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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5(금) 오후

 

송지호의 Surf 61에서 다시 청간정으로 되돌아왔다. 청간정 입구의 안내 간판은 정말 멋드러지다. 저 청간정 글씨는 초대 대통령인 운남 이승만의 휘호이다. 근데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이들이 청간정을 향해 가던 중 혹 이 한자를 못 읽어 여길 그냥 지나치지 않을까 걱정이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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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멋드러진 글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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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간정자료전시관의 김광섭 선생님으로부터 이 고성 땅에 대하여 많은 말씀을 들었다.

 

문헌에 의하면 청간정(靑澗亭)은 원래 청간역(靑澗驛)의 정자로 만들어진 것이라 한다.  조선시대의 역(驛)은 이런 개념이 삼국시대에 도입된 이래로 "말을 키우고 관리하면서 사람과 말이 쉴 수 있는 숙박시설"을 의미한다. 공무를 집행하는 조선의 관리들이 먼 길을 가면서 숙박을 하거나 지친 말을 바꿔탈 수 있게 만든 곳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청간정은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 총석인 만경대를 바라보기 위한 만경루 옆에 청간역의 정자로 만들어진 것이니 이렇게 생각하면 청간정은 만경루의 조역에 불과한 것으로도 보인다. 하지만 그 만경대 위에 정자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옛 그림이 있고, 김광섭 선생이 인근 군부대 안의 만경대를 탐사했을 때 만경대의 정상에서 누각을 지었던 지주 구멍 자리를 발견한 것으로 미루어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예전엔 만경대와 그 위의 정자가 합쳐진 멋진 풍경으로 그것이 관동8경의 세 번째 경치가 되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청간정은 청간역이 가진 의미가 크기 때문에 부각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고성군 토성면 청간리에 위치한 이 정자는 이곳을 지나가는 많은 국가 관리들이나 관동8경을 유람하던 부유한 한량들이 청간역에 머물던 곳이기에 눈길을 끌었을 것이다. 청간역은 옛 간성군의 관아(관청 청사)에서 약 15km가 떨어져 있고, 그 옛날의 다음 목적지인 낙산사까지의 거리가 다시 이곳에서 약 20km가 된다. 그러므로 간성에서 아침에 출발하여 청간역에서 쉬었다가 낙산사에는 저녁에 도착할 만한 거리인 것이다. 그러므로 그 양편의 어느 한 곳에서 출발하여 청간역에서 하루밤을 묵었을 가능성이 꽤나 큰 것이다.

 

옛사람들은 청간역에 머물면서 만경루나 청간정에서 만경대와 청간리 해변, 그리고 동해를 바라보거나 오른편의 천진해변을 거쳐 멀리 속초항까지 이어지는 해변을 보거나, 뒷편의 울산바위를 비롯한 외설악의 아름다운 봉우리들을 보며 그 아름다운 경치에 흠뻑 취했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청간정의 의미는 "푸른 시냇가의 정자"를 의미한다. "간(澗)"이 시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오래 전의 그림에 보면 청간정 뒤의 두 산 사이로 푸른 시내가 흐르는 것이 보인다.(지금은 산이 하나로 합쳐진 듯 보이지만, 옛그림들을 보면 전엔 분명 두 개의 산이 있었고, 그 사이로 시내가 흘렀다.)  

 

아래 그림에서는 만경대를 두 개의 총석(叢石/돌무리)이 있는 사이에 길이 있는 것으로 그렸다. 만경대 자체가 작은 산처럼 표현된 것이다. 어떤 그림엔 만경대 위에 사람들이 올라간 것으로 보아 예전엔 만경대 위에 올라가 동해의 경치를 바라본 것 같다. 만경대(萬景臺)는 청간정의 총석이기도 하지만, 남설악의 비경 하나를 일컷는 이름이기도 하고, 평양직할시에 위치한 한 구역을 가리키기도 한다. 어쨌던 그 의미는 수많은(萬) 멋진 경치(景)를 볼 수 있는 높은 대(臺)인 것이다.

