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배를 타고 떠난 조동진
- 조동진의 이 모습을 기억하고 싶다. 그는 뛰어난 기타리스트였고, 가수였고, 그 이전에 시인이었다.
- 조동진을 LP로 듣는다. LP 시대의 가수이므로...
얼마 전에 80년대의 예쁜 가수 이지연의 LP 음반을 듣다가 깜짝 놀랐다. 이유는 그녀가 노래를 꽤 잘 불러서였다. 난 이지연은 가수라기보다는 얼굴이 예쁜 배우나 모델처럼 생각해 온 경향이 있었던 것이다. 근데 오랜만에 그녀의 LP를 듣다보니 엄청나게 노래를 잘 한다.
그때 깨달았다. 그 시절의 가수들은 보컬과 댄서로 나뉘어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음원을 따로 들고와 그걸 틀고 입모양을 싱크시키는 시절이 아니었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 당시엔 가수라면 기본적으로 노래를 잘 불러야했던 것이다. 심지어는 예쁜 얼굴로 가려진 가수의 노래마저도 놀랄 만한 실력의 가창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LP시대에 자신의 앨범을 가진 가수들은 참 행운아란 생각이 든다. 물론 지금도 LP로 앨범을 낼 수는 있지만, LP시대에 앨범을 가진 가수들은 그게 진정한 가수의 자격증인 것이니... 이승환, 신승훈, 신해철, 유영석, 윤상, 김완선, 이선희 등이 그 막차를 탄 가수인 셈인데, 그들은 축복 받은 가수들이란 생각이 든다.
CD와 PC-Fi용의 음원파일들이 음악의 소스인 시대에 비닐에 골을 파서 음을 새기고 그걸 바늘로 다시 읽어내는 아날로그 기계로 음악을 듣는다. 이제야 이 원시적인 녹음 방식이 얼마나 위대한 기록 방식이었던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LP로 듣는 음악은 그 풍성한 배음으로 따뜻하고도 귀를 쏘지 않는 게 특징이다. LP에 비해서는 얼마 되지도 않은 알루미늄에 새긴 CD들이 부식되어 더 이상 음악을 듣기 힘든 것들이 가끔 나타나는 걸 보며 "아날로그의 힘"을 실감하기도 한다. 지금 보기엔 허접(?)해도 이 아날로그 기술은 그것이 사라지기 전까지 수십 년에 걸친 기술혁신을 통해 그 기술의 한계에 다다를 만큼 완성되어 있었다.
- 오디오 시스템 밑에 두었던 두 개의 음반을 조동진의 것으로 교체해놨다.^^
- 오늘 하루종일 두 개의 조동진 앨범을 들려줄 내 친구이다.
- 모든 노래가 친숙하지만 행복한 사람, 겨울비, 작은 배가 특히 더 그러하다.
1983년, 그 폭압의 시절에 출반된 이 음반의 7번 트랙을 보면 아직도 기가 막히다. 공간의 낭비를 대표하는 건전가요. 그런 걸 입안한 당시의 담당 공무원들의 발상이 놀랍다. 문화의 매국노들이다. "건전가요"라니? 그럼 조동진을 포함한 많은 가수들의 음악은 불건전한 것이었던가? 억지로 하나씩 끼워넣어야했던 그것들 때문에 수많은 가요계 인사들이 절망했을 것인지...
- "나뭇잎 사이로"가 돋보이는 노래이다.
"나뭇잎 사이로"
조동진
나뭇잎 사이로 파란 가로등
그 불빛 아래로 너의 야윈 얼굴
지붕들 사이로 좁다란 하늘
그 하늘 아래로 사람들 물결
여름은 벌써 가 버렸나
거리엔 어느새 서늘한 바람
계절은 이렇게 쉽게 오가는데
우린 또 얼마나 어렵게 사랑해야 하는지
나뭇잎 사이로 여린 별하나
그 별빛 아래로 너의 작은 꿈이
어둠은 벌써 밀려왔나
거리엔 어느새 정다운 불빛
그 빛은 언제나 눈 앞에 있는데
우린 또 얼마나 먼 길을 돌아가야 하는지
나뭇잎 사이로 파란 가로등
그 불빛 아래로 너의 야윈 얼굴
- 조동진 3집의 왼편 하단에 작은 제비꽃 사진이 있다.^^ 그리고 안개낀 바닷가 같은 곳에 조동진의 모습이 보인다.
제비꽃
조동진...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때 너는 작은 소녀였고
머리엔 제비꽃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멀리 새처럼 날으고 싶어
음 음 음 음 음 음 음
내가 다시 너를 만났을때 너는 많이 야위었고
이마엔 땀방울 너는 웃으면 내게 말했지
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와
음 음 음 음 음 음 음
내가 마지막 너를 보았을때 너는 아주 평화롭고
창너머 먼눈길 넌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한밤중에도 깨어있고 싶어
음 음 음 음 음 음 음
-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고흐의 그림이 인쇄된 에스프레소 잔에 물이 담겨있다. 왤까?^^
그 앞에 있는 카본 스타일러스 클리닝 브러쉬에 물을 묻혀 속썩이는 음구(groove)들을 박박닦아냈다. 그러자 잡음이 사라졌다.^^ 아날로그만의 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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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진형이 먼저 갔어도 큰엉아이신 박사님처럼 그를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한 영원하리라 생각합니다~ 그윽한 이야기 잘 듣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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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조동진 골든 앨범" 새 판을 하나 더 가지고 나왔다. 그를 좋아해서 골든 앨범을 두 장 구입했던 것이다. 판 하나는 아끼고 안 들었었는데 오늘은 새 판으로, 더욱 좋은 음질로 조동진을 들으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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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먼저 보고 본문은 차분히 읽어 보겠습니다.
저는 중학교 밴드부에서 트럼펫을 불었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부모님의 반대로 음악을 전공하지 못 했지만
트럼펫과 클래식 기타에 상당히 매료되어 있었지요.
그 당시, "좋아하는 가수가 누구냐?"고 물으면
음악 좀 하는 친구 사이에서는
"조동진을 좋아한다."라고 얘기하면
'아 저 친구는 상당히 대중음악에 조예가 깊구나~~~'라고 여겨지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조동진~ 실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아련한 아티스트입니다.
본문은 내일 읽어 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