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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2184 좋아요 11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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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사이에도 못 할 말이 있다. 하고 싶지 않은 말이 있고, 도저히 말할 용기가 안 나는 것도 있고... 부부 사이엔 비밀이 없어야한다지만 어쩔 수 없이 (일부러 속이진 않는다고 해도) 입을 다물어야할 일도 생기는 것이다. 지난 4월 7일에 일어난 일이 그렇다. 그건 정말 염치가 없어서 지금껏 입을 다물고 있었고, 오늘이 좀 특별한 날이라 오늘을 기해서 털어놔도 될 것 같기에...^^;

 

집사람이 항상 얘기했었다. 운전 조심하라고... 젊은 시절엔 그 소리가 듣기 싫어서 많이 다퉜다. 너무 달리지 말고, 앞차에 지나치게 가까이 붙이지 말라는 얘기가 대부분이었는데... 다투고 나면 잠깐 주의하다가 다시 예전 습관이 나오곤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사고를 많이 내거나 한 일은 없다. 남의 차를 상하게 한 건 범퍼를 한 번 받은 게 전부고, 대부분 자잘한 자차 사고가 있었을 뿐이다. 특히 드라이빙 스쿨에서 여러 번 교육을 받은 이후에는 나름 안전한 운전을 해 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1년 정도에 걸쳐서 다시 집사람의 주의를 받은 안 좋은 운전습관이 있다. 그건 내 스스로도 문제라고 생각해 오던 바이고, 실은 그렇게 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운전 중에 휴대폰을 보는 일이다.-_- 이건 아무리 고치려고 해도 잘 고쳐지지가 않는다. 뭐가 그리 궁금한지 휴대폰에서 소리만 나면 그걸 보게 된다. 평상시는 당연하고, 운전 중에도... 보는 것까지는 괜찮다고 해도 운전 중에 문자를 보내거나 댓글을 달고, 카카오톡 대화까지하는 등, 정말 해서는 안 될 일이 계속되어 오고 있었다.

 

집사람이 있을 땐 그러지 않을 작정이었는데, 몇 번 그런 모습을 보이니 결국 몇 번 집사람이 주의를 주기도 했다. 그럼 잠깐 조심을 한다. 그래도 다행히 사고가 나는 일은 없었고, 사고가 날 뻔한 일조차 없었다. 그래서 자만을 했던 모양이다. 근데 지난 금요일에 결국 일이 터져 버렸다. 내 사무실에 가까운 방이동 로터리 근처에서 일어난 일이다. 로터리에서 좌회전을 기다리며 카톡에 글을 쓰다가 출발 신호가 나왔는데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고 출발했고, 앞에 가는 차를 받아버린 것. 물론 앞차를 받기 직전에 알아차렸으나 이미 늦어서 "쿵"하고 앞차의 뒷범퍼를 받아 버린 것이다. 난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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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차 아반테의 뒷범퍼가 많이 내려 앉아버렸다.

 

내 잘못이 100%이다. 일단 상대방 차주에게 사과를 하고, 내 사무실 가까운 현대차 정비소에 가기로 했다. 일단 멀쩡한 차를 뒤에서 받고나니 앞차의 차주에게 미안하기 그지 없었다. 그로 인해 그분의 재물을 손괴하고, 또 많은 시간을 빼앗게 될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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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이받힌 아반테는 범퍼가 내려앉는 등 피해가 컸는데, 내 차는 의외로 멀쩡했다. 번호판의 "64소"라 쓰인 위쪽의 흠은 나중에 시트러스 클리너로 문지르니 말끔히 사라졌고, 단지 번호판 위에 덧댄 보조 번호판의 한 귀퉁이만 갈라졌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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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사무실이 있는 건물에서 한 2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현대차 정비소에 피해 차량을 맡겼다.

 

사무실 주변의 현대차 정비소에 가서 피해자와 연락처를 주고받고, 보험사에 연락을 해서 보험 처리를 했다. 피해자에게는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 물적, 시간적, 심적 피해와 손해에 대하여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근데 그분이 얼마나 착한지 자기가 받혀서 다행이지, 자기가 내 차를 받았더라면 어떡할 뻔했냐고 오히려 한숨을 쉬셨다.ㅜ.ㅜ(더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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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방의 연락처를 받고...

 

내 차의 피해가 전혀 없다시피하여 들이받은 흠집조차도 앞범퍼의 페인트가 묻은 것 뿐이라 그걸 시트러스 클리너로 문질러 닦고 나니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았다. 단지 마음 한 구석에만 흠이 좀 남았을 뿐. 그 흠은 전에 집사람이 옆자리에 타고 있을 때 몇 번이나 주의를 준 일임에도 내가 그 사고를 냈다는 것이고, 내 스스로로 '정말 이건 고쳐야겠다.'고 생각한 일을 자제하지 못 하여 그런 멍청한 사고를 냈다는 자책이었다.

