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코다 산악스키 훈련 에필로그 5- 스키 등반
사실 스키 등반은 매우 흥분되는 일이다.
자 내가 알래스카 어딘가에 있는 눈으로 뒤 덮인 아주 멋진 산의 사진을 보았다고 생각해보자. 그곳에서 스키를 타고 싶다. 어쩌겠는가? 곤돌라와 리프트가 설치될 때까지 기다리겠는가? 그리고 그러한 멋진 자연을 파괴하면서 곤도라가 설치되기를 바라는가?
그게 아니라면 스키를 신고 등산을 하듯이 천천히 올라가면서 주변 경치도 구경하고 멋지게 파우더 스킹으로 내려오는 건 어떤지?
두 번째의 생각이 바로 산악스키이다. 자연을 헤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나만의 길을 만들어서 내려오는 것이 산악스키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스키 등반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번 핫코다 원정을 위해 가져간 것은 ‘블랙다이아몬드’사의 EMP라는 파우더 전용스키이다. 이유인즉 스키 등반을 위해서는 스키 바닥에 ‘스킨’이라는 등반용 나일론을 붙여야 하는데, 아직 살로몬 사에서 지급받은 ‘쇼군’에 맞는 스킨을 한국에서는 구매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친구에게서 빌린 엠프 스키를 가지고 갔는데, 이 스키는 매우 부드러운 역캠버의 스키로 파우더에서는 아주 부드러운 스키 조작이 가능하지만 너무 부드러운 성질 때문에 딱딱한 아이스의 설질에서는 여지없이 힘없이 미끄러져 내려가버린다.
블랙다이아몬드의 엠프스키 역시 스키 등반이 가능한 바인딩이고 엠프 스키 전용 스킨이 따로 블랙다이아몬드 사에서 출시된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상 기후로 우리가 핫코다에 도착하기 3일전부터 비가 많이 왔고 업친데 덥친 격으로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우리는 뜻하지 않게 아이스 스케이트장에서 스키를 타게 되었다.
도착 이후 눈이 어느 정도 오기는 했지만 어차피 바닥은 딱딱한 설질이라 엠프 스키를 가지고 많이 고생했다.
후에 한국에 와서 존 이라는 친구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너 그 스키 가지고 아이스에서 탔다구? 으이구’라며 혀를 차더라 라는 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