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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경대 설악산 오색마을의 망경대에서 바라보는 만물상과 등선대, 그리고 한계령에서 점봉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조망이 아름답다. ⓒ 정덕수

 

어느 곳에서는 50년만이라고 하고, 또 어디에서는 46년만이라고 한다. 오색약수터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망경대를 개방하는 걸 두고 하는 이야기다.

 

솔직히 너무 과하다 싶게 표현되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오색의 이 망경대를 탐방로로 개방하지 않은 것은 90년대 들어서다. 그 이전엔 오색마을에 있는 어떤 탐방로도 출입을 막지 않았다.

 

그럼 왜 이곳을 이번에 개방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과하게 포장되는지에 대해서는 차차 밝히며 먼저 어떻게 이곳에 대해 소상히 아는지부터 설명하겠다.

 

설악산의 주봉인 대청봉을 오를 수 있는 등산로에서 가장 짧은 오색마을에서 태어나 자란 덕에 어려서부터 산을 두려움이나 경외의 대상이 아닌, 늘 함께 어울려 지내는 동무와 같은 대상으로 느끼며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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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경대 정상 해발 574m인 오색 망경대의 정상엔 수 백년 묵은 아름드리 거목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20m 가량 더 앞으로 내려서면 조망이 환하게 트인다. ⓒ 정덕수

 

1970년대 중반을 지금의 초등학교를 다녔고 1977년 중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었으니 당시 산촌의 생활환경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전화가 1976년에야 체신취급소로 지정된 곳에만 들어왔을 정도였으니 난방과 취사를 위해서는 나무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집들도 곳곳에 퍼져 있다 보니 가까운 산자락에서 땔감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독주골과 불당골, 새댁이골은 물론이고 사시골과 불당골, 고래골이 모두 주민들이 땔감을 구하던 산자락이고 주요 탐방로였다. 여기에 골짜기가 아닌 망경대 언저리까지 땔감을 구하던 곳이니 마을에 들어와 상주하던 순경이나 산림간수도 자신들이 단속을 하는 입장이면서도 땔감은 나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던 산이 자유로운 출입이 제한된 시점은 그럼 언제부터였나.

 

설악산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본격적으로 등산로에 대해 출입을 제한하는 정비에 들어간 것은 서울올림픽이 치러진 다음 90년대 초반부터였다. 오색지역에서는 등선대를 경유하는 흘림골과 옥녀폭포가 있는 고래골, 관터마을에서 대청봉으로 오르는 관터골 코스와 망경대, 독주폭포를 경유해 끝청봉을 거쳐 대청봉을 오르는 독주골 코스와 마당받이에서 끝청봉으로 곧장 올라 대청봉으로 갈 수 있는 끝청봉 코스(현재 오색케이블카 설치 예정구간)가 이때부터 비등산로로 출입이 제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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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경대 탐방로 10월 1일부터 11월 15일까지 한시적으로 개방되는 오색의 망경대 탐방로구간(붉은색 선)는 오색약수터에서 주전골을 거쳐 용소폭포 탐방지원센터에서 마을로 돌아오는 구간만 편도로 개방된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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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경대 오르는 길 용소폭포 탐방지우너센터에서 출발해 다시 44번 국도와 접한 망경대 초입에서 오르는 옛길엔 유도선으로 탐방로를 표시해 놓았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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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경대 갈림길 능선을 올라서면 오른쪽의 길로 향해야 망경대로 나갈 수 있다. 오래전부터 주민들이 이용하던 길을 이용해 탐방로를 열었기 때문에 곳곳에 발길이 닿은 흔적들이 보인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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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경대 숲길 망경대 능선은 곳곳에 6·25전쟁 때 판 참호들이 있고, 바위에도 총탄의 흔적들이 많지만 고목들 또한 잘 보존되어 있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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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경대 고소증이 있는 이들이라면 이 지점에서 더 이상 앞으로 나서지 않는 게 좋다. 이 지점에서만 바라보아도 오색의 절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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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경대 주전골의 독주암과 멀리 점봉산이 한 눈에 조망되는 망경대는 10월 1일부터 11월 15일까지 45일간 한시적으로 개방된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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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경대 낙서 70년대 누군가 이곳에 이렇게 낙서를 해 놓았다. 자신에게는 추억이겠지만 이보다 몰상식한 행동 또한 없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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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경대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생명을 다한 고사목이 곳곳에서 눈에 띤다. 이 또한 자연스러운 자연의 현상이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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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경대 망경대에서 오색약수터 방향으로 20분 가량 내려오면 주전골과 약수터 앞 상가가 눈에 들어온다. ⓒ 정덕수