 

보조 번호판의 한 귀퉁이가 망가진 걸 고치러 가야하는데, 제일 가까운 포르쉐 웍샵이 분당에 있다보니 차일피일하다가 월요일(04/10)이 되었다. 집사람이 알기 전에 그거라도 고쳐야겠다고 생각하고, 분당은 좀 멀다싶어서 집에서 가까운 자동차 수리점에 가니 그런 보조 번호판은 큰 카 액세서리샵에 가야한다며 그곳을 알려준다. 그래서 그 집을 찾아가니 내 차에 맞는 건 없다고 그런 물건이 많은 장한평 자동차 단지에 가보란다. 그래도 거기가 분당보다는 가까워서 그곳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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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에 있던 주 번호판을 제거했고 남아있는 이 보조 번호판을 다시 제거 후에 새 걸로 교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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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밑의 비닐에 싸인 것이 규격이 거의 똑같은 보조 번호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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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장착 작업은 안 해주고 판매만 하는 곳이라는데 내가 솜씨가 없어 보인다고 생각하셨는지 손수 달아주시고, 보조 번호판 값 15,000원만 받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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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가진 911의 보조 번호판을 보니 이건 Made in Italy이다. 이와 똑같은 보조 번호판은 분당 포르쉐 웍샵에나 가야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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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 번호판을 붙이고 나니 아무도 사고 흔적을 알 수가 없게 되었다. 보험사에서는 상대차의 수리가 끝났고, 처리 비용으로 44만 원이 들었노라고 전화 리포트를 해 주었다. 모든 상황이 이렇게 정리되었고, 이젠 내가 입만 다물면 "완전 범죄(?)"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마음 속의 흠은 그대로 있고, 하지 말란 짓을 한 것에 대한 후회 역시 함께 남았다. 그리고 난 맹세코 지난 금요일 이후 지금까지는 차가 움직이는 동안엔 절대 휴대폰을 보지 않았으며, 이제 앞으로도 계속 그리 할 것이다.(차가 서 있는 동안에 볼 수는 있을 것이고, 실은 지난 7일 이후 지금까지 두 번 그 짓을 했다.-_-)

 

아무리 한 몸 같은 집사람에게도 못 할 말이 있다.^^; 정말 염치가 없어서 못 할 말도 있는 것이다. 앞으론 이와 같은 멍청한 짓을 다시는 안 할 작정이고, 맘속에 있는 작은 흠이라도 지우기 위해서 양심고백을 한다. 오늘이 특별한 날이라 용서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난 오래 전에 카메라나 오디오 기기의 가격을 1/10로 말하면서 사들인 것 이외엔 집사람에게 사기를 친 일이 없는 착한 사람이다.-_-)

오늘은 04/12, 내 생일이다.-_-

생일 선물로 용서를 구한다.^^;

 

 

Comment '18'
  • profile
    아들셋대장 2017.04.12 12:36
    생일 선물 잘 받으셨나요? 이후가 궁금합니다.
    작은 사고더라도 다친 분이 없으니 다행입니다.
  • profile
    Dr.Spark 2017.04.12 20:38
    예, "얘기하지 그랬어요?"라는 소릴 들었죠.^^
    근데 그렇게 하지 말란 얘길 많이 한 사람에게 그런 소릴 어케 할 수 있었겠습니까?ㅋㅋ
    상대 차주가 안 다쳐서 다행이지요.
    그래도 참 미안한 일입니다. 많은 피해를 제가 끼친 것이니까요.
    물적인, 시간적인...
  • ?
    정우찬 2017.04.12 12:39

    박사님의 솔직한 양심고백에 고 박사님도 용서해 주실 거에요. 어쩌면 눈 흘깃 이후에 돌아서서 미소를 지을 듯.
    '아이 귀여운 양반~~' 하시며... ^^

  • profile
    Dr.Spark 2017.04.12 20:39
    ㅋ 그렇지.
    이젠 운전 중 휴대폰 사용을 안 해야지.
    작은 사고로 큰 교훈을 얻은 거니까...
  • ?
    스키돔 2017.04.12 13:17
    사고난 글에 추천드리는 건 좀 이상하긴 하지만... ㅎㅎㅎ

    다시한번 생신 축하드립니다. ^^
  • profile
    Dr.Spark 2017.04.12 20:40
    고마워.^^
    큰 일 없이 좋은 깨달음을 가지게 된 기회.
  • ?
    달가듯이 2017.04.12 13:25

    생신 축하드립니다.  오늘 사모님의 선물은 용서군요. 꼭 선물을 받으셨으면 합니다.^^

     

  • profile
    Dr.Spark 2017.04.12 20:42 Files첨부 (1)

    예, 선물 잘 받았습니다.^^
    양수리 알로하오에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갔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IMG_2720.JPG

     

  • ?
    윈스 2017.04.12 15:35

    아직 고 박사님의 댓글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T.T

     

    차가 서있는 동안에도 카톡이 오면 딱 세 자음만 치십시오. 'ㅇ ㅈ ㅈ' .

