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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로 접어들면 양양읍은 조용히 기지개를 켜고 일어난다. 한 해를 꼬박 기다려온 사냥감을 찾아 나서는 사냥꾼들의 움직임처럼 조용하면서도 비장하다. 이윽고 양양송이가 본격적으로 출하되기 시작하면 산과 함께 양양읍내의 많은 점포들은 말 그대로 제철 만난 황금어장처럼 활기가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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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이버섯 지리적표시(Geographical Indication)란 명성과 품질 기타 특징이 본질적으로 특정지역의 지리적 특성에 기인하는 경우, 당해 농산물 또는 그 가공품이 그 특정지역에서 생산된 특산물임을 표시하는 것으로 양양송이버섯이 제1호로 지정되었다. ⓒ 정덕수

 

천년의 향! 양양송이에 붙여진 특화된 이름이다.

 

그러나 올해는 15일로 예정되었던 공개입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8월말부터 지속적으로 내린 비 탓으로 송이가 제때 성장하지 않은 까닭이다. 4kg 가량 입찰장으로 들어왔으나 이를 공개입찰에 부칠 경우 발생할 과열경쟁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다.

 

근래 몇 년간 송이가격이 이곳 양양에서는 1kg 가격이 100만원을 넘기 일쑤였고, 1kg에 150만원이 넘는 경우도 몇 번 있었다. 물론 1등급에 대한 이야기다.

 

17일 첫 공판이 이루어졌고, 20일까지 나흘간 공판이 진행됐다. 생산량은 예년에 비해 부족하지 않기도 하지만, 최대 대목이랄 수 있는 추석을 지나서야 본격적인 출하가 이루어진 까닭에 가격대가 비교적 완만하게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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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양군산림조합 양양송이의 공판장이 운영되는 양양군의 산림조합은 국유립사업소에서 각 마을별로 분할 지정된 송이산지에서 생산된 송이버섯들이 오전 9시부터 오후4시까지 모여 등급판정을 받고 오후 4시 이후 공판된다. ⓒ 정덕수

 

송이버섯의 대표적 주산지인 양양에서 송이버섯으로 음식을 가장 잘 내는 음식점을 꼽으라면 첫손에 남대천대교를 시내에서 건너 어성전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송이버섯마을’을 친다. 이곳 송이버섯마을은 제1회 양양송이와 연어 요리 경진대회에서 송이덮밥으로 1등을 한 곳이다.

 

음식은 먹는 이의 입장에서 만족할 수 있어야 좋은 음식이다. 더구나 버섯을 주재료로 하는 음식은 조미료를 사용하면 맛을 망치는 일이 잦다. 이미 버섯 자체만으로 조미료 이상의 향과 맛을 지니고 있다. 더구나 버섯 중에서도 가장 휘발성 향이 강한 송이의 경우엔 집간장이나 간수를 완벽하게 뺀 소금만으로 가장 좋은 맛을 느끼게 학에 부족함이 없다.

 

바로 그런 자연 그대로의 맛은 여유로움이 가득한 맛이다. 공간적인 여백을 느낄 수 있는, 잡스러움이 전혀 없는 품위를 지킬 줄 아는 맛을 음식을 먹을 때 최고의 조리법으로 친다. 과연 그런 송이의 맛을 제대로 살려 음식을 내는가를 알기 위해선 직접 먹어보는 방법 외에는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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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이버섯마을 송이의 대표적 주산지인 이곳 양양군엔 많은 음식점들이 송이버섯을 소고기와 함께 주요 음식재료로 이용해 요리를 낸다. 그중에서 표고와 느타리 등의 버섯농장을 운영하며 송이버섯으로 요리를 내는 양양읍내의 남대천 건너 송이버섯마을이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다. ⓒ 정덕수

 

송이입찰장을 들려 선별을 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4시경 자전거로 새로 놓은 남대천대교를 건너 송이버섯마을(033-672-3145)로 향했다.

 

입구를 들어서자 예전 공간을 여유롭게 배치한 넓은 홀은 그동안 고객들의 취향이 변함에 따라 길게 복도를 만들과 양쪽으로 나누어 방으로 만들어 놓았다. 가족단위로 찾는 이들이 많아진 까닭이 이렇게 음식점의 구조까지 변화시켰다.

 

그러나 여전히 전망 좋은 카페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공간배치다. 창으로 들어오는 설악산 대청봉과 양양시내의 풍경을 동시에 볼 수 있고, 남대천의 조망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 창밖 남대천은 이제 본격적으로 먼 바다를 돌아 회귀하는 연어들의 모천이고 또 다른 생명들이 자라는 장소다.

 

혼자라면 이곳에서 선택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가족단위로 특별한 맛을 찾고자 한다면 송이버섯불고기나 송이버섯전골이 좋다.