 

근데 다른 그림들에서는 만경대를 하나의 총석으로 표현하고 있을 뿐이고, 어느 한 그림엔 그 정상에 정자가 있는 총석정(叢石亭)이 보이기도 한다. 그러므로 옛날엔 만경대에서 주변 경치를 구경한 것 만은 분명한 듯하다. 만경대 자체가 만경루에서 바라보는 한 경치이기도 했고, 그것이 주변 경치를 보는 장소이기도 했다는 얘기다.

 

아래 그림에서 김광섭 선생님의 손이 가린 부분이 청간역이다. 그 역의 그림을 확대하여 아래 부분에 실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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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간역은 사무동이 오른쪽 한 켠에 있고, 그 양옆과 앞에 숙소를 갖춘 역다운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고, 그 앞에 청간리 마을이 있으며 만경루와 청간정은 거기서 좀 떨어진 곳에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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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간역에 딸린 정자로서의 청간정. 상기 해설 중의 역참은 중첩된 단어이다. 즉, 우리가 역으로 부르는 것을 중국에서는 참(站)으로 부르는데, 역참은 이 두 글자를 합쳐 한 단어를 만든 것이다. 또한 설명문 중의 "우역"이란 "우편을 다루는 역"이란 의미이다.

 

우리가 만경대에 관해, 그리고 청간역에 관해 깊은 관심을 보이자 김광섭 선생님께서 "그 역이 있던 자리에 가보자!"고 하셨다. 하긴 그 동네 청간리, "푸른 시냇물이 흐르는 동네"가 바로 그 역사의 장소가 아니던가? 우린 곧바로 역사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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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김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우리는 청간정 입구 쪽으로 걸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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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간정 입구에서 앞서 우리가 주유를 했던 S-오일 주유소가 있는 쪽으로 갈 예정이다. 저 앞 오른쪽에 보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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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간정과 청간리 동네 사이에는 산이 있고, 그 산이 청간정자료전시관 뒤로 이어진다. 그 산은 물론 이 사진의 오른편에 있다. 그리고 만경대를 품고 있는 군부대가 자료전시관 바로 뒤에 있으므로, 그 군부대는 사진의 오른쪽에 있는 창고 같은 건물 바로 뒤의 나무가 보이는 곳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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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간리 군부대의 시멘트 블록담이 밭 건너편에 보인다.

