, 품어주면서 그 어린 강아지를 예뻐했다.(어떨 때는 사람처럼 정말 두 팔로 안아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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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편이 보라, 오른편이 나리.

 

근데 그렇게나 사랑을 받은 보라는 어찌나 이기적이고도 못 돼먹었는지...-_-이건 정말 목불인견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언니 밥을 빼앗아 먹는 건 당연지사이고, 다투는 경우 어찌나 겁 없이 짖으며 언니에게 달려들어 표독스런 짓을 하는지... 한두 번은 화를 내던 나리 언니가 결국은 보라와 다투는 걸 포기하고 모든 걸 다 양보하게 되어버렸다. 언니는 동생 보라가 짖거나 눈만 부릅뜨고 달려와도 하던 동작을 멈추고 기다리다 맛있는 것도 다 빼앗기기 일쑤였다. 그리고, 이 못 된 동생은 우리가 언니를 사랑해 주는 척만 해도 그걸 시기했다. 우린 나리에게 뭘 주고 싶어도 작은 놈 눈치를 봤고, 걔가 모르게 줘야했다. 정말 보라는 세상에서 제일 이기적인 못 된 강아지였고, 나리에겐 천하의 못 된 동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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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진으로 봐도 왼편의 보라는 영악해 보이고, 오른편의 나리는 순둥이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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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나리는 열여섯 살에 하늘나라로 갔다. 나리가 여덟 살이던 때 데려온 보라가 여덟 살이 된 해에 나리와 헤어진 것이다. 한동안 언니가 없으니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언니를 찾는 보라가 안쓰러워서 다시 입양한 것이 줄리이다. 우린 줄리를 데려오면서 많은 걱정을 했다. 그 성질 못 된, 이기심 많은 보라가 어린 줄리를 괴롭힐 게 뻔했기 때문이다. 혹시 보라가 나리에게 그랬듯이 조막만한 줄리를 물기라도하면 큰 일이 날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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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래쉬를 사용하니 살짝 어두운 분위기가 느껴진다.(앞서의 사진은 플래쉬 없이 찍었던 것.) — 함께 있는 사람: 고성애


근데 웬 걸??? 그 못 된 보라가 줄리가 온 첫 날부터 이 애를 마치 제 새끼처럼 위하고 떠받드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줄리를 물고빨면서 위해주고, 줄리를 위해서라면 뭐든 거의 헌신적으로 행동했다. 전혀 예상치 못 한 신기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성장한 줄리는 점차로 못 된 시절의 보라처럼 변해갔다.-_- 이젠 그 포악하던(?) 보라가 생전의 나리 언니처럼 순둥이로 변해 버리고, 세상모르는 어린 줄리는 어린 시절의 보라처럼 못 된 강아지가 되어 버린 것이다.^^ 집사람과 난 그런 보라를 보면서 초반엔 고소해했는데, 나중엔 착한 보라를 괴롭히는 줄리를 야단치는 게 다반사가 되었다. 어린 줄리의 철저한 이기심에도 자애롭게 승복해 주는 보라가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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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변, 가래여울 위 자전거도로의 Dr. Kosa. 치마를 입은 왼편의 보라와 오른편의 줄리.(둘 다 마르티스종) — 함께 있는 사람: 고성애


어쨌건 걔네들을 보면서 우리는 역시 세상은 그렇게 돌고돈다는 걸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이젠 보라가 열네 살이라 우리가 보라와 함께 살 날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보라는 노쇠현상 중 하나로 기도협착증이 생겨서 어쩌다 해소병에 걸린 사람처럼 기침을 하기도 한다. 그 때마다 우린 걔를 포근히 안아주어 진정시켜 준다.(아이 둘만 집에 두고 나갈 때는 보라가 기침을 하면 어떡하나 걱정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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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어둠이 내린 후의 사진이다. 뒤에 보이는 것은 구리타워. 우리가 잠깐 머문 이곳은 한강 자전거 도로의 휴게실이라서 봉에 노랗게 빛나는 반사판이 붙어있다.


주로 집에서만 있는 아이들이라 가끔 집사람이 산책을 데리고 나가면 둘다 펄펄 뛰며 좋아하고, 빨리 나가자고 짖어댄다. 난 그런 산책을 함께하지 않았는데, 요즘 기침도 하고, 울적해 하는 보라를 보니 마음이 아파서 어젠 내가 먼저 애들과 산책을 가자고 집사람에게 제의를 했다. 역시 지네가 외출을 하게 됐다는 걸 알면서부터 애들이 좋아날뛰는 것이었다. 나이 때문에 그렇기도 하지만 같은 조건에서 상대적으로 비교할 때도 줄리는 보라보다 산책을 훨씬 적게 했다. 애들을 차에 태우고 가면서 "그간 산책을 많이 못 한 줄리가 불쌍하다."고 하니 집사람은 "산책의 재미를 이미 잘 알고 있는 보라가 더 안 된 거지."라고 한다.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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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고 있는 두 애의 눈이 플래쉬 불빛으로 인해 좀비 눈처럼 변했다.^^ — 함께 있는 사람: 고성애


가래여울의 강가를 거닐기도 하고, 그 위의 한강 자전거길을 거닐기도 하면서 우린 한참동안 산책을 하고 돌아왔다. 처음엔 우리가 잡고있는 줄을 끌고 앞서 달려가던 녀석들이 나중엔 힘이 드는지 우리 뒤를 따라오는 것이었다. 그렇게 애들이 만족할 만큼 오래 산책을 했다. 갈 때는 흥분해서 헐떡거리고 두리번대던 녀석들이 올 때는 조용히 집사람의 무릎 위에서 턱을 괴고 눈을 감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휴식 모드로 늘어져 있었고, 오늘까지도 왠지 만족스러워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걔들을 위해서 가끔 산책을 시켜줘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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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편에 보이는 것은 강동대교이고, 오른편에 불이 훤히 들어온 구리타워가 보인다.


언젠가는 보라가 떠나는 날이 올 것이다. 혹 8년 주기로 새로이 꼬마를 입양하는 일이 생기고, 또 언니에게 못 된 짓을 하던 애가 동생이 생기면서 개과천선하는 걸 다시 보게 될 지도 모른다. 나리와 함께 할 때는 처음 보내는 거라서 몰랐지만 나리와의 이별을 경험한 덕분에 보라와의 이별을 미리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보라에게 더 잘 해줘야겠다. 그리고 나중에 새로 꼬마가 오면 분명 기죽어지내게 될 게 분명한 줄리이니 너무 야단치지 말고 잘 달래서 보라와 잘 지내게하는 쪽으로 노력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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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리타워가 오른편에 보인다.

근데 구리타워는 예전에 그 위에 멋드러진 레스토랑이 있었다가 한 때 없어졌다고 들었는데, 요즘엔 상황이 어떤지 궁금하다. 저런 시설엔 그런 용도로의 쓰임새도 바람직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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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보이는, 휘황하게 불이 밝혀진 동네는 먹을거리촌(요즘은 이걸 "먹걸이촌"으로 쓰는 것도 허용했다고는 하는데...)으로 유명한 미음나루이다.

현재 천호대교와 광진교가 있는 곳이 조선시대에는 "광나루(넓은 나루)"로 불리는 나루터였는데, 저곳은 당시에 미음나루로 불리는 또 하나의 나루터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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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대교의 불빛. 그 아래로 멀리 보이는 불빛은 구리한강시민공원 쪽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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