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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軍)에서는 "전투에 지는 것보다 경계에 실패하는 게 더 큰 죄"라고 한다. 커피를 두고 그런 개념을 적용하면, "맛 없는 커피를 만든 것보다 생두 로스팅을 잘못하는 게 더 큰 과실"이라고 하겠다.

 

실제로 내가 커피 하나를 잘못 로스팅했다.-_- 케냐(Keyna) AA 생두를 볶은 것인데, 미리 그 관련 정보를 찾아보고 볶았어야 하는데, 아무 생각 없이 그간에 로스팅하던 대로 그걸 중배전을 했던 것이다. 그 커피의 맛이 워낙 시원치 않아서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고, 관련 정보도 찾아보니 케냐 AA는 타지만 않을 정도로 강배전을 했어야 한다고...ㅜ.ㅜ 

 

외부의 커피샵에서 케냐 AA 커피를 마셔본 일은 많지만, 난 케냐 AA를 생두로 산 일이 없다. 이번에 로스팅한 생두는 집사람이 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르로 바오밥 나무 사진을 찍으러 갔다 오면서 케냐 공항에 들러 사 온 것이다. 케냐 AA는 19세기부터의 오랜 커피 생산 전통을 가진 나라에서 나오는 케냐 최고 등급의 커피라 할 수 있다. 케냐의 커피 등급 매기기 제도를 보면 AA는 다음의 특성을 지닌다. "AA : 대체로 크기가 가장 크고 품질이 좋은 것. 스크린 사이즈 17~18(스크린 1=0.4mm)." 크기가 클수록 커피의 풍미와 맛을 좌우하는 오일이 많이 들어있기에 좋다고 표현하는 것이다.(AA, TT, AB, C, T, PB, E를 포함한 12가지로 구분하며, 스크린은 생두 크기를 결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망/mesh을 의미한다.)   

 

집사람이 여행 선물로 날 위해 사 온 커피가 두 번이나 맛을 봤는데도 맛이 형편 없다보니 열이 받혀서(^^;) 오늘 견디다 못 해 이 마사이 커피(케냐 AA)를 다른 커피와 비교 시음을 실시하게 됐다. 상대는 콜롬비아의 산 이시드로(San Isidro) COE 커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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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피도 병에 담아놓은 마사이(Masai) 브랜드의 케냐 AA 커피 원두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로스팅은 내가 직접 했다. 그래도 평소의 스페셜티 커피 생두를 위한 중배전보다는 조금 더 볶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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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에 있는 MASAI 로고타입과 문양은 내가 생두 팩의 일부를 오려내서 피도 병 안에 넣은 것이다. 병안에 든 커피가 뭔가를 쉽게 파악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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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프레소 기계의 콘테이너에서 제거할 수 있는 커피 빈을 모두 제거해서 이렇게 컵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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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최종적으로 커피 추출을 하여 기계 안에 남은 커피 빈을 모두 소진시켰다.  

 

IMG_4750.jpg- 콘테이너에서 제거한 원두는 다시 마사이 커피 병에 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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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2013년 콜롬비아의 스페셜티 커피인 San Isidro의 원두를 콘테이너에 쏟아부었다.

 

COE(Cup of Excellence)는 커피에 관한 국제적인 품평대회이면서도 옥션(경매)인데, 여기엔 볼리비아, 브라질,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니카라과의 중남미 국가들과 유일한 아프리카 국가인 르완다의 아홉 나라가 참여하고 있다. COE 커피는 상위 0.1%를 겨루는 대회에서 뽑혀 높은 가격에 경매된 것들이므로 당연히 좋은 커피의 대명사로 여겨지고 있다.