 

이번 10월 1일부터 11월 15일까지 한시적으로 개방되는 오색의 망경대 코스에 대해 일부에서 50년만에 개방되느니 46년만에 개방되느니 하는 방송사와 언론의 기사들을 본다. 이들이 망경대 개방에 대해 이렇게 보도하는 이유는 설악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시점에 대해 정확하게 언제부터였는지에 대한 산정방법의 차이 때문이다. 50년만의 개방이란 보도는 반올림법에 의존한 것이고, 1970년 3월 24일 공식적으로 설악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니 이를 기준으로 한다면 46년이 맞다.

 

하지만 1974년에서야 오색에 국립공원관리사무소가 들어왔으니 그 이전엔 어떤 코스도 출입이 제한된 적이 없다. 80년대에도 곳곳에 국립공원에서 거리를 안내하는 표지석들을 세울 정도로 사고가 잦거나 지극히 위험한 구간이 아니면 통제를 하지 않았다.

 

망경대 코스는 애초 그런 안내표지석 하나 세워진 적도 없다.

 

80년대 오색을 개발하며 자연스럽게 망경대를 오르던 길이 상가 뒤로 들어가 숨겨졌고, 구태여 망경대를 오르지 않아도 절경을 둘러 볼 좋은 탐방로가 오색엔 있으니 누가 힘겹게 조망의 즐거움을 누리겠다고 그리 높지도 않으면서 힘든 산등성이를 허덕거리며 오르려 하겠는가.

 

사람들의 심리는 바라보는 것에 만족하기보다 더 가까이 가서 직접 그 속에 들어서야 제대로 보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게 망경대는 일부 주민들에 의해 간혹 발길이 유지되었을 뿐, 90년대 설악산의 대피소들이 국립공원으로 편입되는 시점과 맞물려 자연스럽게 출입이 제한되었다.

 

어린 시절 동네 뒷산이던 망경대지만 20여 년 출입이 자유롭지 않던 이곳이 이번에 한시적이나마 탐방을 할 수 있게 되었다기에 먼저 다녀왔다.

 

예전과 길이 달라진 부분이라면 한 집안의 문중산에 해당되는 부분을 생략하고 오색약수터에서 2006년 폭우로 유실되어 사용하지 않던 옛길에서 조금 오르다 만나는 고래바위 직전의 버섯을 채취하는 이들이 이용하던 길을 탐방로로 개방한 것이다.

 

탐방로를 둘러보며 버섯을 채취하는 이들이야 혼자 조심스럽게 다니지만 여럿이 어울려 다니는 탐방객들이 이용하기엔 혼잡하겠다 싶어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에게 물었다.

 

“온정골 방향에서 올라오는 길은 왕래가 어렵지 않겠지만 약수터 방향은 내려오는 길로만 이용해야 될 것 같은데요.”

 

“예. 탐방코스를 용소폭포 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해서 망경대를 거쳐 약수터로 하산하는 방향으로만 개방하려고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넓게 탐방로를 확보해야 하는데 그건 어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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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래바위 이 바위 덕분에 주전골 초입은 오래전 고래골이라 불렸으나 근래 오색약수터에서 용소폭포를 이르는 전구간을 주전골로 부르고 있다. 망경대에서 약수터로 내려오는 길에서 계곡을 만나는 지점에 있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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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색약수터 오색약수터와 성국사를 왕래하던 길이 2006년 폭우로 끊긴 뒤 사용하지 않았으나 이번에 일부 구간을 다시 망경대와 연계하여 개방한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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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색약수터 유리알처럼 투명한 오색천의 맑은 물가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오색약수는 신경통과 위장병에 좋은 걸로 오래전부터 널리 알려져 많은 이들이 철따라 마을을 찾곤 했다. ⓒ 정덕수

 

오색약수에서 주전골을 거쳐 용소폭포 탐방지원센터를 경유해 온정골 초입의 공병부대가 있던 곳을 거쳐 망경대를 올라 오색약수터로 내려오는 코스로 개방한다는 이야기를 늦은 점심식사를 하며 들었다.

 

20년 넘게 출입이 제한되던 오색의 망경대가 개방되면 가을 단풍철 주전골과 만물상을 조망하는 즐거움은 크겠다.

 

자연과 더불어 함께하는 산행의 즐거움을 느끼며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모두 가슴에 품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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