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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17.10.09 20:36

카빙 vs 스키딩

조회 수 883 추천 수 1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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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스키 기술은 스키어들이 다이나믹하게 카빙턴을 그려내며 신나게 스킹을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스키 장비 또한 점점 카빙에 유리하도록 진화를 거듭하고 있죠. 하지만 카빙과 스키딩에 대한 광범위한 오해가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스키 레슨을 시작하며 학생들에게 레슨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싶은가를 질문했을 때, 중상급자들은 대개 카빙기술을 보다 발전시키고 싶다는 답변을 합니다. 그들이 카빙이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는 급사면에서 카빙을 하면 점점 속도가 빨라져 컨트롤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왜? 카빙을 하고싶은가 불으면, 

"현대 스키는 카빙 스키니까 카빙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스키샾에서 카빙을 위한 스키라고 말하며 팔았으니까요."

"강사나 친구들이 카빙을 해야 한다고 해서..."라고 답변합니다.

 

현대의 스키 장비가 카빙에 유리하도록 진화하였지만 우리가 굳이 카빙을 절대적 목적으로 해야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우리는 왜 스키를 탑니까? 카빙을 잘하기 위해서입니까? 아니면 어떤 상황에서든 적절한 스피드로 안전하고 우아한 스킹을 하기 위해서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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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스키장에서는 이처럼 부드러운 파우더 스킹을 즐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파우더에서 카빙 기술이 통할까요?

 

 

캐나다 휘슬러에서 십여 년 넘게 강사를 하다보니 수많은 한국의 스키어들을 만나게 됩니다. 해외 스키장을 찾아올 정도이니 나름 한국에서 중급자이상의 실력을 가진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카빙 기술에만 익숙하신 분들은 자연설과 범프로 덮힌 휘슬러의 슬로프를 만나면 대단히 힘들어 합니다. 그래서 그 드넓은 스키장의 멋진 코스들을 눈요기만 하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정설이 된 사면만을 찾아서 편식 스킹을 합니다.

 

물론 그러한 스킹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분들도 계십니다. 아름다운 풍경과 부드러운 정설 사면은 그것만으로도 멀고 먼 해외 스키장을 찾아온 보람을 느끼게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연설이 덮힌 드넓은 설원이나 가슴 뛰게 하는 급사면, 나무 사이로 신나게 즐길 수 있는 트리 스킹을 경험해 보고 싶은 분들은 고개를 갸우뚱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나이 많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여유롭게 그런 다양한 사면을 즐기는 모습을 보게 되면 기절할 것 같은 충격을 경험하게 됩니다. '과연 내가 지금까지 열심히 갈고 닦은 기술은 무엇을 위한 기술인가?' 라는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마추어 스키어들이 경험하는 이러한 좌절감은 한국에서 갈고 닦은 기술이 카빙에 촛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카빙은 스킹의 한 방법이지 절대적인 기술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휴대폰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음성 통화만 되던 전화기 세대에서 갑자기 화상 통화가 가능한 전화기가 나오고 모든 TV와 언론 광고를 통해 "화상 통화 시대"라고 부르짖다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상 통화 기능이 있는 전화기를 구입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화상 통화 기능을 갖춘 전화기를 가지고 있어도 화상 통화를 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전화는 의사소통의 도구입니다. 의사소통 방법은 굳이 화상 통화만이 절대적인 방법은 아닙니다. 음성 통화도 좋고, 카톡이나 메신저와 같은 문자로도 가능합니다. 상황에 따라, 개인의 선호에 따라 다를뿐입니다.

 

우리가 스키를 타는 이유는 눈덮힌 설산을 자유롭게 내려오는 즐거움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속도감에 더욱 매료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여유있게 힘 안들이고 아름다운 겨울산을 즐기는 것을 선호하기도 합니다. 모든 다양한 목적과 선호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스키 기술 또한 그 목적과 선호에 따라 중점을 두는 것이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카빙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기 이전에 우리가 스키를 타는 이유는 무엇이며, 속도를 내며 카빙턴을 하고 싶은지, 어떤 설질이나 경사에서도 안정적으로 우아한 스킹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하여야 합니다.  그 목적에 맞는 것이 어떤 기술인지에 대해 고민하여야 합니다. 

