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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딩일기 #106 2017.11.17] 제주 둘레 종주 1일차 
https://www.relive.cc/view/1278668465

 

올해가 내겐 인생에 큰 경험을 한 한해다. 즐거웠던 해와 달리 올해는 오해와 불신과 시기와 질투와 거짓으로 점철된 시기도 간간히 접목. 지난해 초 수원에서 양재까지 종주를 하며 모든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기도하며 걸었던, 공명을 바라는 마음이 무색하게 만든... 인생 쓴 맛을 제대로 맛 본 한 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수준.

 

이걸 버티기 너무 힘들어 혼술의 버릇이 생겼고, 이걸 이겨내는데 라이딩은 내게 한 없이 고마운 동반자인 셈. 잊고자 노력했다. 잊혀지지 않지만 노력해왔고, 가슴 한 켠이 남루하게 찢어진 채로 있는 모습은 여전하다. 어찌되었건 나답게 일어서기 위해 되돌아 고민해보려 이 여행을 시작한다.

 

아침 5시 기상 후 집에서 나와 공항 버스를 탔다. 영하 3도의 급락한 기온에 패딩을 입었지만 체감은 더 낮다보니 벌벌 떨며 기다리다 버스에 올랐다. 조는 듯 자는 듯하다 눈떠보니 어느새 공항. 한 시간 미리 온 김에 간만의 국내선 터미널도 구경하고 국제선과 다른 면들이 보여 생경하지만 즐겁다.

 

이륙 후 잠시 커피 한 잔 하니 벌써 내리란다. 어느덧 제주공항. 


미리 예약해 둔 딜리버리 서비스(짐다오)에서 공항 픽업까지 와서 맞이해준다. 공항에서 대충 800여미터 떨어진 바이크트립에 들러 피터(스페셜의 피터 사간 자전거)를 만났다. 별 변화 없이 녀석은 그대로다. 하늘을 보니 흐리다. 한라산 아우라가 보이는 상황이어서 비는 안 올 것 같다지만 변화무쌍 제주 날씨라 장비 점검, 타이어 공기압을 채운 후 바로 출발을 서둘렀다. (이 때만 해도 내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를 까마득히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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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데, 날이 따스하다. 바람도 장갑을 끼지 않아도 될 수준. 공항을 끼고 도는 출발 코스에서부터 고즈넉한 제주 돌담길을 지나가니 벌써부터 제주 느낌이 난다. 그래 난 제주에 왔다. 아름다운 바다를 끼고 돈다.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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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함을 지날 때엔 간간이 관광객들이 보인다. 그러나 왕복 2차선 도로는 잘 포장되어 있으며, 차가 거의 없다. 고즈넉하고 조용한 바다 해안도로 그 자체. 사람들도 없고 차도 없고 오로지 바람과 바다내음뿐. 좀더 달리니 도두항을 지나 이호테우 해수욕장. 자전거도로도 정비가 되어 있다 해서 달려보니 정비는 잘 되어 있으나 상태는 좋지 않다. 도로청소차에 밀린 흙과 이물질들이 자전거도로를 점령하여 로드 자전거의 얇은 타이어로는 자칫 펑크나기 십상인 상태. 차도 없으니 일부러 공도 가장자리를 달린다.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도착한 애월항 근처 야자수와 어우러진 평지에 말들이 보인다. '아 이거 이국적이다.' 매번 느끼지만 제주의 시간은 좀 천천히 흐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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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연인들은 무엇을 하는 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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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도 추우니 슈 커버는 당연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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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진다. 마음을 조급하게 만든다. 애월에서 한림까지 펼쳐진 해안도로도 정비가 마무리 되지 않아 공사구간이 나오니 다시 공도로 빠졌다가 다시 해안도로행. 한림에 들어서니 이곳저곳 펜션과 카페 그리고 퓨전 음식점이 즐비하다. 제주의 도시화는 이상하리만치 육지사람들 향기가 강하다. 어느덧 시간은 점심시간을 지나 오후 1시. 생각해보니 아침부터 먹은 것이라곤 항공사에서 제공해 준 커피 한 잔 딸랑. '안 되겠다 먹고 가자.'

