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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영화: http://movie.naver.com/movie/board/review/read.nhn?page=1&nid=4371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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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영화가 있는가?’싶었다. ‘어떻게 이런 영화가 가능한가?’싶기도 했다. 아주 훌륭한 다큐멘터리였지만 영화를 보는 중간에 난 이 영화의 장르를 “블랙 코미디”로 정의하고 싶을 정도로 시니컬해져 버리고 말았다. 그러면서 온국민이 이 영화를 봐야 우리나라가 한층 더 성숙해질 수 있고, 한층 더 민주화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이 영화의 감독 최승호는 대단한 인물이다. 아주 훌륭한 감독이다. 난 영화를 만든 이 분의 기지에 깜짝 놀랐고, 그의 용기에 감탄했으며, 그의 끈질김과 긍정적인 뻔뻔함(?)에 통쾌함을 느꼈고, 그가 이미 내 눈에 익어있던 한 기자, 바로 그 사람이라는 것이 신기했으며, 이런 사람이 있는 나라는 잘못되기 힘들겠기에 안도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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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의 중심에 최승호 감독이...

 

최승호는 뉴스타파의 기자이다. 그리고 “자백”은 그의 감독 데뷔 작품이다. 영 흥행이 될 것 같지 않은 다큐멘타리일 거라고 예단한 것은 나의 큰 실수였다. 대개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작품들은 재미는 없고, 내용이 잔잔하여 무료하며, 본경연장 바깥에서 단지 자신의 에고를 만족시키는 것으로 만족하는 영화인이 감독이나 제작자로서의 사명감 하나로 만든 것들이 아니었던가?

 

사회의 부조리를 파헤치거나 정부와 관료들의 부정을 고발하는 탐사 보도(investigative journalism)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는 필요하지만 그와 관련된 사람이 아니면 거기서 재미를 찾지 못 한다. 난 중앙정보부(국정원)가 행해온 부조리한 일, 있지도 않은 일을 조작하여 무고한 사람들을 죽게하거나 곤궁에 빠뜨리는 일을 다룬 다큐멘터리인 영화라기에 ‘이건 분명 재미는 없을 거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배급을 맡은 회사에서 초청해 준 것이기에 그 대표에 대한 예의상 참석해야한다는 의무감으로 시사회에 갔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

 

이 영화에 대한 몰입도는 거의 최고였다. 영화를 보면서 난 거기 출연한 사람들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헬조선 한국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절망하기도 했고, 우리에게 미래는 없을 것 같아 슬퍼하기도 했다. 죄 없는 사람들을 끌어가서 고문과 회유를 통해 상황을 조작하고, 그들에게 간첩이란 올가미를 씌워 가두거나 죽이거나 자살케하는 일이 1970년대 군사독재정치하에서만 가능했던 것인 줄 알고 살아왔는데 그게 오늘날에도 자행되고 있는 게 우리의 정치 현실이었다는 걸 깨달으며 경악했다.

 

“자백“이 다루고 있는 간첩 조작 사건을 보면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고 생각될 정도로 비현실적이다. 어떤 정치상황에서 국민의 입과 귀를 가려버리거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목적으로 통치에 필요한 시나리오를 짜고 그걸 정보기관을 통해서 이루는 일. 그건 일부 국민의 희생을 담보로 해야만 했던 일이다.

 