 

내가 위의 케냐 AA 커피와 비교 품평을 하기 위해 택한 것은 2013년의 콜롬비아 COE 6위의 San Isidro이다. 물론 이건 스페셜티 커피이고, 가격은 케냐 AA에 비해 훨씬 높다. 가격이 높다고만 좋은 건 아니지만 대체로는 제대로 볶아지고, 숙성이 되었다고 할 때 케냐 AA의 맛보다는 전반적으로는 우수한 향과 맛을 보여준다고 알려지는 커피이다.(커피는 "맛"을 따지는 식품이고, 맛은 각자마다 다 느낌이 다르므로 그 우열을 가리는 것이 힘든 일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낮은 등급의 커피들보다 모든 면에서 생산자의 자존심을 걸고 대회에 출품한 커피 생두들의 상태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우수한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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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진교역 자료.

 

커피 머그를 전자렌지로 데웠다. 항상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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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골동품점에나 가야할, LG전자가 아닌 금성(GoldStar)의 아날로그 제품인데, 고장이 절대 안 나는 바람에 커피 잔 데우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실은 에스프레소 기계의 높이를 조절하는 데 딱 맞아서 그 기계 밑에 놓았다가...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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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이시드로를 추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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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걸로 카푸치노를 만들었다.

 

"커피를 비교 시음하는데 우유 거품이 들어간 카푸치노를 가지고 시음을 하면 그게 되겠냐?는 말씀을 하실 분들도 계실 듯한데, 원래의 커피에 뭐가 들어갔는가가 문제가 아니고, 비교 대상을 과학적으로 타당성이 있게 동일한 조건으로 만들어 주면 비교 자체는 별 문제가 없음을 아실 테니...^^(물론 두 개를 아메리카노나 에스프레소로 뽑아서 해도 되겠다. 그게 항상 카푸치노를 선호하는 사람에게 위의 방법보다 특별히 더 좋은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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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편은 케냐 AA, 오른편은 산 이시드로이다.

 

역시나 결과는 "커피 맛에 대한 영향은 원두(생두)가 중요함"을 절실하게 깨달았다는 것. 대개 원두와 물맛이 커피 맛의 2대 요소라고 하는데, 물이란 조건은 동일했으므로 둘 간의 차이는 원두의 차이였는데...

 

어떤 맛이란 "틀린 것은 존재하지 않고, 다른 것이 존재하는 건데..." 케냐 AA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두 커피의 맛이 많이 다른데, 이 비교에서 난 무조건 스페셜티 원두인 산 이시드로 편에 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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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한국스페셜티커피협회(www.scak.net)

 

비교의 대상이 아니었다.ㅜㅜ 집사람이 마다가스칼과 케냐에서 마셔본 것 중에 이 커피가 가장 맛이 있어서 그걸 사 온 것이라고 하는데... 케냐 AA의 특징인 뛰어난 산미가 가장 좋았다는 게 집사람의 맛 품평이기도 했다. 근데 뭐 산미에 있어서는 비교도 안 되고, 커피 자체의 다양하고도 깊은 맛에서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희한한 건 중배전을 한 케냐 AA에서 산미가 별로란 것이었고, 역시 중배전임에도 불구하고 깔끔하지 않은 씁쓸하고도 지저분(?)한 맛이 났다는 것. 그리고 더 희한한 것은 처음 로스팅을 하고, 3-5일이 지난 상황에서 병(보르미올리 피도)을 열었데도 숙성 후의 향기(aroma)가 거의 없었다는 것. '이렇게 향기가 없을 수 있나?' 싶어서 다른 커피들을 가져다 병을 여니 향긋하거나 향이 진하되 지나치게 숙성이 된 찌든 향까지 있는 그대로 제대로만 나는 것이었다.-_-

 

결국 전문가에게 문의하니 케냐 AA는  무조건 강배전을 해서 거의 태우기 직전까지 로스팅해야한다고... 그걸 스페셜티 커피처럼 중배전을 했기에 그 커피의 특징이 안 나타났던 것인 듯하다. 나중에 마사이 커피 생두 남은 반 중 100g 정도만 강배전을 해서 다시 시음을 해 볼 참이고, 또 다른 스페셜티 커피와 비교 시음도 해 볼 참이다.

