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1018 좋아요 0 댓글 4
숲을 헤쳐 나온 바람처럼 숲의 향기를꽃들을 스며들었던 물이 개여울에서 재잘거리는 모습을



사람의 인연이란 것이 언제나 마음먹은 대로 움직여지는 건 아니다. 때대로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이들의 뒷말에 휩쓸려 가뭇없이 먼 거리가 되기도 하고, 주고받은 것 하나 없이도 막역한 사이처럼 언제든 편한 마음자리로 오랜 인연을 유지하기도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처럼 공허한 게 없다 싶다가도, 좋은 인연 하나로 일순간 허허로움 훌쩍 날리기도 하지 않던가.

그러한 인연의 고리를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왜 공허하게 생각되는 인연이 있고, 오고감 없이도 언제나 친밀감을 느끼는 사이를 유지할 수 있는가 말이다.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되 그 마음이 진실 되어야 한다. 그러하나 자신에게 어떤 피해가 오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사람에 대해 평가를 하려는 모습이 비쳐지면 그 인연은 허망하고 공허하기 그지없다.

사람과 사람의 인연에 경중을 따질 일 없음을 알면 경솔히 말하고 행동할 수 없다. 지극히 정성을 다하고, 포용과 배려하는 마음으로 대할 일이다. 바로 그 지점부터 좋은 인연은 씨줄과 날줄로 질기고 결 고운 피륙을 짜기 시작한다.

 Dong-chang Lim-4.jpg


2012년 남원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들었던 송도영 씨에게 다시 연락을 한 건 20131120일 무렵이다. 첫눈 치고는 눈발이 제법 굵게 날리는 날 논산 작은아버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지리산에서 내려와 가는 길, 남원터미널에서 도영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신호음이 들리고 맑은 목소리의 도영씨 목소리가 들렸다.

Dong-chang Lim-0.jpg


도영씨가 생활하거나 주로 활동하는 위치를 확인할 생각이었다. 장례식을 치른 뒤 돌아오는 길에 그동안 밀려두었던 숙제처럼 마음의 빚으로 간직한 촬영을 할 생각은 그 통화로 다시 뒤로 밀쳐졌다. 도영 씨가 속한 임동창 선생님의 거처를 완주군으로 옮겨 임동창 풍류학교를 시작했다니 지나치는 길에 잠시 짬을 내 몇 시간이라도 촬영하려던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뒤로도 늘 연락은 주고받았지만 도영씨 일행이 속초를 다녀갈 때도 만나지 못 한 채 다시 해를 넘기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 봄날 이번엔 먼저 전화를 했다.

도영 씨와는 일상적인 안부만 나누었는데 이틀 뒤 임동창 풍류학교의 몇 분 관계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명인들과 함께하는 인류의 보물과 놀자란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이번엔 밀린 마음의 빚을 청산할 기회란 생각이 들었다.

 

419일 경남 의령군 대의면 천곡리 205번지의 행복가득한 절(도학스님)’에서 진행되는 산사음악회에 와 달라는 스님의 말씀도 있으셨고, 425꽃지로 알려진 충남 태안군 안면읍 방포로 54-31로 자리를 옮긴 하이디하우스가 진행하는 작은음악회 일정 사이 어렵지 않게 완주군의 임동창 풍류학교를 들를 수 있겠다 싶다.

 

사람을 만나는 일이야 늘 마음 설렌다. 하물며 임동창 선생님과 같으신 분을 뵙고 그 흥겨운 삶의 자락을 얼마간 탐닉할 기회를 얻음에야 주저할 까닭이 없다. 더러 교통편도 불편한 곳을 거침없이 오가는 모습에 염려하는 이들이 있다. 스스로 마음 내어 동행하지 못함에야 이런저런 생각들 다른 이들의 흥에 찬물 끼얹을 일 아니라 생각된다.