이 토마토 밭 뒤에 보이는 담이 군부대의 것이고, 그 뒤에 군부대 내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들이 보인다. 김 선생님 말씀에 의하면 중간의 밤나무 오른편에 작게 보이는 소나무가 바로 만경대 정상에 자라고 있는 것이라 한다. 이쪽에서는 잘 안 보이기 때문에 더 왼편에 있는 동네 안쪽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현재는 여름이라 나무의 잎이 울창해서 만경대가 잘 안 보이지만, 겨울에는 그 상단이 잘 보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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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 안쪽으로 들어가서 본 것이다. 군부대 안의 흰 지붕 오른편 끝부분 위쪽에 만경대 위의 소나무가 보인다. 그래도 여기서는 잘 안 보여서 더 왼쪽으로 가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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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이렇게 청간리 안쪽 도로를 통해서 만경대를 향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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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경대 위의 소나무가 좀 더 가까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앙의 소나무 오른편 하단에 만경대 상봉의 바위도 조금 보인다. 감격스러웠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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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더 왼편으로 가서 카메라의 줌을 당겨보니 소나무 오른편의 바위들이 더 잘 보였다. 나무 틈새에 회색으로 보이는 것이 암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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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간정길 24에서는 만경대가 좀 더 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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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을 "밀어주세요"라고 쓴 걸 보니 정말 저 문을 열고 들어가서 더 가까이에서 만경대를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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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간정길 25 공터에 이르니 만경대의 상단부 전체가 보인다. 아래 사진에서 그걸 좀 더 확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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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 아래 왼편으로 돌덩이들이 보이고, 왼편의 전봇대 오른편에 풀이 좀 덮여있는 큰 바위 덩어리들이 보인다. 이 바위들이 앞서 사진에서 본 정려각 주변의 바위덩이인 듯하다. 그리고 소나무 오른편 하단에 길쭉하게 솟아오른 절벽의 일부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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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진의 일부를 원본에서 잘라낸 사진이다. 만경대의 바위들이 확연하게 보인다. 이 사진 왼편 하단 구석에 군부대의 담벼락이 보인다.그러므로 군부대 안에 들어가면 그 담 높이 만큼 더 있는 만경대 하단까지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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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정도만 해도 만경대의 상단부를 예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지금 이 사진을 보면서 왜 저 공터 안쪽의 담벼락 부근까지 안 가봤는가를 후회하고 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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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김광섭 선생님의 PC에 있는 사진 자료인데, 군부대 내에 들어가서 촬영한 만경대 하단부의 일부라고 한다. 일부만 보이는 하단부의 크기만해도 그 규모가 작지 않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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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경대 앞까지 동해의 물이 파도쳐 들어왔다고 하니 세월의 흐름으로 상전벽해를 이룬 청간리 일대의 모습에 놀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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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간리 안쪽에서 나와 좀 더 걸어서 청간해변까지 왔다. 모래가 많은 해변이다. 오른편이 군부대의 철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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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간해변 앞의 푸른 동해이다. 마치 파란 잉크를 뿌린 듯 푸르다.(요즘 잉크를 못 본 세대들이 많아서 이 표현을 이해 못 할 수도 있다는 걸 안다. 작년에 잉크색이라는 표현을 의아해 하던 젊은 친구를 본 적이 있다.) 이 해변의 앞에는 수많은 암초들이 있어서 바닷물의 흐름을 막고 있고, 그래서 파도가 많이 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만경대 하단이 바닷물에 잠길 듯 했을 때에도 만경루와 청간정은 1-2m 정도의 돌 지주를 초석으로 세운 상태에서 중층 누각으로 지어질 수 있었던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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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변과 군부대 철책 사이에 좁은 길이 나 있는데, 이것이 자전거 종주길이라 한다. "국토종주 동해안 자전거 길"이다. 이 길을 따라 가면 청간정 아래쪽을 돌아 자료전시관 앞 휴게실 정자 쪽에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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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 종주길로는 좀 좁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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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포장길을 조금 더 걸어가니 나무로 만든 데크가 나온다. 앞의 두 사람의 머리 위에 청간정이 보인다. 옛 그림들을 보면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수십 미터 들어간 지상에 원래의 청간정이 서 있었던 것이다. 그 역시 지금의 군부대 안에 만경대와 함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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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데크는 산 허리를 돌아 자료전시관 앞까지 계속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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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도 예쁜 해파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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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선생님께서는 계속 청간정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 이 길 역시 나무 데크로 만든 것인데, 모래가 쌓여서 다르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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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간해변과 천진해변 사이로 "청간(푸른 시내)"의 민물이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그 위로 철책이 지나가는 게 참으로 을씨년스러운 광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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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시냇물의 바닥이 모래가 아니라 다 암반이에요." 얼마나 거대한 암반 덩어리이기에... 이 일대가 모두 돌덩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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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그러했다. 엄청나게 큰 바위 위로 시냇물이 흘러가고 있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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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대화하고 있는 데크가 자전거 종주길의 일부이다. 이 일대에서는 자전거로 소위 "끌바"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핸들바를 끌고 간다는 속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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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 종주길의 일부라 자전거를 굴려 밀고 갈 수 있도록 철제로 된 길다란 홈이 왼편에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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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선생님께서 예전엔 이 냇물이 흐르는 곳도 산의 일부였을 것이고, 이 자리가 원래의 수로가 아닌데 일제 강점기 이후의 농지개혁 등을 통해서 이런 수로가 생긴 것이라는 설명을 해 주신다. 그리고 지형으로 보아서는 청간정자료전시관 뒤편 산이 현재의 형태로 보아도 두 개의 산이라 그 사이로 냇물이 흘렀을 것이라고 하셨다.(옛 그림엔 그 두 산의 중간에 계곡이 있어서 그곳의 물이 동해쪽으로 흘러내리는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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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해로 흘러가는 물이 청간해변의 끝부분에 있는 사구를 침식해 놓은 것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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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전시관 앞 휴게실 왼편의 정자 앞에서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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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전시관과 화장실 사이의 길로 들어가니 그 앞에 산이 있었고, 바로 그 건너가 군부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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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 켠엔 군부대의 철책이 서 있었다.

