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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에 관한 "질문"[스키 Q&A]에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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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7477 좋아요 3 댓글 11

제가 괜찮은 피닉스(Phenix) 프리스타일복 하나를 가볍게 잡아먹었습니다.-_- 100여 만 원을 잡아먹는 데 걸린 시간은 대략 15분 이내. 세탁 한 번 잘못한 것일 뿐인데...-_-

 

 

제가 스프링 모글 시즌을 맞아 지난 토요일에 지산 스프링모글캠프에 갔습니다. 가기 전에 모글 입문 하시려거나... 어쩌고 하는 글을 하나 올렸었지요. 모글은 혼자 타면 재미도 없고, 또 모글에 입문하려는데 적당한 지침을 찾지 못 해 고민만하는 분들이 많음을 알기에 제안을 한 것이었죠. 그런데 같은 스키장에 있어도 인상착의를 모르면 절 찾을 수 없을 듯하여 미리 사진을 올리고 함께 타실 분이 절 찾아오시도록 했는데, 그 때 제가 사용한 사진이 전에 서종모 작가가 찍어준 아래 사진입니다.

 

 

eb1401b210a87669886e69b153126449.jpg

 

 

이 옷 입은 놈 찾아오면 된다는 글을 쓴 거였는데... 결국은 아래와 같은 글을 더 쓰게 되었습니다. 그 옷을 망가뜨려서요.-_-

 

 

abandoned_phenix34.png


 

제가 제목에서 말한 내용은 위의 몇 줄의 글에 다 요약되어 있습니다. 뜨거운 물로 세탁하는 바람에 스키복이 망가진 것입니다. 대개 스키복을 뜨거운 물로 세탁하면 안 된다는 것 정도는 모두들 압니다. 그런데 도대체 그게 얼마나 뜨거운 물이라야 안 되는 거고, 또 망가진다는 게 어떻게 망가지는 것인가를 알려드리기 위하여 이 글을 쓰는 것입니다.

 

이 피닉스 프리스타일복은 몇 년 된 것입니다. 제가 여러 벌의 프리스타일복, 모글복이 있기 때문에 굳이 몇 년 된 스키복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도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옷은 제가 남에게 주지도 않고, 또 버리지도 않고, 때가 되면 입는 옷입니다. 그 때라는 것은 바로 스프링 모글 캠프가 행해지는 3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입니다. 다른 프리스타일복에 비해서 이 옷이 훨씬 얇고도 시원하기 때문입니다.

 

모글 스킹은 매우 격렬해서 몸이 쉽게 더워지기에 두꺼운 스키복을 입고는 탈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두꺼운 재킷을 벗고 반팔 차림으로 타거나 미들웨어를 입고 타게 됩니다. 하지만 스프링 시즌의 설면은 보드라운 눈이 아닌 작은 얼음 알갱이가 많고, 그런 데서 반팔인 채로 넘어지면 살갗이 심하게 까지는 부상을 입기 쉽습니다. 그러므로 최소한 미들웨어는 입어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반팔이건 미들웨어건 모글 스킹을 할 때 그런 차림은 모양이 나지 않습니다. 겉에 입은 옷은 재킷 스타일이어야 멋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3월 중순 이후의 모글 스킹에서는 얇고도 가벼우며, 통풍이 잘 되어 시원하면서도 봄비에 대비해서 방수가 잘 되는 프리스타일복/모글복을 입어줘야 합니다.(특히 모글복은 Knee Pads가 있어서 더 모글리스트다운 폼이 나지요.) 제가 피닉스의 프리스타일복이 몇 벌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이런 까다로운 요구에 부응하는 옷은 딱 이 옷 뿐입니다. 20,000mm 방수는 모든 옷에서 공통이지만, 다른 옷들은 두껍고 무겁습니다. 그리고 이 옷 만큼 통풍이 잘 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 옷들은 시즌 중에 모글을 탈 때 입습니다.

 

 

abandoned_phenix3494.JPG

- 세탁 후에 건조하느라고 걸어놓은 피닉스 프리스타일복. 원래 이런 콤비 스타일로 나온 옷입니다.

 

 

어쨌거나 주말에 스키장에 가려고 전날인 금요일에 저 혼자서 세탁을 했습니다. 그 옷을 지난 시즌 말에 세탁을 했어야 하는데, 세탁도 않고 그냥 묵혀두었더군요. 그래서 이걸 잘 빨아보겠다고 작정을 하고 때가 잘 빠지라고 더 정성을 들여 세탁을 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두 가지 평소에 안 하던 짓을 했습니다.