도영 씨나 풍류학교 어느 관계자나 통화만으로도 사람을 즐겁게 하는 이들이 있는 세상이라면 사람에게 상처를 받은 영혼들이 치유받기에 족하지 싶다. 용서되지 않을 일들도 스스로 풀어내면 밝고 청아(淸雅)한 세상 맞이할 수 있는 일이다.

어찌 어울릴 수 있으랴란 의심 추호도 할 필요 없는 것이 물 흐르듯 살아감이 가장 편한 이치를 터득한 대가들에겐 필요 없는 의문이다. 때로는 즉흥적인 요동으로 세상을 움직여 나가도 여전히 자유롭고 자연스러울 뿐, 낮은 곳으로 흐르고 흘러 바다와 한 몸이 되고야마는 물의 성질은 바뀌지 않는다.

시와 음악이 다르지 않고, 시노래와 춤이 형태를 조금 달리 할 뿐 틀리지 않음에야스스로 몸을 움직여 흥()의 난장으로 나섬에야 풀어지고 녹여짐은 지극히 당연하다.

숲을 헤쳐 나온 바람처럼 숲의 향기를 지니고, 꽃들을 스며들었던 물이 개여울에서 재잘거리는 모습을 닮고자 하는 삶이라면 망설일 일 없다.

 Dong-chang Lim-7.jpg


전북 완주군 소양면 대흥리의 아름다운 위봉산 자락에 완주군 임동창 풍류학교는 한옥으로 멋스럽게 지어졌단다. 풍류 음악가 임동창 선생님께서 이 학교의 풍류마스터로 계시다.

이곳에서 말하는 풍류란 무엇인가 많은 자료들을 찾아보았다.

풍류란 한마디로 풀어짐을 말한다. 풍류학교는 풀어지면 굳어있던 사랑이 녹아 흐르고 너와 내가 하나 되어 행복하고 아름답고 신명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모토 아래 우리 전통 문화의 핵심 사상이었던 풍류를 대중에게 쉽고 친근하게 알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편다고 말한다.

옛 선비들 또한 시와 노래, 거문고 뜯기를 일상에서 실천했다. 난장을 편치고 몸을 흔들지는 않았으나 마음 턱 내려 풀어놓는 일만큼은 실천한 것이다.

이러한 풍류즐기기를 가르쳐주는 풍류학교의 프로그램들에 대해 소개한다.

남녀노소 다 같이 즐기는 풍류즐기기프로그램으로는, 명인들과 함께하는 공연&토크 시리즈 사랑방 풍류가 있다. 그리고 관객 스스로 신명을 내어 본격적인 풍류체험을 해보는 풍류축제로 연결되고, 본격적인 교육프로그램은 맞춤형과 정규 커리큘럼으로 진행하는 풍류배움프로그램이 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완주 지역민을 위한 프로그램으로는 ‘13개 읍면의 (아리랑)노래 만들기가 있단다. 아리랑은 몇 개의 설이 전하나 강원도에서 처음 시작되어 전국으로 파생되었다는 내용이 정설로 통한다. 아무래도 고려가 멸망할 때 산중으로 숨어든 고려의 유민들이 삶의 애환을 엮어 부르기 시작한 정선아리랑에서 파생되지 않았을까 싶으나, 분명 정선아리랑의 후렴구에도 이미 그 이전부터 전하여졌음이 분명한 내용으로 미루어 이 또한 더 많은 연구가 선행될 필요는 있다.

 Dong-chang Lim-5.jpg


2015년 풍류체험 프로그램의 첫 시작인 사랑방 풍류인류의 보물과 놀자라는 주제로 5월 한 달간 주말마다 펼쳐진단다.

이생강(중요무형문화재 제 45호 대금 산조)을 시작으로 김청만(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고법)으로 이어져, 김대균(중요무형문화재 제 58호 줄타기)등 쟁쟁한 인간문화재들과 김규형(모듬북 창시자, 2014년 전국국악대전 대통령상), 노름마치(세계 36개국 135개 도시 연주. 해외무대에서 가장 많은 러브콜을 받는 한국음악그룹) 등 최고의 명인들이 게스트로 참여하여 우리 전통의 지극한 경지를 보여준다는데 관람료는 모두 무료란다.