 

난 경계에 실패한(?) 바리스터이다.-_-

하필 스페셜티 커피 수입상인 동진교역의 조규명 선생을 오랜 친지로 둔 바람에 생긴 일이다. 로스팅을 조 선생이 수입한 좋은 커피들을 맛보면서 '직접 로스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하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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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on 08/07(월): 본문의 문제 해결을 위한 유일한 대안이라 생각된 것이 마사이 그린빈을 강배전으로 볶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제 강배전을 했고, 아직 덜 숙성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보관병(Fido)을 여니 의외로 강한 향이 솟구쳐 올라온다.^^


성공이라 생각된다. 중배전에서는 사나흘이 지나 숙성이 된 것조차도 향을 거의("전혀"가 더 옳은 표현인 듯.)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직 커피를 내리진 않았다. 이틀 후에 커피를 내려 맛을 볼 참이다. 근데 뭐, 이미 답은 나와 버린 듯하다.^^
 


 

 

어제 이 글을 쓴 직후에 URL 링크를 복사하여 커피 전문가 몇 분에게 보냈다. 바람커피로드의 이담 선생이 제일 먼저 답을 주었다.(그분들은 바람커피로드 이담(https://goo.gl/3LA87B), 안목커피거리 커피커퍼 1호점 문현미 점장, 이태건 대전 Coffee10g 커피샵 대표, 포천 커피카니 진경민 대표, 그리고 동진교역 조규명 대표님이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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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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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지욱 2017.08.06 18:50
    큰 엉아~ 어째면 글이 생동감이 넘치는지 몰라요~ 마치 엉아의 큰 테이블에 앉아 하룻밤 동안 홀로 파티가 끝난 빈 공간을 냉장고로 만들어준 겁나게 시원한 에어콘 바람에 피서하며 방울 방울 떨어지는 커피의 눈물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봅니다~ 제가 가장 선호하고 사랑하는 품종 또한 케냐인데요~ 그것이 품종마다 등급마다 샘플 테스팅을 해보지 않으면 알수 없는 다양성에 늘 놀라곤 합니다. 저야 뭐 팬 로스팅 선호주의 입니다만~ (챔기름 향이 나는 관계로^^;) 저렇게 모든 고급 커휘를 카푸치노로 만들어 버리는 용기에 늘 경외스러운 마음까지 듭니다~ 정말 궁금합니다~ 그 맛의 차이가 말입니다~ 조만간 기습작전 한번 해야겠는데요~ 화이팅^^
  • profile
    박순백 2017.08.07 04:27
    제가 드립 커피 싫어하고, 라떼 안 들어간 커피를 싫어합니다.
    그래서 제가 원하는 카푸치노만 마셔요. 개인 취향이니 뭐 그런 거죠.ㅋ
  • ?
    이선호 2017.08.07 15:49

    케냐AA를 위한 변명 ^^

     

    #1  예전 이야기
    10여 년 전만해도 스페셜티 커피를 접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 때는 커피 커뮤니티에서 "과연 중배전에서 맛있는 커피가 있을까?"하고 질문을 하면 대부분 "좀 어렵다"라고 답하던 시절이었죠. 하지만 그 당시에도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은 중배전에서도 맛있다는 것은 다들 인정했고, 블루마운틴을 강배전하는 사람은 없었죠.

     

    대부분의 커피들은 그 커피 품종에 맞는 최고의 로스팅 포인트가 있다지만, 하와이언 코나는 중배전에서도 맛있고 강배전에서도 맛있는 커피라고 생각됩니다. 코나를 중배전과 강배전으로 따로 볶아 단일품종 블렌딩으로 즐겼던 추억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의 일반적인 커피들은 2팝 직전 또는 직후의 로스팅 포인트에서 최고의 맛을 내주었습니다. 'Peak of Flavour'라고 불리우던 로스팅 포인트였죠. 그 당시의 일반 커피들을 중배전하면 밍밍한데다 풋내나는 기분 나쁜 신맛이 올라왔습니다. 