 

사진촬영 때문에 서둘러 온 탓에 중학생인 아이들은 하교전이라 혼자 전골이나 불고기를 맛보기 망설여졌다. 메뉴를 선택하기 난감한데 김용월 사장께서 반갑게 인사를 건네더니 “오늘은 송이버섯전골을 한 번 맛보세요. 아직 양양송이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냉동을 사용하지만 크게 향이 떨어지지는 않습니다”란다.

 

“혼자 먹기엔 부담스러워서요.”

 

“저희 가족들도 저녁시간 전 가볍게 요기를 해도 되니 그런 부담은 갖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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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이버섯전골 송이버섯마을에서 내는 송이버섯전골의 재료들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부탁을 해 끓이지 않은 상태에서 촬영부터 했다. 이 재료들이 4인분의 송이버섯전골이다. ⓒ 정덕수

 

더 이상 무엇을 주문할까 망설이지 말라는 뜻이다. 잠시 화장실을 다녀 온 사이 상이 차려졌다. 1인분에 송이버섯전골은 28,000원이다. 그런 전골을 4인분 차려내며 “약주 즐기시니 술안주 겸하라”며 소주와 송이주까지 함께 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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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이버섯전골 송이버섯전골은 주방에서 이와 같이 끓여서 손님상에 낸다. 넉넉히 들어간 송이버섯과 몇 종류의 직접 재배한 버섯이 소고기와 함께 송이버섯마을에서는 요리된다. ⓒ 정덕수

 

손님이 없는 시간이라 김용월 사장과 직원들까지 함께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가졌다.

 

“좋은 재료를 사용해 만족하고 돌아가시는 손님을 볼 때 보람을 느껴요.”

 

재료비를 아끼려는 음식점들이 도처에 있다. 그런데 “비싼 음식을 주문한 손님이나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음식을 주문한 손님이나 모두 귀한 자신의 고객이기에 항상 고마운 마음으로 대한다”는 김용월 사장의 말에서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가게를 운영할 수 있는 비결이 따로 없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런 생각이 가장 기본적인 음식점 주인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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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이버섯전골 개인접시에 송이버섯과 함께 진하게 우러난 국물을 떠먹는 송이버섯전골은 술안주는 물론이고 식사와도 잘 어울린다. 송이버섯마을의 송이버섯전골엔 식사가 기본적으로 함께 제공된다. ⓒ 정덕수

 

송이버섯불고기를 다른 곳에서도 몇 번 먹었지만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그중 비교적 일정한 가격대로 송이버섯을 맛 볼 수 있는 음식점이 송이버섯마을이다.

 

맛과 향이 우수한 양양의 송이를 맛 볼 좋은 기회와, 절경 한계령을 곱게 물들이는 단풍을 동시에 볼 양양의 송이축제가 올해는 9월 30일부터 10월 3일까지 송이버섯마을에서 바로 건너다보이는 남대천 둔치 행사장에서 개최된다.

 

송이버섯마을 : 강원도 양양군 양양읍 월리 221번지 (033-672-3145/673-3145)

차림표 : 송이버섯덮밥(18,000), 송이버섯전골(1인분 28,000 : 면사리 기본 제공, 볶음밥 추가), 송이버섯샤브샤브/송이버섯불고기(30,000), 송이버섯정식(45,000 : 송이와 차돌박이 구이 된장지개와 식사 제공 ) 송이등심샤브샤브(50,000), 송이버섯구이(싯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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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 '3'
  • profile
    박순백 2016.09.25 21:23

    식욕을 돋구는 사진입니다.^^

    오래 전 정 시인님과 송이를 실로 배터지게 먹던 때가 생각납니다.

    세상에 그렇게 한 자리에서 많은 송이를 먹어보긴 그 때가 처음.ㅋ

    그 때 타고간 박스터는 심지어 배기구 일부가 터지고...ㅋㅋ

  • profile
    정덕수 2016.09.27 14:25
    네, 박사님 2000년 가을입니다.
    벌써 많은 시간이 지났습니다.
    당시엔 1인당 7만원이었지요. 숙소가 많이 불편했지만 물소리 좋은 곳에서 솔밭에 자리를 펴고 앉아 송이버섯을 먹었었습니다.
    다시 한다면 숙소부터 좋은 곳으로 선택해야 할 일이고, 그렇다 하더라도 물가 오른 것에 비하면 그다지 많은 차이는 없을 거 같습니다.
    올 가을에 마음 맞는 분들과 한 번 일정을 계획해 보세요. ^^
  • profile
    박순백 2016.09.27 14:54
    맞습니다. 차 사고 두 달 후에 간 곳에서 마후라 터지고...ㅋ
    하여간 아주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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