명인들의 편안하면서도 흥과 멋이 가득한 무대와 함께 임동창 선생님의 신명나는 피아노와 거침없는 진행, 풍류학교의 조교들이기도 한 흥야라 밴드의 풋풋한 노래와 춤이 관객의 흥을 한껏 돋아 스스로 몸을 일으키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만들어 낼 것이란 건 임동창선생님의 성함 세 글자만 검색해 보아도 충분히 확인가능하다.

가정의 달 5월 가족들과 함께 나서면 좋을 한마당 펼쳐진다니 마음부터 움직여보길 권한다. 부모님께 효도하는 길이겠고, 사랑스런 내 자녀의 또 다른 흥과 재능을 발견할 기회가 될 수도 있는 나들이가 되지 않겠는가.

완주군이 참으로 대단한 일을 만들어냈음을 난 임동창 풍류학교를 찾아 확인할 계획이다. 동행할 이가 있어도 좋고, 아무도 없이 혼자여도 움직여 간다.

Comment '4'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좋아요
65 시/문학 박근혜의 모습을 소설 혜주가 예고했다. file 정덕수 2016.11.02 1147 2
64 여행/사람 자연의 소리를 오롯이 풀어내는 피앗고의 명인 임동창 file 정덕수 2016.10.19 759 0
63 자연/풍경 무릎을 굽혀야 만날 수 있는 물매화의 아름다움! 1 file 정덕수 2016.10.04 715 0
62 자연/풍경 주전골과 만물상 등 오색의 절경을 조망할 수있는 망경대 file 정덕수 2016.09.26 782 0
61 요리/맛집 가을의 진객 양양송이버섯과 송이버섯전골 3 file 정덕수 2016.09.21 1394 0
60 여행/사람 국민만 깨끗하라고 억지 부리는 정부에게! 16 file 정덕수 2016.09.04 1266 1
59 여행/사람 양양군에 역사 기록에 없는 자기소가 있었다면? 2 file 정덕수 2016.08.30 815 1
58 시/문학 ‘한계령’, 그리고 35년 뒤 ‘다시 한계령에서’ 1 file 정덕수 2015.09.21 2017 0
57 여행/사람 오색삭도설치 찬반 입장을 들어보며 3 file 정덕수 2015.08.27 1189 0
56 요리/맛집 집밥에 대하여 5 file 정덕수 2015.07.26 2307 0
55 여행/사람 자연의 품성을 닮아가는 이들의 삶 2 file 정덕수 2015.05.13 1026 0
54 시/문학 이생진 시인의 아름다운 시세계를 만나다! file 정덕수 2015.04.28 1281 0
53 여행/사람 임동창 선생님과 나누는 텅 빈 소통 2 file 정덕수 2015.04.23 853 0
» 여행/사람 임동창 사랑방 풍류 “인류의 보물과 놀자” 4 file 정덕수 2015.04.12 1018 0
51 시/문학 사나운 바다 같은 전율을 이 목소리로! 4 file 정덕수 2015.03.23 1038 0
50 시/문학 예리성(曳履聲) 아닌 줄은 번연(判然)히 알건마는 2 file 정덕수 2015.03.17 2998 0
49 시/문학 시의 확장성을 한 없이 넓은 범위로! file 정덕수 2015.03.11 991 0
48 시/문학 내 어머니의 고리짝엔… 2 file 정덕수 2015.03.06 1072 0
47 시/문학 마음을 흔들어 울림을 전하는 목소리… 4 file 정덕수 2015.02.24 1027 1
46 시/문학 시와 더불어 나누는 차(茶) 한 잔 2 file 정덕수 2015.02.20 1083 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