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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찬의 스키 오디세이] '패러렐 턴', 하루면 충분하다

⑧100년 전 교습법과 현대 스키

기사 원문보기: http://v.media.daum.net/v/20180104072207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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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리마커블스 스키장의 급사면에서 패러렐로 스킹중인 정우찬 프로. /사진=정우찬 프로

 

 

"스키를 탄 지 하루 만에 패러렐 턴을 한다고?" 말도 안 된다고 할 수 있으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하다. 운동능력이 평균 이상이면서 도전적인 사람 또는 강사를 깊게 신뢰하는 이라면 오전에 처음 스키를 신은 뒤 오후쯤이면 어설프지만 '패러렐 턴'을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초보자는 하루 만에 완벽한 패러렐 턴을 하기 어렵다.

 

◆보겐-슈템-페러렐… 100년 전통 알버그 테크닉

패러렐 턴은 두 스키가 평행한 상태에서 회전을 하는 기술이다. 초보 스키어 대부분은 속도조절을 위해 스키의 뒤가 벌어진 A자 모양을 취하는데 이 자세는 인체에 무리가 많이 가고 보기에도 우아하지 않다. 따라서 스키 초보자는 빠른 속도를 내면서도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우아한 패러렐 스킹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한국에서 스키를 제대로 배운다면 기본적으로 '푸르그 보겐'(보겐·A자 상태로 턴 만들기)을 익힌 뒤 '슈템턴'(슈템·A자로 턴을 시작해 턴 후반에 패러렐 상태로 만들기)을 배우고 이후 패러렐 턴(패러렐)에 도전한다.

 

이처럼 스킹 교습을 '보겐-슈템-패러렐'로 체계화한 것은 1920년대 하네스 슈나이더의 '알버그 테크닉'(Arlberg Technique)이다. 100여년 전의 교습법이 현재까지 이어지는 셈이다. 알버그 테크닉에 대해 위키피디아는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알버그 테크닉은 스키어가 보겐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패러렐로 발전하는 교습법이다. 현대 스키장비는 카빙으로 알려진 보다 효율적인 회전방법이 가능토록 했는데, 이 카빙은 알버그 테크닉과는 전혀 다른 테크닉과 동작을 통해 만들어진다. 일부 스키학교는 학생들을 스노우플라우에서 바로 패러렐로 최대한 빨리 가르치는데 그 이유는 알버그 테크닉을 통해 배울 때 형성되기 쉬운 스테밍의 나쁜 습관을 피하기 위해서다.'

 

◆카빙, 발전한 스키장비와 패러렐 턴

100여년 전 나무로 만든 스키를 탈 때는 패러렐로 회전을 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기술이었다. 그래서 당시엔 보겐과 슈템이라는 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패러렐 스킹에 이르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위에 인용한 글에서도 지적하듯 장비의 진화에 따라 기술도 진화했다. 현대 스키장비의 진화는 놀라운 것이어서 100여년 전의 장비와는 차원이 다른 성능을 자랑한다.

 

캐나다의 티칭 시스템에선 초보자를 최대한 빨리 패러렐 스키어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현재는 다른 명칭을 사용하지만 예전엔 초보자 레슨을 '패스 트랙 투 패러렐'(패러렐로 가는 빠른 길)이라 부르기도 했다. 예전부터 패러렐로 빠르게 발전시키는 게 목표였던 것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하루 만에 패러렐을 가르치려고 했다.

 

◆웨지 스탠스와 패러렐 스킹

 

어떻게 가르치기에 하루 만에 패러렐이 가능할까. 캐나다에선 '웨지 스탠스'(스키를 A자 형태로 만든 자세)를 '슬로우 스탠스'라 부르기도 한다. 초보자가 처음 스키를 배울 때 속도조절을 용이하게 하려고 사용하는 스탠스라는 뜻이다. 처음엔 누구나 이런 웨지 스탠스 상태에서 스킹을 배운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회전을 만드는 방법에 차이가 난다. 한국이 보겐을 가르치는 방식은 왼쪽으로 회전하려면 오른쪽 스키에, 오른쪽으로 회전하려면 왼쪽 스키에 체중을 실으라고 가르친다. 즉 체중이동을 통해 회전을 만드는 방식이다.

