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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빈(丁彬)

지난 30여 년간 역사 연구와 저술을 해왔다.

더 이상의 작가 소개는 원하지 않았다.

 

소설 ‘혜주’의 작가 소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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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주 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 정운현 선배가 정빈(丁彬)이란 필명으로 2016년 1월 1일 발표한 소설로 이미 박근혜 정부의 고위직 공무원이 국민을 개와 돼지로 취급하여 물의를 일으키는 상황이 마치 예언처럼 예고되어 있다. ⓒ 정덕수

 

이 정도 내용이면 저자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거나, 어쩌면 내세울 것 하나 없는 형편없는 인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30여 년간 역사 연구와 저술을’에서 짚이는 바도 있었다. 그리고 피플파워에서 지난 2015년 연말 무렵 “조선에도 여왕이 있었다”며 2016년 1월 1일 발행한 소설의 작가 소개를 보는 순간 떠올린 얼굴이 있다.

 

평소 “형님”이라 부르고 서울에 들릴 일이 있을 때면 “막걸리 한 잔 하시자” 전화를 드리면 대부분 흔쾌하게 응해주시는 분이다.

 

그런 까닭에 소설 혜주의 편집자에게 “작가 서명 받아주면 책을 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편집자는 “작가를 모릅니다”라 딱 잡아뗐다.

 

읍내 서점에서는 혜주를 구하기 어려워 차일피일 미뤄졌다. 지난 늦봄 완주군을 다녀오다 인사동엘 들리며 몇 분과 약속을 잡았을 때 짐작으로 저자일 거라 생각했던 형님께 “혜주의 작가가 형님이시죠?”라 하니, “정형 어떻게 알았소? 그래요 맞습니다. 이제 저자를 솔직히 밝힐까 생각하고 있었요”라 했다.

 

소설 혜주는 그렇게 몇 번의 우여곡절 끝에 지난 10월 21일 오후 원주시에서 저자로부터 직접 받았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는데 먼 거리 마다하지 않으시고 어리석은 아우를 위로하시고자 찾아주신 것만도 고마운 일인데 2권의 저서도 함께 가져오셨으니…

 

며칠 집안일을 정리한 뒤 책을 펼쳤다.

 

1부 잊혀진 세월의 ‘지독한 가뭄’부터 시작해 4부 참극의 말로 마지막 에 해당되는 ‘파멸’까지 단숨에 읽으며 창엽문에 대해 한 번쯤 언급되리라 싶은데 없었다. 조선조 27명 왕에 대한 역사를 28명의 왕이 있었다는 전제하에 실록에서 지워진 여왕 혜주를 이끌어가기 위한 장치로 사용했음직 한데 없었다.

 

다시 처음부터 놓치지 않았나 싶어 읽기 시작했으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5부 기억과 망각을 읽으며 맨 마지막에 ‘창엽문(蒼葉門)’에 대한 이야기가 자리하고 있었다.

 

창엽문(蒼葉門)은 이성계를 도와 조선을 세운 삼봉 정도전이 지은 종묘 외대문 이름이다. 대부분의 궁궐은 물론이고 하다못해 성벽위에 세운 문도 현판이 있으나 종묘의 외대문엔 현판이 없어 종묘를 찾은 이들도 창엽문에 대해 모를 수 있다.

 

창엽문이 왜 혜주란 소설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직접 이야기를 만나면 저절로 풀어진다.

 

삼봉 정도전이 조선의 4대문과 궁궐의 문들에 이름을 지으며 함께 지은 창엽문(蒼葉門)은 풀이 그대로 ‘푸른 잎의 문’으로 조선이 푸른 잎처럼 번성하라는 의미로 이성계 또한 받아들였으리라.

 

하지만 여기 대단한 비밀이 숨겨져 있으니, 이는 한 국가의 흥망성쇠를 미리 헤아린 정도전이 이를 누설하지는 않으면서도 기록으로는 남긴 행동이라 보자.

 

실록에서 지워진 조선의 여왕 혜주에서 작가가 그려나간 4년의 기록을 딱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의 통수권자와 대비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남파와 북파로 나뉘어 조정을 움직이는 대신들이나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의 모습은 오히려 소설 속 대신들이 그나마 염치라도 있고, 백성을 두려워 할 줄 알며 해야 할 도리는 안다.

 

술사 노천을 일부에서 이 나라를 우습게 만든 최순실과 동격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술사 노천은 “딱 그만큼…” 되게 할 줄 알고 되게 만드는 재주라도 지녔다. 순현왕후와 회운사 주지 태허, 민상궁 사이의 이룰 수 없는 조건에서의 간절한 욕망과 함께 민상궁과 무극의 통정에서 혜주의 정인으로 무극이 연결되는 모습엔 드러내놓을 수 없는 그들만의 안타까운 애욕의 실태겠다 싶어 연민이라도 느껴진다.

 

혜주에서 두려운 건 따로 있다. 지난해 이미 탈고가 된 소설이라는 사실을 놓고 보면 정도전이 종묘의 외대문을 창엽문이라 명명한 것과 같은 일종의 예언이 적중되는 두려움이 엄습한다.

