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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2018.03.25 13:36

밀크 티 마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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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 티 마시기

 

며칠 전 프랑스 선밸리(Sun Valley) 스키복 회사의 관계자로부터 좋은 선물을 받았다. 초컬릿과 홍차였다. 내가 좋아하는 초컬릿은 어제까지 다 먹었고, 홍차는 주방에 그냥 둔 채로 있었다.


그 홍차는 1854년에 설립된 프랑스 Mariage Freres(MF) 사의 Marco Polo 브랜드의 제품. 영국산 이외의 제품 중에서는 꽤 좋은 것으로 알려진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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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모처럼 그 진공밀봉된 홍차캔을 뜯어 밀크 티를 만들어 마셨다. 밀봉된 캔을 뜯었을 때 진한 초컬릿향이 솟아올랐다. 우유를 섞어 마시니 아주 연하고도 부드러운 과일향의 홍차가 되었고, 그 풍미가 대단했다.

 

그간은 내가 워낙 커피를 좋아하다 보니 홍차를 마시는 일은 거의 없었다. 어쩌다 커피에 질려서 티백 홍차를 마시는 정도가 고작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 아침에 밀크 티를 마신 것은 아주 확실한 이유가 있었다. 안 마시고는 안 될 정도의 강한 욕구가 있었던 것.

 

그건 며칠 전에 BBC Earth에서 방영한 홍차에 관한 프로그램 때문이었다.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난 그 방송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고, 그걸 어제밤에 재방송하기에 집사람까지 보게 만들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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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 다큐멘터리에서 본 사진 한 장이 내 뇌리에 깊이 박혀 있었다. 그 사진은 나찌의 공습을 받아 폐허가 된 콘크리트 잔해 위에 앉아 홍차를 마시며 위로를 받는 한 여인을 찍은 것이었다. 홍차가 영국인들에게 뭘 의미하는가를 알게 하는 사진이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난 영국인들의 유별난 홍차 사랑에 대해 알고 있었다. 오후에 이웃들이 모여 티를 나눠마시며 대화하는 것은 그들 문화의 중요한 한 장이라는 것도...

 

80년대 말 영국에 가서 식사를 할 때 주변 사람들은 다 밀크 티를 마셨고, 그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그냥 티백에 물만 부어 마셨는데  주변의 눈으로부터 마치 촌놈 보는 듯하다는 감을 받은 적이 있었다.^^; 요즘은 우리의 카페에서도 홍차는 밀크 티로 마시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버렸지만 그 당시엔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그런 풍습이 없었던 때이다. 그냥 립튼의 티백에 뜨거운 물을 부어 잠깐 기다렸다가 마시던 때.

 

어쨌건 어제의 홍차에 관한 다큐멘터리에서는 찻잎을 따서 그걸 홍차로 숙성시키고, 세계의 여러 산지에서 온 홍차를 블렌딩하여 그 회사 고유의 맛으로 재창조한 후에 그걸 포장 발송하는 전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주었다. 그 중에 포함된 홍차와 관련된 스토리들은 나를 매혹시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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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중 영국 정부는 국민 생활의 일부인 홍차를 지키기 위하여 그것이 폭격 당하지 않도록 따로 숨겨 보관하고 국민 1인당 하루에 한 차 숟갈 만큼씩 공히 배급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군인들에게 공급하는 차의 양에 따라서 전투에 임하는 그들의 사기가 좌우되기도 했었다고 하니 그들의 홍차 사랑은 정말...

 

특히 놀라운 것은 전쟁 중 한 탱크 부대가 전투를 하다 말고 멈춰서서 홍차를 끓여마시다가 적의 공격을 받아 중대 전체가 궤멸된 기록까지 있었다는 것.ㅜ.ㅜ 5인이 승차하는 처칠 탱크 내엔 연료와 화약들이 많아서 그 내부에서 불을 피울 수가 없기에 밖에 나와 작은 드럼통에 모래를 붓고, 그 위에 휘발유를 부은 후에 불을 붙여 주전자로 물을 끓여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 이후에는 전기로 작동하는 큰 네모상자형의 포트를 개발하여 영국 내 모든 전차부대에 군용 레이션 홍차와 함께 공급했다고 한다.(세상에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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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큐멘터리가 준 감동이 워낙 커서 난 오늘 아침엔 커피 대신 밀크 티를 마시게 된 것이고, 앞으로도 전보다 자주 홍차를 마시게 될 것이다. 집엔 선물로 받아놓고 안 마시고 있던 홍차들이 많은데, 대부분은 좋은 맛으로 마시기엔 시일이 지난 것들이다.ㅜ.ㅜ 하지만 진공 밀봉 캔에 담긴 것들은 아직은 괜찮을 듯도 하니 그것들은 마셔볼 참이다. 그리고 홍차와 같은 완숙 발효차는 시간이 지나도 그 나름의 특별한 맛을 보여줄 수 있으니 밀봉 차가 아닌 것들도 뜯어서 맛은 볼 참이다.^^(발효 차나 완숙 차의 경우 향은 사라져도 풍미는 살아있기 마련이다. 차란 것은 어떤 것이라고 해도 모름지기 향과 맛이 따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제의 다큐멘터리에 나온 홍차 전문가의 말처럼 티백 홍차를 마실 때는 꼭 물을 부은 후에 5분 이상을 기다려서 카페인과 항산화 성분, 그리고 향을 충분히 우려낸 후에 마시기로 했다. 그리고 홍차를 따뜻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나게 마시려면 시각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그래서 홍차는 빨간색이 많이 들어간 잔에 마시면 좋다고 하니 그것도 시도해 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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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과 같은 페이스북 글에 붙은 댓글이 더 흥미로울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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