 

우린 다시 맑은 날의 청간정 사진을 몇 장 남겨보기로 했다. 전날엔 비도 오고 해서 시원찮은 사진 몇 장만 건졌던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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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게실의 정자(이 사진의 오른편) 부근에 자전거 거치대가 있다. 동해안 자전거종주길을 가는 사람들이 자전거를 거치해 놓고, 휴게실에서 쉬고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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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자전거를 타는 분들이 있다. 아까 우리가 청간해변에서 밟아올라온 길을 자전거를 끌고 오신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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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간정으로 오르는 길 왼편의 이 무덤은 한국전쟁 이전에 공산화된 고성에서 살던 이 산의 주인이 잠든 곳이라 한다. 현재 이 지역은 38선에서 많이 북쪽으로 올라와 있다. 이 지역이 전에 한 때는 북한에 속했던 곳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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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간정을 찾는 손님들은 끊이질 않는다. 전날에는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꽤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찾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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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간정 현판(왼편)은 앞의 글에서 말했듯이 서예가 전형윤 선생이 쓰신 것이고, 정자 안쪽에 걸린 현판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남기신 것이다. 전형윤 선생의 글씨는 힘차고, 이 대통령의 글씨는 세련되어 있다.(난 개인적으로 이 대통령의 글씨가 훨씬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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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만경루와 청간정의 흔적은 바로 이 초석이 된 지주들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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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외부에서 난간 바깥으로 연결되었던 구조를 왜 마루 아래로 들어가게 변경시켰는지 모르겠다. 계단이 비를 맞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는지??? 이런 구조는 들어가기도 힘들고, 마루짱을 뚫고 들어오는 구조인데 안쪽 마루 위에 난간이 따로 설치되지 않아 안전문제도 있는 등 바람직하지는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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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점차로 기우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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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진해변의 일부가 소나무 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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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자의 중간 쪽에서 찍으니 천진해변이 제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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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변 끝 바위 위에는 정자 하나를 세워도 좋을 법한데, 현재는 군의 초소가 서 있다. 그러고 보니 저 수평선 끝의 산 위에 하얀 등대가 보인다. 바로 속초등대인 것이다. 청간정에서 오른쪽으로 속초해변까지 보인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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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간정 왼편 아래로 군부대의 일부가 보인다. 그리고 그 뒤로 멀리 아야진항의 등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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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초가 많은 바닷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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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다시 중수기를 보니 토성면장 김용집 선생의 발의로 청간정을 산 위로 옮겨온 기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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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남 이승만이 1953년에 쓴 청간정 현판이다. 53년은 내가 태어난 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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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당 이식의 청간정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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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에 청간정에 들른 최규하 전 대통령이 쓴 시도 정자 안에 걸려있었다. 81년은 내 딸이 태어난 해이다.

 

嶽海相調古樓上(악해상조고루상)  설악과 동해가 서로 어울리는 엣 누에 오르니
果是關東秀逸景(과시관동수일경)  과연 이곳이 관동의 빼어난 최고의 경치로구나!

 

 - 大統領 崔圭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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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른편 위쪽에 무로도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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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해가 넘어갈 즈음이 되니 청간정 난간의 색이 더욱 붉다. 사진은 이 정도로 찍고, 내려가는 중인데 집사람은 아직도 아야진항 쪽을 향해 망원렌즈를 겨누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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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간정 화장실에 들어가니 옛날 누군가가 그린 만경대와 청간정 그림이 타일 위에 새겨져있다. 오른편의 작은 누각이 만경루인 듯하고, 뒤의 큰 것이 청간정인 듯하다.