이 영화는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씨가 국정원에 의해 간첩으로 내몰린 사건에 대한 것인데, 이 일이 터졌을 때 수많은 매체들이 이에 대해서 보도를 했음을 영화를 통해서 알았다. 하지만 난 전혀 모르던 일이다. 왜 그랬을까에 대해 생각해 보니 그건 당연히 나의 사회에 대한, 정치에 대한 무관심 때문이라는 결론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무관심이 그간 숱하게 많았던 유사한 사건들로부터 기인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와 같은 정치사회적인 공작이 워낙 많이 횡행하다보니 그런 일을 내가 스스로 해결하거나 해결에 기여라도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할 수 없는 데 대한 무력감이 생겨났던 것이다. 그런 일의 반복에 대한 짜증이 그에 대한 무관심에 연결되었고, 그 때부터는 스스로 그런 보도를 피해 왔다는 새로운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그런 수많은 조작들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했음을 알면서도 그걸 은연 중에 외면하고, 그런 나쁜 일을 한 자들을 처단해야할 국민으로서의 사명감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정말 재수 없게도(?) 아무 죄 없이 국정원의 마수에 걸려들어 고통을 당한 당사자들에게 미안했다. 영화가 전개되는 초중반에 난 ‘이런 망할 놈의 나라는 미래가 없다.’는 절망감에 빠졌었다. ‘자신이 저렇게 고통당하는 사람들 중의 하나가 될 가능성이 없다고 누가 자신하겠는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난 간첩으로 몰려 고통당한 당사자나 그 가족의 마음에 감정이입이 되었고, 그래서 그들과 함께 울고, 함께 분노했다. 그래서 영화 속에 깊이 몰입했던 것이다.

 

이 영화의 장르를 블랙 코미디로 정의하고 싶은 것은 그런 이유이다. 있을 수 없는 일들이고, 헛웃음만 나오게 하는 일들을 저지른 국정원과 그들에게 동조한 공무원들의 말이 안 되는 한심한 작태에 대한 영화가 “자백”이었기 때문이다. 고문과 강요로 간첩 누명을 뒤집어쓰게 하고, 가족들을 속여서 있지도 않은 일에 대한 “자백”을 받아 그걸 그들의 가족을 얽어매는 도구로 쓰는 쓰레기들에 대한 소재를 다룬 영화가 그것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재미있다. 슬픔과 분노로 가득찬 마음이 된 내게 최승호 뉴스타파 기자이자 이 영화의 감독이 보여주는 탐사 저널리즘의 극에 이른 진실 파헤치기가 통쾌함과 웃음, 그리고 완벽에 가까운 카타르시스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난 이 영화를 기점으로 이런 정치사회적 다큐에 대한 심한 갈증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전에 없던 일이다. 그리고 당연히 최승호 감독에게 심히 매료되었고, 그가 관여하는 탐사저널리즘센터로서의 뉴스타파 매체의 팬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내가 했어야하나 무관심과 비겁함으로 은연 중에 피해왔던 일을 대신해 준 그들의 후원자가 되기로 했다. 정말 고마운 사람을 찾았고, 그와 함께 고마운 매체가 존재해 있었음을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용감한 영화의 제작과 배포에 관여하는 모든 분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나아가 이 영화의 스토리 펀딩에 참여한 수많은 우국지사들(!!!)에게도 경의를 표한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무려 17,261명의 의인들이 무려 4억3천5백만 원을 모아 이 영화가 탄생케 했다고한다. 그들에게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희망을 느꼈다. 그리고 간첩의 누명을 쓴 무고한 사람들을 위해서 변호한 많은 분들이 있음에 기쁨이 더해졌고, 또 엄청나게 많은 누명 쓴 이들을 무죄로 판시한 대한민국의 법정이 존재하고 있음에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헬조선이란 모멸과 낙망으로 가득한 단어를 되뇌며 무관심에 빠져 나쁜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살기보다는 희망과 기쁨을 찾으며 보다 능동적인 좋은 의미의 좌파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자백” 아주 좋은 영화이다. 깨달음을 주는 영화이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고, 이 나라에도 희망이 있음을 발견해야 한다. 이런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될 수 있는 나라는 아직도 희망이 있다.

