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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4 백컨트리 스키 둘째날 & 송별회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창밖을 내다봤다. 일단 눈은 그쳤고 파란 하늘도 보였다. 휴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나뭇가지들이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생각보다 바람이 세게 불어서 마음이 좀 불안했다.

아침을 먹고 장비를 챙겨서 일찌감치 호텔 로비에서 다른 동료들을 기다렸다. 일본스키닷컴의 한왕식 대표님 설명으로 오늘은 어제와 달리 좀더 긴 업힐 코스 그리고 다운힐 코스가 가능한 코스로 이동을 할 거라고 설명해 주셔서 내심 쾌재를 불렀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어제 후미 그룹에 속하셨던 분들이 다른 분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으시다면서 스키장에서 스킹을 하겠다고 해서 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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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우측의 빨간 비니 모자를 쓰신 분이 Clubman backcountry skiing guide team의 매니저인 Mr.Ikuo Kuragane다. 2대에 걸쳐 하치만타이 산맥에서 백컨트리 스키 가이드를 하고 있다. 달인의 풍모에 마치 제다이 같은 포스를 뿜어내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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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비니 모자를 쓴 사람이 Junya Kuragane이다. 아버지 Mr.Ikuo Kuragane에게서 기술을 물려받아 지금은 젊은 리더로써 클럽맨을 이끌고 아크테릭스 일본 백컨트리 스키 홍보대사로 일하고 있다.)

 

클럽맨 버스가 와서 우리는 다시 버스에 몸을 싣고 하치만타이(Hachimantai)로 향했다. 목적지에 내려서 업힐 준비를 하고 가이드 리더 Junya가 오늘의 코스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업힐 대열에 대해 설명을 했다. 어제처럼 두 그룹으로 나누어서 가는 것이 아니라 어제 후미그룹에 속했던 느린 그룹을 선두에 세우고 한 그룹으로써 이동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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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같이 백컨트리 스킹을 같이 한 모든 사람들의 멋진 모습을 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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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좋은 날씨에 가이드 리더 Junya도 신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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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도 너무 좋았다. 그런데 멀리서 보면 마치 피난 행렬같기도 하다. ㅋ)

 

처음 업힐을 할 때만 해도 날씨가 너무 좋았다. 바닥은 온통 하얀 눈 세상이었고 하늘은 온통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뿐이었다. 너무나 아름답고 신비로운 날이었다.

그렇게 기분 좋게 업힐을 하고 있는데, 어느 샌가 날씨가 질투와 시기를 하는지, 산 중턱에서부터 눈 보라가 치기 시작했다. 눈 내리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너무나 센 강풍이 불어서 우리가 산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하고 의구심이 들었다. 더군다나 눈도 어제보다 더 많아져서 업힐이 속도가 빠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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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 날씨가 갑자기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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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테릭스 코리아 정호진 대표님)

 

그러나 클럽맨 가이드들이 요령 있게 전반적인 업힐 속도를 조절하며 쉬는 시간도 적절히 배분해 우리 전체 그룹은 하치만타이의 여러 봉우리 중 하나의 정상에 거의 도달했다. 오르면서 눈도 많이 오고 바람도 세게 불어서 무엇보다 등반 옷차림에 각별히 신경 써야 했다. 중간에 장갑도 갈아 끼고 썬글라스 외적으로 노출된 코와 뺨 그리고 턱 부분을 보호하기 위해 버프를 착용하고 하드쉘 자켓(Hard-shell Jacket)의 후드를 착용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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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는 거세 바람과 눈보라 때문에 긴장되었다. 가이드도 Junya에서 Mr.Ikuo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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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부근에 다가갈수록 날씨가 더 안좋아졌다.)

 

그렇게 어느덧 3시간 가량을 업힐을 해서 거의 정상 부분에 도달했지만 정상에 가까워진 만큼 바람이 너무나 세서 도저히 똑바로 서있을 수가 없었다. 그곳에서 잠시 정적이 있은 직후 클럽맨의 보스인 Mr.Ikuo가 정상 등반을 포기하고 바람이 그나마 적게 부는 산등성이 쪽으로 이동을 하자고 계획을 바꿨다. 우리는 산등성이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서둘러 다운힐 준비를 했다. 그러나 바람이 워낙에 거세게 부는 통에 스키에서 스킨을 떼어내고 배낭에서 헬멧과 고글을 꺼내 쓰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들었다. 쉽지 않은 상황 때문에 현지 일본 가이드 두 명이 한 명을 도와 주기도 했다. 나는 다운힐 준비를 마치고 무심코 뒤쪽을 바라보았는데, 정상이 눈 앞에 닿을 만큼 가까워 보였다. 그래서 부츠를 눈에 박고 한걸음 한걸음 위쪽으로 걸어갔다. 기왕이면 정상에서부터 스키를 타보고 싶었다. 그러나 밑에서 클럽맨 가이드 보스인 Mr.Ikuo가 다급하게 내려오라고 소리를 쳐서 정상까지 못 가고 그곳에서 다시 그룹이 있는 곳까지 내려오게 되었다.