 

앞서 청간정 사진을 찍으러 올라가면서 김광섭 선생님께 인사를 드렸는데, 우리가 청간정에서 내려오는 길에 김 선생님이 헤어질 때 인사를 제대로 못 했노라며 전화를 하셨다. 그리고 청간리 안쪽의 두 번째 CU 편의점 앞에 계신다고 했다. 음료라도 한 잔 하시잔다. 그래서 그곳에 갔다. 원래는 우리가 김 선생님께 저녁을 사드리려고 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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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편의점 앞 파라솔 밑에서 대화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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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즐거운 대화를 했는데, 김 선생님은 뒤에 계신 속초 미묘화랑의 김주용 대표와 피노디아 기획본부의 염기명 콘텐츠 개발실장 두 분과 저녁을 함께 하기로 하셨다고 한다. 그 자리에 동참해도 좋다고 하셨지만, 처음 뵙는 분들에게 실례가 될 듯하여 우린 그냥 오기로 했고, 다음 기회를 기약했다.

 

그리고 우리는 여러 번 보기만 했던 아야진 항구 구경을 하러 갔다.(청간리와 아야진리는 중간의 길 하나로 갈라진다.) 일제 강점기에 항구가 만들어진 후, 큰 방파제가 바닷물길을 바꾸는 바람에 원래 물가에 있던 만경대나 청간정 쪽으로 토사가 쌓였고, 그로 인해 그 일대의 지형이 현재와 같이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재미난 이름의 작고도 아담한 항구이다. 전엔 클 대 자를 쓴 "대야진"이란 이름이었는데, 일제가 "대"자를 쓰지 말라고 하여, 아야진으로 바뀐 것이라는 어이 없는 일화가 있다. 항구 이름에 "진(津)"이 붙어있는 것으로 보아 이는 매우 오래된 항구임을 알 수 있다. 원래 진은 조선시대에 군사적으로 중요한 포구에 붙였던 글자이다.


현지인들의 생활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고, 당일바리 작은 어선들이 잡아온 자연산 생선 회감으로 회를 뜨는 식당들이 넘쳐나는 곳이 바로 이 아야진항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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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야진항 먹자골목이 시작되는 곳에 있는 타일로 만들어진 벽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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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편 위쪽으로 속초등대에서 북쪽으로 보이던 무로도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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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야진항의 등대 쪽으로 향하는 길에서 바닷가에 보이는 건 모두 암초들이다. 이곳이나 청간리 앞바다나 모두 하나의 거대한 돌덩이가 밑을 받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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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초 위에서 사람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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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야진항의 방파제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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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편의 아야진항으로 들어올 수 있게 유도하는 두 개의 등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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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대란 건 뭔가 규격이 있는가 보다. 이런 상세 제원은 처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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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면의 빨간 등대 아래 색깔을 칠한 테트라 포트가 몇 개 있었다. 색을 칠한 테트라 포트는 처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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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 무렵이 되니 왠지 모를 고요가 찾아온다. 그리고 안온한 풍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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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 등대 앞의 가로등에 이제 불이 들어왔다. 사진 상으로는 덜 어둡지만 이 때는 이미 많이 어둑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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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넘어간 해가 구름을 물들이고 있다. 화면 하단 오른편엔 낚시군들이 바비큐를 하기 위해 피워놓은 모닥불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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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구의 저녁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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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야진항은 아주 포근한 곳이었다.