     

     

    #2  요즘 이야기
    그러던 것이 커피시장에 제 3의 물결이 불며 대중들도 스페셜티 커피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스페셜티 커피들은 중배전에서 훌륭한 향과 상쾌한 신맛을 내주었습니다.  이젠 커피에서 신맛이 안 난다면 커피도 아닌 세상이 되었죠. ^^

     

    당연히 중배전을 얼마나 잘 하느냐가 로스팅의 성패를 가늠하게 되었습니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 전, 서초동에 있던 어떤 카페에서 마신 선명한 맛의 케냐 커피는 아직도 기억 속에 최고의 커피 중의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신맛과 비터스위트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진짜 커피'였지요. ㅎ

     

    요즘은 좋은 커피가 하도 많아서 저도 케냐 커피를 안 마신지 오래 되었지만, 케냐는 하와이언 코나처럼 피크 로스팅 포인트의 범위가 넓은 커피로 기억됩니다. (물론 케냐는 역시 2팝 조금 지나서 최고의 맛이 나온다고 생각하지만요. ^^)   다만 커피빈이 단단한 편이어서 로스팅하기가 까다롭습니다. 단단한 콩이기 때문에 강한 화력이 필요합니다만, 처음부터 너무 강하게 몰아붙이면 탄맛과 쓴맛뿐인 형편없는 커피가 되고, 그렇다고 일반적인 다른 콩처럼 화력운용을 하면 제대로 부풀지도 못하고 향과 맛도 생성이 안되는 맥빠진 베이크드baked 커피가 되어버리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냐AA커피는 스페셜티 커피가 넘쳐나는 요즘 세상에서도 매력을 잃지 않고 버티고 있는 커피입니다. 다만 로스팅의 까다로움으로 인해 가정용 로스터로 좋은 풍미를 내기에는 좀 어려운 커피가 아닐까 합니다.

     

  • profile
    박순백 2017.08.07 17:48

    아, 이 선생님이 커피도 전문가이시군요.^^ 일단 제가 고민했던 문제는 글의 말미에서 보셨겠지만 다 해결된 셈입니다. 중배전에 길든 제가 그에 어울리지 않는 로스팅을 케냐 AA에서도 하는 바람에 처음에 실패했던 것이고, 어제 강배전을 한 것이 24시간도 안 지난 오늘 (다 숙성도 되기 전에) 아주 깊은, 좋은 향을 뿜어주고 있으니까요.^^

    근년에 스페셜티 커피가 우리나라에 유독 많이 들어오는 것은 재미난 이유가 있습니다. 그 배후에 일본이 있는 거죠. 오랜 역사의 칼리타로 대표될 수 있듯이 일본은 커피 도구의 강자만이 아니라, 그걸 강자로 키운 아주 큰 커피 시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인들의 고급 취향은 전세계에서 잡힌 좋은 참치의 대부분을 지네 나라로 가져다 먹어왔던 것처럼, 중남미에서 생산된 커피 중의 커피인 스페셜티 커피의 상당 부분을 지네 나라로 수입해서 소비하고 있었습니다. 버블 경제 덕분이었죠.

    그러던 것이 버블 경제가 꺼지면서 아베 정권 직전까지 일본은 최장기의 불경기를 경험하게 되었고, 그들이 많이 들여오던 스페셜티 커피조차도 경제가 안 좋아서 상당 부분을 못 가져왔던 것입니다.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던 스페셜티 생두 시장에서 남은 것들을 다행히 다른 나라에서 수입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전 같으면 일본 눈치를 보고 다른 나라에 안 주던 스페셜티 커피들이 남아돌게 되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나라에도 본격적으로 스페셜티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 것입니다. 불과 몇 년 안 되고, 신의 커피라 불리는 게이샤종이 수입된 것도 몇 년 정도. 하지만 이제는 한국이 가능성 많은, 좋은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라는 것을 중남미의 생산자들이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에 따른 대접도 좋아지게 되었고요.^^