 

너무나 오래 걸렸다. 눈보라에 거센 바람에 거기에 안개까지 끼어서 시야가 잘 나오지 않은 까닭에 일본 현지 가이드들이 중간 중간에 서고 한국 스키어들을 한 명씩 한 명씩 내려 보냈다. 나는 맨 마지막에 서 있던 까닭에 그 매서운 바람을 오래 동안 고스란히 맞고 있으려니 어느덧 몸이 굳어 왔다. 그나마 아크테릭스 하드쉘 바지와 하드쉘 자켓을 입고 있어서 참을 수 있었지 아니었으면 벌써 참지 못하고 쌩 하니 혼자 내려갔을지도 모르겠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출발 신호가 떨어지기 무섭게 쏜살같이 내려갔다. 뻥 뚤려 있던 공간이라 크게 대회전을 그리면서 내려가려던 내 계산을 2턴만에 틀어졌다. 생각보다 너무나 부드럽고 깊은 눈이었기에 대회전을 위해 강하게 눌러 버리니 스키가 너무 크게 리바운드가 되어서 내 상체가 너무 훽 하니 돌아버려서 머리부터 눈에 박히는 일명 ‘원산폭격’ 모양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아이구 창피하기도 했지만 파우더에서는 넘어져도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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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 폭격식으로 넘어져서 머리에 눈이 많이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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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도 너무 깊었고 무엇보다 시야 등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다시 벌떡 일어나 대회전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숏턴으로 일행들을 향해서 내려갔다.

내가 내려온 뒤 모든 현지 가이드들이 내려온 것을 확인한 뒤 다시 시간차를 두고 한국 백컨트리 스키어들을 내려 보냈다. 어느덧 많이 내려와서 이제는 시야가 확보되었다. 그렇게 신나게 내려오는데, 일행들의 얼굴에 근심이 서려있다. 이유인 즉 우리 일행 중 한 명이 갑자기 저체온증으로 인해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초반에 업힐에 힘을 너무 뺀 것도 있지만 업힐하면서 맞은 눈과 정상 부근에서의 강풍이 순식간에 체온을 빼앗은 것 같다. 저 멀리 일행 중 한 명이 두 명의 현지 가이드의 부축을 받으며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주변 분들에게 따뜻한 물이 있는지 여쭤보고 쵸콜릿과 에너지바 등을 모아서 저체온증에 걸린 분에게 따뜻한 물과 함께 먹이고 여분의 다운 자켓(Down jacket) 등을 입히고 후드티처럼 입히고 나서 팔과 다리를 주물러 주니 조금씩 기력을 되찾아 가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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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맨의 제다이, Mr.Ikuo Kurogane의 멋진 스킹. 실제로 보면 상당히 절제되고 군더더기 없는 아름다운 스킹이다. 반면 아들 Junya Kurogane의 스킹은 패기있고 강한 느낌의 스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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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도화지에 모두들 멋진 그림을 그렸다.)

 

그렇게 두 명의 현지 가이드의 부축을 받고 어느 정도 내려오니 날씨도 다시 맑아지고 눈보라도 그쳐서 그 한국인 스키어도 이제 천천히 혼자의 힘으로 내려올 수 있게 되었다. 그때부터 일본 현지 가이드들이 자신들이 안전하게 내려 보낼 테니 먼저 내려가라고 했다.

 

안전하게 내려오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일행들을 쫓아 신나게 스키를 타고 내려오니 어느덧 처음 업힐을 출발했던 장소에 도착했다. 그렇게 일본 하치만타이에서의 마지막 백컨트리 스킹이 끝이 났다.