 

끝으로 최승호란 이름을 가진 용기있는 의인을 사랑하고, 이런 영화를 배급하겠다고 나선 앳나인필름의 (항상 돈 안 되는 일에 뛰어들어 나를 안타깝게 하는 지인) 정상진 대표에게 존경심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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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상영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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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백" 시사회 티켓 배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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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편 줄은 VIP 초청 라인이고, 오른편은 이 영화를 위해 스토리 펀딩에 참가한 분들을 위한 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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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사람(고성애)과 집사람의 친구(차경순)와 함께 시사회장인 M2를 향해 가는데 이 영화의 배급사인 앳나인필름의 정상진 대표가 달려와 반색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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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운데가 정상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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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3일에 개봉한다. 꼭 가봐야할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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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셀럽들을위한 공간이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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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해를 구하고 집사람과 친구를 그곳에 세우고 기념촬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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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회 시작 시간이 가까워 입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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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회장이 상당히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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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앳나인필름의 정상진 대표가 무대인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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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이어 최승호 감독이 등장하여 인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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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편의 촬영 기사가 객석으로 올라오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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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에도 출연하는 한 때 간첩 누명을 쓰고 고초를 겪은 이철 선생이 최 감독의 소개로 인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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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네21 다음 호의 표지 인물로 최승호 감독이 선정되었음을 알리고, 이 자리에서 관객들과 사진을 찍어야하니 양해해 달라는 주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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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색해 하는 최 감독과 재미있어하는 관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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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색해 하며 이런 자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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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자세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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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 촬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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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영화가 시작되었다. 배급사의 로고타입과 회사명이 나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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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타이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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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끈질기고도 뻔뻖한(?) 탐사 보도 저널리스트 최승호와 그의 반대편에 선 한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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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원에서 조사를 받던 중에 자살한 한 사람의 묘를 당해자의 친구와 함께 찾은 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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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피해자의 본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명과 다른 이름이 비석에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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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첩 혐의를 받고 본인과 여동생이 고초를 겪었으나 결국은 무죄로 방면된 유우성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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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서류를 날조한 사람들이 있고, 그들에 대한 처벌은 경미했다니...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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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그도 무죄였다. 간첩 혐의를 받은 이철 선생의 부모님은 그 충격으로 인해 각각 53세와 56세로 운명을 달리하셨다고 한다. 이 선생은 영화 속에서 자신이 53세가 되고, 56세가 되던 해에 부모를 생각하며 미안했다고 눈물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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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죄, 무죄... 근데 앞에 쓰여진 연도와 맨 뒤에 있는 연도 사이의 간극은 무엇이며, 그 간의 억울함을 누가 어찌 보상할 수 있을 것인가? 중간에 보면 사형이 집행된 사람들의 이름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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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딩 크레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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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누구도 움직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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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한 의인들의 이름이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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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이었다. 좋은 영화이기에 온국민이 이 영화를 보게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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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회가 끝난 후에 나오다 최승호 감독과 함께 기념촬영을 한 내 편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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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객의 코멘트를 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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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시민 작가도 인터뷰를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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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본 사람 모두가 나와 같은 생각을 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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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5'
  • ?
    깊은강 2016.10.06 05:11

    좀 주무십시오. ^^

     

    아무리 신체적으로 건강하시더라도

    마음에게도 휴식을 주셔야 합니다.

     

    새벽 3시에 글 올리시다니....

    더구나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거짓말"에 대해 쓰셨으니.... ^^

  • profile
    Dr.Spark 2016.10.06 19:51
    잘 쉬고, 잘 먹어.
    어쩌다 글 쓰면서 발동 걸려서 늦게까지 있었을 뿐.ㅋ
  • ?
    JJ 2016.10.06 13:49

    장문의 감상평 멋집니다. 꼭 봐야 겠네요.

     

    세욱형님 잘 지내시지요.. 

    8월 캐나다 갔을 때 많이 생각났었습니다. ^^

  • ?
    깊은강 2016.10.06 14:46

    <김정주 선생>

     

    "즐거운 오늘 행복한 나날"을 만들기 위해선 끊임 없이 연락질을 해야 합니다.  ^^

    들렀으면 전화라도 한 통 할 일이지. 원.... ^^

     

    건강하세요. ^^

     

  • profile
    Dr.Spark 2016.10.22 19:31 Files첨부 (1)

    이 영화, 달리 말이 필요치 않다.

    내가 영화평에서 너무 떠들었던 듯하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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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상영영화는 물론, 모든 영화에서 네티즌 최고 평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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