 

아야진항, 마음이 편안해지는 작은 항구였다. 뭔가 포근한 기분이 들게 하는 곳. 일에 지쳐 들어온 어부들과 배를 사랑스럽게 품어주는 곳인 듯하다. 다음에 아야진항에 다시 들르면 이곳에서 유명한 자연산 회를 맛 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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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 속초먹거리촌에 들러 저녁을 먹었다. "바다천국"이라는 곳에 갔는데, 아래 사진을 속초 주민인 스키어 김영곤 선생에게 보내니 아는 형님이 운영하는 식당이란다.^^ 속초가 꽤 크던데 이런 우연이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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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굴보쌈 정식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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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보쌈정식은 먹기 편하고 맛있는 음식이었다.

 

양양 쏠비치로 돌아오는 길엔 앙드레 가뇽의 노래를 들었다. 가을 분위기가 물씬한 좀 쓸쓸한 곡이다. 아래 동영상 속에서는 가뇽의 L'amour reve란 제목의 피아노 솔로가 나오고 있는데, 이의 한글 제목이 "사랑의 품 안에서"라고 되어 있다. 원 제목 대로라면 "사랑의 꿈"인데...

 

 

여름 끝자락에 부는 서늘한 바람으로부터 가을이 느껴지는 저녁이다. 왠지 쓸쓸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가뇽의 피아노 솔로와 함께 쏠비치로 달려왔다. 실제로는 동영상 만큼 어둡지 않았는데, 동영상에서는 길도 주변 풍경도 너무 어둡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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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까레라의 우람한 배기음에도 불구하고, 차를 주문할 때 옵션으로 부착한 부메스터(Burmester) 오디오의 막강한 음량임에도 맑은 소리로 그 쓸쓸한 음악의 기분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실제로 차안에서는 노래가 앞과 옆에 있는 스피커를 통해 들리는데, 소위 포르쉐 노트(Porsche Notes)라 불리는 배기음은 이 차가 엔진이 뒤에 있는 차라서인지 비행기 폭음처럼 뒤로 지나가고 있었기에 음악을 제대로 들을 수 있었던 듯하다. 물론 느린 속도로 운전을 해야하는 상황이라서 엔진의 폭음이 적은 게 가장 큰 이유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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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6(토) 서울로 돌아오다.

 

갈 때는 강릉이 목표였기 때문에 영동고속도로를 택했지만, 오는 길은 새로 개통한 - 많은 문제를 가진 - 서울양양고속도로를 택했다. 양양에서 이 고속도로로 진입하느라고 애를 먹었다. 길 표지판이 좀 잘 못 되어 있기도 했고, 내 차의 후진 내비게이션이 길 안내를 잘 못 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고 보이 이게 업데이트를 안 해서인지 서울양양고속도로 관련 데이터가 없었던 것이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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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양양고속도로의 인제 내린천 휴게소이다. 저 앞의 터널을 나와 앞에 보이는 내린천휴게소 주차장으로 내려오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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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명콘도에서 만들고 운영하는 내린천휴게소. 엄청나게 큰 규모였고, 무척 알차게, 거의 완벽하게 운영되고 있는 최신식의 휴게소였다. 5층의 전망대도 멋졌고...  내부에서 엘리베이터와 계단을 올라 옥상 전망대에 올라갈 수도 있고, 주차장에서 따로 마련된 통로를 따라 걸어 올라갈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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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에서 돌아와 계기판을 보니 꽤 먼 거리를 달렸다. 무려 730km를 달린 것이다. 전에 거제도 여행을 했을 때나, 완도 일대의 섬 여행을 했을 때보다도 긴 거리가 찍힌 듯하다.

 DSC07290.JPG

- 안목커피거리의 커피커퍼(Coffee Cupper) 문현미 점장께서 선물해 주신 1년생 커피 나무를 초당의 창가에 놓았다. 중간의 작은 플라스틱 화분이 바로 그것이다. 왼편 흰 도자기의 커피커퍼 싸인은 안목 커피커퍼점의 갈색 티슈를 에폭시에 함침시켜 플라스틱 판으로 만든 후에 화분에 붙인 것이다.  