  • ?
    이선호 2017.08.07 22:40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그렇고 매니아입니다~ ^^ 저도 로스팅을 즐겨 합니다만, 케냐AA를 맛있게 잘 로스팅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어서 최근엔 로스팅을 잘 안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

    제가 알기로는 스페셜티 커피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된 과정은 일본과는 별 관련이 없습니다.

    스페셜티 커피 이전에 세계 3대 명품 커피로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하와이언 코나, 예멘 모카를 꼽았던 시절에는 일본이 블루마운틴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으니까 그 말씀이 맞습니다. 일본에 거품이 꺼지며 물량에 여유가 생겨서 블루마운틴이 우리나라에 많이 풀리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커피 제 3의 물결이라는 스페셜티 커피는 일본과 무관하게, 아니 오히려 일본을 벗어나 새로운 커피세계를 맞이하려는 사람들에 의해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2008년 [God in a Cup]이란 책이 발매되며 스페셜티 커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2010년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번역본으로 나와 많은 커피인들이 그 책을 접했죠.

    그 이전인 2007년에 이미 뜻있는 분들은 커피 커뮤니티에서 [The Coffee Guide]란 책을 번역하여 옥션체제에 관한 지식을 공유했습니다.

    2009년 경에는 직접 각국의 COE(cup of excellene) 옥션에도 참여하여 드디어 스페셜티 커피가 직수입되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때의 옥션 기록을 보면 일본의 낙찰률은 기껏해야 10~20%정도? 그리고 옥션이란 것은 가격을 세게 부른 사람이 가져가는 것이니 누구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요. ^^

    그 당시 옥션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여 스페셜티 커피협회라는 단체도 만들어 공동 참여와 정보 교환 등등 서로 협력하며 맨땅에 헤딩하듯 옥션에 참여하기도 했었죠.

    그 주축들은 그때까지 전해 내려오던 일본 커피 지식을 배우긴 했으나, 그 중에서 고루함과 억지스러운 부분을 깨고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려는 열린 마음이 있었습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대충 알려진 분들이 커피 프레지던트, 커피 리브레, 카페 뎀셀브즈, 주빈 커피, 클럽 에스프레소, 테라로사, 커피 플랜트 등등 제 3의 물결에 앞서 나간 이들이었습니다.

    저는 파나마 게이샤를 처음 맛본 것은 저는 2008년 12월 경으로 기억합니다만 그 당시 주빈커피에서 아주 소량 수입한 것을 일부 구매 할 수 있는 행운이 있었습니다. 처음 기억이란게 대개 그렇겠지만, 요즘 파나마 게이샤보다 훨씬 더 강렬하게 느껴진 향, 그리고 무엇보다 로스팅히면 다른 품종과는 달리 길쭉하게 생긴 그 원두의 모습에도 매료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 profile
    박순백 2017.08.07 23:46

    아, 제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상세하게 잘 알고 계시는군요.^^

    그리고 이 선생님이 말씀하신 스페셜티 커피는 COE 옥션과 관련한 너무 한정적인 것만 다루신 것이고, 제가 말씀드린 것은 1980년대 이후에 SCAA에서 고전적인 분류를 할 때의 Low Grade-Commodity-Premium-Specialty로 이어지는 상위 등급의 커피를 말씀드린 것입니다. COE는 훨씬 나중의 얘기죠. 그리고 제가 언급한 본격적인 일본의 버블 경기는 7080이었던 것이니까 그 당시의 스페셜티 커피는 거의 모두 일본 차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그리고 게이샤 커피는 아라비카 종의 커피 종자에서 특별한 맛을 발견하게 된 게 보케테 농장에서 재배된 것 중 일부가 2004년에 커피 전문가들에게만 알려지고 그 후 3년간 SCAA대회에서 우승한 후에 세상에 알려졌죠. 그 생산량도 2008년 정도에 이르러서야 겨우 200 포대 정도밖에 생산되지 않았던 것이니 최고의 커피 대접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거죠.