 

마침 서촌제가 보인다. 서울사람이 내려와 촌놈으로서 제주에 자리잡고 제주 흑돼지와 두부를 주재료로 하는 공중파도 몇 번 탄 집이다. 맛깔나고 두툼한 돈까스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두툼하지만 부드러운 식감이 매우 좋다. 함박스텍에 어울릴만한 약간은 짭쪼름한 소스를 다진 두부가 다잡아주는 맛이라 구수한 맛이난다. 삽시간에 뚝딱. 남김없이 흡입후 다시 달릴 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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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가 내려앉은 바닷가를 지나 협재, 한경, 수월까지 내달렸다. 협재 해수욕장은 두 번째 방문인데 보면볼수록 아름다운 바다를 자랑한다. 이런 옥빛바다를 본다는 게 매우 오랜만. 매번 경험하지만 여름에 꼭 다시와야하는 바다 중 하나다. 협재는 그만큼 아름답다.

 

한국 남부발전 국제풍력센터가 보인다. 원자력이나 지력도 아닌 풍력을 이용해 발전하는 이 장소는 관광명소화된 듯 하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풍력 프로펠러가 도는 모습이 정말 장관이다. 사진 하나하나가 웅장함에 담기다보니 조심스럽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버프를 내리 쓰고 한컷 한컷 셀카를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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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거세어진다. 글래스를 덮을 정도로. 다행히 어느 정도 방수 효과가 있는 재질의 자켓과 동호회 리더로부터 빌린 우비를 껴입었다. 바닥은 빗방울이 튈 정도이지만 아직 모두를 적시진 않은 상태. 속도를 좀 내본다. 차귀도에 도착하니 세계지질공원이라는 컨셉으로 맞이해준다. 도로에 차가 하나도 없다. 큰 대지를 이루는 광경 가운데 멋지게 아스팔트 하나가 곧게 보인다. 영화에서나 보는 장면이다. 나홀로 이 길을 가른다. 주변은 풀숲과 잔디와 녹음이다. 정말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길이다.

 

눈으로 받아들여 마음에 새긴다. 그간 있었던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해소되는 느낌, 그 느낌이 충만하다. 사람에게 다치고 사람에게 상처주었던 모든 일들 하나하나를 이 길을 지나며 떠나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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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월봉을 지나 모슬포항까지의 해안도로는 서귀포에 이르는 해안도로로서 고즈넉하다. 왼쪽으로 즐비하게 선 양식장들을 끼고 계속 약간의 낙타등. 신나게 탔다. 물질하는 해녀들이 보인다. 그냥 갈 수 없다. 남긴다. 물질하는 소리가 느껴진다. 쉬익하는 해녀의 담구는 소리마저 제주답게 들린다.

갑자기 비가 굵어지고 더 거세어진다. 이제 안 되겠다. 모슬포에서 바로 숙소로 달린다. 갑자기 남동풍이 심하게 불어와 앞가슴을 친다. 속도란 개념없이 약간의 업힐이 나온다. '아차 무조건 평지는 아니었지...'라는 생각으로 댄싱댄싱.

송악산을 조금 힘겹게 업힐후 산방산이 보인다. 제주할매신이 한라산 꼭대기를 파내어 던져 발생한 자국이 백록담이고, 그렇게 파낸 걸 던져 만들어진 산이 산방산이라는 동네주민의 이야기가 재미있다. 정말 덩그러니 생긴 모양새가 그러하다. 오늘은 이곳 근처 게스트하우스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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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털나고 처음으로 게스트하우스에 지내본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 네명을 만나 장시간 이야길 나누다 보니 어느덧 밤 10시다. 아 벌 써 내일이 기대된다.

ps. 게스트하우스에서 처음 만난 IT 쪽 종사하시는 선배께서 제주 바람이 오늘 바람은 약한 거라고 한다. 내일 바람은 다를 거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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