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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2014.11.10 18:53

가을에 찾아온 작은 손님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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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1198 좋아요 0 댓글 1

지지난 일요일(11/02) 어린애 둘이 초당에 왔다. 집사람이 일요일에 교회에 가서 일주일만에 만난 큰 손녀 예솔이가 할아버지 사무실에 가 본 지가 오래됐다고 하면서 거기 가보자고 했단다.(어떻게 그런 기특한 생각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 난 그 날 아무 스케줄이 없었기에 초당에 나와 이런저런 일들을 하려고 했었는데...

 

집사람이 며느리와 두 손녀애와 함께 점심을 먹자고 하여 중곡동의 아들이 경영하는 식당으로 가서 함께 점심을 먹었다. 근데 이젠 작은 손녀인 예린이도 내가 낯설지 않은 눈치이다. 걘 아직 날 잘 모를 텐데... 가끔 만나긴 하지만 내 존재에 대한 인식은 아직 없을 나이이다. 그래도 지네 식구들과 함께 나를 만날 때 다른 사람 모두가 서로 친한 걸 보면서 내가 자신과 먼 존재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식사 후에 두 대의 차로 방이동 초당에 가게 되었는데, 큰 손녀는 내 차를 타고 가겠다고 한다. 걘 이미 내가 제 아버지의 아버지란 걸 알고 있고, 나를 신뢰하게 된 것이다. 이제 그 아이는 할머니와도 둘이서만 만나서 한 나절 이상 놀러가기도 한다. 그래도 제 엄마와 동생이 있는 집사람의 차에 타고 가리라 생각했는데, 내 차에 타겠다고 하니 왠지 대견하다.

 

오래 전, 내 911의 뒷자리에 손주를 태우고 달리는 꿈을 꿔 본 일이 있다. 그 뒷자리는 너무 작아서 어른은 탈 수 없는, 실은 짐칸으로밖에는 쓸 수 없는 좌석이기에... 그래서 작년에 큰 아이 예솔이를 911 뒷자리에 태운 일도 있는데, 이 날은 내 옆 조수석에 그 애를 태우고 왔다. 작년에 처음 911 뒷좌석에 탄 예솔이는 좌석 뒤에서 나는 큰 엔진 소리에 놀라서인지 나중에 차에서 내린 후에 제 엄마 차로 옮겨타고는 다신 무서워서 할아버지 차에 안 타겠다고 했단다.^^ 그런데 애가 달라진 것이다.

 

집사람의 차가 먼저 도착하여 초당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안에 있던 작은 애 예린이가 뛰어와 그 작은 키로 손을 내밀어 내 다리를 감싸 안는다. 전에 큰 손녀애가 집사람에게 먼저 했던 짓이고, 나중에 내게 했던 짓이다. 언니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그걸 작은 아이도 배운 모양이다.

 

 

DSC01941.jpg

 

창 아래 올림픽공원이 가을색으로 물든 맑은 날, 일에 바쁜 아들 녀석만 못 온 가운데 걔네 식구들과 함께 차도 마시고, 음악도 들어가면서 많은 얘기를 했다. 아이들은 이런저런 걸 냉장고에서 꺼내 먹기도 하고... 집에서는 엄마의 제지로 절대 먹어볼 수 없는 초컬릿을 발견하고는 그걸 먹겠다고 내게 말했고, 아이 엄마는 그걸 허락하기도 했다.


 

DSC01934.jpg


작은 애 예린이는 사진을 하나 찍자고 하니 엉뚱한 포즈를 취한다.-_- 사진이 뭔지 아는 모양이다. 며느리에게 들으니 나름 대로 예쁜 짓을 한답시고 아래와 같은 포즈를 취하는 거란다.

 

DSC01937.jpg

 

아래는 1987년도의 사진 하나. 이제는 저 아이들의 아버지가 된 네 살짜리(84년 생) 아이의 모습이다. 그러니까 이미 30년에 가까운 세월 이전의 사진인 것이다. 이 아이가 지금 그의 큰 딸아이와 같은 나이인 것이고...

 

89-현근-800.jpg


이렇게 세월은 간다. '설마 그럴 일이 있을까?' 싶은 일들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현실이 되고, 또 그조차도 지나간 일로 변한다.

 

예린이는 서고에 있는 박스터의 미니어처를 꺼내더니 그 앞자리에다 제가 가지고 온 작은 인형 두 개를 운전석과 조수석에 끼워넣는다. 그게 사람이 타는 차라는 걸 아는가 보다.


 

DSC01939.jpg


며느리가 초당에 있는 로얄 코펜하겐 이어 플레이트를 탐낸다.^^ 그래서 그림이 가장 멋진 1975년도에 나온 같은 접시 여섯 개를 선물했다. 초당에서처럼 그걸 접시 본연의 목적 대로 사용하라고 하며 주었다.

 

 

DSC01956.JPG

 

 

그리고 같은 회사의 1981, 1982, 1983년도 접시가 모두 크리스마스 관련 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예쁘다고 하기에 그 세 개의 접시도 선물했다.(이 회사의 year plate가 크리스마스 접시이긴 해도 크리스마스와 관계 없는 그림이 그려진 해도 많다.)

 

DSC01957.JPG



그렇게 해가 기울어가는 시각까지 우리는 초당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래 사진 두 장은 카메라를 창 밖으로 내밀어 찍은 사진. 앞서의 사진은 창을 통해 찍힌 것이고 초점이 방안의 로즈제라늄 화초 잎에 맞춰져서 바깥 풍경의 선명도가 떨어지는 것이기에... 

 

DSC01942.jpg

 

 

DSC01944.jpg


올림픽공원 남4문, 2문으로 향하는 사무실 아래 큰 길엔 은행나무의 이파리들이 노랗게 물들었다. 곧 그 잎들이 보도에 떨어져 길을 노랗게 물들일 것이다. 송파구에서는 그 잎을 한동안 치우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보도 전체가 노랗게 변하여 정말 아름다운 길이 된다.(그리고 나중에 그 은행잎은 모두 수거되어 남이섬의 은행잎 길에 뿌려진다고 한다.)

 

아이들과의 특별한 만남. 이 깊어가는 가을에 아이들이 점점 더 내 가슴 속으로 다가온다.

 

o.jpg


Comment '1'
  • ?
    김용빈 2015.03.15 12:16

    정말 아름다운 손녀 두분입니다. 시간은 이렇게 흘러가고 두 손녀는 또 예쁜 아이로 멋진 숙녀로 자라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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