 

반면 캐나다는 웨지 스탠스 상태에서 두 스키를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천천히 돌리라고 가르친다. 즉 '피버팅'을 이용해 회전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렇게 회전을 만들면 스키가 A자로 놓여 있느냐, 11자로 놓여 있느냐만 차이가 날뿐 보겐과 패러렐의 차이가 없게 된다. 조금만 익숙해지면 쉽게 패러렐 턴을 만들 수 있다. 운동능력이 부족한 이에겐 곧장 패러렐을 고집하지 않고 고전적인 알버그 테크닉을 진행한다. 다만 단계별로 완벽한 자세를 요구하지 않으면서 패러렐을 유도한다.

 

◆패러렐을 빠르게 유도하는 이유

패러렐 스킹을 빨리 습득하도록 유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 스키를 시작하는 사람은 누구나 우아한 패러렐을 꿈꾼다. 제대로 배우면 쉽게 따라할 수 있고 보겐에 비해 빠른 데다 힘도 들지 않아 스키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익숙해지면 남들이 보기에도 우아한 스킹을 할 수 있다.

패러렐을 제대로 하려면 보겐을 마스터해야 한다면서 반복적으로 보겐만 시키면 스키어들은 금방 흥미를 잃을 것이다. 스키어 모두가 완벽한 보겐을 해야 할 필요는 없다. 보겐을 통해 기본적인 스킹의 원리를 터득하면 가능한 빨리 패러렐로 넘어가 스키에 대한 흥미를 부여해 주는 게 스키강사의 역할이다.

 

캐나다 티칭 시스템의 3가지 축 가운데 하나가 '스튜던트 센터드'(학생 중심)다. 강사가 원하는 것이 아닌 학생이 필요로 하는 것을 가르친다. 완벽한 보겐을 원하는 스키어, 레벨테스트 응시자, 기선전 참가자, 선수 등을 제외하고 일반 스키어의 목표는 우아한 패러렐이다.

필자의 생각은 보겐과 슈템을 가르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너무 지나치게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완벽한 보겐과 슈템을 추구하는 것보다 적당하게 이해한 뒤에 패러렐로 넘어가고, 패러렐에서 후경이나 몸턴 등을 교정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패러렐에서 잘못된 자세를 교정하는 방법은 이전 칼럼에서 여러 차례 언급했다.

 

100여년 전의 교습법이 아직도 유효할까. 스키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볼 필요가 있는 화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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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찬 프로(스키 칼럼니스트, CSIA 레벨4)


☞ 본 기사는 <머니S> 제521호(2018년 1월3~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다운로드 (1).jpg  logo.jpg  images.jpg  다운로드 (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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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재영 2018.01.06 15:50
    멋진 칼럼, 찰진 정보, 거인 프로님... 감사합니다.
  • profile
    정우찬 2018.01.11 10:57
    고마워요. 항상 응원해 주시니 제가 힘이 나네요. 밥 한 끼 사신다는 약속 잊기 전에 찾아뵈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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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재영 2018.01.11 12:47
    선생님. ㅋ 밥 다 식어가요 하지만 님에 대한 충정은 식을 줄을 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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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시권 2018.01.06 17:39
    공감가는 글, 정프로님 감사드립니다~^^
  • profile
    정우찬 2018.01.11 10:58
    고맙습니다. 스키이야기를 즐겁게 나누는 것 또한 스키어들의 낙이죠.^^
  • ?
    이시권 2018.01.12 00:52
    기회가 된다면 선생님께도 강습을 받아보고 싶네요^^
    대기자가 엄~~~청 많겠죠?^^
  • ?
    김상묵 2018.01.07 13:32
    좋은 글 정말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주 행복한 하루 되세요.
  • profile
    정우찬 2018.01.11 10:59
    저도 감사합니다. 안전하고 행복한 스킹 즐기세요~
  • ?
    김병완 2018.01.08 19:06
    좋은 내용의 칼럼 잘 읽었습니다. 초보도 빨리 패러럴을 습득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profile
    정우찬 2018.01.11 11:00
    안전하고 즐겁게 스키를 탈 수 있어야 스키어가 늘어나고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강사들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죠.
  • profile
    이상민 2018.01.08 21:04
    student-centered... 상담히 좋은 의미이고 취지입니다.
  • profile
    정우찬 2018.01.11 11:02
    맞습니다. 강사의 지시에 의문없이 따르는 것 보다 서로가 질문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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