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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스키장들
2018.03.12 09:59

레벨스톡 스키장 여행기: 둘째 날 스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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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둘째날. 오늘부터는 아침식사를 7시에 하고 부지런히 스키를 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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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아침식사 파트너는 미국에서 온 John. 스키를 자기는 참 좋아하는데, 딸이 아직 어려서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을지 걱정이란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구나. 오늘은 레벨스톡에서 스키를 타고 Monashee lodge로 가서 거기서 묵으면서 스키를 탈 예정이란다. 이때에는 잘 몰라서 더 이상 묻지 않았는데, 보통 거기서 묵으면서 스키를 탄다는 것은 헬리스키/캣스키/스키투어링 등을 그곳에서 계속 한다는 뜻이다. 미리 알았다면 좀 더 자세히 물어볼 것을 그랬다.

 

오늘도 맑다. 계획대로 일단 North Bowl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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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pper 체어리프트를 타고 올라가서 좌, 우의 Glade of glory, Powder monkey glade를 재미있게 탔다. 분명히 그림상으로는 짧은 리프트의 좌우로 크지 않은 숲이 있을 뿐인데, 막상 들어가면 아주 넓다. 지금까지 다른 곳에서 경험했던 glade코스들은 갈 수 있는 루트가 한정적인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곳은 아주 넓다. 그래서 막상 숲속에서는 다른 스키어를 만나는 경우가 드물다. 그리고 선택할 수 있는 루트가 많아서인지 눈이 많이 다져져 있지 않아서 매우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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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부터 알게 된 사실인데, 상급자용 지역에 이렇게 접근하기 쉬운 스키장이 있었나 싶다. 블랙콤을 예로 들면, 크기가 너무 크기 때문인지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곳을 다시 가기가 힘들다. 7th heaven 하단부의 Where’s joe 같은 경우 듬성듬성한 나무와 부정지사면이 아주 재미있지만 다시 한 번 가려면 지겨운 초급코스를 한참 지나 긴 체어리프트를 타고 올라가 다시 약간의 초급코스를 타고 와야한다. Glacier bowl 지역을 재미있게 타고 다시 가려면 한참을 다시 돌아나와서 체어리프트를 타고, 다시 중상급 슬로프를 타고, 다시 체어리프트를 타고, T-bar를 타고 올라가, 약간의 하이크업을 해야 다시 Glacier bowl이 나온다. 시간이 아깝다.

하지만 레벨스톡은 접근이 너무너무 쉽다. Ripper체어리프트에서 내리면 빽빽한 glade가 바로 시작이다. glade가 끝나는 곳이 바로 체어리프트 탑승장이다. 위쪽의 Bowl지역만 타려면 Stoke체어리프트에서 내려 주욱 횡행만 하면 된다. 혹시나 더 많이 타려고 하이크업을 한다고해도 10분정도만 Lemming line을 따라 걸으면 된다. 약간의 도전정신을 가지고 Kill the banker를 타는 것도 곤돌라 하차장이 슬로프 시작점이다. 물론 슬로프 도착점은 곤돌라 승차장이다. 스키어 본인이 스키장을 재미있는 놀이터라고 여긴다면, 이 곳 만큼 쉽게 놀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싶었다.

 

아내는 특히 glade를 좋아한다. 그러니 이곳에서는 정말 재미있게 즐겼다. 나무가 비교적 울창함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나무처럼 잔가지가 많지 않고 적당히 듬성듬성하게 있어서 그야말로 훌륭한 glade였다.

한참을 놀다보니 배가 고프다. 이제는 밥을 먹으러 가야한다. 오늘은 아래쪽에 있는 Revelation lodge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돌아가는 길이 멀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그림상으로는 금방 도착할 것 같다. 애증의 Last spike슬로프, 정상에서 시작해서 베이스까지 쉽게 내려가는 이 초급 슬로프는, 언제나 금방 목적지에 닿을 듯 하지만 언제나 추위와 배고픔을 안겨준다. 정확한 길이는 알 수 없지만 정상에서 베이스까지 13에서 16km정도 되는 긴 슬로프다. 폭이 넓지 않고 경사가 심하지 않은 슬로프, 정확히 용평의 레인보우 파라다이스와 비슷하다. 그런데 길이가 길다보니 시간을 꽤 많이 잡아먹는다. Ripper 체어리프트는 3시면 끝나는데, 이 슬로프가 언제나 스케줄을 에매하게 만든다. 중급이나 상급슬로프를 직선으로 내려오면 되지않느냐 할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데다 쓸 체력따윈 없다. 평평하고 경사가 급한 슬로프는 이곳에서는 언제나 후순위다.

 

이내 Revelation lodge에 도착했다. 이곳은 산에서는 규모가 큰 유일한 식당이다. 버거라던가 기타 요리를 원하는 사람은 식당 입구에서 주문하면 번호표를 받는다. 번호를 호명하면 자기 음식을 챙기고, 기타 음료수나 수프, 간단한 차가운 음식등은 그냥 주워담아서 출구에서 한 번에 계산하는 방식이다.