 

그럼 카빙과 대별되는 개념으로 인식되는 스키딩에 대해 선입견을 버리고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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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딩(Skidding)이란 '스키가 옆으로 미끄러지는 것'을 말합니다. 중급이상의 스키어들이 카빙을 익히기 시작하면서 많은 경우 스키딩을 죄악시 합니다. 카빙이란 스키딩이 없이 스키가 활주하여 슬로프 위에 펜으로 그려낸듯한 두 개의 라인을 만드는 것을 말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카빙을 잘 한다는 것은 스키딩없이 스킹한다는 의미가 되고, 스키딩이란 초중급자들의 기술로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고의 흐름을 반영하듯이 한국에서는 스키딩턴과 카빙턴을 완전히 구분하여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카빙 패러렐턴, 스키딩 숏턴, 카빙 숏턴,... 등등의  명칭도 생겨난 것 같습니다. 반면에 캐나다에선 스키딩이던 카빙이던 둘 다 에징기술로 봅니다. 카빙턴, 스키딩턴이란 개념을 굳이 구분하지도 않습니다. 패러렐턴을 부르는 명칭만 봐도 비기너 패러렐(Beginner Parallel), 인터미디엇 패러렐(Intermediate Parallel), 어드밴스드 패러렐(Advanced Parallel), 엑스퍼트 패러렐(Expert Parallel)로 부릅니다. 어드밴스드 패러렐과 엑스퍼트 패러렐은 한국의 카빙 패러렐과 유사하지만 굳이 카빙라인을 강조하지는 않습니다. 스키딩이 발생하더라도 급사면에서 빠른 스피드로 패러렐턴을 그려내면 됩니다. 

 

스키딩과 카빙은 서로 반대되는 개념도 아니고 어느 것이 더 우월한 것도 아닙니다.  둘 다 아주 필요한 기술이지요. 스키의 고수들은 스키딩과 카빙을 아주 정교하게 구사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고수들이 숨기고 있는 비장의 무기입니다. 두 기술을 아주 정교하게 필요한 만큼 사용함으로써 일반인은 이해하기 힘든 스킹을 구사합니다. 

 

경사면에서 스킹을 할 때 가속되지 않고 원하는 속도로 스킹을 즐기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고려하여야 합니다. 바로 중력과 마찰력입니다. 턴의 마무리에서 보다 산쪽으로 스키를 돌려주면 중력에 의해 속도가 줄게 됩니다. 다른 방법은 스키딩을 발생 시켜 마찰력을 발생시킴으로써 속도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스키딩은 카빙과 마찬가지로 스키의 에지를 사용하는 에징기술입니다. 카빙이 에지를 사용해 설면을 칼로 자른듯 스키딩없이 앞으로 자르는 에징기술이라면 스키딩은 에지를 사용하여 설면을 옆방향으로 긁어주는 에징기술입니다. 일반적으로 가속을 원할 때는 에지각을 크게하여 카빙기술을 사용하며, 감속을 원할 때는 에지각을 적게하여 스키딩기술을 사용합니다. 

 

카빙과 스키딩이 서로 반대되는 것처럼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스킹의 모든 주요한 요소들인 제대로된 중경의 스탠스, 양발 동시 조작, 프레셔링, 에지 릴리즈 조작 등은 모두 똑같습니다. 단지 차이라면 에지를 세운 상태에서 에지각을 조절하여 스키딩을 발생시키느냐, 스키딩을 없애 카빙을 만드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훌륭한 스키어라면 누구나 카빙과 스키딩 두 가지 기술에 익숙합니다.

 

스키딩이 안좋다는 인식은 이러한 스키딩이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발생하거나, 지나치게 많이 발생하는 경우에 스키의 컨트롤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생겨난 오해입니다. 스키딩을 원하는 때에 원하는 정도로 발생시키는 것은 대단히 정교한 기술이며 안전하고 우아한 스킹을 만들어내는 데 필수적인 기술입니다.   

 

996C7A3359DB38E409848C 워렌 스미스(Warren Smith)의 급사면 스키 테크닉에서도 역시 스키딩턴을 가르칩니다. 급사면에서 카빙을 한다면 목숨을 걸어야 겠죠?