  • profile
    Dr.Spark 2017.04.12 20:43
    이젠 카톡이고 뭐고, 운전 중엔 모른 척이고,
    서 있는 동안에도 가급적 안 보기로 하고,
    혹 보더라도 답은 않기로...

    운전하기 전에 휴대폰을 끄는 게 가장 좋을
    것 같기는 한데... 그게 되겠나?ㅋ
  • ?

    페이스북에는 차마 말씀 못 드렸지만 차가 참 튼튼하네요.^^;;  번호판 가드가 튼튼한 걸까요??  피해차량 운전자분의 말씀도 좀 웃기고요..

     

    지난 12월 아침 출근길.. 신호대기중 카톡 보내다가 브레이크를 살짝 놓쳐서 앞차를 추돌했습니다.  저는 추돌한 느낌도 못 받았더랬죠..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앞을 보니 앞차량 차주분(초보 아주머니)이 내리셔서 화를 마구마구..

    거듭 죄송하다고 사과드리고 100% 제 과실이니 보험 처리해 드리겠다고 했지만, 경찰까지 출동해서 사고처리했더랬습니다. 

     

    보시다시피 번호판끼리 닿았는데 새 차라고 범퍼 교체를 하시더라구요..  ㅜ.ㅜ

     

    오늘의 교훈 운전 중 휴대폰 금지입니다..  ㅎㅎ

     

    IMG_20161215_082334.jpg

     

  • profile
    Dr.Spark 2017.04.12 20:47
    사실 제 차가 튼튼한 건 아닙니다.
    그 차가 사고가 나면 많이 망가지게 설계한 차여서요.(그리하여 운전자를 보호하도록 하기 위함.)
    근데 이번엔 희한하게도 제 차는 완전히 멀쩡하고, 아반테는 의외로 범퍼 위쪽이 들려버렸더군요.
    그래서 위쪽이 빠져나와있더라구요. 범퍼가 망가지지는 않고요.
    어쨌건 사람이 안 다쳐서 다행이었지요.
  • ?
    정훈태훈 2017.04.12 19:15

    사람 안 다쳐서 다행입니다. 액땜했다고 생각하세요.

  • profile
    Dr.Spark 2017.04.12 20:48
    예,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잠깐 실수를 했는데 이젠 그 덕에 더 이상의 같은 실수는 없을 겁니다.^^
  • ?
    호가니 2017.04.12 20:01

    먼저 생신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아무도 안 다치고 경미한 사고라 다행이네요.

    저는 뒤에서 제 차를 받아서 한동안 목 부상으로 고생한 적이 있는데, 그 운전자도 전화기로 이메일을 보다가 신호대기에 서 있는 제 차를 브레이크도 안밟고 그냥 들이 받아서 그 차가 BMW X5인데, 엔진 룸이 완전 망가졌습니다. 얼마전엔 십대 운전자가 운전중 텍스트하다 실수하여 사망한 사고도... 참고로, 미국은 16살부터 혼자 운전 가능. 운전중 핸드폰 보는 일이 많은 사고를 일으키고 있어서 경찰들도 계속 집중 단속한다고 하네요.

    좋은 액땜하셨다고 생각합니다. 고 박사님 선물도 받으시길. ^^

  • profile
    Dr.Spark 2017.04.12 20:50
    예, 다행입니다. 이젠 실수를 반복할 리 없습니다.
    여기서도 운전 중의 휴대폰 사용은 불법입니다.
    참 어리석은 짓을 제가 했던 것인데, 이젠 뭐...ㅋ
  • ?
    홍씨 2017.04.18 08:34

    생신 축하드립니다.

    저도 여러 번 사고 겪었는데 세상에는 악질인 사람들도 많지만 선한 사람들이 더 많아서 살 만한 거 같아요.

    그나저나 왠지 이 글은 고 박사님께 이실직고함과 동시에 반성문을 제출하는 느낌이네요.^^

    안전운전하세용~

  • profile
    Dr.Spark 2017.04.18 11:23
    이실직고죠.ㅋ 하지 말란 짓을 한 것에 대한 반성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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