 

1. 때가 잘 불어나라고 아주 뜨거운 물을 사용했습니다. 따로 끓인 건 아니고, 수돗물 온수입니다.

2. 때가 잘 빠지라고 비벼 빨았습니다.

 

이 두 가지는 제가 평소에 안 하던 짓입니다.-_- 당연히 이렇게 하면 안 되죠. 그게 스키복 세탁의 기본이죠. 근데 무슨 미친 생각에 그랬는지 모르지만, 이런 짓을 했습니다.ㅜ.ㅜ 물론 나중에 깨닫게 되었지요. 이 두 가지 중 하나라도 절대 하면 안 된다는 걸요.(근데 왜 그랬냐고요?ㅜ.ㅜ 글쎄 제가 그 때 미쳤었는가 봅니다.^^;)

 

 

 

abandoned_phenix3493.JPG

- 이렇게 말라가고 있었습니다.

 

 

abandoned_phenix3489.JPG

 - 이런 인디언 깃털 모양도 새겨져 있는 고급 프리스타일복입니다.

 

 

이 스키복이 세탁 후에 건조되는 과정에서 제가 잠시 봤는데 물기가 말라가는 모양이 아주 이상하더군요. 어떤 부분은 완전히 말라있는데 다른 부분은 안 마른 것처럼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게 다양하게 이쪽 저쪽이 상태가 달라서 마치 되도 않는 문양을 새겨 놓은 것처럼 이상하게 보였습니다. 그래서 옷을 꺼내서 살펴봤는데 물기는 이미 다 말라있었음에도 그게 약간 희게 보이는 부분과 약간 어둡게 보이는 부분들이 있어서 그게 이상한 문양처럼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살펴봐도 그 이유를 알 수 없던 차에 그 옷을 펼쳐서 불빛의 반대쪽에서 스키복 안쪽을 펼쳐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아래 사진과 같은 처참한 모습이...-_-

 

 

abandoned_phenix3487.JPG

- 왼편이 물기가 마른 것처럼 보인 부분이고, 비닐 같은 게 붙어있는 오른편이 물기가 말랐으나 좀 어둡게 보이는 부분이었습니다.(이 사진으로는 재킷의 쉘과 비닐처럼 보이는 떨어진 방수/발습 코팅이 바로 보이는 것 같지만 실은 그게 아주 가늘고도 촘촘한 그물망(메쉬) 안에서 비쳐보이는 것입니다.


abandoned_phenix3485.JPG

- 그 비닐과 같은 부분이 위와 같이 여기저기 되는 대로 이상한 꼴을 하고 있었습니다.

 


 

abandoned_phenix3486.JPG

 

 

위의 모양을 계속 바라보다가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 20,000mm 방수를 위해 스키복 천의 안쪽에 극히 얇게 래미네이트한 미세 기공 처리된 불소 플라스틱 막(fluorosis plastic micro-pored membrane)이 뜨거운 물에 녹는 상황에서 그걸 비벼 빨았기에 그 코팅이 다 일어나면서 떨어지고 뭉쳐버린 거로구나!!!'하고요. ㅜ.ㅜ 고어텍스가 최초에 소개한 "물은 침투 못 하고, 미세 기공보다 작은 습기(땀)는 배출되는 방수, 발습 코팅"이 박살이 나 버린 것이었지요.


 

abandoned_phenix3488.JPG

- 뭐 이 옷의 여러 부분이 이런 모양으로 초토화된 것입니다.-_- 완전히 못 쓰게 만든 것이지요.


abandoned_phenix3490.JPG

- 이렇게...


위에서 제가 "스키복을 가볍게 망칠 수 있는 세탁법을 소개"했습니다. 그러므로 저와 똑같이 좋은 스키복을 박살내고 싶은 분들은 제가 한 것과 똑같이 세탁을 하시면 됩니다.

 

만약 그걸 원치 않는 분들은 예전의 저처럼 하시면 될 것입니다.

 

1. 중성세제를 푼 찬물에 스키복을 단시간 담가둔다.(10~15분만 담가두면 됩니다.)

2. 스키복을 꺼내서 평평한 곳에 펼쳐놓고, 마이크로 파이버 수건으로 때가 많은 곳을 살살 문지른다.(목과 팔꿈치, 주머니 입구 등 오염되기 쉬운 곳.)

3. 약간 미지근한 물로 여러 차례 헹군다.