     

    그리고 현재의 에스메랄다 게이샤 생두나 원두의 모양은 전의 것들처럼 가늘고 길지 않습니다. 이젠 그 알이 대단히 굵어졌고, 흠이 있는 콩이 전혀 없다시피한다고 보시면 되고, 크고 둥글둥글한 모양입니다. 게이샤의 맛은 최근 몇 년에 들어서면서 재스민, 레몬의 산미와 함께 뒷맛이 퍼시몬이나 홍차의 가장 좋은 맛으로 안정된 느낌이라고 하고요.

  • ?
    이선호 2017.08.08 11:16


    그렇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란 개념은 1982년에 창립한 SCAA(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America)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커피 제 3의 물결'은 2008년 [God in a Cup]이란 책의 발매로 스페셜티 커피가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된 시기, 그 이후를 말하는 것이고요. 저는 박사님 말씀처럼 그 협의의  '제 3의 물결' 이후의 스페셜티 커피가 주요 관심사입니다.^^

     

    --------

     

    저는 스페셜티 커피에 관심이 많지만, 요즘엔 '이거 스페셜티 커피 맞어?'하는 느낌의 커피도 많고 오히려 COE에 참여하지 않는 커피가 더 좋게 느껴지기도 하더군요. 그래서 요즘에는 COE 아닌 커피를 구매하는 비율이 더 늘었습니다. ㅎ
     
    그런데 스페셜티 커피, 특히 파나마 게이샤 커피에 대해 관심이 많은만큼 궁금한 것도 많아지더군요.

     

    게이샤 커피는 게이샤종 커피나무에서 수확한 커피 빈을 말합니다. 게이샤 종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http://www.panamavarietals.com/origin-panama/geisha/

     

    커피나무는 묘목을 심고 안정적인 수확을 하려면 5~10년 정도 걸립니다. 수명은 보통 40년 정도고요. 그 유명했던 커피나무에서 수확하던 길다란 게이샤 품종이 몇 년 지나 동글동글한 품종을 생산하진 않습니다. ^^ 2008년에 200bag 밖에 생산되지 않던 게이샤가 그 짧은 기간동안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많은 양을 에스메랄다 게이샤란 이름으로 판매할 수 있었을까요?

     

    2008년 당시의 오리지널 게이샤 품종과 요즘 나오는 티피카 품종처럼 생긴 새로운 게이샤 품종은 과연 같은 것이라고 해도 될까요? '뭐가 더 좋다'는 감성적인 판단을 떠나서 말입니다. 에스메랄다 농장은 경매와 직거래 양쪽으로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직거래의 매력은 로스팅 업체 입장에서 특정 농장의 스페셜티 커피콩을 독점적으로 사들일 수 있고,  농장 주인 역시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환율 리스크나 저장 등 유통 단계에서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 농장주도 대형 거래처와의 장기계약을 통한 직거래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인텔리겐치아같은 대형 회사들은 직거래로 가져갈 때  오리지널 게이샤 품종을 지목했을까요? 아니면 요즘 새로 나오는 티피카처럼 생긴 동글동글한 새로운 품종을 지목했을까요?