 

“회운사에서 당일 저도 그 보고를 받았습니다만, 저로선 도저히 납득하기 힘듭니다. 청년들은 헤엄쳐 나왔다는데 다른 사람들은 뭐했나요? 물가에 사는 사람들이 헤엄도 하나 못 치나요? 그리고 섬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평소부터 물난리에 만전을 기했어야지요.”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에 대해 했던 말과 혜주가 두물섬에서 발생한 사고를 보는 관점이 겹쳐짐은 지극히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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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주 백성을 보전치 못하는 무능한 군주는 물러나라. ⓒ 정덕수

 

“두물섬 사고는 분명 천재(天災)입니다. 두 달 넘게 비가 내린 데다 두 줄기의 강물이 한 곳으로 모이다 보니 물이 갑자기 불어날 수밖에 없었사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마을이 수몰되고 그 마을 백성들이 수장된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사옵니다. 그러한 즉 전하께옵서는 너무 심려하지 마시옵소서.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백성들은 마구간 누렁소나 뒷간 똥돼지들과 같은 존재입니다. 그들은 나면 죽고 죽으면 또 태어나는 법이옵니다. 부디 성심을 굳건하게 보지(保持)하시옵소서.”

 

두물섬에서 20여 호 민가가 모조리 불어난 강물에 수몰되며 젊은이 몇 만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왔을 뿐 모두 수장된 사건을 놓고 혜주는 이렇게 자신의 입장만을 두둔할 인물을 미리 측근으로 세워 뒀다.

 

여기에서 장질부사가 발생하며 왕의 위엄을 보일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혜주는 이번에도 기회를 놓친다. 메르스 사태에서 박근혜 정부가 저질렀던 실수와 대응방식 그대로 혜주와 혜민서가 수많은 목숨을 희생시키고 만다.

 

원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혈통에 따른 정통성을 부여받는 왕권국가에서 혜주가 지닌 출생의 비밀이나, 국민들의 민주적 권리행사인 투표에 의하여 부여되는 권리 자체가 없는 박근혜 정부의 비정통성과 같은 맥락으로 보면 맞겠다. 부정선거로 대통령 자리에 앉으나, 왕의 자식이 아닌 혜주가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상태로 여왕이 되나 정통성을 인정받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란 이야기다.

 

재임 4년 만에 왕위를 빼앗기고 친모임을 확인한 혜주는 민상궁에게 장도를 내어주며 자결하라 시킨 뒤 자신도 그 장도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를 실록에서 아예 지우는 작업이 진행되는데 쫓겨난 여왕 혜주가 아니라 왕위에 오르지 못한 상태인 혜명공주가 급사하였다고 기록한다. 그 혜주의 재위기간 4년은 선대왕의 재위기간으로 편입시키며…

 

이승만과 박정희에 이르는 역사를 미화시키기 위한 국정교과서 편찬강행부터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에서 보여준 박근혜 정권의 무능함은 물론이거니와, 이미 밝혀진 역사를 또 다시 부정한 방법으로 역사를 바꾸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현시점이 혜주란 가상의 인물을 통해 예언되었다고 보인다.

 

이쯤에서 초기에 소설 혜주를 쓴 저자 정빈(丁彬)을 개인적으로 ‘형님’으로 부르며 함께 막걸리 편하게 나누는 분으로 보았다고 하였던 서두의 진실을 밝힌다. 지난 6월 21일 밤으로 다시 돌아간다.

 

“정형 실명이 아닌 필명을 쓴 이유는 뭐 내용 때문에 두려워서는 아니요. 정형한테 뭘 쓴다고는 안 했지만 알다시피 작년에 뭔가 쓴다고 했던 건 기억할거요. 원고를 다 쓰고 출판사 여러 곳에 연락을 했는데 다들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습디다. 그리고 그동안 친일문제를 다뤄오다 보니 그런 선입견이 독자들에게 있는데 그것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가릴까 싶어 필명을 쓰게 됐소.”

 

그리고 정빈(丁彬)을 필명으로 사용하게 된 결정적인 동기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고무래 정(丁)자는 평소 다산 정약용선생을 좋아해 다산의 성을 딴 것이오. 빈(彬)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글자라서 그렇게 지었소.”

 

실록에서 지워진 조선의 여왕 혜주의 저자는 친일과 독립운동의 역사를 30여 년간 기록해온 언론인 정운현 선배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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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현 지난 6월 21일 완주에서 서울을 거쳐 강원도로 갈 때 인사동에서 뵙자고 했을 때 오랜만에 얼굴 보자며 나오셨다. 다음날 오전 광화문 세월호광장을 찾았을 때 정운현 선배님. ⓒ 정덕수

 

좋은 방향으로든, 아니면 나쁜 방향으로든 역사는 항상 반복적으로 어떤 현상들이 나타난다. 정운현 선배께서 친일과 독립운동사에 대해 30년 세월을 기록한 이유도 그렇게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들을 좋은 방향으로 돌리기 위함이다.

 

역사를 망각하는 국민들에겐 항상 군림하는 군주만 나타난다.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는 이들에 의해서 정치는 바르게 펼쳐지며 역사는 밝은 미래를 보장한다.

 

또한 ‘민심은 천심’이라 한다.

 

하나의 마음은 작은 도랑도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으나, 그런 마음들이 모이면 강이 되고 바다를 이루는 법이다. 모두 ‘민심’을 입에 올리지만 정작 성난 민심이 거대한 노도처럼 밀려오는데,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 무리들로 인의 장벽을 치고 여전히 절대적인 힘을 지녔다 판단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노릇도 없다. 파도에 모래성이 휩쓸려 사라지듯 흔적도 없이 휩쓸려 사라지게 된다.

 

혜주를 읽으면 대한민국의 역사와 박근혜 정부의 모습들을 확연하게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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