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안 되겠지?” "돼요!"
“안 되겠지?” "돼요!"
김은주, 조상구, 이미도, 윤혜진, 박지훈, 성지원, 홍주희, 이진영. 내겐 아주 눈에 익은 이름이다. 하지만 이 이름들이 보이기 훨씬 전에 외화의 크레딧 화면을 장식하던 이름은 “안정효”였다.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하얀 전쟁” 등의 잘 알려진 소설을 쓴 분이지만, 이분이야말로 외화 번역가를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 사진: 신동아
오래 전엔 헐리우드 영화를 언급해야 영화광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영화광이라면 헐리우드 키드로 불린 것이고... 몇 년 전 친지의 소개로 안정효 선생님과 전화통화를 한 적이 있다. 전화 인사를 하던 중에 당연히 영화 얘기가 나왔다. “저도 스스로는 헐리웃 키드라고 생각하는데요?”라고 하니 내 생년을 물어보시고는 “에이 그 나이면 아니지, 그보다 좀 더 빨라야 진짜지...” 졸지에 가짜가 되어 버렸다.ㅜ.ㅜ
어쨌건 세월은 흘렀고, 그 헐리우드 키드들은 다 호호 노친네들이 되어 버리고, 충무로 세대를 거쳐, 부산영화제 세대로 발전했다. 수많은 좋은 국산영화들이 나왔고, 영화 한류까지 일어나고 있다. 작품성에 몰두한 영화도 있고, 킬링 타임용의 영화도 있다. 이제 우리의 감독들은 어떤 장르이건 대단히 잘 만들어낸다.
하지만 영화도 가격 대 성능비가 좋아야한다는 건 만고의 진리다. 돈 처들여 만들면 왜 좋은 영화를 못 만들겠나? 쌩돈 처발라 졸작을 만든 사람도 여럿이지만 그건 감독이나 제작자들의 역량이 부족한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돈 안 들이고 자기집이나 여자친구 집을 로케이션 장소로 사용하고, 허락도 안 받고 필라델피아 예술박물관 앞에서 도둑촬영을 해서 “록키”란 불멸의 영화를 만들고, 자신을 Overnight Star로 만든 실베스터 스탤론은 얼마나 대단한가?
그런 의미에서 “안 되겠지?”라고 물은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은 한국의 명화 중 하나이다. 가성비 최고의 명작이다. 제대로 깡패조차 아닌 백수건달 역을 연기력과는 큰 관계가 없는 것 같은 배우 박중훈이 초절정 고수처럼 멋지게 연기해 냈다. 거기다 당시(2010년)엔 배우 같지 않은 평범한 얼굴(?)의 (이제야 “윤식당”의 보조 쉐프로 출연한 후 전국민의 귀요미가 된) 정유미가 딱 그 여자가 아니면 그렇게 연기하지 못 했을 듯한 호연을 했다.
영화의 내용에 그대로 녹아든 두 사람의 연기 때문에 이웃집 사람들의 얘기처럼 자연스레, 생생하게 다가온, 여차 잘못하면 재미도 없고, 교훈도 없을 로맨틱 코메디 장르에서 성공한 것이 이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이라 할 것이다. 혹 안 보신 분이 있으면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근데 내가 세 번이나 이 영화를 보는 동안에 우리 마나님조차 이 영화를 못 보고 계시니... 집사람 취향에도 딱 맞을 영화인데...)
지금도 희한한 건 신인 정유미가 어떻게 그런 연기를 천연덕스럽게 잘 했는가 하는 것이고, 발연기의 대명사 같던 박중훈이 그처럼 맛깔난, 연기의 신의 경지에 오른 것 같은 연기를 했던 것인지... 내가 내린 결론은 정유미는 연기자로 타고 났고, 박중훈은 원래 천성적으로 건달끼가 있는 사람이라 그 역할 연기를 기막히게 해 낸 것이 아닌가하는...^^;(왜냐하면 영화 “라디오 스타”에서만 해도 좀 나은데, “해운대”에서는 정말 놀랄 만한 연기 실력을 보여주었던 배우라...ㅜ.ㅜ “I'm your father."란 대사에서조차도 우습지가 않고, 내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였으니...) 사진: www.munhwanews.com
”안 되겠지?“ ”돼요!“의 명대사를 남긴 그 영화가 다시 한 번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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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람은 어제 저녁에서야 이 영화를 처음으로 봤다.
기대했던 만큼 재미있었고, 박중훈, 정유미의 연기 실력에 놀랐다고...
특히 코미디적인 요소가 충실했다는 평.
영화 뭐 있나?
보고 즐거우면 되지.
그게 아니라도 인생의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곳은 쌔고 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