     

    과거 게이샤는 "나 게이샤야"라고 말하지 않아도 누구든지 "이건 뭐지?"할 정도로 개성이 풍부했습니다. 요즘 우리나라에 수입되어 들어오는 게이샤는 그런 개성이 부족하더군요. 저는 예전의 그 개성 강했던 파나마 게이샤가 그립습니다. 이제 그런 추억 속의 게이샤 품종은 미국에나 가야 마실 수 있게 되었나 봅니다. ^^

     

  • profile
    박순백 2017.08.08 13:12
    파나마의 몇 농장(같은 지역)에서 나오고 있는 게이샤종이 있는데, 그 중 대회에서 많이 우승한 것이 바로 에스메랄다 농장의 것들입니다. 결국 전문가들(커피커퍼들)의 입맛에 맞는 커피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전제) 결국 현재의 크고, 둥근 에스메랄다 농장 제품이 좋은 것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지요.^^ 저는 그런 관점에서 말씀드린 것이고요.

    어차피 커피는 식품이고, 입맛에 좌우되니까 꼭 전문가들이 좋다고 하는 데 개인들에게도 좋은 것이랄 수는 없지요. 개인 취향이 존중되어야하는 부분이지요.^^ 하여간 게이샤를 좋아하시는 분을 또 발견하니 좋습니다.^^
  • profile
    한정수 2017.08.07 18:02

    저는 주는대로 마실 줄이나 아는 하수라서... 박사님께서 고민하셨던 부분을 잘 모릅니다만 주변에 커피를 즐기시는 분들을 보면 와인 못지 않은 다양함과 깊이가 있더군요. 저야 그냥 마셨는데 제 입맛에 좋았으면... 아 좋은 커피구나~~ 하는 거죠. ^^;;;

     

    자메이카에 갔을 때 농장에 찾아가서 마셨던 블루마운틴과 아프리카 갈 때 들르는 커피샾의 케냐AA 둘 다 좋은 커피로 기억합니다. 매일 마시던 스타벅스나 커피빈의 커피와는 다른 깊은 느낌이 있었는데, 플라시보 효과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전 여전히 커피빈을 사랑합니다.^^)

     

    자메이카는 이제 갈 일이 없을 듯 하고, 케냐는 앞으로도 갈 일이 많으니 케냐AA를 더 사랑해야 하는 게 맞겠죠?^^ 

  • profile
    박순백 2017.08.08 00:08
    현지에까지 가셔서 블루마운틴을 마신 분이니 절대 하수가 아니시죠.^^ 그리고 아무리 소문난 커피라고 해도 자신의 입맛에 안 맞으면 헛일이죠.

    블루마운틴과 케냐 AA는 등급이 스페셜티와 프리미엄의 차이여서 진짜 많은 차이가 나는 커피라고 하겠지요. 가격이 몇 배나 더 비싸니까요. 그리고 맛 차이도 대단합니다. 당연히 스타벅스나 커피빈의 커피보다는 현지의 그 커피맛이 좋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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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정수 2017.08.08 14:42
    아 그렇군요.
    블루마운틴을 다시 마셔봐야겠습니다~ 다시 맛을 보면 그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지 기대되네요. ^^
    저는 스페셜티 커피가 어떤 것인지도 박사님의 이 글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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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순백 2017.08.08 17:26
    블루마운틴이 예전 스페셜티 커피의 정상이던 커피이지요.^^
    지금의, 새로운 의미의 COE 스페셜티 커피는 에스메랄다 게이샤가 정상이고요.
    아직도 블루마운틴을 최고로 치는 고전적인(?) 커피 애호가들이 많습니다.
  • profile
    허승 2017.08.08 23:27

    로스팅의 정도도 중요하겠지만 어떤 커피로 만들어 마시는지도 중요한 것 같아요. 평소 원두에 무관하게 핸드드립만 찾는 편인데 케나 AA는 더운 여름 산미를 잘 살린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만들어 마시면 어느 때보다 좋게 느껴집니다.

    카푸치노에서 한 번쯤 일탈을 해봄이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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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순백 2017.08.09 03:08
    가끔은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어서 카푸치노 아닌 걸 마시기도 하지.^^ 내가 원해도 그게 없을 때는...
    그리고 일단 원두의 맛이 좀 떨어지는 경우는 어떤 방식으로 마시건 결국 마찬가지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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