나는 밴프에서 맛있게 먹었던 풀드포크 샌드위치를 주문했고 아내는 프라임립버거를 주문했다. 주문을 받은 직원이 버거에 뭐 추가할 거 없냐고 묻는다. 생각지도 않았던 기습질문에 잠시 당황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으면 뭐하나, 뭘 추가할 수 있는지를 모르는데.....머뭇거리는 모습에 직원도 같이 긴장하기 시작하고....서로 약간의 쓴웃음을 애써 지으며 돌아섰다. 추운 몸을 데우기 위해 토마토비스크(!) 수프도 같이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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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드포크는 맛있기는 한 정도였다. 그런데 버거는 아주 맛있다. 나는 브리오슈번으로 만든 버거를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 푹신하고 쉽게 축축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버거는 축축하지도 않고 잘 익힌 고기향과 아주 잘 어울린다. 그래서 반 정도 빼앗아먹었다. 토마토비스크 수프도 아주 맛있었다. 그래서 들고 마셨다. 난 춥고 배고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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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휴식과 충전 후에 다시 곤돌라와 체어리프트를 타고 정상으로 올라갔다.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이후에는 Separate reality와 Tasty glade를 탄 것 같다. Separate reality슬로프에는 아직도 부드러운 눈이 남아있었다. 중간에 약간 언덕에서 점프할 수 있는 곳도 있고 소소한 경사의 변화가 좌우로 있어서 아주 재미있는 지역이다. 스피드를 즐길 수 있는 Critical path슬로프와 North bowl사이에 위치해서 의외로 사람들이 많이 가지 않았기 때문인지 괜찮은 눈이 많이 남아있었다. 거기서 약간 아래쪽의 Tasty glade는 말 그대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트리런 코스이다. 나무가 듬성듬성 있어서 적당히 트리런 분위기를 내면서도 부담스럽지 않게 내려올 수 있다. 하단부로 갈수록 나무는 점점 밀도가 높아지는데, 이 때 방향을 terrain park쪽으로 잡으면 재미있게 지날 수 있다. 물론 나는 파크 옆쪽 어린이용 파크로 지나쳐왔다. 킥커의 크기는 작았지만 의외로 각도가 커서 재미있는걸 좋아하지만 겁이 많은 나에게는 안성맞춤이었다. 그리고 오늘의 스킹을 마무리했다.

 

어제는 숙소에 너무 늦게 들어와서 피로를 풀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오늘부터는 일단 숙소로 들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어제는 보지 못했던 스키샵을 지나칠수는 없었다. 스키샵에서는 주로 의류, 크루넥셔츠, 안전장비, 부츠, 기념품등을 팔고 있었다. 부츠는 최근 많이 팔리는 형태인 레이싱부츠에 Hike 장치와 Tech insert를 모두 장착한 스타일이 많았다. 레벨스톡은 상급장용 슬로프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다운힐에 강한 형태를 기본으로 해서 투어링이나 간단한 하이크업을 염두에 둔 형태가 많은 듯 했다. 사실 이런 스타일의 부츠는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슬로프에서도 이런 부츠에 투어링 바인딩을 장착한 사람과 다운힐용 부츠에 살로몬 가디언이나 마커 듀크같은 바인딩을 장착한 사람이 많았다.

나는 현재 Dalbello의 Lupo부츠를 사용중인데, Tech inserts는 없지만 3피스 카브리오구조라서 신고 벗기가 아주 편하고, 1번 버클이 반대방향이라 파우더에서 걸을 때에도 버클이 풀리지 않으며, 걷기모드에서는 아주 넓은 범위로 움직이면서도 버클이 덜렁거리지 않게 고정고리가 있고, 라스트가 98mm임에도 발가락 공간은 충분히 넓고, 부츠 바닥 가운데 부분에 Vibram밑창이 있어서 그 부분으로 지지를 할 때에도 안정감을 주었다. 캣스킹때에도 스노우캣 승/하차시에 궤도부분이나 발판을 밟을 때에 큰 도움이 되었다.

스키샵 옆에는 작은 주류판매점이 있어서 이 지역 맥주를 한 병 사들고 숙소로 향했다.

 

오늘은 또 어디서 저녁을 먹을까 하다가 그냥 눈에 띈 피자집에 들어갔다. 오늘은 왠지 속도 불편한 편이고 배도 별로 고프지 않고 해서, 피자가 아닌 다른 것만 시켜먹기로 했다. 마침 특별하다기엔 너무 케밥과 비슷하지만, 안먹고 지나치면 섭섭하다는 도네어를 팔고 있어서 간단히 푸틴과 도네어로 끼니를 해결했다. 나오면서 보니 이동네에서 맛있는 피자집이라고 유명한 곳이다. 피자를 먹을걸 그랬나 하고 잠깐 후회했지만 음식을 남겨봐야 아깝기만 할 뿐. 결과적으로 캐나다의 특징적인 음식을 맛있게 먹었으니 아쉬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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