 

아주 보람있는 역사 여행이었다. 1650년대를 사셨던 박길응 할아버님이 부르셔서 갔던 듯한...^^; 청간정자료전시관의 김광섭 학예사께서 우리가 서울로 올라오기 전에 부탁하신 것은 박길응 할아버님의 간성현감 관련 기록에서 생년은 있지만 돌아가신 해(졸년)는 없으므로 그걸 알 수 있으면 알려달라고 하셨다. 그래서 서울에 와서 가문의 역사를 연구하는 박영길 형님께 연락드리니 그걸 바로 알려주셨기에 김 학예사님께도 그걸 알려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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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6년  9월 10일에 돌아가신 것이다. 그런데 이 날짜를 보면 길응 할아버님께서 간성현감직에 계셨던 것이 1654-55년인데, 그 직후 삼척부사로 영전되어 가셨다고 하니 그 이듬해인 1656년에 돌아가신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명이 짧은 그 당시에 59세까지 사신 것이라 하니 천수를 다 누리셨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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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의 첫 날, 문막휴게소에 이르기 전에 고속도로에서 튀어 오른 돌에 차의 앞 유리창이 깨져버렸다.-_-(첫 날 여행 후기에 사진을 올리고 그 사진 밑에 이런 캡션을 달았었다. "문막에 이르기 전에 또 이런 일이 생겨 버리고 말았다.-_- 포르쉐 윈드쉴드가 달걀 껍질도 아닌데, 한 달여만(2017.08.08에 교체)에 또 이 모양으로 금이 갔다."

 

정말 운이 나빴던 것이다. 그런 일은 몇 초간의 차이로 없을 수도 있는 일이니까... 길에서의 모든 상황이 그 순간의 그 자리에 맞춰진 것이니 그건 필연적인 일인 것이고, 운명(너무 거창?ㅋ)의 일부인 것이다.
 

근데 희한한 것은 내가 이 앞창이 깨진 게 한 달도 안 되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참고: [정보] 도로상의 잔돌이 튀어 앞유리가 깨어지니... https://goo.gl/GieJhf


그런데 그나마 운이 좋았던 것이 그 유리를 교체하면서 "교체 후 1년내에 깨지면 무상 교체를 해주는 PGC 옵션"을 선택했었다는 것.^^ 그런 옵션이었으나 이게 내 개인 과실에 속하는 것이니 이런저런 핑계로 교체를 안 해 줄 수도 있겠다고 짐작하고 있던 바이다.

 

오늘 윈드실드를 교체했던 글로벌유리에 연락하니, 당장 무료 교체를 해주겠단다. 그래서 "내 운수가 나빠서 귀사에 손해를 끼치게 되어 미안하다."고 하니 아니란다. 그게 윈드쉴드 수입상의 보증 옵션이 아니고, 글로벌 유리와 동부보험사가 맺은 계약에 의한 보험 상품이라는 것이란다.^^ 그 PGC 프로그램에 가입한 고객들은 글로벌 유리에서 수리비 수익금 일부를 보험사에 납부를 하게 되어, 1년 내에 고의성이 없이 또 깨지는 경우에 다 무상교환이 가능한 것이다. 보상 지급에 대해서는 보험사에서 지급해 주는 것이다. 이는 PGC 가입을 통해  고객 유치를 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가입 안 하는 고객들에게는 그 만큼의 금액 만큼 할인을 해준다는 것이다. 

 

근데 그게 1년 내에 또 깨지는 경우이다 보니 그 샵에서 차창을 교체하는 분들이 대개는 그 옵션을 선택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옵션 없이 교체를 하면 돈이 훨씬 덜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처음으로 차창이 깨지는 경험을 했고, 그걸 보니 차창이 운수 나쁘면 언제라도 다시 깨질 수 있다고 보아 그게 1년 내라는 한도가 있지만 옵션을 선택했었던 것인데...

 

그 덕을 보게 된 것이다.^^ 이게 운이 나빴다 좋았다 춤을 추는 것 같다.^^ 지금 글로벌 유리샵에서 다시 연락이 왔는데, 현재 재고가 없으니 다음 주에 교체를 하러 오면 될 것 같다고 한다. 하여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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