장비를 반납하고 간단히 온천욕을 하고 방안에 누워 천장을 보니 아까 그 곱고 풍부하게 쌓여있던 눈들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이렇게 끝이 난 게 너무나 아쉬웠다.

 

송별파티 시간이 되어 셔틀 버스를 타고 앗피 호텔 본관 연회장으로 향했다. 난 항상 일식 코스로 나오는 저녁 식사 시간이 기다려진다. 역시나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식사를 하며 송별회 파티가 시작됐다. 진행은 아크테릭스 마케팅 팀의 전성호 과장님이 맡아주셨는데, 이번 캠프 기간 동안 물심양면으로 제일 일을 많이 하신 분이다. 거기에 MC 역할도 너무 잘 보셔서 원래 레크리에이션 강사 출신이 아닌지 의심해 볼만 했다. 아크테릭스에 관한 다양한 재치 있고 기발한 문제들이 많이 나왔고 문제를 맞추신 분들에게는 너무나 좋은 선물들이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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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는 언제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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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그 대게이다. 내가 대게에 알레르기였다니…..)

 

그리고 경품 추첨 시간도 너무 재미있었다. 잠시 쉬어가는 시간으로 나는 기타로 노래를 몇곡 했는데, 다행히 모두들 너무 좋아해 주셔서 다음 캠프 때문에 정식으로 가수로 데뷰를 할 생각이다. :D

 

그렇게 아쉬운 송별 파티가 끝나갈 무렵 캐나다 친구들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는 갑자기 숨쉬기가 힘들어지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혹시 급체를 해서 그런 것 같아서 화장실로 가는데, 너무나 힘들어서 식은땀이 났다. 그래도 기어이 화장실에 가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변기를 붙잡고 토를 했다. 그러나 토사물이 많이 나오지 않고 더 힘들어 져서 그냥 화장실 바닥에 앉아 한참을 쉬었다.

 

그러다 문득 알레르기 반응이 아닐까 싶어서 웃통을 벗으니 온 몸에 빨간 발진이 올라와있어서 급히 연회장으로 힘겹게 돌아갔다.

 

다행히 연회장 입구에 한왕식 대표님과 앗피 리조트 한국 직원 분이 계셔서 알레르기 반응인 것 같으니 빨리 구급차 좀 불러달라고 요청을 해서 두 분은 구급차를 요청하고 나를 가까운 쇼파에 눕히셨다.

구급차를 타고 1시간 정도를 가야 근처 병원에 도착한다고 하시는데, 이상하게 또 몸에 조금씩 기운이 돌아오고 정신이 조금씩 맑아지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아까 구토를 한 게 조금 도움이 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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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테릭스 백컨트리 스키 선수 Forest Coots와 Jordan Manley의 쌍둥이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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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테릭스 영상 감독인 Jordan Manley와 그의 여자친구)

 

연회장에서 파티를 즐기시다 몇 분이 와서 내 상태를 살피시는데, 한국 의사 선생님들이셨다. 보시더니 다행히 고비는 넘겨서 회복되는 상태라고 하셔서 구급차는 취소하고 방에 들어가서 쉰다고 말씀 드리고 셔틀버스를 타고 호텔 방안으로 돌아왔다.

 

한국 의사 선생님이 어디서 알레르기 약을 구해오셨는지, 자기 전에 꼭 먹고 자라고 하시며 내 손에 약을 꼭 쥐어주시는데, 너무나 고마웠다. 파우더 눈 밭에서는 내가 도와드렸는데, 밖에 나오니 이렇게 내가 도움을 받는 구나 생각하니, 참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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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때부터 알레르기 발진 증상이 있었는데, 음악에 너무 심취한 듯…… 사진을 보면 얼굴에 발진이 있다. 이때까지만 즐거웠다.)

 

사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 게 종류이다. 특히 게장 종류를 좋아하고 대게도 내가 열심히 찾아서 먹는 것 중 하나인데, 작년 10월인가 처음으로 대게를 먹고 알레르기 반응이 있어서 근처 병원에서 주사를 맞고 기도 확보를 했었다. 그때는 우연이겠지 하고 넘어갔는데, 이번에 또 대게를 먹고 그런 거 보니 체질이 변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어찌되었든 아크테릭스 백컨트리 스키 캠프의 마지막 밤이 이렇게 흘러가는 것도 아쉽고 아직도 하염없이 내리는 눈이 너무 아까워서 잠들기 어려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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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많은 눈을 놔두고 집에 가야 하다니…..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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