 

 

하지만 대부분의 아마추어 스키어들에게 필요한 것은 카빙보다는 스키딩 기술입니다. 카빙이 정설이 잘되고 비교적 사람이 적은 슬로프에서 가능한 제한적인 기술인 반면 스키딩은 어떤 상황에서도 사용이 가능한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인공설로 다져진 딱딱한 눈이니 카빙기술이 더 적절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스키딩 기술을 적절히 활용하면 어떠한 아이스반이라도 여유있고 우아하게 스킹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바짝 날을 세우다간 오히려 미끄러지거나, 주체할 수 없는 스피드가 발생하여 더욱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점차 60대가 되어가면서 스키어의 평균연령도 많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신체적 능력은 점차 쇠퇴하는데 속도가 빠르고 부상 위험이 높은 카빙턴만을 고집하는 것은 노년층과 여성층등 보수적인 스키어들에게는 스키가 위험한 운동이라는 생각을 갖도록 만들어 결국 이들이 스키라는 멋진 취미를 포기하는 이유가 됩니다.

 

유럽이나 미국, 캐나다는 물론이고 가까운 일본만해도 70대나 80대의 시니어 스키어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스키를 타며 인생을 멋지게 즐기는 모습을 보면 정말 멋진 실버 라이프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그들이 그렇게 나이를 먹고서도 다양한 사면을 안전하고 우아하게 스킹하는 것을 보면 자연스럽게 그들이 사용하는 스키 기술에 눈을 돌리게 됩니다. 몇몇 스키어들은 여전히 어떤 젊은이 못지 않은 카빙 기술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런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대개가 스키딩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테크닉을 구사합니다. 

 

스키딩을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 사용할 수 있다면 누구나 안전하고 우아한 스킹을 체력적 부담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스키딩을 이용한 턴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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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그림에서 왼쪽은 와이드 트랙 스키디드 턴(Wide Track Skidded Turn)을 보여 줍니다. 이러한 턴을 만들면 감속효과가 커서 속도에 두려움을 느끼는 초중급자에게 유용한 방식입니다. 또한 상급자라도 블랙 다이아몬드 같은 급사면에서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반면에 오른쪽은 내로우 트랙 스키디드 턴(Narrow Track Skidded Turn)을 보여 줍니다. 초중급자가 완사면에서 사용하면 적당한 스피드를 유지하며 스킹할 수 있으며, 상급자들은 이 기술을 활용하여 급사면, 범프, 파우더에서 안정적이고 우아한 스킹을 할 수 있습니다.

 

스키딩턴을 카빙을 하기 전에 배우는 초중급자 기술로 보거나, 카빙을 배우기 시작하면 스키딩은 해서는 안되는 것이라는 오해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엔 좀 더 깊이 스키딩턴의 디테일한 기술과 연습 방법을 다루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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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석현 2017.10.09 22:10
    ron lemaster는 자신의 서적에 물리적 원리로 구분을 명확히 하고 있던데 좀 다르군요.
  • profile
    정우찬 2017.10.10 13:26

    김석현 선생님, Ron LeMaster는 물리학자이면서 미국 국가대표 스키팀과 베일 스키스쿨의 자문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스키 이론의 세계적 대가입니다. 휘슬러에도 자주 방문해서 강사들에게 스키기술에 대한 강의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의 저서 Ultimate Skiing의 한글판을 쓰기 위해 번역 작업을 하고 직접 그와 출판문제로 의논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아직도 적당한 출판사를 찾지 못해 빛을 보지 못하고 있지요.ㅠㅠ

    그의 이론은 논문으로 여겨질 정도로 물리학적 근거가 명확하고 깊이있게 다루어지지만 그 때문에 일반 아마추어 스키어들이 그의 책을 본다면 오히려 '아니 스키기술이 뭐 이렇게 어려워?'하며 고개를 젓게 만들 것입니다. 캐나다에서도 레벨4를 준비하는 강사들이 아니라면 제대로 이해하기 힘든 내용들이 많습니다.

    저는 최대한 스키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글에는 제 티칭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지요. 제 생각과 접근 방식이 그의 이론과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래야 일반 아마추어 스키어들도 스키 이론을 쉽다고 여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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