 

제가 열이 받쳐서 비접촉식 적외선 온도계로 제가 (위의 나쁜 방법으로) 세탁할 때에 사용한 우리 집의 뜨거운 수돗물 온도를 재봤습니다. 근데 이게 상상 외로 뜨거운 것이었습니다. 가장 뜨거울 때는 우리가 직장에서 혹은 집에서 사용하는 온수기(워터 디스펜서)에서 나오는 물의 온도인 섭씨 80도 정도에 육박합니다. 이 정도면 피부가 약한 사람은 화상을 입을 정도의 온도입니다. 그리고 그보다 덜 뜨거울 때도 섭씨 70도 정도가 되더군요.

 

그러므로 이 정도로 뜨거운 물에서는 불소 박막 코팅의 래미네이션이 된 모든 스키복들은 다 돌아가신다는 것입니다.-_- 저 같은 바보짓을 하는 분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라기에 이 못 난 고백을 합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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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준     멍게     jekyll  
Comment '11'
  • ?
    오뚜기박용호 2015.03.17 10:27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저는 스키복 세탁시에는  바닥에 펼쳐 놓고 거의 찬물에서 찬 기온만 없어질 정도의 미지근한 온수를 이용해서 샴푸로  살살 문지르면서  세탁하고 헹구는 정도로만 합니다.

  • ?
    jekyll 2015.03.17 16:04

    아끼시던 옷이 상하셔서 어쩌죠. 페북에서 그 말씀을 처음 들었을때, '옷감이 상한 걸 어찌 아셨담.. '

    생각했는데,올려주신 사진을 보니 처참함 자체로군요. --;  주의해야 겠습니다. 

    내부 보온재나 안감이 없는 쉘 자켓이셨네요.

    아깝지만 그럼에도 외관상으로는 여전히 이쁘니 사용은 하실 수 있지 않으실까요.... 방수는 포기하더라도요.--; 

  • profile
    Dr.Spark 2015.03.17 17:44
    "아깝지만 그럼에도 외관상으로는 여전히 이쁘니 사용은 하실 수 있지 않으실까요.... 방수는 포기하더라도요.--; "

    집사람이 똑같은 의미의 얘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안 입으면 제가 입겠다고요.ㅋ 제가 가차 없이 버리라고 했습니다. 있으면 짐이라고요. 다른 옷이 있으니 원래의 기능을 못 하는 모양만 멀쩡한 옷은 옷 같은 기분이 안 들고, 또 그 옷을 보면 잘못된 세탁의 표본 같은 그 옷이 주는 트라우마 같은 게 느껴질 것 같아서요.ㅋ
  • ?
    j0hn 2015.03.17 20:59

    심히 안타깝고, 감사드립니다. 

  • ?
    허준 2015.03.17 21:50

    헐~

  • ?
    스파르타쿠스 2015.03.18 08:44

    박사님 글덕분에 소중한 지혜 하나 얻어갑니다. 저도 어제 스키복 바지를 하나 해먹어서 ㅎㅎ

    세탁하려고 보니 엉덩이 부분에 기름때가 몇군데 묻었더군요. 바지색이 노란색인데 검은색 spot이 있으니 유관상 좋지않고 세탁소에서도 자신감을 피력하지않아 ^^  인터넷으로 폭풍검색했지요. 밀가루를 뿌리고 신문지를 덮은다음 다리미로 가열하면 밀가루가 기름을 흡착한다는 마법과도 같은 지식이 사진과 함께 올라온겁니다. 그대로 해봣더니 글쎄..마법같이... 기름때는 그대로고 바지에 다리미 자국만 누렇게 남았습니다. ㅎㅎ 딱! 그자리에 2~3초간 갔다댄 그 자리에 ㅎㅎ

    네이? 에 올라온 지식 및 블로그들 맹신하지 마시고 세탁은 세탁소 혹은 전문 업체에 의뢰하시기 바랍니다.

    슬로프에서 엉덩이에 다리미자국 붙이고 타면....접니다. ㅎㅎ

    좋은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 ?
    로얄스키 2015.03.18 12:41
    위로드립니다~^^
  • profile
    Dr.Spark 2015.03.18 12:44
    웃으며 전하는 말이라서 전혀 위로가 안 됩니다.ㅋㅋㅋ
  • ?
    곽기혁 2015.03.18 21:05
    뭐라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할지 모르겠습니다..
  • ?
    신명근 2015.03.19 17:23

    저희 집 앞에 버려 주세요.

    스카치가드 한통 뿌려 입게요 ㅋ






  • profile
    Dr.Spark 2015.03.19 17:34
    "캠퍼"가 이 얇은 옷을 가져다 뭘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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