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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찬의 스키 오디세이] 이 나이에 웬 스키냐고?

③89세 스키강사 이야기

기사 원문보기: http://moneys.mt.co.kr/news/mwView.php?no=2017112013298050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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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이미 쉰다섯이오." 스키강습을 받으러 온 어느 중년의 스키어가 힘들다고 투덜댄다. 스키를 배우기엔 나이가 들었단다. 그를 빤히 바라보던 한 스키강사가 재미난 표정을 짓고는 한마디 거든다. "어디서 엄살이야, 내 애들은 당신보다 나이가 많아!" 

스키천국인 캐나다 휘슬러에 있을 때의 에피소드다. 이 이야기에 어떤 이들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55세의 강습생보다 나이 많은 자식이 있다면 이 강사는 못해도 칠십 중반이란 얘긴데'라며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지금부터 한 스키강사에 대한 이야기보따리를 푼다.  

◆ 89세 청년, "걸을 수 있으면 탄다" 


스키강사의 이름은 러스 화이트(Russ White)다. 러스는 1921년 캐나다 포인트 그레이에서 태어나 항해와 농구, 라크로스 등을 즐기며 건강한 청년으로 자랐다. 캐나다 공군 폭격기 조종사로 2차 세계대전에 참전, 영국과 튀니지에서 복무했다. 그가 그 당시의 일에 대해선 말을 아꼈기 때문에 그 시절의 그를 제대로 알 수 없다. 어쩌면 전쟁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평생 그를 짓눌렀을지도 모른다.  

전역 후인 1950년대 초반 러스는 밴쿠버의 딥 코브에 정착한다. 그곳에서 그는 평생 열정을 바칠 대상을 발견한다. 바로 스키와 골프다. 러스는 여름에는 시무어 골프클럽에서 골프강사로 근무했다. 또 겨울에는 휘슬러에서 스키강사로 근무하는 멋진 라이프스타일을 89세까지 유지했다. 89세는 휘슬러 최고령 스키강사 기록이다.  

그의 열정적인 삶을 기념해 캐나다스키강사협회(CSIA)는 80세가 되던 해에 러스에게 명예 CSIA 레벨3를 수여한다. 이후 2014년 3월15일 러스는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My Way)를 배경음악으로 사랑한 스키와 골프백을 안고 잠들었다.  

러스와의 인연은 휘슬러 알파인 스키스쿨에서 시작됐다. 휘슬러는 스키강사 1200여명이 일하는 거대한 스키장이다. 그러다 보니 지역별·특성별로 스키스쿨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휘슬러에서 근무했더라도 같은 스키스쿨이 아니면 스키강사끼리 알지 못한다. 마치 대기업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같은 부서가 아니면 서로 모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러스를 만난 건 행운이었다. 필자가 근무하던 알파인 스키스쿨은 휘슬러산 1860m에 자리한 거대한 규모의 라운드 하우스 식당 맞은편에 있었다. 이 스키스쿨에는 50여명의 강사가 근무했는데 이 중 최고령자가 러스였다. 물론 러스는 캐나다 전역에서 최고령 강사이기도 했다. 

매년 겨울이 한창인 1월이면 러스의 생일 축하연(?)이 열린다. 휘슬러의 모든 베테랑 강사와 매니저가 총출동하는 자리다. 러스는 휘슬러의 살아있는 전설이기 때문이었다. 스키를 들고 걸어 들어오는 모습만 봐도 실력을 판별한다는 믿기지 않는 얘기도 있다.  

나이가 들수록 러스는 긍정적인 에너지와 유머가 넘쳤고 그를 볼수록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점을 거듭 확인했다. 그의 좌우명은 "걸을 수 있다면 스키를 탈 수 있다"(If you can walk, you can ski)였다. 러스는 89세까지 스키 열정을 불살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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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캐나다 휘슬러 알파인 스키스쿨 동료들. 러스(왼쪽)는 당시 89세였다. /사진=정우찬 프로


◆ 자유롭게 설원 누빈 '청춘 시니어'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발걸음이 빨라지는 한국. 고령인구가 증가하면서 시니어 스키어가 많이 늘었다. 하지만 그 비율만 보면 북미나 유럽의 스키장에 비할 바는 아니다. 더군다나 백발의 스키강사는 언감생심이다. 그러나 스키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다양한 경험과 전문지식을 갖춘, 러스처럼 존경받는 백발의 스키강사가 등장하리라 믿는다.  

스키에 대한 애정은 스키를 잘 탄다고 키워지는 것이 아니다. 즐기지 못하면 열정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스키기술이 늘지 않거나 체력이 떨어지면 스키라는 멋진 인생의 동반자를 떠나보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스키를 타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겨울산의 정취를 즐기고 그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설원을 누비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처럼 속도를 내며 달리거나 카빙기술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나이가 들어도 스키는 여전히 행복을 주는 친구로 남을 수 있다. 

첫 칼럼에서 언급했듯 사람들은 대부분 '스키는 위험한 운동'이라고 오해하기 쉽다. 거칠 것 없는 젊은 세대에서도 그런데 가릴 것 많은 중년 이상의 연배에선 오죽하겠는가. 하지만 나이가 많아 스키 입문하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변명은 하지 말자. 러스의 좌우명은 늘 살아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60대인 2003년 처음 스키를 배웠다. 스키 매력에 빠진 나머지 젊었을 때 배웠다면 더 많이 즐겼을 거라며 후회했다는 일화도 있다. 이 회장은 사장단회의를 스키장에서 주재하는 등 주변에 스키를 권했다. 실제 이 회장으로 말미암아 50~60대에 스키를 시작한 회사 임원이 많다고 한다.  

나이 들어 적절한 스키기술을 익힌다면 어떨까.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다양한 경사나 설질에서 속도를 조절하는 기술을 익힌다면 금상첨화 아니겠나. 설산에서의 미소와 콧노래는 삶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 것이다. 손자, 자녀, 친구와의 '설야정담' 또한 기막힐 것이다.

겨울이 춥다고 움츠러들면 안 된다. 마음이 열정으로 가득하다면 청년 대접을 받는 법이다. 따뜻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스키복을 입고 멋진 헬멧과 고글을 쓴 채 설원을 누빈다면 그가 곧 청년 아니겠는가. 러스의 말대로 우리는 걸을 힘만 있어도 스키를 탈 수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스키를 탈 수 있는 건강과 스키에 대한 열정, 그리고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깊어지는 유머감각을 충전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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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찬 프로(스키칼럼니스트, CSIA 레벨4)


☞ 본 기사는 <머니S> 제516호(2017년 11월29일~12월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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